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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T "'중산층 낙오자'가 사회변혁 주축될 것"

"오바마, 글로벌 시위와 싸우느라 많은 시간 보낼 수도"

버락 오바마가 미국 최초의 유색인종 대통령으로 선출될 수 있었던 것은 흑인 등 유색인종의 지지뿐이 아니라 '분노한 백인'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오바마가 얻은 표를 분석하니, 백인이 61%로 가장 많았다. 그 다음이 흑인 23%, 히스패닉 11%, 아시안 2%, 기타 인종 3% 등이었다.

이처럼 '분노한 백인'들이 많아진 결정적 계기는 금융위기였다. 수많은 미국인들이 하루아침에 중산층에서 하층민으로 전락하는 고통을 맛보고 있다.

오바마 당선을 가져온 '분노한 백인'들

이때문에 일각에서는 오바마의 당선이 미국의 역사를 새로 쓴 것이라면, 앞으로 근본적인 사회 변혁이 '분노한 백인'들을 주축으로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와 관련, <뉴욕타임스>의 대표적인 보수 논객 데이비드 브룩스는 17일 'The Formerly Middle Class'라는 칼럼(원문보기)에서 인종과 국가를 넘어 '분노한 중산층 낙오자'들이 향후 사회변혁의 주축이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아 주목된다. 그의 베스트셀러 <보보스>가 보여주듯, 개인의 자유를 최우선시하는 자유주의자로서 그는 이 칼럼에서 자본주의에 대한 절망에 따른 파시즘을 경계하는 모습이 엿보인다.

'현대경영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피터 드러커는 <경제인의 종말>이라는 초기 저서에서 파시즘은 "자본주의에 대한 절망, 그 대안이라는 공산주의에 대한 절망 끝에 나온 악마적인 유사 종교"라고 갈파한 바 있다.

▲ ⓒ로이터=뉴시스
또한 좌파 진영에서 '컬트적 숭배'를 받고 있는 이매뉴얼 월러스틴은 <미국 패권의 몰락>이라는 저서에서 자본주의 체제에서 민주주의가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점을 다음과 같이 날카롭게 지적했다.

"반드시 말해야 할 것은 민주주의는 평등에 관한 것이다 (...) 평등이 부재하는 곳에서는 자유가 존재하지 않는데, 이유인즉 불평등한 체제에서는 항상 권력자들이 우세한 경향을 보일 것이기 때문이다 (...) 결코 자유와 평등을 분리시킬 수 없다. 어떤 사람의 선택이 불평등한 지위에 의해 제약당하고 있다면 그 사람은 '자유롭게' 선택할 수 없다. 그리고 어떤 사람이 다른 사람이 누리는 만큼의 자유를 누리고 있지 못하다면, 즉 실제 결정에서 똑같은 정치적 권리와 똑같은 정도의 참여를 누리지 못한다면, 그 사람은 '평등'할 수 없다."

월러스틴은 "앞으로 다가올 20년에서 50년 동안 민주적이고 평등주의적인 체제를 위해서 근본적인 역사적 선택을 해야 한다"면서 자본주의 세계체제 이후를 대비할 것을 역설했다.

'분노한 중산층 낙오자'들이 사회적 변혁의 주축이 될 것이라는 브룩스의 전망이 맞다면, 우리는 월러스틴이 말한대로 '보편적 보편주의'라는 바람직한 체제를 선택할지, 아니면 파시즘이나 기존 세계제체보다 더 사악한 불평등의 세계가 도래할지 갈림길에 서있다고 할 수 있다.

글로벌 위기로 분노하는 사람들

다음은 이 글의 주요내용이다. <편집자>

1880~1890년대 경제침체 때 미국에서는 가톨릭 신자, 유대인, 흑인들에 대한 강한 적대감이 분출됐다. 대공황 때는 개인의 권리를 말살한 집단주의적 운동이 휩쓸었다.

1970년대 경기침체 때는 지금도 여전한 냉소주의가 만연했다. 1969년 학생들이 시험 부정을 할 수 있다고 답변한 비율은 34%였으나 10년 뒤 60%로 급등했다.

제조업자 4분의 1 이상은 자신들은 구입하지 않을 정도로 형편없는 상품을 만들고 있다고 답했다. 1977년 제2차 대전 이후 직업에 대한 불만족 지수가 최고조에 달했다.

특히 경기침체는 새로운 사회집단을 형성하는 경향이 있다. 바로 '중산층 낙오자'들이다. 이들은 장기적인 경제호황기의 막차를 타고 중산층에 진입했으나, 경기침체로 중산층 지위를 잃어버린 사람들이다.

이들에게 현재와 과거의 차이는 매우 크고, 고통스러운 것으로 다가온다. 이런 현상은 개발도상국에서 두드러진다. 지난 10년 동안 이런 사회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빈곤에서 탈출했다.

하지만 글로벌 리세션(경기침체)으로 인해 그들은 다시 밀려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민주주의와 자본주의에 분노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체제가 그들의 꿈을 산산조각냈다고 믿기 때문이다.

경기침체는 우고 차베스 같은 자들을 배양하는 토대가 될 수 있다. 오바마 행정부는 글로벌 차원에서 벌어지는 시위와 싸우느라 많은 시간을 보낼 가능성이 있다.

미국에서도 수많은 사람들이 계층적 지위가 낮아지는 심리적, 사회적인 압력에 직면해 있다. 지난 10년 동안 수많은 미국인들은 유례없는 풍족함을 누렸다. 이제 더 이상 그런 풍족함은 누릴 수 없게 될 것이다.

"계층 상승으로 가는 문이 갑자기 닫혔다"

갑자기 계층 상승으로 가는 문이 수많은 미국인들 앞에서 닫혀질 것이다. 중산층 낙오자들은 실업과 자기 집을 잃을 위기를 겪을 것이다.

또한 그들은 사회적 자본도 위축될 것이다. 경기침체 때 사람들은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진다. 하지만 이번의 경제상황은 가족 구성이 획기적으로 달라진 이후 처음으로 맞는 가파른 경기침체다.

사회적 자본이 풍부한 대가족 가구에서 지낼 때와 가족과 지역공동체와의 연결고리가 끊어진 채 홀로 지내는 가구에서 지내는 것은 현격한 차이가 있다. 이들이 집에서 지낸다면, 심리적으로 위험한 상황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높다.

이번 경기침체로 중산층에 가장 마지막으로 진입한 사람들이 가장 먼저 탈락할 것이다. 이런 상황은 물질적 궁핍을 초래할 뿐 아니라, 사회적 정체성, 사회적 관계망, 계층적 지위 하락 등의 상실을 가져올 것이다.

이런 상황의 반전들은 소외와 정치적 반응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향후 거대한 사회적 운동은 '중산층 낙오자' 집단에서부터 시작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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