公은 지금 아래가 厶(사)로 돼 있어 엉뚱한 해석들이 많다. 사적인 것(厶)을 공평하게 나눈다(八)거나, 사사로움(厶)과 반대(八)되는 것을 나타냈다는 식의 얘기들이다. <한비자>라는 책에 나오는 설명을 끌어오거나 약간 변형시킨 것이다.
문제는 우선 厶를 '사사롭다'의 뜻으로 해석하는 데서부터 생긴다. '사사롭다'는 私(사)에 붙은 뜻을 厶로 연결시킨 과잉해석으로 보인다. 厶가 匕(비)나 더 나아가 丂(고)=下(하) 같은 글자에서 갈라져 나왔다면 허구의 글자인 셈인데, 私의 모태라 생각하고 그 의미를 갖다 붙인 것이겠다.
또 하나의 문제는 公의 아랫부분이 본래 厶가 아니라는 점이다. 厶가 된 것은 소전체 이후의 일이고, <그림 1> 같은 옛 모습을 보면 시종일관 '八+口' 형태다. 㕣과 같은 글자인 것이다. 사실 公은 옛날에 㕣 형태로도 많아 썼고 이 글자가 들어간 합성자에서 자주 '호환'된다. <그림 2> 같은 모습도 가끔 있는데, 이는 㕣=台(태)=旨(지)라고 할 경우 旨의 아랫부분을 연상시킨다.
그렇다면 公=㕣일 수 있다. 발음도 그리 멀지 않다. 公 계통의 松(송)은 㕣 계통의 船(선)과, 翁(옹)은 沿(연)·鉛(연)과 가깝다. 公이 台=旨의 변형일 가능성이 생기는 것이다. 다만 公·台·旨의 의미가 쉽게 연결되지 않아 망설여진다.
망설여지는 또 한 가지 이유는 公=㕣의 경우 아래 口 부분을 발음으로 볼 수도 있다는 점이다. '큰입구'가 圍(위)나 國(국)의 본래자가 아니라 城(성)의 본래 글자여서 '성/정' 발음으로 봐야 한다는 얘기를 한 적이 있는데, 그 발음과 연결시킬 수가 있는 것이다. 그 경우 八이 '나누다'라는 뜻의 의미 요소가 될 수 있다. 지금으로서는 두 가지 모두 일리가 있는 얘기라고 넘어가는 수밖에 없겠다.
公과 연관이 있지 않을까 싶은 글자가 또 있다. 肱(굉)·宏(굉)·雄(웅)에는 위치는 조금씩 다르지만 같은 요소가 들어 있다. 厷(굉)이다. 肱은 '팔뚝'이니 月=肉(육)이 의미 요소, 宏은 '집이 넓다'로 보아 宀(면)이 의미 요소, 雄은 '새의 수컷'이니 隹(추)가 의미 요소다. 厷이 발음기호임은 이들 글자의 발음이 비슷하다는 사실에서 바로 인식할 수 있다.
그런데 이 厷이 公과 비슷한 발음에 비슷한 모양임이 눈에 띈다. 발음은 모음이 약간 변한 정도고, 모양은 윗부분 八이 又(우)나 그 변형인 ナ 정도로 변했을 뿐이다. 모두 두 획을 약간 다른 모습으로 정리한 것인데, 초기 한자에서 이 정도의 차이로 별개의 글자가 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또 公의 아랫부분이 본래 口였는데, <그림 3> 같은 肱의 옛 모습을 비롯해서 이 글자가 들어간 글자들의 옛 모습을 보면 아랫부분이 口인 경우가 많다. 따라서 이를 '손'인 又와 厶(또는 乙의 변형)로 보고 여러 가지로 설명해 보려는 노력들은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 厷=公으로 봐야겠다.
여기서 <그림 4>를 보자. 왼쪽은 人과도 비슷하지만 '활'인 弓(궁)도 이와 비슷한 모양이다. 오른쪽은 여기서 나온 厷이다. 厶 부분이 口로 돼 있는 <그림 5>를 보면 더욱 분명하다. 그렇다면 <그림 4, 5>는 '弓+厷'의 글자다.
그런데 이는 弘(홍)의 옛 모습이다. 물론 弘의 옛 모습 가운데는 오른쪽이 厶 또는 口로 돼 있는 경우도 많지만, <
그림 4, 5> 같은 모습이 섞여 있다면 弘의 지금 모습은 오른쪽 위의 ナ=又가 생략된 형태로 볼 수 있다. 발음도 비슷하니, 弘은 '弓+厷'의 형성자가 변한 것으로 볼 수 있다. 弓이 '활'이니 '큰 활' 정도의 뜻이었을까?
孔(공)은 <그림 6> 같은 옛 모습을 놓고 아이가 젖을 빠는 모습이라는 식으로 설명되고 있는 글자다. 그런데 왼쪽의 子(자) 부분은 <그림 6>보다는 지금의 子자를 놓고 보면 <그림 3, 4>의 왼쪽과 연결시킬 수 있다. 오른쪽은 弘의 소전체인 <그림 7>만 봐도 厶의 변형일 수 있음이 인정된다. <그림 6>처럼 厶 부분이 희미해진 것도 있지만, 대부분은 厶 또는 <그림 7>의 오른쪽처럼 분명히 별개의 요소다.
결국 孔은 弘의 다른 모습인 것이다. 발음이 弘이나 厷보다도 오히려 그 본래 모습인 公과 똑같아졌다. 孔과 弘에는 '크다'라는 공통의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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