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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사회에 대한 MB 제안, 신중하게 좀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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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사회에 대한 MB 제안, 신중하게 좀 하라"

[기고] 무엇을 위한 새 국제기구인가

새로운 국제기구를 만들자는 이명박 대통령의 제안이 있었다. <매일경제>가 지난 15일 주최한 제9회 세계지식포럼의 축사에서였다. 무엇을 위한 국제기구일까? 연설만으로는 분명치 않다. 이 글의 한계도 바로 그 점에 있을 것이다.
  
  지금 현시점에서 새로운 국제기구 창설논의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첫째는 존 매케인 미 공화당 후보 등이 주도하고 있는 '민주주의동맹' 혹은 '민주주의협약' 기구 논의이다.(이 부분에 대한 논의는 <포린 폴리시> 한국어판 7/8월호에 실린 토머스 카로도스의 논문 '그들만의 리그- 새 국제기구 구상, 왜'와 역시 한국어판 9/10월호 독자들의 편지란에 실린 반론글을 참고했다.)
  
  시작은 2006년 미국 민주당 측에서부터다. G. 존 아이켄베리(G.John Ikenberry)와 앤-마리 슬러터(Anne-Marie Slaughter)가 '국가안보에 관한 프린스턴 프로젝트' 최종보고서에서 '민주주의 동맹(League of Democracies)' 혹은 '민주주의 협약(Concert of Democracies)'를 수립해야 한다고 주장한 이래, 이 논의는 매케인 후보의 대외정책에서 주요 축으로까지 부상했다. 바야흐로 민주당과 공화당의 초당적인 외교 이슈로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매케인은 지난 3월 26일 LA에서 열린 세계문제위원회(World Affairs Counsil) 연설에서 새로 설립될 국제협정(Global Compact)은 "우리의 가치와 공동 이익 수호를 목적으로 하며, 전세계 100개 이상의 민주주의 국가가 참여하는 단결력에서 나오는 영향력"이며, "냉전 시절 서방을 단결시켰던 민주세계의 연대를 재현할 것"이라고 했다.
  
  사실 미국에서 이런 구상이 태동된 데에는 이라크에 개입할 때 UN의 승인을 받기 어려웠다는 경험이 자리하고 있다. 그래서 이런 구상들은 시간이 지나면 아예 UN 을 대체할 수 있다라는 생각이 은연중에 깔려있고 겉으로는 다자주의를 내걸지만 속으로는 미국의 주장을 관철하려는 본성이 그대로 잠재해있다는 점에서 큰 동력으로 작동하고 있지는 않다.
  
  둘째는 '신 브레튼우즈 체제론'이다. 시작은 영국의 고든 브라운 총리였다. 브라운 총리는 지난 13일 "세계 금융시스템을 통제할 수 있는 새로운 '브레튼 우즈' 체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15일에는 이를 현실화할 구체적 제안을 내놓았다. "올해 안에 세계 주요국-미국, 유럽국가들, 중국, 인도 등이 참여하는 정상회담을 개최해 거대하고 급진적인 변화를 위한 공동행동에 나설 것"을 요청했다.
  
  그는 이번 회담에서 개혁안을 담은 문건을 제출할 것이며 "국제통화기금은 현대세계에 맞게 재구성되어야 하며 세계경제조기경보시스템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에 대해 WTO 파스칼 라미(Pascal Lamy) 총재와 ECB(유럽중앙은행) 장 클로드-트릿 총재가 찬성의 입장을 밝혔다. <로이터> 통신에 의하면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도 지난 15일 유럽연합 27개 회원국을 향해 브레턴우즈 체제를 대체할 새로운 세계 경제 질서를 논의하는 국제회의를 다음달초 열자고 제안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도 오는 18일 사르코지 대통령, 바로쥬 유럽연합 집행위원장 등과 만나 금융위기 대책 등을 협의할 예정이라고 영국의 <BBC> 방송이 전했다. 이로써 브레튼 우즈 체제를 넘어설 새로운 세계경제감독체제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되기 시작한 것이다.
  
  논의를 위해 이명박 대통령의 정확한 발언을 확인해보자. 이 대통령은 "필요하다면 더 나은 질서를 창출해야 한다"며 "사전사후를 규제하고 대책을 세울 새로운 국제기구가 필요하다"고 했다. 현재의 상황과 전후문맥을 고려하면 '신 브레튼 우즈체제'에 대한 제안으로 보인다. 주최 측인 <매일경제>도 1면과 사설에서 그렇게 해석했다.
  
  그런데 청와대 고위 관계자의 해석은 지나치게 다의적이다. 첫째는 신국제경제질서에 대한 적극적 참여의지를 표현한 것처럼 설명했다. 둘째는 UN 산하에 기후변화 관련기구를 창설할 필요가 있는데 이 국제기구를 국내에 유치하면 국가브랜드를 높이는데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여 발언한 것처럼 설명했다. 한편으로 해석하기에 따라서는 새로운 민주주의동맹의 필요성이라는 미 일각의 입장에 간접적으로 동조한 것이라는 또다른 해석의 여지를 낳을 수 있다.
  
  제안 자체가 워낙 추상적이라서 구체적인 논평은 쉽지 않다. 다만 각종 국제기구 구상에 있어 외교안보적 관점에서 몇 가지 고려할 지점이 있는 점을 확인해두자.
  
  첫째는 '민주주의동맹'이라는 (UN을 대체할) 새로운 국제기구의 창설 필요성에 대해 정부의 입장을 정리해 둘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한국 출신 반기문 사무총장이 일하고 있는 UN을 개혁하고 구조조정하여 재활용하는 쪽으로 갈 것인지, 아니면 미국 일각이 주도하는 새로운 국제기구 창설에 동의할 것인지를 신중하게 검토해 두어야 할 것이다.
  
  둘째는 금융허브를 지향하고, 금융시장의 자유화와 한미 FTA를 통한 전면적 금융시장 개방을 선택한 신자유주의에 기초한 현 행정부의 정책지향이 과연 유럽이 제안하고 있는 새로운 '브레튼 우즈체제' 노선과 적합한지 여부를 충분히 파악해야 한다는 점이다. 솔직하게 이야기하자면 현재의 대한민국 금융시장정책과 신 브레튼 우즈 체제는 합치보다는 불합치가능성이 훨씬 높다. '신 브레튼 우즈체제'는 세계경제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우리는 '탈규제'를 선언한다. 논의에서 소외되지 않기 위해 새로운 국제금융기구의 구상을 발언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불과 얼마 전 한중일 금융정상회담에 대한 제안이 있었지만, 이 제안은 관계당사국들과 충분한 협의가 없었기에 일종의 '해프닝'으로 끝이 났다. 오죽 했으면 10월 9일자 조선일보 사설이 이 문제를 비판적으로 다루었겠는가. 이번 발언 역시 한겨레신문 기사를 빌자면 "이 발언이 있기 전 유엔이나 다른 나라 등과 구체적인 조율이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셋째는 나아가 한미동맹을 모든 정책의 핵심가치로 자리매김해놓고 있는 이명박 행정부의 정책노선과 국제기구 구상이 합치되느냐의 여부다. 국제기구 재편의 두 갈래는 하나는 국제정치다. 그리고 미국의 패권 유지 가능성을 전제한다. 둘은 국제경제다. 달러중심체제의 한계를 전제한다. 경제의 다극화를 전제한다. 그렇다면 이 두 흐름은 상호모순된 점이 드러난다. 그런데 우리는 한미동맹 중심이다. 한미외교안보동맹 중심이다. 한미FTA를 통한 한미경제동맹 중심이다. 달러화 본위의 금융자본주의, 신자유주의 중심이다. 이렇게 본다면 분명 두 흐름은 모순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고, 이 부분에 대한 신중한 검토가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기후변화관련기구 유치가능성까지 언급한 건 솔직히 지나치게 정치적이다. 8.15 경축사에서 밝힌 녹색성장과 어떻게든 관련짓고 싶은 청와대 관계자의 의도는 충분히 이해하나 단지 우리만의 기대를 공론화시켜버림에 불과한 게 아닐까? 이런 의미에서 청와대 참모들의 신중함이 요구되는 대목이고, 대통령의 발언이 미칠 영향력에 대한 사전평가시스템이 다시 한 번 점검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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