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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이면 흩어지고 흩어지면 다시 모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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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이면 흩어지고 흩어지면 다시 모이고

김태규 명리학 <359>

이 칼럼도 끝을 향해 가고 있다. 2001 년 겨울에 연재하기 시작했으니, 어느덧 蒼老(창로)한 빛이 감돌고 있음을 필자 스스로도 느낀다. 당초 360 회까지 쓸 작정이었지만, 아쉬운 마음도 있고 해서 특별 연재 5 회를 더 해서 365 회로서 완결을 지을 생각이다.
  
  지난 3월 중순경 '월동 서바이벌 키트'란 글을 통해 대출이 과다한 부동산은 정리하고 달러를 좀 사두는 것이 좋을 것이라는 말씀을 드렸다.
  
  달러가 지난 해 10월 말 900 원 밑으로까지 내리는 것을 보면서 미쳤구나 싶었다. 아울러 장차 달러가 무서운 기세로 오를 수도 있겠구나, 그러면 액수는 충분하지만 내용적으로는 빌려온 돈으로 유지되고 있는 외환보유고도 자칫 위험한 지경에까지 갈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좀 더 지켜보기로 했는데 금년 1월 22일, 달러가 오를 것이라는 징후가 명확하게 감지되었다.
  
  사무실 건너편의 은행을 찾아가서 달러를 매달 사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되냐고 물어보니 외화자유적립식 예금이라는 것이 있다고 했다. 담당 직원이 개설하는 데 한참을 걸리기에 왜 그러시냐고 물었더니 상품이 있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처음 계좌를 개설해본다는 것이었다.
  
  순간 달러가 오른다는 것이 확실하구나 싶었다. 상품이 생긴 지는 꽤 오래건만 처음 해본다는 것은 사물이 극점에 달하면 돌아온다는 이치, 즉 物極必反(물극필반)의 모습이었다.
  
  담당직원은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달러가 내림세인데 왜 사시려 하시는지요, 주식 펀드 가입이 더 유망한데요 하고 물어왔다. 필자는 그냥 싸니까 사두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라 답했다.
  
  다시 두 달이 지나 3월 7일이 되자 달러는 상승의 거센 시동을 걸었다. 그냥 있어서는 안 되겠다 싶어 주변 사람들에게 달러를 사두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권고했다. 또 월동 서바이벌 키트란 제목의 글을 준비했다.
  
  6월이 되자 상황은 더 악화되어갔고 미국 다우 지수가 11750 포인트를 위협받고 있었다. 만일 저 수치가 깨진다면 엄청난 붕괴국면이 있을 것이고 그러면 세계금융시장은 일대 혼란에 빠질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필자는 금년 초부터 11750 포인트를 마지노 선으로 잡고 이 선만 지켜낸다면 우리 증시도 1 년은 더 희망이 있다고 보고 있었다. 그러나 일단 경고는 해두는 것이 좋겠다 싶어 6월 18일자로 '이합집산'이란 제목의 글을 올렸다.
  
  하지만 그 11750 포인트는 6월 26일자로 붕괴되고 말았다. 그날 밤 지구 반대편에서 거대한 '물벽'이 생겨나는 것이 눈앞에 보이는 듯해서 뜬눈으로 아침을 맞이했다.
  
  그 날의 일진은 丁酉(정유)였다. 이제 거센 하락이 적어도 120 일간은 이어질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오늘은 10월 25일 토요일이고 어제 24일이 바로 정유일로서 120일이 지난 시점이었다. 금요일 증시는 25 년 증시를 해온 필자도 처음 보는 수직하락이었다.
  
  그 시각 필자는 반쯤은 화실이 되어버린 사무실에서 수묵화를 그리고 있었다.
  
  언덕에 선 세상을 등진 은사가 건너편 높은 바위산 중턱에서 떨어지는 폭포를 바라보는 광경이었다. 건너편 산과 이쪽의 언덕 사이에는 장대한 폭포의 물줄기가 만들어낸 안개가 장관을 이루는 그림이었다.
  
  한 시간 남짓 지나 붓을 놓고 제법 좋구나 싶어 감상하다가 컴퓨터가 있는 책상 앞으로 와서 증시 차트를 보니 필자가 그린 것보다 더 장대한 폭포가 일직선으로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飛流直下三千尺(비류직하삼천척)이라더니 차라리 아름답구나 싶었다.
  
  점점 기울기를 더하던 물줄기는 10월 14일이 지나자 飛瀑(비폭)이 되더니 불과 열흘 사이에 220 조원에 달하는 돈을 飛沫(비말)로서 虛空(허공)속에 소산시켜 버렸다. 겨우 열흘 사이에.
  
  그 폭포와 비말로서 사라져가는 것은 우리의 돈이고 욕망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자연의 경이로움이기도 했다.
  
  이제 丁酉(정유)일, 6월 26일의 정유일로부터 120일이 지났으니 여기서 더 내린다 해도 잠시, 증시는 반등할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비말이 순간 과해서 다시 물줄기로 환원되는 과정이고 시간이 지나면 다시 폭포로 그리고 비말로 소산될 것이다.
  
  어찌하여 이런 엄청난 하락이 있는 것일까?
  
  지난 23일이 霜降(상강)이고 올해가 우리 국운 60 년 주기상의 상강이니 겹치는 까닭이 아니겠는가. 상강이 무엇인가 하면 무서리내리는 계절이다. 그리고 금년으로서 미국이 겨울로 들어갔으니 미국발 한파가 전 세계를 덥치는 형국이라 하겠다.
  
  세계적으로 거의 모든 정부가 금융 부문에 돈을 쏟아 붓고 있다. 그 결과 세계적인 공황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앞뒤 가릴 것 없이 찍어내는 돈은 금융위기가 진정되면 다시 환수되어야 할 것이다.
  
  자금 환수가 본격화되는 시기는 2011 년 무렵이 될 것이다.
  
  돈을 환수한다는 것은 결국 디플레이션, 글로벌 거품이 글로벌 금융위기를 만들어내었고 이는 이윽고 글로벌 디플레이션을 만들어낼 것이다.
  
  수출비중이 큰 우리에게 가장 무서운 것은 금융위기가 아니라 글로벌 디플레이션일 것이고, 그 디플레이션은 10 년 이상 한 없이 지루하게 이어져갈 것이다.
  
  다시 얘기지만 우리 국운은 겨울 입구인 立冬(입동) 직전에 와 있다.
  
  우리의 절반인 북한은 1948 년 9월에 성립되었으니 금년 9월로서 사실상 수명이 끝이 났다.
  
  김일성은 권력을 겨우 자식에게 넘겨야했다. 그만큼 체제가 불안하고 여러 사정이 어려웠으리라. 그것은 단순히 한 개인의 권력욕이나 욕심만은 아니었으리라.
  
  부친으로부터 힘겨운 유업을 물려받은 김정일은 정말이지 살아남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쓰러졌고 최근에는 사망설까지 나돌고 있다.
  
  생사여부를 떠나 김정일은 이미 죽은 거나 진배없다. 정신이 멀쩡하다 해도 나라가 아수라장이 되지 않도록 두 눈을 부릅뜨고 있는 정도가 고작일 것이다. 남은 것은 어차피 해체수순인 것이다.
  
  일요일 저녁이다.
  
  밤늦게 공원을 거닐었다.
  
  저번에 산책했을 때는 가을 가뭄으로 대기는 건조하고 시든 낙엽 위로 먼지만 켜켜하더니, 며칠 이어진 비에 발밑의 흙은 폭신하고 시든 잎사귀들도 정갈하다.
  
  비를 맞아 거죽에 다시 윤이 오른 버드나무가 생각에 잠긴 듯 했다. 저편 회화나무도 뭔가 골똘히 생각에 빠져있었다. 나무들은 겨울을 앞두고 깊은 생각 속으로 침잠해들고 있었다.
  
  생각에 잠긴 나무들 사이로 거니는 필자도 생각에 빠져있었기에 서로 간에 아무런 대화도 없었다. 고양이 울음소리에 각성되어 하늘을 보니 구름 사이로 삐져나온 저녁별 하나가 그저 초롱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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