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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어가는 가을, '따자시에'를 맛보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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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어가는 가을, '따자시에'를 맛보지 않겠는가

[中國探究] <11> '상하이 크랩' 이야기

올 가을이 가기 전 상하이에서 맛있는 게 요리를 즐겨보지 않겠는가?
  
  요즈음 중국 상하이와 쑤저우 등지 고급 식당에 붙어있는 '따자시에'(大閘蟹) 광고를 보면 가을이 우리 곁에 깊이 다가왔음을 느낀다. 미국발 금융위기로 세계가 몸살을 앓고, 중국내의 멜라민 파동으로 세계의 비난을 받아도 중국인들은 '먹는 것이 하늘이다'라는 말을 신봉한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다. '따자시에'는 바로 세계적으로 이름을 떨치고 있는 유명한 '상하이 크랩'이다. 상하이 크랩을 맛보려면 요즈음이 제철이다.
  
  중국 속담에 "가을바람이 불면 게의 발이 가렵다"(秋風起, 蟹脚痒)라는 말이 있다. 이때가 되면 상하이 사람들의 목구멍도 가렵기 시작한다고 한다. 이즈음 만약 몇 마리 민물 털게를 목구멍으로 넘기지 않으면 정통 상하이 사람이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상하이 사람들은 서너 명 지기(知己)들과 모여서 그윽한 국화 향을 맡으며 잘 익은 황주(샤오싱지우:紹興酒) 한 병에 게 요리를 맛보아야만 인생의 참맛을 느낀다고 한다. 이런 흥취야말로 고단한 일상에서도 계절을 음미하고 인생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일이 아니겠는가!
  
  상하이 사람들은 예전부터 음력 8월에는 암놈 게를 먹고, 9월이 지나면 수놈 게를 먹는다(農歷八月挑雌蟹, 九月過後選雄蟹). 왜냐하면 음력 9월이 지난 수놈 게는 성선(性腺)이 발달하여 맛이 가장 좋을 때이기 때문이다. 이들 민물 털게는 일반적으로 배딱지가 둥근 것이 암놈이고, 뾰족한 것은 수놈이다. 작년 통계로 상하이 사람들이 10월 국경절 하루에만 먹어치운 게가 평균 318만 마리였다.
  
  그렇다면 상하이 사람들이 이처럼 좋아하는 '따자시에'란 무엇인가?
  
  '따자시에'는 민물 게의 일종으로 학명은 중화융모해(中華絨毛蟹)이다. 앞발에 털이 달려있는 민물 털게라는 의미이다. '따자시에'(大閘蟹)라 부르는 의미는 옛날의 게잡이 꾼들이 호숫가에 대나무발로 갑문(閘)을 만들고 등불을 걸어놓으면 빛을 보고 대나무갑문으로 올라와 잡게 되어 '자시에'(閘蟹)라고 하였으며, 이것은 상하이식 발음으로 끓인다는 의미의 '주'(煮)라고 발음되었다는 연유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이 비교적 믿을 만한 이야기다.
  
  '따자시에'는 장강 하구의 강물과 바다물이 만나는 곳에 알을 낳고, 어린 게로 자라게 되면 강을 거슬러 헤엄쳐 장강 하류 일대의 호수와 강변에서 살을 찌운다. 그러나 지금은 폭발적인 수요 때문에 이제는 호수에서 양식을 하는데도 미식가들의 수요를 충당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렇게 유명한 '따자시에'는 쪄서 먹는 방법이 일반적이지만 그 외의 요리방법도 알려진 것만 21가지나 된다.
  
  가짜 천국으로 유명한 중국이니 '따자시에'에도 반드시 가짜가 있다. 이를 가려내기 위해 백금반지를 게 발 앞에 끼워서 일련번호까지 기록하고, 생산자의 상호와 전화번호까지 기록한다. 그러나 가짜 천국에서 어디까지 믿어야할지 알 수는 없다.
  
  '따자시에'를 말하면서 쿤산(昆山)의 양청후(陽澄湖)와 쟈싱(嘉興)의 난후(南湖)를 이야기 하지 않을 수 없다. 중국인들은 양청후의 게를 최고로 친다. 양청후는 상하이에서 쑤저우로 가는 길 중간 지역의 쿤산에 위치하고 있는 호수이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따자시에'가 정통이고 값도 가장 비싸다. 이 일대의 지역에서 생산되는 게를 일반적으로 상하이 크랩이라고 부른다. 지난 해 타이후(太湖)의 오염 사태로 중국정부가 양청후의 게 양식도 제한을 가해 올해 '따지시에' 값이 더욱 비싸졌다.
  
  그렇다면 역사상 이렇게 유명한 양청후의 민물 털게를 가장 먼저 먹어본 사람은 누구일까?
  
  이와 관련하여 상하이 크랩으로 유명한 마을인 이 지역의 빠청쩐(巴城鎭)에 매우 흥미로운 이야기가 전해온다. 수 천 년 전 중국인들이 처음으로 중국 강남지역에 살게 되었을 때, 강남 지역이 지세가 낮고 수량은 풍부하여 언제나 물난리에 시달렸다. 더욱이 물이 풍부한 수향(水鄕)이었던 이 지역은 물난리를 피해 어렵게 농작물을 재배해도, 수많은 민물 털게들은 논에서 벼 이삭을 먹어치우고 때로는 사람을 물기도 하여 농민들에게는 골치 아픈 존재였다. 이렇게 되자 중국인들은 이 털게들을 '사람을 꼬집는 벌레'(夾人虫)라고 부르면서 무척 겁내게 되었다. 날이 저물면 집집마다 문을 꼭 닫아걸어 잠가 털게들의 공격을 막기도 하였다.
  
  이렇듯 털게로 인한 강남 지역 중국인들의 고충을 해결한 사람이 등장하게 되었다. 중국 역사상 최고의 치수 전문가였던 우왕(禹王)이 강남을 개발하면서 당시 강남지역 치수를 위해 힘이 장사였던 파지에(巴解)라는 인물을 양청후 지역책임자로 파견하였다. 파지에는 현지 백성들을 이끌고 물길을 내는 공사를 지휘하였다.
  
  파지에는 매일 공사를 하면서 어느 날 밤이 되자 공사장 앞에 모닥불을 피워놓았는데 불빛이 나오자 한 무리의 '사람을 꼬집는 벌레'들이 몰려들면서 입에서는 허연 포말을 품어대며 모닥불로 달려들었다. 밤새 이들을 저지를 하느라 공사장은 마치 전쟁터와도 같았다. 얼마 뒤 '사람을 꼬집는 벌레'들이 얼마나 많은지 그들의 입에서 내뿜는 허연 거품 때문에 피워놓은 모닥불이 꺼질 지경이었다. 쌍방은 암흑 중에 혼전을 벌여 날이 밝자 '사람을 꼬집는 벌레'들은 속속 물로 되돌아갔다. 그러나 많은 일꾼들은 살점이 꼬집혀서 피가 나고, 상처 가 나는 등 목불인견의 상황이 연출되기 일쑤였다.
  
  이처럼 '사람을 꼬집는 벌레'의 계속되는 공격은 치수 공사를 심각하게 방해하였다. 이에 감독관 파지에는 이를 퇴치할 방법을 생각하다가 좋은 아이디어를 냈다. 그는 일꾼들을 불러 토성을 쌓고 성 주변에 도랑을 깊이 파서 저녁이 될 때를 기다려 토성 위에서 불을 붙였다. 그리고 도랑에서 물을 빼버리자 '사람을 꼬집는 벌레'들이 기어올라 왔다가 타죽게 되었다. 도랑에는 벌레의 시체가 쌓여갔고 불에 탄 '사람 꼬집는 벌레'는 색깔이 온통 빨갛게 변해서 산처럼 쌓였다.
  
  그런데 이런 전쟁 아닌 전쟁을 겪는 동안 어디선가 맛있는 냄새가 코를 찔렀다. 공사 책임자였던 파지에가 이 소식을 듣고 호기심이 생겨 한 마리를 껍질을 벗겨서 자세히 살펴보았더니 향내가 사방에 진동하였다. 파지에가 한입을 깨물어 보았다. 그런데 이 흉측한 벌레가 너무도 부드럽게 씹히는 것이 아닌가? 파지에는 털게 한 마리를 다 먹고 다시 한 마리를 입으로 가져갔다. 이를 본 주변의 사람들도 모두 따라서 털게를 먹게 되었다.
  
  현지의 사람들이 이처럼 '사람을 꼬집는 벌레'를 잡아먹기 시작하면서 털게에 대한 소식은 전국으로 퍼져나갔다. 사람을 괴롭히는 해충이 일순간에 멋진 음식재료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모두가 천하에서 처음으로 먹어본 파해를 용감한 영웅으로 칭송하였다. 그리고 그의 이름인 해(解)자 밑에 벌레 충(虫)을 붙여 민물 게를 의미하는 해(蟹)자로 사용하면서, 민물 게를 최초로 먹은 인물로 기리게 되었다는 사연이다. 더욱이 '따자시에'로 유명한 마을인 빠청쩐(巴城鎭)도 파지에(巴解)라는 인물을 기념하여 명명한 마을이 되었다. 이렇게 양청후 '따자시에'가 중국에서도 가장 유명한 민물 털 게 요리가 되었다.
  
  당신이 만약 지금 상하이에 간다면 '따자시에' 맛을 한번쯤 음미해 볼 만한 가치는 있다. 그런데 다음의 네 가지에 주의하여야 진짜 '따자시에'를 즐길 수 있을 것이다. 게의 "등딱지는 푸르고, 배딱지는 뽀얗고, 집게발은 금빛이고, 털은 황금색(靑背, 白肚, 金爪, 黃毛)"인지를 꼭 확인하기 바란다. 이러면 가짜천국에서의 식도락이라고 하더라도 그나마 조금은 믿을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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