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北과 일대일로 맞서면 南의 리더십은 실종돼"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北과 일대일로 맞서면 南의 리더십은 실종돼"

[정세현의 정세토크]〈10〉 "최근 대북 조치 늦었지만 다행"

북한이 지난 12일 한꺼번에 세 가지 얘기를 했습니다. 오전에 남북 장성급회담 북측 대표단 김영철 단장이 남측에 전화통지문을 보내서 12월 1일부터 군사분계선을 통한 모든 육로통행을 엄격히 제한, 차단한다고 했고요.

오후엔 외무성 대변인이 담화를 발표해서 핵 검증 방법은 현장방문, 문건확인, 기술자 인터뷰로 한정된다고 했습니다. 일부 언론들은 그걸 '시료채취 거부'라고 규정했죠. 저녁때는 조선적십자회에서 성명을 발표해서 판문점을 경유하는 모든 직통전화 통로를 단절시키겠다고 했습니다. 어떻게 분석하고 계십니까?

외무성 성명은 대남 차원이 아니니까 뒤에서 얘기하고, 적십자회 성명부터 먼저 간단히 정리할게요. 그건 오전에 군부가 내놓은 전통문에 상응해서 보조적인 조치를 한 측면이 있습니다. 그리고 적십자에서 한 거니까 이산가족 상봉에 관한 메시지도 있다고 보는데, 북한이 얼마 전에 유종하 대한적십자사 총재에 대해 불만을 표했던 적이 있었는데, 유 총재 시기에 이산가족에 대한 기대를 갖지 말라는 엄포의 뜻도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런 건 남북간 다른 게 살아나면 해소될 수 있는 문제니까, 가장 중요한 김영철 단장의 전통문 얘기를 할게요.

김영철 단장은 북한 국방위원회 정책실장이기도 한데, 그 사람 명의로 전통문을 보낸 건 삐라 문제에 대한 경고 내지 요구를 여러 번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쪽에서 미온적으로 대응하는데 대한 반응이고요. 또 전통문에서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개념계획 5029를 작전계획으로 바꾸는 문제하고, 10월 말부터 11월 8일까지 있었던 한미 합동 사단급 상륙 훈련 때문에 나온 조치라고 봅니다. "남쪽 당국의 반공화국 소동이 도를 넘었다"란 게 그런 것들을 한데 모아서 말하는 것 같습니다.

국방위원회가 직접 나선 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이상설과도 무관치 않다고 생각합니다. 건강이상설이 나오면서 삐라 살포가 더 잦아졌고, 5029 문제도 북한 체제의 붕괴를 전제로 한 대비책이 있어야 한다는 맥락에서 나온 거니까, 국방위가 그야말로 좌시묵과할 수 없는 일이죠. 상륙훈련은 북한을 접수하려고 하는 거니까 5029와 관련이 있다고 보는 거고.

국방위가 이렇게 전면에 나서는 쪽으로 국면이 바뀌었으니, 앞으로 상황은 국방위 중심으로 풀려갈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게 개성공단이나 다른 남북 왕래·교류에도 상당히 강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 북한의 대북·대남 성명이 잇달은 직후인 지난 13일 개성공단 입주기업 대표들이 남북회담사무국에서 김하중 통일부장관으로부터 정부의 입장을 설명 듣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에도 '강수'만 두면서 살아온 北

우리 정부의 대응을 보면, 12일 오후 정부 성명에서 드디어 6.15공동선언과 10.4정상선언에 대한 '존중과 이행'이란 단어나 나왔습니다. 물론 화끈하지는 않았어요. 그러나 과거처럼 '부정한 적은 없다'느니 다른 합의서와 똑같은 자격으로 이행여부를 협의하자는 식으로 하지 않았거든요.

북쪽에서 오전에 강수를 두고 난 뒤에 비로소 '존중과 이행'이란 말이 나왔는데, 나는 그걸 보면서 이게 5~6월 경에만 대통령 발언으로 나왔더라면 어땠을까 생각했습니다. 그랬다면 우선 대북 삐라 살포 단체들이 그렇게 심하게 하지는 않았을 겁니다. 민간단체가 아무리 대북 강경입장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실은 정부 입장을 봐가면서 움직인단 말예요. 민주국가이기 때문에 무슨 일이건 할 수 있지만, 사실 정부 하기 나름입니다.

그러니까 정부가 시기를 놓친 겁니다. 어떻게 보면...결국은 이렇게 갈 거면서...시기를 놓친 건데...그래도 난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오바마가 당선된 뒤에 동북아 정세는 분명 부시 정부 전반부 6년과는 완전히 다르게 나갈 거고, 후반부 2년 동안의 대북 정책 기조 플러스 양자접촉 활성화를 통한 북미관계 개선 내지는 북핵문제 완전 해결로 갈 거란 말이지. 그래서 우리 정부가 그나마 궤도를 수정해서 적절하게 그야말로 실용적으로 대응하는 조짐이라고 봐서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적어도 우리가 한 5~6개월 이상을 결과적으로 낭비했다는 후회가 남지만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한편 그렇게 정부가 입장을 표하고 나서 그동안 줄듯 말듯 하던, 달라고 해도 대꾸도 하지 않던 통신 자재·장비를 다음날 준다고 하지 않았어요? 허허...그것도 참...아, 뭐 하러 일을 그렇게 해...이 말 좀 꼭 써 줘요. 아, 뭐 하러 그렇게 해. 안 끌려가겠다고 해놓고는 북한이 세게 나오니까 뭐 이거저거 주섬주섬 꺼내가지고 '원래 주려고 했었다. 북한 발표와는 무관하다.' 그거 진짜 눈 가리고 아웅이죠. 국민들이 다~알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지키지 못할 입장을 왜 처음부터 그렇게 강하게 내놓느냐 이거야.

그 얘기는 북한이 하자는 대로 끌려가자는 얘기가 아닙니다. 북한은 어차피 강수를 두면서 지금까지 살아왔어요. 미국에 대해서도 그렇고. 북핵 문제가 제기된 1990년대 초반 이후 대미 교섭사를 보면 북한은 강수로 일관했습니다. 결국 미국도 클린턴 초기엔 강수로 맞대응했지만 결과적으로 북한을 달래고 해달라는 대로 다 해주는 식으로 문제를 풀었어요. 부시도 마찬가지고. 6년의 세월을 허비했을 뿐이지, 나중엔 해달라는 대로 다 해줬어요. 리더십을 유지하기 위해서죠.

이건 결국 리더십의 문제입니다. 북한한테 리더십을 요구할 수는 없어요. 남북관계도 마찬가집니다. 우리가 일대일로 맞서는 경우에 우리의 리더십은 없습니다. 북한이 요구하는 걸 선선하게 들어주면서 한반도 상황을 관리하자는 얘기를 내가 여러 번 하고 있는데 그건 리더십 차원에서 그러자는 거예요. 리더십 차원에서.

기왕에 해주려면 처음부터 해줘서 북한이 더 이상 딴소리 못하고 우리 쪽 페이스로 오도록, 우리가 상황을 관리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하고 나가자는 건데...근데 그걸 반대하는 사람들은 '한 번 들어주기 시작하면 또 다른 거 요구한다'는 일종의 우려랄까 걱정을 많이 하는데...국격(國格)으로 봐서 국제사회에서 처한 위치나 동북아 지역에서 우리가 장차 오바마 시대에 재편될 수밖에 없는 동북아 국제질서에서 우리의 위상을 높이려면 북한을 한시라도 빨리 우리 페이스로 끌어들이기 위해서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전재희 보건복지가족부 장관은 심지어 남북관계가 좋아지면 10.4선언에서 얘기했던 의료보건 사업도 본격적으로 하겠다는 애기를 했는데...그건 10.4선언 이행 의지가 있다는 얘기 아녜요? 전반적으로 정부 내 분위기가 10.4선언을 부분적으로라도 이행하면서 관리하겠다는 쪽으로 간다고 이해하고 싶습니다. 또 그렇게 가는 게 좋고. 어쨌든 늦었지만 다행이라고 봐서, 계속 그 방향으로 나가길 간절히 바랍니다.

그리고 5029나 상륙훈련 문제는...상륙훈련은 금년 중에 더 이상 없을 거고, 오바미 시대에 남북관계가 불가피하게 좋은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다면 훈련 규모가 줄고, 북한을 자극할 정도는 안 될 겁니다. 그렇게 가야 되고. 작계 5029도 본격적으로 작전계획화 하는 게 조금 소강상태로 들어갈 수 있지 않겠나 싶어요.

北도 대통령 비방 말고 南에 호응해야

그리고 북한에도 할 말이 있어요. 한국 정부가 이렇게 6.15와 10.4선언에 대한 '존중·이행'이라는 표현을 쓰기 시작했으니 좀 기다리라는 겁니다. 물론 뭐 문장 자체가 북한의 요구대로 딱 떨어지진 않아요. '현실적 기초'라는 조건을 붙여 놨지요. 그 말도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또 무슨 토를 다는 걸로 보이고, 돈 많이 들면 안 하겠다는 걸로도 들릴 수 있지만, 그 정도의 퇴로도 없이 우리가 북한이 해달라는 걸 다 해줄 수는 없는 거 아녜요?

그러니까, 한국 정부가 이 정도로 나왔으면 북한도 더 이상 강수를 두지 말아야 합니다. 서로 이렇게 접점을 향해 한발 씩 나와야 돼요. 저희만 강수를 둔다고 되나...우리 정부가 북쪽의 요구에 대해 그동안 미온적으로 대응한 것에 대해서 섭섭하게 생각했고, 그래서 12일 날 초강수를 뒀다고 보는데, 그러나 우리 정부도 체면이 있고, 국민들 눈도 있고, 국제사회 눈도 있는데, 저희들이 시키는 대로만 할 수는 없는 거 아녜요. 이제 북한도 상응하는 화답을 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이명박 대통령에 대해서 그렇게 입에 담을 수 없는 수준의 비방을 하는 걸 자제해야 돼요. 솔직히 삐라는 우리 민간이 하는 거기 때문에 당국이 법으로 관리하기 전에는 설득 이상 방법이 없어요. 물론 정책적 의지를 실어서 설득하면 조금은 완화될 수 있겠지만...

그러나 저쪽의 대남 비방은 당국이 하는 거 아녜요? 자기들은 사실 우리보다 훨씬 쉬워요. 상호 비방·중상 금지 문제와 관련해서도 우리는 절차가 복잡하고 정부의 대응에 한계가 있지만, 그래도 최선의 노력을 앞으로 해야 하겠죠. 그러니까 북한도 앞으로 그런 정도의 호응을 해 줘야 이쪽에서 잘해보려고 하는 사람들이 더 좋은 방향으로 끌고 갈 수 있는 겁니다. 북한이 일방적으로 그러면 안 돼요.

그리고 오바마 정부와 대북정책 보조를 맞추어 나가려면 늦기 전에 이쯤해서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6.15와 10.4선언에 대한 존중 이행 의지를 표명하시는 것이 제일 중요합니다.

시료채취, 서로 편리하게 봉합했을 것

시료채취 문제는 그래요. 객관적인 사실은 7월 12일 6자회담 수석대표 회동 결과 나온 발표문을 봐야 돼요. 그때 분명히 검증은 6월 26일 제출된 신고서를 기준으로 문서검토, 시설방문, 기술인력 인터뷰 3가지만 하는 걸로 합의했습니다. 그리고 추가 조치는 6자가 만장일치로 합의한 조건에서만 할 수 있다고 했죠.

그래놓고 8월 들어서 분란이 일어났는데, 그 과정이 언론에 잘 소개되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8월 하순 북한의 성명을 보면 미국이 시료채취, 불시사찰, 미신고 시설 사찰을 요구한 걸로 돼있어요. 아마 체니 부통령을 비롯한 네오콘들이 국무부가 너무 싼 값에 테러지원국을 해제해 주려고 한다는 비판을 하니까 부랴부랴 난데없이 특별사찰급 추가 요구를 내놨단 것 같아요.

그래서 북한이 불능화를 중단하고 핵활동을 재개한다고 하면서 벼랑끝 전술을 쓰니까 10월 초에 크리스토퍼 힐 차관보가 북한에 들어가고 10월 12일부로 결국 테러지원국을 해제해 줬습니다. 그 과정에서 어떤 얘기가 오갔는지 얘기를 안 했는데, 미국은 북한이 시료채취를 받아들였다는 식으로 나머지 국가들한테 얘기를 한 것 같고, 북한은 그런 적 없다는 식으로 얘기했는데, 아마도 서로 편리한 식으로 해석할 수 있는 그런 합의를 했을 겁니다.

그러니까 북한이 시료채취를 완전히 거부했다고 볼 수도 없고, 완전히 약속했다고 볼 수도 없는 그런 애매한 상태에서 결국 국무부가 더 이상 북한과의 협상에서 우스운 꼴을 당하지 않기 위해서, 봉합하는 수준에서 끝내고 테러지원국을 풀어주지 않았나...왜냐면 부시 정부 입장에서 볼 때는 핵활동이 재개되는 상태에서 그냥 이것도 저것도 아닌 결과를 남기고 떠나고 싶지는 않았을 거예요. 그랬기 때문에 북한이 지금 와서 오바마 정부 출범을 앞두고 시료채취를 약속한 적 없다고 했을 겁니다.

'시료채취 거부' 규정은 일방적

시료채취는 과거 핵활동에 대한 자료를 수집하는 겁니다. 근데 그건 94년 제네바합의 때도 미국이 관철 못했어요. 과거 핵활동 검증은 경수로 공사가 거의 끝날 무렵, 미국이 제공하는 (경수로) 핵심 부품이 들어오기 직전에 과거 핵활동에 대한 사찰을 허용하는 식으로 했던 게 제네바합의예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시료채취를 왜 못하게 하냐고 하지만, 이건 과거 핵활동에 대한 이력을 신고한 것 이상으로, 말하자면 북한이 과거에 뭘 했고, 그래서 플루토늄이 얼마나 있는지, 신고한 것 보다 더 있는지 덜 있는지, 그 단초를 제공하기 때문에 대단히 협상 가치가 높은 카드예요. 이게. 시료채취 허용하려면 과거 핵활동까지 완전히 발가벗겠다는 얘긴데, 그러려면 더 많은 지원을 받아내야 한다는 계산을 하고 있을 겁니다. 기술적으로 그런 의미가 있어요.

사실 94년에도 클린턴 정부가 처음에 시료채취를 요구했었습니다. 그런데 북한이 극력 저항하면서 '좋다 그러면 판 다 깨버리자'는 식으로 하니까, 그러면 영변 핵시설 가동중단 조건으로 경수로 지어주고 과거 핵활동에 대해서는 경수로 공사가 끝날 때쯤 해서 시료채취든, 특별사찰이든 하자는 식으로 봉합하고 끝났던 선례가 있어요. 미국 정부가 그걸 모르지 않아요.

▲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프레시안

북한은 오바마 정부가 북미 양자접촉도 적극 호응해 주리라고 보지만, 또 만만치 않게 조건을 까다롭게 할 거라고 내다보고, 시료채취는 처음부터 간단히 생각하지 마라는 경고를 한 겁니다. 그러니까 오바마 정부에 대한 조치로도 볼 수 있는 거죠. 어쨌든 시료채취는 쉽게 안 내놓을 겁니다. 우리가 그걸 알고 흥분을 하든지 대책을 세우든지 해야지...언론도 '시료채취마저 거부하는 북한이 도대체 핵을 포기할 의지가 있다는 거냐'고 자극적으로 쓰기도 하는데...시료채취를 쉽게 미국한테 약속했으리라고 나는 보지 않아요. 미국도 쉽게 북한이 받으리라고 절대 생각하지 않았을 겁니다.

북한도 북미관계 개선 과정에서 진지하게 검토한다는 정도로만 단서를 달아놓지 않았을까...지금 와서 미국이 실체적 진실을 얘기하지 않으니까 알 수가 없는데, 과거 선례를 봐서는 긴밀히 협의하고 북미관계 개선에 대한 비전을 주면 협의한다는 식으로 그쳤을 거니까, 북한이 난데없이 거부하고 나섰다고 보는 건 일방적입니다.

* '정세토크'는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現 민화협 대표상임의장, 김대중평화센터 부이사장, 경남대 북한대학원 석좌교수)이 한반도 문제에 관해 자신의 경험과 견해를 이야기하는 코너입니다. 격주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