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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건축을 만들지만 건축이 다시 우리를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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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건축을 만들지만 건축이 다시 우리를 만듭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10/20] 건축가 승효상 씨

안녕하십니까, 박인귭니다. 지금 이탈리아 베니스에서는, 전세계 건축 작품의 향연이라고 할 수 있는 제11회 베니스 비엔날레 국제 건축전이 한창입니다. 우리나라도 '컬처스케이프, 여기 파주출판도시'라는 주제로 한국관 전시를 열고 있습니다. 특히 이번 비엔날레의 한국관 커미셔너를 맡은 건축가 승효상씨는 파주출판도시야말로 우리는 물론 세계에서도 유례없는 다양한 영역의 아이디어를 담은 문화공동체이자 신도시라고 강조하는데요. 오늘 박인규의 집중인터뷰에서는 건축가 승효상씨를 초대해, 그가 이번 한국관 전시를 통해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뭔지 진정한 건축의 의미와 그의 건축 철학에 대해 얘기 나눠봅니다.

오늘 박인규가 주목한 이 사람은 건축가 승효상씨입니다. 승효상씨는 1975년 서울대 건축공학과를 졸업했고 이후 오스트리아 비엔나 공과대학에서 수학했습니다. 15년간의 김수근 문하를 거쳐 1989년 종합건축사 사무소 이로재(履露齋)를 개설해 대표로 있습니다. 수졸당, 수백당, 웰콤시티, 대전대 혜화문화관 등으로 여러 건축상을 수상했으며 파주출판도시의 코디네이터로 활동했습니다. 2002년 미국건축가협회로부터 명예펠로우의 자격을 받았고 건축가로는 처음으로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주관하는 '올해의 작가'로 선정됐으며 '문화관광부 문화예술상' 등을 수상했습니다. 영국 북 런던대학 객원교수를 역임했고 서울대학교에 이어 현재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출강하고 있습니다. 저서로는 <빈자의 미학>과 <지혜의 도시/지혜의 건축>, <건축, 사유의 기호>, <비움의 구축> 등이 있습니다.

박인규 : 한 번 만나 뵙고 싶었는데, 영광입니다. 베니스 비엔날레 국제건축전이 9월에 시작했죠?

승효상 : 9월 14일 공식 오픈했습니다.

▲ ⓒ프레시안

박인규 :
우리나라도 출품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저희가 보통 풍경 하면 영어로 랜드스케이프. 그런데 컬처스케이프에요. 문화풍경입니까?

승효상 : 문화가 만든 풍경이죠.

박인규 : 문화풍경으로서의 파주출판도시라는 한국관 전시를 하고 있는데, 갔다 오셨죠?

승효상 : 네. 제가 개막행사를 주관했으니까요

박인규 : 현재까지의 진행에 대해 만족하십니까?

승효상 : 네. 한국관은 상당히 호평받고 있는 것 같고, 많은 사람들이 보고 여러 가지 반응을 나타내는 걸 수집하고 있습니다.

박인규 : 기본적인 질문인데, 커미셔너는 어떤 일을 합니까?

승효상 : 문화예술위원회에서 위촉을 받아서 전체 주제에 맞는 한국관의 주제를 따로 정하고 개념을 설정한 뒤에 한국관에 참가할 작가들을 선정해서 선정된 작가들과 같이 작업을 통해서 전시를 기획하고 제작하고 전체를 주관하는 일을 하는 사람입니다.

박인규 : 한 마디로 베니스 비엔날레 건축전에서 한국에 관한 모든 걸 주관하는 상당히 막강한 위치라고 할 수 있네요.

승효상 : 네. 상당히 권한이 큽니다.

박인규 : 저희는 베니스 비엔날레라고 하면 미술로 유명하다고 생각하는데, 건축비엔날레도 따로 있었군요.

승효상 : 올해가 11년째니까 20년 정도 되죠. 물론 미술은 그보다 훨씬 더 오랜 역사를 갖고 있습니다만. 아마 전 세계에서 건축전으로서는 가장 유명하고 중요한 행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박인규 : 이번 베니스 비엔날레 국제건축전의 주제가, 영어로 해서 뭐합니다만 Out there, Architecture Beyond Building. 우리말로 하면 저기 바깥에, 건물을 넘어서 건축. 상당히 어려운데요. 저희는 그냥 건축 하면 건물을 생각하는데 건물이 아닌 게 있는 모양입니다. 이 주제의 의미가 뭐고 그 주제에 맞춰서 파주 출판도시를 한국을 대표하는 건축으로 선정하신 이유를 설명해 주실 수 있나요?

승효상 : 전체 베니스 비엔날레 국제건축전의 전체 커미셔너가 따로 있습니다. 아론 베츠키라는 사람인데 이 사람이 전체 주제를 내걸었는데 그의 해설문을 보면, 요즘 건축의 의미를 너무 축소해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건축은 누가 만들고 왜 만들고 건축의 의미가 뭔가를 이번에 다시 보자고 하는, 건축의 본질에 관한 질문을 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제가 커미셔너로 위촉받고 나서 이 주제를 같이 접하고 나서 이번 주제가 묻는 게, 보통은 작가를 선정해서 작가가 자기 작품을 선정하는 건데, 이건 이슈를 묻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아서 이것이 단순한 작가를 전시하는 것보다는 우리가 처한 현실의 중요한 문제점을 들춰내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도시적 문제, 도시와 건축 간의 관계가 우리나라 현실의 굉장히 중요한 문제인데... 그와 결부해서 최근 1단계가 완성된 파주출판도시를 전시하면서 이 문제를 심층적으로 분석해 보자는 뜻에서 파주출판도시를 내걸게 됐고. 그래서 이곳을 내걸면서 건축작품으로 전시하는 게 아니라 도큐먼트를 만들어서 어떻게 해서 출판도시가 만들어졌고 만들어질 때 문제점은 무엇인지를 다 노출해서 모두 함께 의논해 보자는 뜻에서 파주출판도시를 내걸게 됐습니다.

박인규 : 건축전 하면 속된 말로 폼나는 건물, 건물 하나 놓고 어디가 멋있다 얘기하는데 이번 베니스 비엔날레 건축전은 그런 식의 전시가 아닌 것 같아요

승효상 : 개념에 관한 문제고 우리가 사는 환경의 본질에 관한 질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박인규 : 우리나라가 사실은 예전에 일산, 판교신도시 해서 굉장히 신도시가 많은데 그 중에서도 파주출판도시를 고른 데에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으시겠죠?

승효상 : 아마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만큼 신도시를 많이 만드는 데가 없을 거예요. 신도시라는 데가 보통 정치권력과 자본권력이 나쁘게 말하면 야합해서 만들어지는 경우가 허다했거든요. 그런데 파주출판도시는 돈이 그리 많지 않은 출판인들과 건축하는 사람들이 문화를 매개로 해서 만든 도시라서 전례 없는 마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 독특한 마을을 만들면서 기존 신도시들의 관행들과 수없이 부닥치게 됩니다. 여러 가지 부조리와도 부닥치게 되고 아주 잘못된 제도와 부닥치게 돼서 그것을 극복한 사례가 눈물겹도록 귀하기 때문에 그것을 이번에 노출했다고 보시면 됩니다.

박인규 : 제가 듣기로는 기존 신도시는 정치권력과 자본권력의 야합이라는 건 그 안에 들어가서 살 사람들의 생각이나 뜻과는 무관하게, 들어와 살아라... 이런 건데, 파주출판도시는 거기 들어갈 사람의 의견도 반영됐다는 의미도 될 수 있을까요?

승효상 : 도시라고 하는 게 영어로 시티와 어반이라는 두 가지 개념이 있는데 시티는 사회라는 개념, 어반은 물리적 환경에 관한 개념입니다. 우리나라 신도시는 사회보다는 물리적 환경을 만드는 데 급급해 있기 때문에, 건물들... 어떤 사회, 어떤 공동체를 만들 것인가에 대한 논의는 거의 없죠. 파주출판도시는 그렇지 않았거든요. 먼저 설계하기 전에 어떤 사회를 만들 것인가가 먼저 논의됐기 때문에 이 사례가 귀하다고 말씀드리는 겁니다.

박인규 : 제가 알기론 파주출판도시 건설하는 데에 승효상 선생님도 관여하셨죠?

승효상 : 제가 마스터플랜을 작성한 팀의 일원으로 일했고, 디자인 가이드라인을 다 만들었고 전체 건설하는 데에 코디네이터를 맡아서 지난 10년 동안 공사를 한 셈입니다.

박인규 : 10년 됐습니까?

승효상 : 건설 시작한 지는 10년 됐습니다. 98년부터 짓기 시작했으니까요

박인규 : 어려운 점이 많았다고 하셨는데 어떤 점이 가장 어려웠습니까?

승효상 : 주로 도시건설에서 벌어지는 일반적 관행입니다. 우리 도시건설이라는 게 항상 땅이 있으면 땅을 편평한 땅으로 만들기 위해서 산이 있으면 깎고 계곡이 있으면 덮고 물, 습지가 있으면 흙을 돋워서 건지로 만들고. 그래서 토목공사 끝난 다음에 건축은 건축대로 주어진 땅에 건축하고 인테리어 하는 사람은 인테리어를 하고, 조경하고... 파편적으로 끊어진 상태에서 만들어지는 거거든요. 누구 하나 도시의 물리적 환경에서 책임질 사람이 없습니다. 누구도 컨트롤하지 않고 조정하지도 않고, 그러니 도시가 볼썽사납게 되는데 그것도 지난 시대에 서구인들이 벌였던 마스터플랜이라는 개념을 빌려와서 차용해 만들기 때문에, 항상 가보시면 아시겠지만 지금도 일산이며 분당, 산본, 평촌, 이런 신도시가 많이 만들어졌지만 그 안에 들어가면 어느 도시가 어느 도시인지 구분하기 힘든, 똑같은 형태가 만들어지는 게 그 이유 때문입니다. 그걸 다른 형태로 만들려고 하니까 여러 가지, 굉장히 많은 관행과 부딪히게 되죠. 예컨대 하나의 예만 들면, 가로등 하나 만드는 것도 똑같은 가로등으로 만드는 규칙이 있습니다. 이 파주출판도시만의 가로등을 만들기 위해서 규칙과 싸우느라고

박인규 : 정해진 규격 외에 가로등을 만들면 이른바 관의 허가가 안 나는 겁니까?

승효상 : 그런 식의 관행과 싸우고 필요 없는 대가를 많이 치렀죠.

박인규 : 말씀 듣고 보니 파주출판도시에 들어가 살 사람들의 의견과 함께 그쪽의 원래 지형이나 이런 것들을 최대한 특징을 살리면서 건축했다.

승효상 : 네. 제가 개입할 때 벌써 어디서 마스터플랜이 하나 만들어져 있었습니다. 저는 건축만 하면 되는 줄 알았는데 가보니까 이 마스터플랜이 제가 믿는 신념과는 정면 배치된 것이었어요. 아까 말씀드린 대로 파주출판도시의 땅은 습지인데, 갈대가 무성합니다. 갈대를 다 뽑아내고 가로수를 심는 계획을 갖고 있는 등등의 계획이었는데, 왜 습지 위에는 도시를 만들 수 없을까, 놔두자는 거죠. 갈대나 풀벌레, 들꽃, 이것이 중요한 조경적 역할을 하면 왜 안될까, 이런 근본적인 문제를 자꾸 제시했죠.

박인규 : 한 10여 년간 파주출판도시를 만드는 과정에서 거의 주도하시다시피 한 분이시기 때문에 그걸 전시하는 건 별 문제가 없었을 것 같은데요. 실제로 전시라는 게 건축물... 전시회 하면 조감도나 모형을 보여주는 거라고 생각하는데 그렇게 안 했다고 들었습니다. 어떻게 하셨습니까?

승효상 : 주로 영상을 통해서... 전시가 세 가지 공간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첫째는 장소에 관한 방이고 두 번째는 책의 방이고 세 번째 방은 목소리의 방입니다. 장소에 관한 건, 파주출판도시가 만들어진 여러 가지 기록들을 영상으로 다 보여줬습니다. 처음 논의부터 시작할 때부터, 건설하고 건축가들이 모여서 회의하고 여행 떠나고 차츰 완성돼 나가는 모습, 거기서 이뤄지는 여러 가지 효과들, 수치적으로 다 보여주는 영상의 방이 하나 있었고요. 두 번째 방은 파주 출판도시가 만들어지고 나서 거기서 생산된 책들이 어떤 종류의 책들이 있는가

박인규 : 이 도시에서 나온 생산물은 이런 것이다

승효상 : 네. 그걸 보여줬고. 그리고 세 번째는 파주출판도시를 만든 데 기여한 사람들. 그리고 사는 사람들. 그리고 관계한 사람들의 증언을 전부 촬영해서 기록해서 다 동시에 들려주는 방이었습니다.

박인규 : 그 파주출판도시, 문화풍경으로서의 파주출판도시 전시에 대해서 전시에 온 건축가라든가 외국의 관객들은 어떤 반응을 보이던가요?

▲ ⓒ프레시안

승효상 :
며칠 전 영국에서 발간된 월페이퍼라는 건축문화관련 잡지가 있습니다. 인터넷판을 보니까 전반적으로 이번 전시 수준을 낮게 평가하면서도 한국관에 대해서는 굉장히 후한 평을 했습니다. 그 평 내용에 따르면, 이 한국관에서 보여준 파주출판도시는 소위 스타 건축가들을 집합시켜서 전부 다 조화되지 않을 법한 건물을 만들기 쉬운데 철저한 관리, 코디네이션, 그리고 설계지침을 적용해서 굉장히 어우러지는 조화로운 과정을 보여줬다고 하는 굉장히 좋은 평가였습니다.

박인규 : 잘난 건축가만 모여서 만드는 게 좋은 게 아니라 현지 지형과 거기 살 사람들의 의견이 어우러져 조화가 잘 됐다는 거네요.

승효상 : 10년 동안의 투쟁의 기록들을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이다

박인규 : 이번 건축전시회에는 몇 나라가 참가했습니까?

승효상 : 전체 65개국이 참가했고요, 국가관이 있는 나라는 한 30개국 됩니다.

박인규 : 약간 저희가 과장하자면 30개국 가운데 가장 좋은 전시였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할 수 있겠네요...

승효상 : 네. 불행하게도 상은 다른 국가가 받았지만 평은 좋았습니다.

박인규 : 혹시 다른 국가관도 이번에 가서 보셨습니까? 우리가 배우거나 참고할 만한 건 없던가요?

승효상 : 제가 인상깊게 본 전시는 노르웨이관이었고, 스비어펜이라는 아주 유명한 건축가의 작품들을 아주 정통적인 방법으로 전시했는데 굉장히 점잖고 아주 깊이가 있었습니다. 그 말씀은 다른 나라의 관들, 그리고 일부 개인이 출품한 곳도 있습니다. 대부분 요즘 건축의 트렌드, 경향이 좀 표면, 형태에 집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건축의 본질과는 조금 유리된 경우가 대부분이었는데 노르웨이관은 아주 전통적인 방식으로 전시돼 있었습니다.

박인규 : 저만 해도 실용적인 데에 치우쳐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제가 사실 파주출판도시를 한 3,4년 전에 두어 번 가봤는데 버스도 잘 안 다니고 주변에 편의시설도 없어서 참 불편하다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승효상 : 지금은 훨씬 많이 나아졌을 거고, 도시는 완성된 것이 아닙니다. 끊임없이 변하고 생성되고 진화하는 것이기 때문에 지금도 계속 진화하고 있고요. 그래서, 작년에 사실 1단계 건설은 완성됐지만 도시는 이제 시작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박인규 : 이제 작년에 1단계가 끝났다면 올해부터 2단계는 어떤 식의 개발, 진화를 생각하고 있습니까?

승효상 : 1단계에서 축적된 소중한 경험이 있으니까 2단계는 그런 시행착오를 되풀이하지 않을 거고요. 2단계는 또 특별히 출판인들뿐만 아니라 영상 관련 산업도 들어오게 됩니다. 출판과 영상이 같이 있는 단지라서, 훨씬 더 1단계보다는 아주 빠르게 전개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박인규 : 도시라는 게 어떤 공장에서 만들어낸 공산품이 아니라 살아있는 생물 같은 거라고 하기 때문에 언제 완성될 거냐는 질문이 적절한 질문은 아닌 것 같지만 언제쯤 완성을....

승효상 : 2단계는 아마 한 5년 이내로 끝날 거고요. 1단계 2단계를 합하면 땅이 약 50만 평 정도 됩니다. 건물 숫자가 한 300개 가량 들어설 예정이고요, 상주하는 인구도 한 만몇천 명 정도 될 겁니다. 그 인근에 교하 파주지구라고 주택공사에서 한 500만 평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그 지역의 아주 핵심적인, 중추적 문화산업지역으로 대두될 게 분명하다고 생각합니다.

박인규 : 2단계 사업도 승효상 선생님께서 계속 코디네이터를 하시는 겁니까?

승효상 : 아닙니다. 김영준씨라고 제 후배인데

박인규 : 손 놓으신 겁니까?

승효상 : 관여는 하겠지만 제가 그만 봉사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박인규 : 파주출판도시가 앞으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문화풍경이 될 수 있을지 한 번 지켜보도록 하겠습니다.
요즘 서울을 제대로 멋있게 꾸미자, 해서 서울 디자인올림픽 행사도 열리고 있고요. 또 약간 적당한, 관계된 얘긴지 모르겠습니다만... 봄에 총선 당시 신도시 문제를 놓고 정치적 논란도 많았고 신도시, 재개발 붐인 것 같아요. 서울을 아름답고 멋있게 꾸미자는 데 대해서 이의를 달 사람은 없을 것 같은데. 제가 우선 여쭙고 싶은 건 현재 우리나라 신도시개발, 재개발 보시면서 건축가로서 어떤 점이 아쉽게 느껴지시는지...

승효상 : 아까 잠시 말씀드린 대로 굉장히 많은 문제점을 갖고 있는 게 사실이고요. 특히 그 문제의 핵심은 신도시라는 게 사회공동체, 도시공동체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고 어쩐지 부동산 집적체처럼 간주하는 경향이 굉장히 짙습니다.

박인규 : 삶보다는 돈이 앞서는

승효상 : 우리의 집이나 건축도 문화라기보다는 부동산으로 취급하죠. 가문이 융성하는 바탕이 아니라 재빨리 사고 팔고 해서 더 좋은 환경으로 가기 위한 축적의 수단으로 생각하니까 참 큰 문제인데 도시를 개인의 집이 확대된, 집합된 부동산 집적체로 보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가 굉장히 크죠. 어떤 사회를 만들 것인가 하는 담론이 먼저 생성되고 거기 맞는 도시 형태를 만드는 게 우선이거든요. 도시 형태를 먼저 정해 놓고 가서 살라고 하니까 판박이 같은 삶밖에 나오지 않는 그런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박인규 : 서울 디자인수도라고 해서 디자인올림픽도 하고 앞으로 2년 동안 서울을 디자인적으로 우수한 도시를 만들겠다고 프로젝트를 하고 있는데 거기서 인간다운 도시의 모습이 나올 수 있지 않을까요?

승효상 : 제가 거기에 관해서도 우려를 표하고 있습니다. 디자인이라는 개념을 너무 가볍게 생각한다는 거죠. 마치 립스틱 바르고 화장한 듯한 느낌을 갖지 않을 수 없고요. 예컨대, 제가 사는 동네에 벽이 하나 있었는데, 대학로입니다. 벽이 허물어져야 도시 소통이 원활한데 대학로를 디자인한다고 벽에 벽화를 그렸어요. 벽이라는 건 서 있을, 존재할 권리를 부여받은 거죠. 도시 소통을 더 어렵게 만든 겁니다. 도시를 디자인한다는 건 도시의 공간구조를 디자인하는 거거든요. 그런데 그게 아니고 표면만, 페인트칠을 화장하듯이 하는 것으로 잘못 알고 있는 것 같아서

박인규 : 저희는 보통 좋은 건축물 하면 모양이 멋있고 아름다운 걸 생각하는데 승효상 선생님이 생각하는 좋은 건축은 어떤 겁니까?

승효상 : 모양이 아름다운 걸 건축으로 보면 건축을 조각으로 보는 거죠. 건축은 우리 삶이 영위되는 공간이기 때문에 삶을 조직하는 게 건축입니다. 우리가 어떻게 살 것인가 하는 방법을 강구하는 게 건축이지 예쁘게 그리고, 그건 결코 부차적이고 마지막 문제지 첫 번째 두 번째, 본질적 문제가 아닙니다.

박인규 : 제가 좀 소박하게 생각하면 사람들이 편하게, 마음 편하게 살 수 있는 것이 건축이다, 그렇게 말할 수 있는 건가요?

승효상 : 그렇게 말씀하셔도 됩니다. 우리가 어떻게 살 것인가 하는 문제가 제일 관건입니다.

박인규 : 제가 알기론 승효상 선생님이 중국의 천안문 광장 앞에 전문대가라는, 옛 도심지를 재개발하는 걸 맡으셨다고 들었습니다.

승효상 : 지금도 하고 있고 전체 마스터플랜을 만들어서 제출했고 그 마스터플랜 하에서 각 블록들이, 20여개 블록들의 세부 설계를 진행중입니다.

박인규 : 우리나라 재개발은 보통 거기 있는 건물들을 싹 다 깔아뭉개고 현대식 건물들을 올리는 게 일반적인 걸로 알고 있는데 천안문 전문대가는 어떻게 하고 계십니까?

승효상 : 설계를 하면서 지문이라는 말을 설명했습니다. 땅에 서는 문자라는 거고요

박인규 : 인문 대신 지문. 사람에 인문이 있다면 땅에도 가치가 있다

승효상 : 손에 지문이 있듯이 땅에도 역사도 있고 사연도 있는데 그것을 기억하게 하자는 겁니다. 그래서 공간구조, 건물이 굉장히 오래되고 위험하니까 허물고 새로 짓되 공간구조를 기억하게 하는 새로운 개발을 하자고 해서 굉장히 많은 부분을 남겼습니다.

박인규 : 예전에 살았던 사람들의 자취, 이런 걸 유지 계승하자.

승효상 : 쉽게 말하면 골목길이나 마당이나 작은 필지라든가 그런 작은 규모들을 그대로 남기자는 거죠. 그러면서도 새로운 건축을 하면, 새로운 건축이지만 거기 새롭게 사는 사람도 옛날의 풍경을 기억할 수 있다는 겁니다. 우리나라 재개발은 그런 기억과는 전혀 관계가 없죠. 욕망만 있습니다.

▲ ⓒ프레시안

박인규 :
반면에 동대문운동장을 철거하고 새로운 것을 짓는 데에는 공모를 하셨지만 탈락하셨어요.

승효상 : 네. 사실은 동대문 같은 경우도 굉장히 땅이 중요한데 당선된 안이 아주 근사한 작품이긴 하지만

박인규 : 헝가리 출신의 유명한 건축가인가요?

승효상 : 아니오. 이라크 출신의 자하 하디드라는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건축가입니다. 작품도 굉장히 훌륭한데 어쩐지 그 땅과는 잘 안 맞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픕니다.

박인규 : 건축이라는 게 결국 거기 사는 사람들의 심성이랄까, 이런 걸 편안하게 해주는 게 중요하다고 하셨습니다만. 요즘 보면 모든 분들이 우리 동네 땅값, 아파트값이 얼마나 올랐어... 모두가 거기에만 관심이 있어서 승효상 선생님처럼 건축의 인문적 가치를 말씀을 많이 하셔도 일반 사람들에게는 통용이잘 안 되는 것 같아요. 인간을 위한 건축이라는 게 우리나라에서 과연 어떻게 될 것인지 걱정이 되기도 하는데. 마지막으로 우리나라 건축이랄지, 도시가 어디로 나가야 될지 정리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승효상 : 제가 믿는 바로는 우리가 건축을 만들지만 건축이 다시 우리를 만든다고 믿고 있어요. 도시도 마찬가지, 사회가 도시를 만들지만 도시가 다시 사회를 만듭니다. 우리 사회의 갈등과 대립이 요즘 많은데 아마 그 원인이 다른 데 있는 게 아니라 우리가 살고 있는 잘못된 도시구조에 그 원인이 상당 부분 있다고 믿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좋은 삶, 좋은 공동체적 삶을 원한다면 우리 건축을 사고 파는 부동산의 가치가 아니라 우리가 근본적으로 존재하기 위한 문화의 대상으로 파악해야 우리 도시와 건축이 나아지고 결과적으로 선과 후의 공동체가 진보할 거라는 믿음에는 여전히 변함이 없습니다.

박인규 : 사람이 책을 만들고 책이 사람을 만든다. 그런 말은 들어봤지만 사람이 건축을 만들고 건축이 사람을 만든다. 인문적 건축이랄까요. 그런 시대가 빨리 왔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승효상 : 노력하겠습니다 저도. 감사합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 오늘은 제11회 베니스 비엔날레 국제건축전 한국관 커미셔너를 맡은 건축가 승효상씨를 초대해 그가 이번 한국관 전시를 통해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뭔지 진정한 건축의 의미와 그의 건축 철학에 대해 얘기 나눴습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는 매주 월-금요일 오후 2시30분부터 3시까지 KBS 1라디오97.3MHz)에서 방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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