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가 이명박 대통령의 정례 라디오 연설을 격주로 편성해 방송하기로 해 파문이 일고 있다. 특히 KBS 경영진은 'KBS의 독자적인 편성과 제작' 등을 강조하고 있으나 정작 청와대가 일방적으로 정한 날짜인 11월 3일부터 정례 방송을 시작하기로 해 일선 PD들의 반발이 일고 있다.
KBS는 "국정 책임자가 각종 현안에 대해 국민에게 소상히 알리는 것은 정보로서의 가치가 충분하고 국가 기간방송에서 이를 독자적으로 판단해 편성하는 것은 의미가 있다는 결론을 내리고 대통령 주례 방송의 격주 정기편성을 최종 결정했다"고 밝혔다.
KBS는 "지난 21일 청와대가 대통령 주례방송 편성 문제에 대한 협의 요청을 해옴에 따라 청와대 관계자와 회동했다"며 청와대와의 회동 사실도 밝혔다. 이날 회동에는 청와대 박선규 언론2비서관과 서기철 KBS라디오편성제작팀장 등이 참석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KBS는 "KBS는 이 자리에서 지난 13일 대통령 연설 방송에 대해 일부 절차상의 문제를 제기했고 청와대는 이에 유감을 표명했다"면서 "아울러 KBS는 대통령 연설 방송은 KBS가 제작과 편성을 독자적이고 중립적으로 제작해야한다는 점을 강조했고 청와대가 이에 동의했다"고 말했다.
KBS는 "KBS가 중계차를 이용해 직접 녹음, 제작할 방침"이라며 또 "반론에 관한 문제도 KBS가 관장하고 독자적으로 판단해 결정할 방침"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러한 공언과 달리 KBS는 청와대가 이미 다음 정례방송 날짜로 언론에 밝힌 11월 3일 첫 방송을 하기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22일 오후 열린 노조와의 공정방송위원회에서도 11월 3일에 첫 방송을 내보내는 문제에 대한 격렬한 논쟁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 측은 "시일을 일단 연기하고 백지상태에서 추진하라"고 촉구했으나 회사는 유보적인 입장만을 밝히다 결국 11월 3일 시작으로 발표했다.
이날 공방위에 참석했던 정일서 KBS 노조 중앙위원(라디오본부)는 "청와대의 유감표명은 받아들이지만 11월 3일에 시작하기로 결정하는 것은 유감스럽다"며 "11월 3일은 이미 청와대가 정례방송을 시작하겠다고 언론에 밝힌 날짜고 그대로 시작하는 것은 KBS가 청와대에 일방적으로 맞춰가는 것으로 보일 수 있지 않느냐"고 비판했다.
KBS 라디오 PD들은 23일 오후 라디오본부 PD총회를 열어 대응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KBS 라디오 PD들은 지난 17일 라디오PD 위원회를 열고 청와대의 사과와 편성, 제작 자율권이 보장되지 않는 한 정례화 논의는 불가하다는 원칙을 정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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