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至(지)/兌(태)/台(태)/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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至(지)/兌(태)/台(태)/旨(지)

[한자가 그렇게 만들어졌다고?] <84>

우선 <그림 1>부터 보자. 묘한 그림이다. 至(지)의 옛 모습인데, 전에는 새가 땅에 내려와 앉는 모습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런 갑골문 발견 이후 이번엔 화살이 날아와 땅에 거꾸로 꽂힌 모습이라는 설명으로 바뀌었다. <그림 2>가 '화살'인 矢(시)의 옛 모습이니 '화살' 부분만 놓고 보면 그럴듯한 얘기다.

그러나 어느 설명이든 장면상형이긴 마찬가지다. <그림 3>과 같은 모습도 있음을 유의해 두고 다른 글자부터 살펴보자.

이 <그림 3>의 윗부분은 지금 兌(태)의 윗부분을 떠올리게 한다. 說(설)·悅(열)·稅(세)·銳(예)·脫(탈) 등 여러 글자에서 볼 수 있는 兌는 옛 모습이 <그림 4>와 같아서 지금 모습과 큰 차이가 없다. 그 위쪽의 八처럼 생긴 부분은 이렇게 아래를 벌린 모습의 활자가 대부분이지만 손으로 쓸 때는 아래를 모아 쓰기도 한다. <그림 3>의 윗부분이 그런 형태다.

兌는 八과 兄(형), 㕣(연)과 儿=人(인), 八과 口(구)와 儿 등 여러 가지로 분해가 가능하지만 속 시원한 설명은 없다. 더구나 '기쁘다' 같은 추상적인 의미여서 해석들이 매우 조악하고, 심지어 이를 상형으로까지 설명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 글자의 발음 '태'는 台(태)와 일치한다. 兌의 윗부분 㕣에서 八 부분을 빨리 쓰거나 台의 윗부분 厶(사)가 잘못 전해져 八 형태로 변했을 가능성은 충분하다. 그렇다면 兌는 다른 가능성들보다는 '台+人'의 형성자일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물론 兌의 의미에서 人과의 연관을 찾기는 어려워 본뜻을 짐작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台는 <그림 5> 같은 전형적인 모습에서 그다지 변화가 없다. 역시 '기쁘다' 같은 의미 언저리를 맴돌며 설명을 해내려 하고 있지만 뜬구름 잡는 얘기들뿐이다. 이 글자는 旨(지)와 같은 글자에서 갈라선 듯하고, 그리로 가봐야 글자의 유래가 명확해질 듯하다.

旨는 지금 아랫부분이 日(일) 또는 曰(왈)처럼 돼 있지만 <그림 6>을 보면 口다. 이 모습이 예외적인 것이 아니고 오히려 더 많다. 나중에 글자가 전승되면서 획이 하나 더 들어가 지금 모습이 됐다고 봐야겠다. 윗부분은 人 또는 匕(비) 비슷한 모습인데 전에 匕=厶의 가능성을 봤음을 생각하면 旨와 台가 결코 다른 모습이 아니었음을 이해할 수 있다.

한 가지 해결해야 할 점은 발음이다. '지'와 '태'가 그리 가까워 보이는 발음은 아니지만, 台의 발음을 이어받았다고 봐야 할 治(치)의 발음이 旨와 비슷함을 생각하면 바로 풀릴 수 있는 의문이다. 旨 계통 詣(예)와 台 계통 怡(이)·冶(야)도 비슷하다. 詣의 현대 중국말 발음은 '이'고, 冶는 오히려 '예'다.

旨를 숟가락과 그릇의 상형으로 보거나 그 아랫부분이 甘(감)의 변형이라 해서 '맛있다'라는 뜻과 연결시키는 것은 억지다. 旨·台 계통의 글자들이나 兌 계통 글자들, 더 나아가 匕·厶와 같은 글자라고 했던 丂(고) 등 여러 글자의 발음 범위를 보면 旨=台에서의 匕=厶는 발음기호로 볼 수 있다. 즉 匕=厶가 발음, 口가 의미인 형성자가 된다. 台 계통에서 나온 '기쁘다'라는 의미는 旨의 '맛있다'와 연결시킬 수 있다.

이제 맨 먼저 거론했던 至로 돌아가 보자. 모양은 <그림 3>을 통해 兌와 윗부분, 곧 㕣으로 정리된 부분이 공통임을 보았다. 이 㕣 부분은 台의 변형이었다. 아랫부분은 역시 <그림 3>을 보면 土(토)다. 台 부분이 발음, 土 부분이 의미인 형성자 가능성이 생긴다. '땅끝' 정도의 의미였을 수 있다.

발음이 조금 멀다고? 이 문제는 이미 살펴봤다. 台와 같은 글자였던 것으로 보이는 旨의 발음과 至의 발음이 일치한다. 至는 새가 거꾸로 꽂힌 모습의 상형이 아니라 두 부분으로 이루어진 형성자다.

한편 兌의 윗부분인 㕣은 지금 쓰이지 않지만 沿(연)·鉛(연)·船(선) 등의 발음기호로 낯이 익다. 글자 모양만으로 보자면 㕣 역시 台=旨의 이체자일 가능성이 있겠는데, 다른 보조적인 증거들이 부족해 단언하기는 어렵다. 일단 '연' 발음은 兌 계통 悅의 '열'과 거의 비슷해 연관성을 인정할 만하다. 옛 발음에서 ㄴ/ㄹ 받침은 비교적 가까운 사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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