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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에게서 슬픔과 아픔만 떠올리는 건 편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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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장애인에게서 슬픔과 아픔만 떠올리는 건 편견"

박인규의 집중인터뷰[10/21] '장애인올림픽 사진전' 여는 사진작가 조세현 씨

안녕하십니까, 박인귭니다. 때로는 한 장의 사진이 그 어떤 말보다도 많은 메시지와 의미를 전하는데요. 우리에게 인물 사진으로 잘 알려진 사진작가 조세현 씨가 2008 베이징 장애인 올림픽에서 장애를 딛고 투혼을 보여준 선수들의 경기장면을 카메라에 담아 전시회를 열고 있습니다. 오늘 박인규의 집중인터뷰에서는 사진작가 조세현 씨를 초대해 카메라에 담은 베이징 장애인 올림픽 그 감동의 순간과 사진을 통한 장애인과 우리 사회의 소통에 대해 얘기 나눠봅니다.

오늘 박인규가 주목한 이 사람은 사진작가 조세현씹니다. 조세현 작가는 1981년 중앙대 사진학과를 졸업했고 1988년부터 경일대와 상명대, 그리고 중앙대 등에서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잡지 '주부생활' 사진기자를 거쳐 1993년부터 프리랜서 사진작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입양 홍보 '천사들의 편지' 전시회를 6년 째 하고 있으며매년 월드비전과 기아 아동 홍보 차 아프리카와 북한 등을 방문해 사진 작업을 해오고 있습니다. 장애인 선수 홍보 - 달력 제작과 서대문구 증산동 '성 바오로 학교' 성인 정신지체인 촬영을 계속해오고 있으며 2006년 러시아 국립 박물관 '에르미타쥐'에서 초대 사진전인 한복 사진전-'바람의 소리'를 열었습니다. 현재 서울 로댕 갤러리에서 2008 베이징 장애인올림픽사진전인 '나의 꿈, 스포츠' 전을 열고 있습니다.

박인규 : 안녕하십니까?

조세현 : 네, 안녕하십니까?

박인규 : 바쁘신데 나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조세현 : 네.

▲ ⓒ프레시안

박인규 :
좀 늦었지만 축하드립니다. 그 로댕 갤러리에서 15일부터 '나의 꿈, 스포츠'라는 전시회를 열고 있는데요? 본인이 찍은 거지만 다시 이렇게 쭉 사진을 보시면 어떤 느낌이 드십니까?

조세현 : 뭐, 아무래도 좋은 사진에 대해서는 좀 자랑스럽고요, 스스로. 또 다 좋은 건 아니니까 당시 부족했던 이런 거에 대해서는 반성도 하고. 찍힌 선수한텐 좀 미안하기도 하고 그럽니다.

박인규 : 22일까지 전시회를 한다고 들었는데요. 관람객들이 많으셨나요?

조세현 : 예, 많은 관심들을 가져주시고. 점점 이렇게 우리 장애인 선수들이나 이런 쪽에 관심이 일반 시민들도 많은 것 같은 걸 느껴요.

박인규 : 혹시 오신 분들이 그 사진 전시회를 보시고 어떤 반응을 주로 보이던가요?

조세현 : 뭐, 제가 가장 물론 듣고 싶었던 것이기도 하지만 장애와 비 장애를 거의 느낄 수 없다는 거 그런 얘기를 많이 하시고. 그 다음에 자연스럽고 아름답다. 또 하나는 아주 특이한건 데 어떤 분이 방명록에 적은 글이었는데 그런 말씀을 하시드라고요. 전혀 슬픔과 아픔이나 고통이 없네요. 물론 그 분이 전혀 엉뚱한 저하곤 다른 생각을 가지고 오셨는지는 모르겠는데 이 사진에서는 따뜻함과 자연스러움과 뭐 이런 게 있다. 이렇게 했을 때 참 제가 그 때 좋은 어떤 느낌을 받았습니다.

박인규 : 저희도 저희 프로그램에서 장애인 분들하고 많은 인터뷰를 해봤는데 장애인을 보살핌의 대상이나 동정의 대상으로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런 말씀을 많이 하시거든요. 뭔가 약한 약자다. 이렇게 생각하는데 그런 것들이 아니다. 라는 그런 말씀이신 것 같아요.

조세현 : 예, 지금 박 선생님 말씀대로 당연한 얘기죠. 같이 선수들하고 혹은 그 장애인들과 한 일주일만 같이 생활하면 그런 생각은 전혀 아마. 예, 뭐 장애, 비 장애 뭐 어떤 특별하게 거리감 내지 선입관 이런 것은 잘못된 생각 같습니다. 제 생각엔.

박인규 : 조세현 작가 하면 국내 유명 연예인들 사진을 다 찍은 작가로 특히 유명한데. 이번 장애인 올림픽에서 공식 사진작가로 활동하셨다 그래요? 어떻게 해서 이런 장애인 행사, 장애인과 인연을 맺게 되신 겁니까?

조세현 : 예, 그게 계기가 작년 11월에 한국에서 IPC 총회가 열렸습니다.

박인규 : IPC 란 게 국제 장애인 올림픽 위원회!

조세현 : 네. IOC에 거의 버금가는 그런 큰 조직인데. 그 때 그 행사의 하나로 제 사진전, 장애인 선수들 사진전이 그 행사장에 부스를 만들어서 했는데 거기에 IPC 회장이신 클라이번, 영국 분이신데 그 회장님하고 임원들이 보시고 굉장히 감동을 받으셨나 봐요. 제 그 당시에 그 자리에 있었는데 즉석에서 아니, 내년에 올림픽에 와서 사진 촬영하면 어떻겠냐고 그런 제안을 하셨는데. 뭐 당연히 제가 좋다고 해서 그렇게 이루어진 겁니다.

박인규 : 국제 장애인 올림픽위원회의 공식 초청을 받아서 현장 가서 찍으신 거로군요.

조세현 : 네.

박인규 : 스포츠 사진을 많이 찍으셨는지 어떠신지 모르겠습니다만 이번 장애인 올림픽에서는 주로 어디에 초점을 맞춰서 찍으신 겁니까, 사진을?

조세현 : 사실, 스포츠 사진 자체가 저는 처음이었고요. 그래서 갈 때, 준비할 때부터 스포츠라는 개념은 사실 저는 갖고 있지 않고 일부러 사람을 찍어야 되겠다. 우리 선수들의 얼굴을 찍어야 되겠다. 이런 생각을 갖고 갔었고. 그래서 더러는 어떤 드라마틱하다고 얘기해야하나요? 막 극적인 상황은 제 사진에서는 조금 부족한 건 있는데 반면 이 기회에 좀 홍보를 하자면 선수들 표정에서 진지함이나 어떤 좀 이런 것들이 보이지 않을까, 예, 이런 생각을 합니다.

박인규 : 보통 우리가 스포츠 사진 그러면 골이 들어간 장면이라든가, 승리의 환호 뭐 이런 건데. 그것과는 좀 약간 개념이 다른 거로군요?

조세현 : 네, 그렇습니다. 전혀 그런 사진이 없는 건 아닌데. 그래도 너무 그 쪽에 치우치지 않고. 제가 그냥 선수들 일상적인 것이나, 약간 이야기가 있는 사진이라고 해야 되나요? 대표적으로 지금 보여드리지 못해서 좀 뭐 한데 선수들이 기도하는 장면, 특히 뭐 이런 모습들을 제가 좀 캐치해서 전시를 했는데.

박인규 : 작년 IPC 때도 장애인 관련 사진을 전시를 하셨고 그 사진을 이번에 중국 가서도 전시를 하신 걸로 알고 있는데 중국 현지에서 반응은 어땠습니까?

조세현 : 저희가 유일하게 한국 어떤 선수촌에서 사진전이 있었습니다. 다른 나라엔 없었고. 저희가 올 해 또 처음으로 코리아하우스라고 한국관을 만들어서 한국 장애인 스포츠를 홍보하는 그런 계기로 삼았는데. 외국인들이 와서 관람을 하죠. 외국 선수들도 그렇고 굉장히 어쨌든 부러워하기도 하고. 또 뭐 자신감도 많이 갖고. 굉장히 반응이 좋았던 것 같습니다.

박인규 : 이번에 베이징 장애인 올림픽에 IPC에 초청을 받아서 공식 작가로 활동을 하셨는데 그 계기가 작년에 서울에서 전시한 장애인에 관한 사진이에요. 그렇다고 보면 조세현 작가께서 장애인 관련 사진을 찍으신 건 훨씬 오래됐다고 보여 지는데 언제부터 이렇게 하시게 된 겁니까?

조세현 : 어……. 이 스포츠 장애인은 한 3년째 지금 됐지만 최초에 2000년부터 제가 계기가 있어 가지고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박인규 : 아까도 잠깐 말씀드렸습니다만 국내 유명 연예인들 사진을 잘 찍으시는 걸로 소문이 나신 분인데 장애인 관련 사진과 인연을 맺게 된 구체적인 계기가 있으셨나요?

조세현 : 그게, 사실 저도 이런 일이 일어날 걸로 그 전엔 물론 몰랐고요. 그런데 방송을 통해 말씀 드리자면 그 당시 2000년에 경상북도 우곡면이라고 아주 지도에 찾아도 잘 나오지 않는 외진 곳인데. 거기에 가톨릭에서 하는 지체 부자유인들 시설이 있었습니다. 거기에 관리를 하고 계시는 담당 신부님이 사실은 저의 외삼촌이세요. 친 외삼촌. 하하. 그런데 외삼촌이 저한테 '네가 사람 사진도 잘 찍고 하는데 한 번 와서 여기 시설에 있는 사람들 한 번 인물사진을 좀 네가 찍어서 만들어 주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했는데. 저한테는 어쨌든 새로운 세계였고. 그런데 이상하게 거기에 당연하게 제가 가보겠다고 했고. 그런데 그게 저한테 아마 제 인생에서 굉장히 중요한 계기였던 것 같아요. 그 때 1박 2일로 같이 있었는데. 같이 생활을 했었거든요. 짧지만은. 그러면서 그 신부님이 저한테 아주 말씀을 많이 해주셨어요. 뭐 이렇게 선물이나 돈을 주는 게 아니라 같이 생활하고 놀아주고 그런 게 참 중요할거다. 이런 거. 더 중요했던 건 그 당시엔 다 필름 카메라였죠. 디지털이 없을 때니까. 암실에서 사진을 프린트를 하는데 사진에서 빛이 나더라고요. 그 사람들 사진에서. 물론 그전에 찍었던 유명인이나 스타들한테서도 제가 그런 것을 느꼈지만.

박인규 : 빛이 난다는 느낌을 받으셨다는 거죠?

조세현 : 예, 깜짝 놀랐어요. 좀 부끄러운 얘기지만 그 이후에도 제가 먼저 나서서 찍어야겠다고 해 본 적은 없고 이상하게 그 때부터 그런 의뢰가 많이 들어오게 됐습니다. 뭐, 월드비전이나 혹은 여러 가지 입양 관련기관 그 다음에 또 다른 정신지체 어떤 시설 이런데서. 그런데 그 때마다 제가 시간이 허락하면 했거든요. 열심히. 그런데 그게 지금 오늘 우리 장애인 스포츠 선수들 사진까지 연결되지 않았나. 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박인규 : 저는 이게 비장애인의 편견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지체장애인이나 이런 분들이 자기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안 그러신가 보죠?

조세현 : 아니죠. 굉장히 좋아합니다. 좋아하고. 그리고 여러 가지 에피소드가 굉장히 많은데 사실은. 심지어 에피소드 중에 하나는 시각장애인들도 많이 있잖아요.

박인규 : 못 보시잖아요?

조세현 : 그러니까요. 그 분들도 제 카메라 앞에 서서 저한테 부탁하는 게 "선생님, 잘 찍어주세요!" 그래요.

박인규 : 아, 그렇습니까?

조세현 : 네, 근데 더 이상 제가 제 느낌을 말할 순 없는데. 정말로 제가 비장한 마음으로 찍어야 되죠. 정말 잘 찍어야 될 걸로 생각해요. 그래서 발표는 많이 했었고. 아마 우리 시각장애인 선수들이나 혹은 시각장애인 조차도 자기 모습에 대한 어떤 상상, 예쁘게 나와야 되겠다. 이런 걸 느낄 때 제가 사진가로써 앞으로 한계나 해야 될 일이 뭘까 이런 걸 많이 생각하게 만드는 것 같아요.

박인규 : 장애인이고 비장애인이고 간에 자기 모습을 자기가 보고 싶은 어떤 욕망 같은 게 있는 모양이죠?

조세현 : 어……. 지금 사실은 이 자리에서 저는 사실 그런 얘기까지 좀……. 제 생각하고 너무 다르기 때문에 그런 부분들이. 그런데 왜냐면 장애인 비장애인 사진의 모습이라는 게 사실은 자연스럽고 아무 비교할 이유조차 없는 부분이거든요. 잘 나오고 멋있게 나오면 되고. 지금 로댕 갤러리에 한 번 오셔서 보시면 좋은 게 전시하고 있는 한 쪽 코너가 어떤 사진이냐면, 사람 거의 실물 크기로 해가지고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섞어 놓은 사진이 있어요. 한 쪽 벽인 13미터를 돌아가면서. 그러니까 하나도 뭐, 누가 장애인인지 누가 비장애인인지. 물론 휠체어를 타고 있으면 아, 저게 장애인처럼 보이겠지만. 또 자세히 보면 그 휠체어가 마치 패션 같아요. 왜 우리 멋진 핸드백을 든 것처럼. 멋진 액세서리처럼 보이기도 하고. 제가 너무 뭐 모르겠습니다. 앞서 가는 건지 모르겠는데. 각자들한테 마치 멋 내기 위한 도구가 아니냐할 정도로 오히려 멋있어 보여요. 몇몇 선수들한테는.

박인규 : 그 장애인 사진을 찍으시면서도 특히 스포츠 관련 사진을 많이 찍으셨어요. 이번 전시회 주제도 '스포츠, 나의 꿈' 장애인들에게 스포츠란 게 어떤 특별한 의미가 있습니까?

조세현 : 그렇죠. 아무래도 사실 장애인의 한 80-90%가 중도 장애인이잖아요. 선천성이 아니라.

박인규 : 그렇죠.

조세현 : 그런데 그런 부분들은 그야말로 갑자기 그런 일을 당하게 되가지고 그 이후로 어떤 여러 가지 심적인 좀 부분들이 많겠죠. 좀 가라앉고. 활동 못하고. 우울하고. 여러 가지가. 그런데 그야말로 운동은 그 사람들에게 새로운 동기를 부여하는 것 같아요. 햇빛 속에 운동장에 나와 가지고.

박인규 : 내 몸을 내가 움직일 수 있다?

▲ ⓒ프레시안

조세현 :
그렇죠. 그리고 자기가 비록 장애가 있더라도 그걸 최대한 그 안에서 자기가 활동할 수 있는 그걸 만들어야 되고, 그 다음에 이번에 주로 중요 선수들을 많이 촬영을 했지만, 그분들이 좋은 기록을 보여준다면 일반 장애인들에게도 자기 신체의 한계를 가늠할 수가 있잖아요. 팔 없는 사진도 많이 등장하지만 팔도 없는 사람이 수영도 저렇게 잘 하고, 다리도 하나 절단된 분이 예를 들어, 의족을 가지고도 달리기 기록이 100미터에 11초대, 10초대가 나오고. 그런 것은 여러 가지 많은 부분들을 실제로 보여주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그런 사진을 보도 사진 같은 수준이 아니고, 좀 더 인간적으로 따뜻하고 가장 멋있게 스타처럼 촬영해서 보여주면 많은 분들이 영향을 받지 않겠느냐 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박인규 : 장애인올림픽 기간 내내 가셔서 사진을 찍지 않으셨습니까.

조세현 : 행사는 12일이었는데, 개막식, 폐막식 해서 계속 가 있었습니다.

박인규 : 사진을 찍으시면서 특별히 머리에 남는 선수들이나 장면이 있었을 것 같은데.

조세현 : 선수들은 이미 몇 년씩 촬영해서 좀 친하고, 친구라고 할 수 있는 정도인데, 특이했던 게 우리 선수들도 지금 굉장히 분위기가 좋아졌다고 해야 되나요. 올림픽 경기라고 하면 치열하잖아요. 그런데 외국 선수들을 보면 운동을 즐기는 것 같아요. 비록 심지어 몸에 장애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즐기는 기분이 들어요. 그런데 우리 선수들은 몇 년 전에는 굉장히 치열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박인규 : 죽기 살기로 하는…….

조세현 : 메달 받아야 연금도 받고, 이런 생각을 했는데 지금은 그런 데 연연하지 않고 가보면. 대표적으로 수영의 김지은 선수나 탁구의 문성혜 선수 보면 표정도 밝고 멋있고. 그래서 일부 성적도 좋은 선수들도 있고요. 그런 면을 제가 이번에 많이 느꼈던 것 같아요.

박인규 : 장애인 선수들도 스포츠를 대하는 태도가 여유가 좀 있어졌다?

조세현 : 그렇죠.

박인규 : 그리고 또 하나가 다녀보면 장애인에 대한 국가, 한 나라에 대한 태도랄까, 배려의 정도가 비교가 되는데 중국에 가서 보니까 어떻던가요? 장애인들에 대한 게 우리가 좀 배울만한 게 있던가요?

조세현 : 사회주의국가임에도 불구하고, 저희가 부러웠던 건 장애인 스포츠에 대한 관심. 사람들은 제가 이렇게 말하니까 잘 안 믿더라고요. 우리가 중국의 놀라운 뉴스 같은 건 잘 안 믿으려는 습관들이 있잖아요.

박인규 : 한 수 아래로 보려는 습성이 있죠.

조세현 : 거기서 십 며칠을 있으면서 하루도 안 빠뜨리고 주경기장, 수영장, 펜싱경기장을 돌아다녔죠. 그런데 하루도 경기장이 안 차는 날이 없어요. 내가 이 얘기를 했더니 사람들이 하는 말이 동원했지 않냐고. 그런데 그때가 마침 추석이 끼어 있었어요. 절대 동원 아니에요. 제가 카메라에 담았지만, 가족들이 놀러왔어요. 세 살짜리, 네 살짜리 애기 업고 할아버지, 할머니가 동원됐다고요? 저는 그렇게 보지 않아요. 그리고 또 재미있던 게, 저하고 같이 간 운동 관계 선수가 아닌 일반인들이, 사진 동호회가 열 몇 분이 갔습니다. 격려할 겸 사진 촬영을 갔는데 표가 없는 거예요. 매일 암표가, 그게 좋은 현상은 아니지만, 그만큼 관심이 많다는데. 좀 웃기는 얘기지만, 우리 일행 중의 한 분이 니오차오 주경기장을 한 번도 구경을 못 했어요. 그래서 암표라도 사서 들어오지 그랬더니, 암표 혹시 가짜 아닌가 싶어서 못 들어갔대요.

박인규 : 지금 들꽃마을 지체장애인부터 시작해서 계속 장애인 관련 촬영도 하시고, 장애인 선수들을 위한 홍보 달력도 만들고 계신데, 증산동 '성 바올학교 성인 정신지체인' 촬영은 어떻게 하시게 된 겁니까?

조세현 : 거기도 담당자가, 원장님이 연락이 왔어요. 그게 벌써 8년 전인데, 한번 사진 찍을 기회가 없다, 정신지체 장애인이기 때문에 사진을 찍어주려고 하지도 않고, 사진관에 갈 수도 없다고 그러더라고요. 그래서 그러면 제가 해야 될 일이구나, 싶어서 했는데, 마침 그걸 해마다 찍게 돼서 해마다 하나씩 앨범을 만들어주고 있는데, 지금 저도 놀라운 게, 물론 발표는 안 했지만, 제 사진 속에서 커 나가는 거죠. 물론 성인 정신지체라서 어른들이긴 한데 그 안에서 제가 사진 찍은 사람들 중에서 결혼한 사람도 있어요.

박인규 : 그 사진을 지금 그분들한테만 주시고 전시회는 아직 안 하신 거군요. 한번 하셔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조세현 : 몰론 본인들 동의를 구해야겠지만 가족들도 있고. 만약에 허락도 되고 좋은 기회가 있다면 제가 보여주고 싶은 게, 유명한 연예인 못지않게 아름답고, 예쁘고, 순수하고. 그래서 욕심은 있습니다. 언젠가.

박인규 : 장애인 스포츠 선수들뿐만 아니라 어떤 한 장애인 시설을 상대로 8년 째 계속 작업을 하고 계시니까, 어떻습니까.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랄까, 장애인에 대한 새로운 발견, 우리들과는 다른 깨달음 같은 게 있을 것 같은데요?

조세현 : 저도 집안에 장애인이 두 명이나 있거든요. 조카도 있고. 그런데 저는, 요즘 스스로 캠페인을 하자면 이렇게 얘기를 많이 해요. 요즘 사회가 자꾸 장애인을 바라보는 시각이나 정부가 해야 된다는 건 이제 아닌 것 같아요. 우리가 배려도 꾸준히 해야 되겠죠.

박인규 : 지원과 배려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다.

조세현 : 더 중요한 건 자신들이에요. 오히려 공을 들고 운동장에 나가고. 그 다음에 또 하나, 요구하고, 필요하면 떳떳하게. 이제는 그만큼 자신감도 가지고. 자신감이라는 게 되게 중요하거든요.

박인규 : 장애인들 스스로가 자신감을 가지고 비장애인들과 대등하게.

조세현 : 그리고 필요하면 좋은 일을 많이 해서. 비약인지는 모르겠지만, 장애인이 비장애인들을 위해서 할 일도 있거든요. 찾아보면. 오히려 그분들이 봉사할 일도 있고. 그래서 그런 자부심도 가지고, 오히려 동등하게 생각해야 될 때가 아닌가, 라고 생각합니다.

박인규 : '나의 꿈, 스포츠' 현재 로댕갤러리에서 전시 중이고 22일이면 끝나는데, 좀 더 많은 사람들이 봐야 되지 않을까요? 여기서 끝입니까, 아니면 다시 또 순회하실 계획이십니까?

조세현 : 다른 지방 자치제 몇 군데에서 전시회 부탁이 들어와서 아마 지방에서도 전시를 하게 될 것 같고요, 또 현재 사법 연수원에서도, 일산에, 거기도 계획하고 있고. 그래서 조금 더 보여질 기회는 있을 것 같습니다.

박인규 : 조세현 사진작가가 찍은 아름다운 장애인들의 모습이 여기저기 많이 알려졌으면 좋겠습니다. 오늘은 2008 베이징 장애인 올림픽 사진전을 열고 있는 사진작가 조세현 씨를 초대해 카메라에 담은 베이징 장애인 올림픽 그 감동의 순간과 사진을 통한 장애인과 우리 사회의 소통에 대해 얘기 나누고 있습니다.
조세현 작가라고 하면 우리 시대의 톱스타 사진을 거의 다 찍은 걸로 알고 있고, 연예인들이 특별히 조세현 작가에게 많이 맡긴다는 걸로 알려져 있는데요, 이런 질문이 어떨지 모르겠습니다만, 왜 그렇다고 생각하십니까?

조세현 : 글쎄요. 일단은 카메라를 통해서 저는 굉장히 진정성을 모델들한테 보여줬던 것 같아요. 그리고 제 사진의 스타일이라고 해야 되나요. 그게 모델들이 카메라 앞에서 좋아했던 것 같아요. 스타일이라고 하면, 따뜻하고 자연스럽고 그런 느낌들, 과장되지 않은 것. 그런 부분으로는 제가 앞으로도 장애인을 비롯해서 여러 가지 사회 구석구석에 있는 사람들을 계속 찍고 있거든요. 똑같이. 사진을 통해서 보면 사실 똑같습니다. 사실 그분들이 아름답고, 예쁘고, 따뜻하고.

박인규 : 자연스럽고 인간다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게 좋은 사진이라고 말할 수 있겠네요?

조세현 : 그건 제 기준이지만. 물론 강하고 처참하다고 해서 나쁜 사진은 아니죠. 그래서 유명 연예인들이 좋아하지 않나, 생각하고 있습니다.

박인규 : 유명 연예인 사진도 찍으시고, 장애인 사진도 찍으시고, 입양 아동들을 위한 사진도 찍으시고, 아프리카나 북한까지 가서 굶고 있는 아이들 사진도 찍고 있어요. 그 아름다움이 다 똑같은 겁니까?

조세현 : 공통점이 사람이잖아요. 제가 나이가 들면서 다행인 게, 무대가 국제적으로 넓어졌다는 거. 그게 저한테 다행이고. 그렇지만 전 세계 어디를 가든, 북한을 가든 아프리카를 가든, 더군다나 이번 주말에 아프리카를 가게 되는데, 제가 바라보는 어디에 있든지, 사람의 표정, 눈빛, 이런 것들이 작가의 필터, 제 필터를 거치면 아마 똑같이 하나의 그림이 나오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합니다.

박인규 : 저도 사진 기자를 하는 동료나 후배들에게 들어보면, 모델들로 하여금 자신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도록 끌어내는 거, 그게 굉장히 중요하다고 하던데, 사진기자로서는. 그게 어떤 비결, 요령이 있습니까?

▲ ⓒ프레시안

조세현 :
조금 전에도 말했지만 진정성인 것 같아요. 작가가 모델한테 비춰주는. 그리고 모든 작가가 자기 스타일을 유지시키는 게 힘들거든요. 그래서 수 십 년 동안 한 스타일을 고집했던 게 많은 분들이 인정을 해서, 조세현은 저 스타일이니까 자기가 이렇게 해도 되겠구나, 뭐가 어떤 사진을 나올지를 예측할 수 있으니까, 믿고 안심하고, 저를 믿는 것 같아요

박인규 : 자기만의 스타일과 일관성 같은 게 중요하다. 요즘은 디카족이란 말도 나오고 해서 사진도 취미 생활처럼 찍고 홈페이지에도 올리고 하는데, 그런 아마추어 사진가들을 위해서 사진을 잘 찍으려면 이게 제일 중요하다, 어떤 게 있을까요?

조세현 : 저도 인터넷 가끔 보지만, 사진술이라고 하잖아요. 기법, 표현력인데, 그건 굉장히 수준이 높아요.

박인규 : 이제는 웬만한 분들도 사진 기술은 다 알고 있다.

조세현 : 네. 조금 더 전문가로서 하나 말씀드리자면 아까 말씀드린 대로 이제는 아마추어들도 자기 스타일을 조금씩 개발하면. 그런데 그런 거 있잖아요. 막 잘 찍는데 이것도 찍고 저것도 찍고 하는 것 보다는.

박인규 : 예를 들어 한 가지 소재만 찍어본다든지?

조세현 : 소재일수도 있지만 칼라일 수도 있고 감정일 수도 있고. 뭐, 여러 가지 주제. 그러면 훨씬 알차고 깊이가 있어진다는 거죠. 넓은 것 보다는. 그런 면이 있고, 그 다음에 저야 인물 사진가니까 제 입장에서 권하자면, 카메라를 가능하면 사람들한테 따뜻한 시각으로, 애정이나 존경심을 가지고 대하면 좋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합니다.

박인규 : 따뜻함 자신만의 스타일, 이런 것이 중요하다. 장애인이든 비장애인이든, 톱스타이든 기아 아동이든, 사람들의 아름답고 따뜻한 모습, 계속 맑은 사진 만들어주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조세현 : 고맙습니다.

박인규 : 박인규의 집중인터뷰, 오늘은 2008 베이징 장애인 올림픽 사진전을 열고 있는 사진작가 조세현 씨를 초대해 카메라에 담은 베이징 장애인 올림픽 그 감동의 순간과 사진을 통한 장애인과 우리 사회의 소통에 대해 얘기 나눴습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는 매주 월-금요일 오후 2시30분부터 3시까지 KBS 1라디오97.3MHz)에서 방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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