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한 막대한 부채로 미국의 달러 가치가 추락하면서 국가신용등급까지 흔들릴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지난 13일 올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로 선정돼 주가를 올리고 있는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는 오히려 더 많은 재정지출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크루그먼 교수는 지난 주말 <뉴욕타임스> 칼럼 "Let's Get Fiscal'(원문보기)에서 현재의 상황은 이미 금융위기가 실물경제에 큰 타격을 준 상태로 신속하게 대처하지 않으면 수십년의 장기 불황으로 갈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 때문에 차기 대통령은 대공황 때 뉴딜정책처럼 과감한 재정지출과 공공사업을 일으키는 것이 불가피할 만큼 비상한 상황이라고 역설했다.
다음은 이 글의 주요내용이다. <편집자>
주식시장이 조울증에 걸린 것처럼 급등락을 거듭하고 있다는 소식이 헤드라인 뉴스를 장식하고 있지만, 더 중요한 것은 실물경제에 대한 음울한 소식이다.
금융업체들을 구제하는 것은 위기 해소를 위한 첫 걸음일 뿐 실물경제 역시 도움의 손길이 간절히 필요한 상태라는 것이 분명해졌다.
그런 도움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몇가지 편견을 버려야 한다. 정부지출을 반대하고 책임있는 재정을 요구하는 것은 정치적으로 호응을 얻을 만하다. 하지만 지금은 정부지출을 늘리는 처방을 할 때이며, 재정적자에 대한 우려는 유보되어야 할 때다.
경기회복 이끌었던 '그린스펀 마술'의 비밀
이런 주장을 제기하기 위해서 지금의 경제 상황을 언급해야 할 것이다. 최근 소매 판매와 산업생산이 급감했다는 지표가 발표되었다. 실업률이 급격한 경기침체 수준으로 늘고 있으며, 필라델피아 산업생산지수는 20년래 가장 빠른 속도로 하락하고 있다.
특히 실업률은 이미 6%(사실상 실업률은 두 자릿수에 달한다)가 넘었고, 7% 내지 8%까지 치솟을 것이 확실시된다. 25년래 최악의 경기침체 양상을 보이고 있다.
게다가 이런 상황은 매우 오래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 1990년대말 닷컴버블 붕괴 이후 경기침체 때를 생각해보라. 겉보기에 당시 경기침체에 대한 대응책은 성공적인 것으로 보인다. 미국도 일본식 '잃어버린 10년'을 겪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컸지만 그런 사태는 오지 않았다. FRB는 금리를 인하하면서 경기침체에서 회복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
하지만 진실은 이렇다. 상당기간 일본식 불황을 겪고 있었으며, FRB가 경기회복을 이끄는데 애를 먹었다는 것이다. 연방금리가 1%로 떨어질 정도로 금리인하를 거듭했음에도 불구하고 실업률은 계속 올랐다. 고용시장이 개선되는 조짐을 보이기까지 2년이 걸렸다. 그 후 확실히 경기회복이 일어났지만 그 배경을 살펴보면 앨런 그린스펀 당시 FRB 의장이 닷컴버블을 주택버블로 바꾸어 놓았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이제 주택버블이 붕괴되자 금융시장은 파괴됐다. 금융시스템을 구제하고 신용시장을 유지하기 위한 현재의 노력이 효과를 발휘한다고 해도, 주택시장이 조속한 시기에 회복되기는 어렵다. 또한 또 다른 거품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도 확실하지 않다. 따라서 이번 사태에서 FRB가 경기회복을 이끌어내기는 더욱 힘들어졌다.
FRB는 금리 인하 외에 할 일 별로 없어
벤 버냉키 FRB 의장이 경제를 살리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그가 금리를 더 내릴 수 있고, 또 그래야 할 것이다. 하지만 그래봤자 경기부양을 조금 할 수 있을 뿐이다.
반면, 연방정부가 경제를 살리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많이 있다. 실업수당을 늘리고, 지출할 가능성이 높은 사람들에게 돈을 줄 수 있다. 주와 지자체가 공공서비스 악화와 실업을 부추길 급격한 재정지출 삭감을 해야할 상황에 몰리지 않도록 긴급지원을 할 수 있다.
서민들의 모기지 대출채권을 적절한 가격에 사들이고 원리금 상환 조건을 재조정함으로써 서민들이 주택을 잃지 않도록 도와줄 수 있다.
또한 어차피 필요한 중요 기반시설에 대한 투자를 해야할 적절한 시기다. 경기부양을 위한 공공사업에 대한 반대하는 측에서는 이런 사업이 효과를 발휘하기에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현재의 경기침체는 금세 끝날 가능성이 거의 없다.
이번 대선에서 누가 대통령에 당선되든 차기 행정부는 경기침체에 대처하기 위해 필요한 정책을 쓸까? 공화당 대선 후보인 매케인이 당선된다면 그렇지 않을 것이다. 당장 정부지출을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지만, 매케인은 경제위기에 대한 대책을 묻는 질문에 "정부지출을 통제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답했다.
민주당 후보 버락 오바마가 당선된다면 정부지출에 그러한 조건반사적인 반대를 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에게 책임있는 행동을 하라는 요구에 직면할 것이다. 오바마는 이런 요구들을 일축해야 한다. 현재 책임있는 행동은 경제가 필요로 하는 지원을 하는 것이다. 재정적자에 대해 걱정할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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