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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기술 잘 활용하면 장애인들에게 큰 혜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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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기술 잘 활용하면 장애인들에게 큰 혜택"

박인규의 집중인터뷰[10/29] 시각장애인 위한 '스크린 리더' 개발한 김정호 씨

안녕하십니까, 박인규 입니다. 시각장애를 딛고 사법시험 2차에 최초로 합격한 주인공, 최영 씨의 소식을 듣고 흐뭇해하신 분들 많을 텐데요. 이런 최 영 씨의 아름다운 성취 뒤에는 또 다른 시각장애인 후원자가 있었습니다. 최 영 씨가 눈 대신 귀로 공부할 수 있도록 '스크린 리더' 프로그램을 만든 김정호 씨인데요, 오늘 박인규의 집중인터뷰에서는 김정호 씨를 초대해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었던 그들의 이야기와 장애인들의 정보화 혜택을 위한 사회적 지원에 대해 얘기 나눠봅니다.

오늘 박인규가 주목한 이 사람은 스크린리더를 만든 시각장애인 김정호 씨입니다. 김정호 씨는 서울대 사회복지학 박사과정을 수료했고 2002년 시각장애인 벤처기업인 (주)엑스비전테크놀로지를 만들어 마케팅 사업부 이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한국정보문화진흥원 정보통신표준화포럼 관련 표준 연구 위원을 역임했고. 2007년 웹 접근성 지키미로 선정됐으며 정보통신부장관 상을 수상했습니다.

박인규 : 우선 축하를 드려야 할 것 같은데요, 시각장애인 최 영 씨가 사법시험에 합격했어요. 물론 본인은 아니지만 김정호 씨가 개발한 스크린 리더로 공부했기 때문에 가능했다라고 하는데, 최영 씨의 사법시험 2차 합격을 보면서 어떤 생각이 드셨습니까.

김정호 : 저 역시 시각장애인의 한 사람으로서 매우 기뻤고요, 특히 최 영 씨가 어떤 과정을 거쳐서 공부했는지를 옆에서 지켜본 사람으로서 일단 개인적으로 개인의 의지나 그런 것에 대해서 너무 감동적이었습니다. 사실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처럼 개인의 성취가 아니라 시각 장애인 전체에게 새로운 기회, 또 가능성 이런 것을 저희가 이야기 하는 게 아니라 실증해 보였다는 것에 대해서 기뻤습니다.

▲ ⓒ프레시안

박인규 :
시각 장애인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다. 최영 씨와 김정호 씨와는 처음 어떻게 만나신 거예요?

김정호 : 저는 대학원에 입학해서 1학기를 거치고 있었고, 최 영 씨는 법대에 입학한 새내기였습니다.

박인규 : 그 당시에는 최 영 씨가 시각장애인이 아니었다고 들었습니다만.

김정호 : 지금 최영 씨가 갖고 있는 질병 때문에 그때도 눈이 많이 나빠진 상태였지만 책을 보거나, 일반인이 볼 때는 시각장애인이라고 생각할 수 없었고...

박인규 : 그러니까 중도 장애인이었던 거죠. 그 당시에 최영 씨가 김정호 씨를 도와주는 자원 봉사자였다고 하던데...

김정호 : 네. 최영 씨가 자기의 질병이나 또 앞으로 시각장애인이 될 거라는 걸 알고, 근처에 있는 시각장애인 복지관을 찾아가서 자원 봉사활동을 하겠다고 신청을 했고 저는 대학원을 다닐 때 책 읽어 줄 사람이 필요했거든요. 그래서 기관에 자원 봉사자 신청을 했고, 그런데 공교롭게도 서울대 학생이 있다고 하니까 거기에서는 저한테 연결을 해 준거죠.

박인규 : 그러니까 최영 씨는 시력이 급격히 나빠지면서 장애인이 되기 위한 예비 훈련 비슷하게 자원봉사자가 되신 거군요. 그때가 언제였습니까?

김정호 : 2000년 6월로 기억합니다.

박인규 : 사법 시험을 보려면 육법전서라고 합니까? 엄청나게 많은 법전을 봐야 하고 관련 참고서를 봐야 하는데 시각장애인이 보기에는 힘들었을 것 같아요. 그걸 스크린 리더를 통해서 공부할 수 있다고 하는데, 이 스크린 리더라는 게 어떤 프로그램입니까?

김정호 : 스크린 리더는 일반 PC에 설치해서 화면에 나타나는 내용을 음성으로 들을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이라고 생각 하시면 되고요, 단순히 화면에 나타나는 내용을 읽어주는 게 아니라 상황에 따라서 또 시각장애인이 필요한 내용을 적절하게 읽어 주는 소프트웨어입니다. 최 영 씨 같은 경우는 주로 워드프로세서에서 텍스트로 작성된 교재를 불러와서 한 줄 한 줄 커서를 내려가면서 읽는 방식으로 공부를 했던 걸로 알고 있습니다.

박인규 : 모니터에 글자가 뜨면 누군가가 목소리로 바꿔 준다는 거군요.

김정호 : 그렇죠. 그러니까 마치 제가 설명할 때 옆에서 보는 사람이 화면에 있는 내용을 읽어주는 것처럼 해주는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박인규 : 그러니까 시각장애인들이 컴퓨터를 이용하는 데 아무 문제가 없겠네요.

김정호 : 이번에 최 영 씨 경우에서 저는 일반 사회가 좀 더 인식을 할 수 있게 됐다고 생각 하는데요, 사실 컴퓨터를 이용하면 모든 것을 똑같이 할 수 있다는 이야기는 하지 못하지만 일반적인 작업들, 특히 시각이 꼭 필요한 사진 편집, 동영상 편집 말고 하는 작업은 거의 다 할 수 있습니다.

박인규 : 스크린 리더라는 게 그럼 김정호 씨가 계시는 엑스비전테크놀로지에서 처음으로 개발한 겁니까?

김정호 : 아닙니다. 저희 회사에서 저희 제품 개발한 건 2003년이고요. 그 전에 공공 지원, 정부 지원을 받아서 개발된 제품들이 있었습니다.

박인규 : 그럼 지금 상당히 많은 시각장애인들의 스크린 리더를 사용하고 있겠군요.

김정호 : 전체 시각장애인들 중에 컴퓨터를 사용하는 인구는 제 생각에는 만 명 정도 될 것 같고요. 수준이 많이 낮은 편이구요.

박인규 : 제가 듣기로는 시각장애인이 20만 명이 넘는다고 들은 것 같은데, 5%가 쓰시는 거로군요.

김정호 : 그리고 그 중에 상당수는 특별한 보조기기, 저희 같은 프로그램이 없어도 컴퓨터를 쓰실 수 있는 분들도 계시고요, 그 중에 저희 제품을 쓰시는 분들은 6천 명 정도 됩니다.

박인규 : 20만 명이 넘는데 만 명 정도가 쓰고 있다. 스크린 리더라는 프로그램이 비싸서 그런 겁니까. 왜 그렇게 보급이 안 되는 건가요?

김정호 : 글쎄요, 저희 제품 같은 경우는 상용 제품이고요. 그래서 개인이 구입을 하셔야 되는 제품인데요, 대신 정부에서 보조기기 보급 사업이라는 것을 통해서 장애인들이 필요한 제품이 있으면 보조금을 80%까지 지원해 주는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그래서 가격이 문제가 되는 것 같지는 않고요. 특히 지방 같은 경우에는 사실 이 프로그램을 설치한다고 해서컴퓨터가 모든 것을 친절하게 읽어주는 것은 아닙니다. 사용법을 익히셔야 되고 일반적인 컴퓨터 사용법도 익히셔야 되죠. 그런 부분들이 장애인 분들, 특히 시각장애인 접근해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교육 인프라가 지방 같은 경우는 적습니다. 그래서 아무래도 보급이 그런 데에서 제한이 되는 것 같습니다.

박인규 : 스크린 리더가 있다고만 되는 게 아니라 어떻게 쓸지를 교육 시켜야 하는데 그럴 수 있는 교육 관련 시설이나 지원이 별로 없다는 거죠.

김정호 : 그렇죠. 왜냐하면 다른 장애인 복지 시설도 마찬가지인데요. 대도시 중심으로 기관들이 많이 분포해 있거든요. 그런데 특히 연령이 높으시다 거나 그런 시각장애인 분들은 또 지방의 농어촌에 사시는 분들이 많은데, 그런 분들이 쉽게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교육장이나 이런 것들이 많이 부족한 상태입니다.

박인규 : 스크린 리더를 이용해서 컴퓨터를 검색하거나 많은 것을 시각장애인들이 볼 수 있다고 말씀 하셨는데, 최영 씨 같은 경우는 컴퓨터 검색 보다는 자기에 관련된 공부를 하는 거 아닙니까. 교과 관련된 공부를. 그럼 어떤 학생이 경제학이 될 수 있고 사회학이 될 수도 있는데 그런 것을 스크린으로 공부 하려면 관련된 책을 스크린 리더로 읽을 수 있도록 뭔가 바꿔야 되는 거 아닙니까.

김정호 : 그렇죠. 스크린 리더가 본격적으로 개발되기 전에는 예를 들면 저 같은 경우에는 석사과정 시절에는 도서관에 사람을 데리고 가서, 예를 들어서 최영 씨와 동행을 해서 제가 원하는 주제의 책을 검색을 하고 빌려와서 제가 읽어보고, 사람이 읽어줬고요 지금은 책을 검색을 할 수는 있습니다. 제가 어떤 책이 필요한 지를 검색해서 목록을 정리해 줄 수는 있죠. 그런데 여전히 종이 책이기 때문에 제가 보려면 누군가가 읽어 주거나 또는 누군가가 워드 작업을 통해서 파일로 만들어 주거나 이런 작업이 필요하죠.

박인규 : 사람이 읽어주지 않고 그걸 컴퓨터를 통해서 스크린 리더로 보려면 특정한 책들을 컴퓨터에 입력을 시켜야 되는데, 우리나라에 많이 되어 있습니까?

김정호 : 아니오. 우리나라에 발간되는 출판양이 정확하게 몇 권이나 신간이 나오는지는 모르지만 연간 천 권 정도의 책들이 시각 장애인용 책으로 만들어 지는 걸로 알고 있고요.

박인규 : 우리나라에서 연간 나오는 책이 5만권 정도 된답니다.

김정호 : 네, 그리고 더 문제는 주로 점자 도서관에서 책들을 만들고 있는데요, 대부분의 경우 소설이나 수필 같은 문학류 책들이 대부분이고 대학 교재라든가 특히 최영 씨가 보는 책들 이런 것들은 거의 만들어 지지 않고 있습니다.

박인규 : 제가 한 달 전쯤인가요. 인천 시각장애인 복지관에 있는 분 모시고 점자책에 관해서 말씀을 나눴는데, 거기에서 점자책을 내려면 텍스트 파일이 있으면 빨리 만들 수 있는데, 출판사에서 그걸 안 주는 바람에 일일이 다 입력을 한다. 책 한 권 입력하려면 빨라도 두세 달 걸린다, 말씀하시거든요. 그래서 그런 참고서가 됐든 학교 서적이 됐건, 출판사에서 나오는 텍스트 파일을 시각 장애인들을 위해서 무료라든가 아니면 정부 지원이라도 제공을 하면 좋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그런 데에 대해서 정부 지원이 있나요?

김정호 : 사실 두 가지 이슈가 있는데요, 하나는 현재 출판사가 물론 시각 장애인들이 책을 못 보기 때문에 관련된 정보를 제공해야 되는 것이 도의적으로는 맞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현재 텍스트 파일 같은 경우는 외부에 유출됐을 경우에 출판사가 여러 가지 면에서 저작권 같은 문제로 피해를 볼 수 있는, 그렇게 되어 있기 때문에 그런 문제가 있고요, 또 하나는 공식적인 어떤 지원 루트가 없습니다. 그래서 개별적으로 시각장애인 본인이라든가 점자 도서관에서 출판사에 데이터를 요청하는 경우가 있죠. 또 선의를 가지고 제공해 주시는 경우도 사실 있습니다. 그런데 그게 많이 어렵죠. 그래서 내년에 오픈될 예정인데, 국가 디지털 도서관이 있습니다. 국가 디지털 도서관에서 현재 시각장애인용 대체 도서를 상당수 제작을 해서 내년부터 서비스 할 생각이구요, 그 경우는 시각장애인만 해당 자료를 이용할 수 있도록 데이터를 점자화 해서 일반인이 사용할 수 없도록 하고 대신 점자 같은 경우는 중도에 실명하신 분들은 점자를 읽으실 수 없거든요. 그래서 음성으로 해당 점자를 읽을 수 있도록 하는 그런 기능을 갖춘 책을 현재 제작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제가 어제 이야기를 들었는데, 도서관법이 지금 개정을 추진하고 있는데요, 현재 국립 중앙도서관에서 원본 납본을 받거든요. 그랬을 때 시각 장애인이 필요한 책의 경우에는 출판사에서 대게 적절한 보상을 하고 국가에서 해당 원본 파일을 수납한 다음에 적절한 처치 과정을 거쳐서 대체 도서를 제작 할 그런 제도적 노력도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박인규 : 그 경우에는 말하자면 비시각장애인들은 볼 수 없도록 그런 식의 조치를 취한다는 말씀이시죠. 저는 한 가지 궁금한 건 최영 씨가 사법시험 준비를 하면서 스크린 도어로 공부를 했다는 건 이해가 되지만 사법시험 봤을 때는 어떻게 시험을 보신 거예요?

김정호 : 사실 사법시험은 제가 보니까 시각장애인이 스크린 리더를 가지고 치룰 수 있는 아주 쉬운 시험이더라고요. 왜냐하면 일반적으로 객관식 같은 경우는 OMR 카드에 체크를 한다던가, CBT 같이 컴퓨터로 시험을 칠 경우에는 굉장히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되는데, 이건 답안지에 자신의 생각을 쓰고 논술하는 거기 때문에 문서 편집기만 잘 지원이 되면 됩니다. 그래서 해당 컴퓨터에 스크린 리더를 설치하고 최영 씨가 잘 사용하는 워드 프로세서를 설치하면 시험 치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습니다.

박인규 : 그럼 예를 들면 사법시험 말고 다른 입사 시험이라든가 그런 데에서 시각 장애인들이 스크린 리더를 이용해서 시험을 볼 수 있도록 되어 있나요? 어떻습니까?

김정호 : 안타깝게도 시각장애인들이 일반 기업이나 또는 공공기관 같은 곳에 응시하는 경우는 거의 없고요. 요즘은 특히 서류 면접이나 면접을 통해서 사람을 많이 선발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과정에서 많이 탈락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요, 다행인 것은 교사나 공무원 쪽에서는 시각장애인이나 장애인들이 응시를 충분히 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제도적인 시험장에서의 지원 같은 게 이뤄지고 있습니다.

박인규 : 스크린 리더 프로그램이 시각장애인들로 하여금 컴퓨터 검색이나 또는 책들을 음성으로 들어서 공부할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는 유익한 프로그램인 거 같은데, 쓰시는 분이 만 명 정도밖에 안 된다고 하니까, 전체 시각 장애인의 5% 미만, 상당히 확산이나 보급이 안 되고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스크린 리더를 통해서 볼 수 있는 책도 좀 늘이고 또 스크린 리더를 많은 시각장애인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어떤 지원이 필요한 것인지요.

▲ ⓒ프레시안

김정호 :
예전에는 컴퓨터가 자체가 신기하고 컴퓨터로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더라도 사람들이 많이 컴퓨터를 배우려고 하고, 그런 사람들은 이미 쓰고 있습니다. 잘 쓰고 있고요, 자기가 배운 만큼 컴퓨터는 생활에 활용할 수 있죠. 특히 시각장애인에 있어서는 더 그렇고요. 그런데 문제는 지금까지 컴퓨터를 배우지 않은 분들, 그러니까 특별히 컴퓨터를 쓰지 않는 분들, 그래서 뭐가 좋은지 모르시는 분들, 그런데 그런 분들에게 가장 중요한 건 책입니다. 자기가 읽고 싶은 책, 그건 소설일 수도 있고, 여러 가지 전공 서적일 수도 있고 교양서적 일 수도 있죠. 그래서 콘텐츠가 확보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고요. 그래서 앞에서 말씀 드린 대로 지금은 최 영 씨 같은 경우는 보면 엄청난 예산과 사람과 시간을 투여해서 필요한 책들을 만들어줬습니다. 텍스트 파일로요. 그런데 출판사에는 분명히 디지털화 된 컴퓨터 파일이 있고요. 그걸 적절한 방법으로 받을 수 있다면 상당히 제작 기간을 단축할 수 있고요, 대신에 제공된 데이터가 시각장애인에게만 사용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보완장치를 한다면 제도적으로는 활성화 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될 수 있다고 생각 하고요, 제가 개인적으로 아는 출판 관계 쪽 분들도 그런 게 보장이 된다면 적극적으로 이런 부분에 참여하실 수 있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그래서 그런 제도적 기반이 마련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박인규 : 스크린 리더라는 것이 분명히 시각장애인들의 정보 접근권을 확대하는 문명의 이기인 것은 사실인데, 문명의 이기가 제대로 활용되려면 거기에 쓰일 수 있는 콘텐츠가 많이 확보되어야 할 것 같군요.

김정호 : 그렇죠.

박인규 : 이번 최영 씨의 사법시험 2차 합격을 계기로 시각장애인들의 콘텐츠 확보가 잘 됐으면 좋겠습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 오늘은 최근 사법고시를 합격한 최 영 씨를 위해 스크린리더를 만든 시각장애인 김정호 씨와 함께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었던 그들의 이야기와 장애인들의 정보화 혜택을 위한 지원에 대해 얘기 나누고 있습니다.
약력을 보니까 김정호 씨는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박사 과정까지 수료를 하셨는데, 지금은 IT기업의 마케팅 담당 이사를 맡고 계세요. 어떻게 해서 IT기업 쪽으로 진출하게 되셨나요?

김정호 : 제가 대학원에 진학해서 사회복지를 공부하기로 결심한 이유가, 장애인 고용문제를 공부하고 싶어서였습니다. 왜 고용이 안 되지는 지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고용이 활성화 될 수 있는지, 그리고 자신이 하고 싶을 일을 어떻게 하면 할 수 있는지, 이런 것을 고민하고 싶어서 대학원에 진학을 했고요, 그러던 중에 전부터 알던, 회사를 공동창업한분들, 그분이 세 분이었는데, 그분들은 시각장애인 프로그래머입니다. 그분들과 우리가 원하는 일을 하면서 그걸 직업으로 가질 수 있는 제일 좋은 방법이 창업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회사를 같이 창업하게 됐습니다.

박인규 : 그럼, 김정호 씨가 계신 곳에는 전부 시각 장애인들만 계십니까?

김정호 : 전부는 아니고요, 저희 회사 직원이 대표이사 포함해서 10명입니다. 그중에 7명이 시각 장애인입니다.

박인규 : 제가 만난 많은 시각 장애인들의 주요한 생업이 안마인데, 안마를 벗어나고 싶다, 자기가 재능 있는 걸 하고 싶다고 하는데, 말하자면 그런 시각 장애인들의 꿈을 몸소 실천하신 거군요.

김정호 : 제가 원해서 직업을 갖는 것은 굉장히 행복한 일이죠. 그런데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그거밖에 없어서 그 일을 해야 한다면 조금은 슬픈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사실 아직까지도 시각 장애인의 현실은 그렇고요. 그런데 저희가 회사를 창업하면서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저희가 어느 정도 성공을 할 수 있다면 다른 후배들도 아, 나도 회사를 창업해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겠구나, 라고 생각을 하지 않을까. 그래서 회사 이름도 '엑스비전'으로 해서 새로운 비전이다, 이런 의미를 담아서 지었습니다 .

박인규 : 김정호 씨가 계신 회사같이 시각 장애인들 위주로 만들어진 벤처기업이 또 있습니까?

김정호 : 국내에는 없습니다.

박인규 : 유일한 거네요. 지금까지 만든 제품이 스크린 리더 말고 또 있습니까?
김정호 : 저희 회사에서 2006년에 점자정보단말기를 개발해서 소개를 했습니다.

박인규 : 점자정보단말기라는 건 일반인들이 잘 모르실 것 같은데, 어떤 겁니까?

김정호 : 점자 키보드와 점자 화면이 달린 PDA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박인규 : 시각 장애인들이 쓰는 PDA이군요.

김정호 : 네, 맞습니다. 그 제품이 하나 있고요, 또 하나는 앞에서 말씀 드린 것처럼 일반인은 사용할 수 없고, 시각 장애인들만 사용할 수 있는 책을 만들기 위한 제품을 개발을 해서 현재 작업 중입니다.

박인규 : 시각 장애인들만을 위한 책이라면, 말하자면 출판사들이 텍스트파일을 제공하는데 별 걱정이 없어지겠네요.

김정호 : 아무래도 그 데이터를 받아서 점자화해서 시각 장애인만 이용할 수 있으니까요, 점자는 시각 장애인만 읽을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점자로 일단 변환이 되면 거꾸로 일반인이 볼 수 있는 텍스트로 변환이 불가능하게 만드는 거죠. 그렇게 하면 저작권자 분들이 안심하고 데이터를 제공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박인규 : 시각 장애인들이 70%가 되는 기업이라고 하니까 정부에서 특별 지원이 있습니까?

김정호 : 아니요. 없습니다.

박인규 : 그러면, 죄송스러운 질문입니다만, 지금까지 경영 성적은. 지금 창업하신 지가 6, 7년 되셨죠?

김정호 : 6년 됐습니다. 첫 해는 성적표라고 할 것도 없고요, 개발을 하느라고 매출은 전혀 없었고요, 모아 놓은 돈으로 회사를 운영했고요.

박인규 : 지금 현재는 어떻습니까?

김정호 : 지금은 저희는 현재 계속 흑자를 내고 있습니다.

박인규 : 그럼, 회사를 운영해오면서 장애인 위주의 기업이기 때문에 이런 어려움이 있었다, 그런 건 없었습니까?

김정호 : 2002년에 법인 설립을 하고 사업자 등록을 내러 갔을 때 시각 장애인이 소프트 회사를 할 수 없다고 해서 사업자 등록을 안 내주시더라고요.

박인규 : 시각 장애인이기 때문에? 안 된다는 법이 있습니까?

김정호 : 아뇨. 없죠. 그런데 사업자 등록을 하려면 해당 사업자가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 능력이 검증이 돼야 하는데, 시각 장애인이 어떻게 안마업 같은 걸로 창업하는 게 아니라 소프트웨어 개발업을 하느냐고 해서 거절을 당해서 많이 서운했었고요. 또 하나는 은행에서 계좌를 개설을 안 해줘서 그랬던 일이 있었고요. 그런데 그 이후에 저희가 계속 거래를 하고 그러다 보니까 요즘은 굉장히 환영을 받고 있습니다.

박인규 : 김정호 씨가 계신 회사는 시각 장애인들끼리도 얼마든지 기업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거군요. 처음으로.

▲ ⓒ프레시안

김정호 :
네. 시각 장애인끼리 회사를 하는데 사실 큰 문제는 없습니다. 물론 이제 문서 작업을 걱정을 하시는데요, 저희가 잘 할 수 있는 전자문서 형태로 업무들을 처리하거든요. 종이 문서는 저희 회사에서 많이 사용되지 않습니다. 그러면 큰 문제는 없고, 물론 일반 직원이 같이 있기 때문에 필요한 부분에 도움을 받으면 시각 장애인들도 얼마든지 회사를 운영할 수 있습니다.

박인규 : 요즘 언론 보도를 보니까 IT기술이 굉장히 발달하다 보니까 IT기술을 잘 활용하면 장애인들이 지금까지 불가능했던 것을 많이 할 수 있게 만들어준다고 하던데요, 저희가 한국의 스티븐 호킹이라고 불리는 서울대 해양학과 이상묵 교수님, 그분도 마우스를 입으로 쓰시고 그러더라고요. 그래서 그분이 한 가지 안타까워하는 게, 우리나라의 경우에 한국어 음성인식이 아직 잘 안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어떻습니까?

김정호 : 음성인식기술은 전 세계적으로 컴퓨터와 사람이 상호작용하는 데 굉장히 중요한 기술입니다. 국내는 실용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기술 제품은 아직 나와 있지 않습니다.

박인규 : 어떻습니까. 우리가 지금 IT강국이라고 자랑을 하고 새로운 IT제품이 나오면 우리나라가 테스터로 활용을 해보고 하는데, 장애인들을 위한 IT기술의 활용, 외국과 비교해보면 만족스럽습니까?

김정호 : 두 가지, 어두운 면과 밝은 면이 있는데요, 우리나라는 컴퓨터가 많이 보급돼 있고, 사람들이 디지털 콘텐츠들이 많기 때문에, 특히 시각 장애인이 IT를 활용할 여지는 굉장히 많습니다.

박인규 : 잠재적으로는 많다?

김정호 : 네, 잠재적인 건 굉장히 많고요. 그런데 실제적인 면에서는 시각 장애인이 많이 배제돼 있는 상태입니다. 예를 들어서 웹사이트 같은 경우에는 여전히 시각 장애인이 사용하기에는 불편하거나 또는 로그인이나 이런 거 자체를 하기 어려운 사이트도 굉장히 많고요.

박인규 : 시각 장애인들한테 프렌들리 하지 못하군요.

김정호 : 그리고 IT기술이 워낙 빨리 발전하고 있기 때문에, 특히 요즘은 데스크톱을 벗어나서 모바일 같은 쪽으로 확산되고 있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 있어서는 시각 장애인이 전혀 고려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워낙 속도가 빠르니까요.

박인규 : 하지만 지금 말씀하신 것처럼 우리나라가 워낙 IT강국이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시각 장애인을 비롯한 장애인들을 위한 기술이 개발될 수 있을 것 같아요.

김정호 : 충분히 가능해 보입니다.

박인규 : 그런 측면에서 앞으로 김정호 씨나 김정호 씨 회사에서도 하실 일이 많을 것 같은데, 앞으로의 계획, 못 다 하신 말씀 있으시면 마지막 정리의 말씀으로 부탁드립니다.

김정호 : IT는 저희들에게 분명한 기회고,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여러 가지 요소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희 회사에서 현재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은 모바일 환경에서 시각 장애인이 어떻게 IT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가 하는 부분. 그리고 요즘 부각되고 있는 IPTV 같은 미디어 환경, 그런 부분이 굉장히 중요하고요,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책입니다. 디지털 책을 어떻게 하면 시각 장애인들이 더 많이, 편리하게, 그러면서도 관련 이해 당사자들 간에 무리 없이 이용할 수 있는 기술들을 개발하는 게 현재 목표입니다.

박인규 : 최 영 씨의 사법시험 2차 합격으로 시각 장애인들도 비장애인 못지않게 정보화의 혜택을 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고요, 그 과정에서 김정호 씨가 계신 기업에서도 많은 역할 해주시기 바랍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김정호 : 고맙습니다.

박인규 : 박인규의 집중인터뷰, 오늘은 최근 사법고시를 합격한 최 영 씨를 위해 스크린리더를 개발한 시각장애인 김정호 씨와 함께 장애인들의 정보화 혜택을 위한 지원에 대해 얘기 나눴습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는 매주 월-금요일 오후 2시30분부터 3시까지 KBS 1라디오97.3MHz)에서 방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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