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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가 망친 '팍스 아메리카나' 어디로 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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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가 망친 '팍스 아메리카나' 어디로 가나

[스포트라이트 美대선] <7> 전략적 요충이 된 동북아

미국의 대선은 매번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1, 2차 대전을 거치면서 세계 최강대국으로 부상한 미국의 대통령은 팍스 아메리카나를 이끄는 지휘자며 선장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대선은 여러 가지 면에서 과거와 다르다. 먼저 미국의 지위가 금융위기 때문에 예전 같지 않다. 세계의 헤게모니를 쥐고 팍스 아메리카나를 유지하려면 경제적인 뒷받침이 필수적인데 현재 미국은 세계의 도움과 지원이 없으면 파산할 수도 있는 위험에 봉착해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에 대통령에 당선된 이는 먼저 미국의 경제를 위기에서 구하는 것을 선차적인 목표와 임무로 삼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과거 대통령에 당선 되면 팍스 아메리카나를 이끌 선장으로서 기존의 체제를 관리하는 것만을 목표로 했던 것과 매우 다른 경우다.

외교정책도 일차적으로는 미국 경제의 회생에 부합하도록 수립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경제가 총론적인 과제라면 외교정책은 각론적 과제이다. 즉, 외교정책도 전반적으로는 경제의 회생을 위해 짜이겠지만, 각 지역의 특성에 따라 미국의 이해관계가 각기 다르게 작용하는 관성(momentum)이 있다는 것도 중요한 변수인 것이다.

그러나 공화당과 민주당이 각 지역을 해석하는 관점은 같지 않다. 그러므로 민주당의 버락 오바마와 공화당의 존 매케인이 동북아시아를 바라보는 시각엔 분명 차이가 있고, 한반도에 대한 정책도 누가 대통령이 되는가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 금융위기로 나락에 빠진 미국은 과거의 그 미국이 아니다. 미 의사당 모습 ⓒ로이터=뉴시스

탈냉전 후 축소되어 온 對동북아 영향력

2차 대전 이후 미국의 동북아 정책은 지역 내부에 있는 공산주의 세력의 확산을 막고 외부적으로는 소련의 남하를 막는 것이 가장 큰 이슈였다. 그러나 21세기에 들어선 현재 이 지역은 미국에 가장 중요한 곳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중국이 경제적으로 부상하고 냉전이 깨지면서 많이 것이 바뀌었다. 냉전이 끝나고 세계적으로는 미국의 단극적 패권체제가 구축되었으나, 동북아에서는 미국의 영향력이 냉전 때보다 오히려 떨어지게 되었다. 크게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우선 미국의 경제력이 예전보다 약해졌다. 냉전 시기 미국은 경제력을 바탕으로 동북아 주요 국가들(일본, 한국, 대만)과 태국 등 동남아 국가들에 자국의 시장을 제한적이지만 특혜적으로 열어주어 일본을 위시로 한 안행형(雁行型) 모델(flying gees model)을 가능케 하였다.

그러나 이 모델은 중국이 경제적으로 부상하면서 더 이상 지속할 수 없게 돼버렸다. 달리 말해 미국의 경제적 영향력이 축소됐다는 것이다. 한국 경제는 미국이라는 시장에 문제가 생기면 매우 어렵게 되지만, 중국이라는 시장에 문제가 생기면 더 어려워진다. 중국은 이미 2003년부터 미국을 제치고 한국 제1의 통상 상대국이 되었다. 한국뿐만 아니라 다른 동아시아 국가들에 대한 중국의 경제적인 영향력은 시간이 갈수록 커지는 실정이다.

둘째, 동북아에서 미국의 군사적 헤게모니 역시 심각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북한이라는 변방의 소국이 미국을 상대로 60년간 군사적으로 대치하고 있으며, 미국의 북한 붕괴 유도는 성공하지 못했다. 오히려 북한은 미국을 직접적으로 위협할 수 있는 핵과 장거리 미사일을 보유함으로써 결국 미국으로부터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비록 조건부이기는 하지만)와 같은 외교적 양해를 받아냈다.

실질적으로 미국은 동아시아에서 3차례의 큰 전쟁을 치렀으나 승리한 전쟁은 일본과 치른 '태평양 전쟁'뿐이었다.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서도 확인된 바와 같이 미국은 세계 최강의 군사력을 가지고 있긴 하지만 예전과 같이 압도적인 힘을 가지고 있지는 못하다.

북한과의 군사적 대치가 앞으로는 평화적으로 끝날 가능성이 더 많아졌지만, 동북아에서 미국의 군사적 헤게모니는 상대적으로 더 약해질 것이다. 이에 대한 상황 인식은 매케인과 오바마가 모두 같다. 그러나 이에 대처하는 입장은 각자 다르다.
▲ 오바마는 동북아의 '중재자'를 꿈꾸고, 매케인을 일본과 함께 중국을 압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로이터=뉴시스

매케인, 일본과 손잡고 중국 압박 기조

여전히 '강한 미국'(Strong and Powerful America)을 화두로 갖고 있는 매케인은 중국의 부상을 적극 견제하려고 할 것이다. 그렇다면 미국의 군사적 힘이 경제 문제 때문에 제약을 받는 상황에서 매케인이 택할 카드는 일본일 가능성이 높다. 그것은 일본이 '보통국가'(normal state)로 되는 것을 적극 후원함으로써 일본의 재무장을 용인하고 일본과 더불어 중국을 군사·외교적으로 압박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중국 압박론은 동북아에서의 일본의 독자적인 역할을 미국이 인정해야 하고 일본이 보통국가가 되는 것은 미국의 이해관계에 부합한다는 마이클 그린 전 백악관 아시아담당 선임 보좌관의 주장과 그 궤를 같이 한다. 그는 매케인의 동아시아 담당 브레인이다.

만약 매케인이 당선된다면 그의 대(對)한반도 정책은 중국 압박 전략에 맞추어 만들어질 것이다. 한미동맹과 미일동맹을 하나로 묶어 한-미-일 삼각동맹이라는 보다 큰 틀로 가져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틀에서 북한은 불가피하게 적(敵)으로 간주될 수밖에 없으며 대북 압박정책은 다시 시작될 것이다.

오바마, 팍스 아메리카나 추스르기

오바마의 입장과 전략, 정책은 매우 다르다. 그는 '강한 미국'의 부활보다는 미국이 현재 가지고 있는 힘을 효과적으로 활용해 팍스 아메리카나 체제를 추스르고 유지하는데 초점을 맞출 것이다. 이것은 조지 W. 부시가 보여준 '힘의 외교'(Push 외교)에서 미국이 가진 기존의 힘을 지렛대로 한 '균형자'(Balancer)' 또는 적극적인 '중재자'(mediator) 외교로 바뀌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동북아에서 가시화될 수 있는 중·일 혹은 남·북간 갈등에서 오바마의 미국은 '큰형님'으로서 중재자를 자처할 가능성이 높다. 그의 동아시아 정책 브레인이라고 할 수 있는 제프 베이더(Jeff Bader)와 한반도 정책을 자문하고 있는 프랭크 자누지(Frank Jannuzi) 모두 중국을 견제하기 보다는 중국을 더 개방시켜 민주국가 대열에 합류시키자는 입장을 갖고 있다.

특히 현재 민주당 대선 캠프에서 한반도팀장을 맡고 있는 프랭크 자누지는 부통령 후보인 조지프 바이든(Joseph Biden) 상원의원의 수석 보좌관과 상원 외교위원회 전문위원을 지낸 동북아시아 전문가로 대북 포용정책을 일관되게 옹호해 온 인물이다. 이에 따라 오바마가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자누지는 동북아 전문가로 중용될 것으로 예상되며, 그렇다면 그는 자신의 전문분야인 북핵 문제를 외교안보의 매우 중요한 안건으로 상정할 가능성이 높다.

자누지의 입장에서 북한은 '균형자'와 '중재자' 전략으로 갈 미국 외교에 또 다른 유용한 지렛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오바마 역시 당선된다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직접 만나 핵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말했듯이, 오바마 캠프는 동북아에서 미국의 우위를 어느 정도 유지시키면서 압박보다는 대화를 통한 타협(compromise)을 추구하는 외교정책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

이제 5일 후면 미국의 새 대통령이 결정된다. 전통적으로 미국의 대한반도 정책은 일관적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의 미국은 예전의 미국이 이미 아니다. 그리고 매케인과 오바마의 동북아 정책은 판이하게 다른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그것은 한국 외교의 외부변수(external variable)이다. 물론 이 변수는 감당하기 매우 버겁고 무겁다. 그러나 이 변수가 방정식 자체를 바꾸는 상황이 오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한국 스스로 방정식의 목표(objective)와 범위(range)를 정확히, 그리고 확실히 세워야 한다. 한반도 방정식이 가진 목표의 가장 중요한 축은 바로 '한반도 평화 구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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