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直(직)/德(덕)/得(득)/蜀(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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直(직)/德(덕)/得(득)/蜀(촉)

[한자가 그렇게 만들어졌다고?] 〈90〉

直(직)에서는 구성 요소로 쓰였다고 볼 만한 글자를 분리해내기가 어렵다. 고작 가운데 目(목) 정도가 눈에 띌 뿐인데, 나머지 요소들은 글자로 보기 어렵다. <설문해자>는 十(십)과 隱(은)의 간략형이라는 ㄴ으로 보았지만 설득력이 없다.

그래서 눈과 어떤 상황을 함께 나타낸 지사 형태의 글자로 보는 경우가 많다. <그림 1, 2> 같은 것이 전형적인 옛 모습인데, 앞의 것은 지금 글자꼴의 요소들이 거의 들어 있고 뒤의 것은 훨씬 간략하다.

<그림 2> 같은 모습에서 눈(目)으로 똑바로(丨) 보는 것을 나타냈다는 식으로 설명한다. 수직선으로 '똑바로'의 뜻을 나타냈다는 것이다. 그게 왜 十이 됐는지, 그리고 ㄴ은 무언지에 대해서는 지지한 설명들만 있을 뿐이다.

여기서 <그림 3>을 보자. 다소 미흡하기는 하지만 지금의 直과 거의 같은 모습이다. 그러나 이는 道(도)의 옛 모습이다. 그렇다면? 直은 道의 변형이 된다. 윗부분 十은 首(수)의 머리 부분이 간략해진 것이고, ㄴ은 '책받침'인 辶(착)이 간략해진 것이다. 지금도 글자를 빨리 쓸 때 辶은 <그림 1>의 왼쪽처럼 한 획으로 둘러버리고 말지 않는가?

道 역시 首까지 의미로 해석해 '사람이 가야 할 길' 하는 식으로 회의 내지 장면상형 방식으로 설명하는 게 대부분이지만, 首가 발음기호인 형성자로 봐야 한다. 초기 한자에서 초성 ㄷ/ㅈ은 구분되지 않았고 ㅈ은 다시 ㅅ과 비슷한 발음이니 발음기호로 볼 수 있다. 直의 초성은 바로 道의 초성과 首의 초성 중간에 있다고 볼 수 있고, 받침이 튀어나왔지만 이는 直 계통 値(치)·置(치) 등에 받침이 없는 것만 봐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直=首다.

德(덕)은 㥁이라는 글자꼴이 아직도 남아 있으니 彳(척)과 㥁을 더한 글자로 보기 쉽다. 㥁은 사람 이름으로 가끔 쓰이는 悳이라는 글자에서 目 부분을 뉘어 놓은 것에 불과하다. 目은 본래 누운 모습이었으니 㥁=悳이다.

<그림 4, 5>가 德의 옛 모습이다. 그런데 <그림 5>를 보면 德이 본래 어떤 구조였는지가 드러난다. 오른쪽 아래 心(심) 부분을 빼내면 首와 彳·止(지)가 남는다. 彳·止는 합쳐 辶이 되니 德은 道와 心을 합친 글자다. 道=直이어서 이는 바로 悳의 구성과 같다. 德에서 心을 빼면 彳과 十·目·一이 남는데, '十+目'은 直에서 봤던 대로 首고 나머지 彳과 一은 '彳+止'가 辶으로 간략화되는 중간 단계인 것이다.

따라서 德의 왼쪽 彳은 㥁=悳에 별도로 추가된 것이 아니라 㥁=悳에 들어 있는 道의 일부 요소가 겹치기로 나타난 것이다. 㥁=悳=德이다. 따라서 彳을 최종 의미 요소로 보고 '똑바로 가다'나 '올라가다' 식으로 설명하는 것은 옳지 않다.

'道德'이라는 말이 있는데, 글자의 형성 과정을 보면 道는 물리적인 '길'이고 德은 거기에 의미 요소 心을 더해 마음의 길을 의미했다고 볼 수 있다. 德에서 道=直 부분은 발음기호이기도 하지만 의미도 연관이 있는 것이다. 그렇게 보면 '道德'이라는 말은 일종의 同語反覆(동어반복)인 셈이다.

得(득)은 彳을 뺀 오른쪽이 본래자라고 한다. <그림 6> 같은 모습인데, '조개'인 貝(패)와 '손'인 寸(촌)을 합친 형태여서 조개, 즉 재물을 얻어 손에 잡고 있는 모습으로 설명된다. 지금 글자꼴과 직결되는 <그림 7>은 '길'인 彳이 들어가 있다 해서 '길에서 조개를 주웠다'는 식으로 설명된다. 지나친 꿰맞추기다.

그러나 得 역시 德과 같은 상황으로 봐야 한다. 갑골문에 나타나는 貝 부분은 그 단계에서 이미 와전이 완성된 것으로 봐야 하고, 德에서처럼 彳과 오른쪽 중간의 一을 합쳐 辶으로 본다면 위의 日 부분은 首가 많이 간략화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 부분이 貝나 見(견) 같은 형태로 나타나기도 했으니 간략화됐다는 얘기가 결코 무리는 아니다.

그렇다면 得은 道=直과 寸을 합친 것이다. 역시 道가 발음, 寸이 의미인 형성자다. 지금 得은 德과 표준 표기가 약간 다르지만 아직도 어른들 가운데는 그 발음을 구분하지 않고 쓰시는 분들도 있다. 발음기호가 똑같기 때문에 본래는 같은 발음이었던 것이다.

得이 '道+寸'이라면 導(도)와 같은 구성이다. 그러면 得=導일까?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구성만 보면 같은 글자라고 해야겠지만, 道와 直 또는 그 중간 단계의 글자가 별개의 것으로 보이기 시작한 이후 得이나 導가 만들어졌다면 별개의 글자가 된다. 말하자면 '시간차' 이론이다. 得과 導의 의미가 꽤 멀어 보이니 일단 별개 글자 쪽에 비중을 두고 싶다.

蜀(촉)은 이 연재 서문에 잠깐 언급했던, 四川(사천) 지방의 벌레를 그렸다는 글자다. 그런 벌레를 종류마다 따로 상형한다는 것도 그렇지만 당시로서는 머나먼 외국에 자생하는 벌레까지 상형했다는 데 의문을 표시했었다.

<그림 8>이 그 본래 모습이라고 하고, <그림 9>는 虫(훼)가 더해져 지금 모습을 온전히 갖춘 것이다. 그런데 得의 오른쪽 윗부분이 貝나 見 같은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했다는 사실을 상기해보자. <그림 9>의 윗부분은 바로 見과 비슷한 모습이며, 따라서 蜀은 直과 虫를 더한 글자일 수 있다. 蜀 계통의 발음인 濁(탁)·屬(속) 등의 발음이 首-道-直 계통 글자들의 발음과 거의 비슷하다는 것이 보완 증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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