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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 운명 건 한 판이 시작됐다"

[분석] 힘 모으는 시민사회 vs '칼날' 이명박 정부

25일은 전국언론노조 YTN 지부(위원장 노종면)가 구본홍 사장 출근 저지 투쟁을 벌인 지 꼭 100일째 되는 날이다. 구본홍 사장 내정설이 거론되던 4월부터 헤아리면 200일에 가까운 기간 동안 YTN 조합원은 '낙하산' 구본홍 사장을 상대로 힘겨운 싸움을 이어왔다.

이 기간동안 YTN 노조는 사회 각계각층에서 찬사가 이어질 정도로 그야말로 '멋진' 투쟁을 벌여왔다. '낙하산 사장은 안 된다'는 YTN 조합원의 일치된 상식과 연대를 바탕으로 YTN 노조 집행부는 탁월한 전략을 구사하며 'YTN 사태' 의제를 선점했다. 그 결과 YTN 노조는 출근 저지 투쟁은 물론 업무 지시 거부, 공정 방송 사수 리본 착용, '블랙 투쟁' 등으로 이어진 일련의 투쟁에서 늘 구본홍 사장을 압도했다.

그러나 100일간 변변한 출근 한 번 못하면서 대량 해고라는 무리수를 둔 구본홍 사장의 행보에서 알 수 있듯이 'YTN 사태에서 물러서지 않겠다'는 이명박 정부의 의지도 만만치 않다. 또 최근엔 정부 역시 압박의 수위를 높여가는 중이다.

그간의 'YTN 투쟁'이 다분히 '구본홍 사장 대 YTN 노조'의 대립구도로 이어져왔다면 100일을 기점으로 시민사회와 이명박 정부가 각기 힘을 결집해 '이명박 정부 대 민주적 시민사회', '민주주의 대 반 민주주의'의 구도로 옮겨가는 흐름인 것.

언론인 시국선언 7847명 동참, 언론노조 파업 가결

시민사회는 '구본홍 출근 저지 투쟁 100일 문화제'가 열린 24일을 'YTN의 날'이라고 부르며 투쟁을 본격화하고 있다. 이날 서울 남대문로 YTN 사옥 앞에서는 140개 언론사 전·현직 언론인 7847명이 시국 선언문을 발표했다.

언론인이 시국 선언문을 발표하는 것은 1980년대 군부독재 이후 초유의 일이며, 서명운동에 이렇게 많은 수의 언론인이 동참한 것 역시 초유의 일이다. 이들은 결의문에서 "우리는 거짓이 진실을 내몰고 불의가 정의를 짓밟는 정치권력의 폭압적 행태로 위기에 처한 국민주권과 언론자유를 지키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다"면서 "우리는 이명박 정권의 국민주권 유린과 언론자유 탄압에 맞서 끝까지 투쟁할 것을 결의한다"고 선언했다.

지난 21일부터 23일까지 전국언론노조가 실시한 '언론장악저지·방송독립과 공공성사수·YTN 사수를 위한 총파업 찬반투표'는 투표율 84%에 찬성률 82%로 압도적인 비율로 가결됐다. 언론노조는 총파업 돌입의 시기와 방법은 최상재 언론노조 위원장에 일임하기로 했다. 최상재 위원장은 "YTN에 경찰이 진입하거나 국회나 방송통신위원회가 방송법 시행령을 의결하거나 신문방송 겸영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일 경우 파업에 돌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 국민주권 언론자유 수호 언론인 시국선언'에 참석한 언론인들. ⓒ프레시안

칼날 숨긴 이명박 정부…심상치 않다

구본홍 사장 반대 투쟁이 장기화되는 만큼 이명박 정부의 압박 수위도 높아지고 있다. 이명박 정부로서도 100일이 넘는 기간동안 '낙하산 사장 논란', '언론 장악 논란'이 장기화되는 것은 큰 부담이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의 조급증을 보여주는 것이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의 'YTN 포기' 발언. 신재민 차관은 이날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국정 감사에 출석해 'YTN 포기 발언이 사실이냐'는 질문에 "부인하지 않겠다"며 시인하기도 했다. 이는 오는 12월 YTN이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 재승인 심사를 앞두고 있음을 겨냥해 'YTN 폐지'까지 들며 노조를 공개적으로 압박하는 것.

실제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위원장 박명진)는 YTN <뉴스의현장> 생방송 중 YTN 노조가 '낙하산 사장 반대' 손 팻말 시위를 노출 시킨 것을 두고 '의견 진술'을 결정해 이명박 정부의 'YTN 압박'에 보조를 같이 하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의 문제점을 지적한 <PD수첩>에 '시청자 사과' 결정을 내리고 '조·중·동 광고주 압박 운동' 게시물 삭제 결정을 내린 이전 행보를 미루어 볼 때 이번에도 방통심의위는 YTN 재승인 심사에 감점 요인이 될 '주의' 이상의 결과를 내놓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일고 있다.

'YTN 민영화' 역시 여전히 살아있는 카드다.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는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이 통과되면 YTN과 같은 보도전문채널에 참여할 수 있는 대기업 자산 규모 기준이 현행 3조 원 미만에서 10조 원 미만으로 확대된다. 신재민 차관 등이 YTN 민영화 가능성을 언급한 이후 YTN 주가가 급등한 것으로도 나타나듯 YTN을 주시하는 기업이 많다는 분석도 있다. 일각에서는 조·중·동 등의 보수 신문사가 YTN 인수를 계획하고 있으며 이들 중 일부는 10조 원 미만 기업과의 컨소시엄 구성을 추진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전면전에는 전면전으로 대항해야죠"

이런 사정 탓에 지금의 YTN 사태는 MBC 노조가 '공정 방송 쟁취'를 위한 50일 파업을 벌였던 1992년과 비교했을 때, 훨씬 더 어려운 상황이라는 냉정한 분석도 나온다.

새언론포럼의 최용익 회장은 "해고 사태가 일어난 원인을 두고 볼 때 1992년에도 물론 정치권 등 바깥의 압력이 있었겠지만 일단 경영진을 대상으로 하는 사내 갈등의 성격이 컸다"며 "그러나 이번은 정권이 언론을 장악하기 위한 조직적인 해임라는 점에서 1980년대 전두환 정권에 의한 언론인 강제 해직과 유사한 측면이 크다"고 말했다.

정동익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 위원장도 "33년 전 동아투위 사태와 똑같이 진행되는 것 같다. 단순한 회사 내부 문제로 인한 해직이 아니라 이명박 정권의 언론 장악 시나리오 중 생긴 일 아니냐"고 했다.

이들은 모두 동아투위 당시보다 높은 국민적 관심이 희망의 보루라고 강조했다. 정동익 위원장은 "그간 YTN 노조가 싸우는 모습을 보니 언론자유는 결코 무너지지 않으리라는 희망을 봤다"며 "앞으로 다시 촛불이 전국적으로 일어날 것이다. 이명박 정부에게 국민이 얼마나 무서운 존재인지를 보여줘야 한다"고 했다. 최용익 회장 역시 "YTN 사태에 국민들의 관심을 얼마나 이끌어낼 수 있는가가 가장 핵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했다.

결국 앞으로의 'YTN 사태'는 시민사회 전체의 투쟁으로 확산될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는 것. 이는 'KBS 사태'를 거치며 제각기 분열된 언론운동 진영이 YTN 투쟁을 계기로 재결합할 수 있느냐의 문제이기도 하다.

이날 YTN 사옥 앞에서 열린 집회에 참석한 한 30대 남성은 "결국 답은 간단한 것 아니겠느냐"며 "YTN 사태를 YTN 조합원들에게만 맡겨둘 것인가, 아니면 시민들이 나서서 YTN을 지켜낼 것이냐의 문제"라고 답했다. 그는 "아무래도 지난 미국산 쇠고기 사태 때보다는 여론의 관심이 덜한 것 같지만 이명박 정부가 전면전을 벌이려 한다면 시민들도 역시 '전면전'으로 맞서는 수밖에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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