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박인규가 주목한 이 사람은 한국야구위원회 윤병웅 기록실장입니다. 윤병웅 기록실장은 1990년 한양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고 1989년 KBO(한국야구위원회) 기록강습회를 거쳐 그 다음해부터 기록위원회 기록원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1991년 1군 경기로 기록을 시작했고 1995년 한일슈퍼게임 공식기록을 담당하기도 했습니다. 기록위원회 1군 팀장을 거쳐 올해 기록실장에 임명됐으며 올해 6월, 프로야구 통산 2번째로 개인통산 2000 경기 출장 기록을 세웠습니다.저서로는 '풀어쓴 야구기록규칙'이 있고 언론사에 야구기록에 관한 칼럼을 연재중입니다.
박인규 : 오늘 두산과 삼성의 플레이오프 첫날인데 혹시 바쁘신 날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윤병웅 : 오늘 야간경기로 예정도 있어서 오후까지는 괜찮습니다.
박인규 : 방송 끝나고 총알같이 가셔야겠군요.
윤병웅 : 네. 바로 이동해야 됩니다.
박인규 : 우선, 지난 6월이었나요?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 우리 히어로즈 경기를 기록하시면서 2천 경기 출장기록을 세우셨다고요. 기분이 어떠셨습니까?
윤병웅 : 늘 하던 과정 중 한 경기라서 특별한 느낌은 없었고, 많은 경기를 봐왔다는 건데, 한 경기를 3시간으로만 잡아도 6천 시간에 가까우니까, 참으로 많은 경기를 봤다는 생각이 듭니다.
박인규 : 사실 선수들은 출장이라고 합니다만
윤병웅 : 프로야구에서는 선수뿐 아니라 심판과 기록까지, 같이 현장에서 근무하는 직종을 포함시켜서 출장으로 계산합니다.
박인규 : 지금까지 몇 경기 출장하신 건가요? 6월에 2천 경기면...
윤병웅 : 올해 종료까지 2015경기 출장했습니다.
박인규 : 선수 중에서 2천 경기 돌파한 선수들이 있습니까?
윤병웅 : 올해 처음 나왔습니다. 삼성 라이온스 양준혁 선수와 우리 히어로즈 전준호 선수가 올해 2천 경기 출장을 달성했습니다. 처음입니다.
박인규 : 그럼 기록계에서는 양준혁 전준호급 선수라고 보면 되겠군요. 1991년부터 1군 경기를 하셨다고요. 그럼 한 해에 몇 경기를 기록하시는 겁니까?
윤병웅 : 팀당 경기수가 지금은 126경기인데요. 많을 때는 133경기까지 한 적이 있고 다시 줄어서 126경기가 됐는데, 1군에 정식으로 올라오면 전 경기를 일단 출장해야 합니다. 플러스로 올스타전이나 지금처럼 포스트시즌 같은 경기가 추가됩니다.
박인규 : 그럼 이른바 베스트나인보다도 많은 경기에 출장한다고 봐야겠네요 기록원들이. 기록실장이신데 현재 KBO야구기록위원회에 몇 분이나 계십니까?
윤병웅 : 저를 포함해 전부 14명이 일하고 있습니다. 1군 경기가 504경기, 2군이 약 300경기 내외 되고. 1년에 800경기 내외를 담당하게 돼 있습니다.
박인규 : 그걸 다 할 수 있습니까?
윤병웅 : 1군은 한 경기당 2명이 투입되고 2군은 혼자 기록합니다. 그래서 1군 전담으로 8명이 맡게 되고 나머지 5명은 2군 경기를 전담하고요. 중간에 2군 기록원 중에서 2명 정도가 1.5군이라고 해서 1군 2군을 오르락내리락 하고 있습니다.
박인규 : 그럼 시즌 중에는 거의 휴일이 없다고 봐야겠네요
윤병웅 : 네. 휴가나 휴무 없고요. 그래서 이 직종 3년이면 친척 잃고 친구 잃고 다 잃는다고 얘기하고 있습니다.
박인규 : 그렇겠네요. 야구에 미치지 않고는...
보통 야구를 기록의 스포츠라고 해서, 야구기록을 하시는 분을 모시고 이런 질문을 하니 어떤지 모르겠습니다만, 농구나 축구와 비교해서 야구기록원의 차이점이 있다면?
윤병웅 : 경기가 벌어지는 상황을 기록하는 것이 기록원이라는 성격은 다 똑같은데, 야구가 조금 다른 점은 야구기록원들은 판정을 한다는 겁니다. 있는 그대로 적는 건 기본이 되고, 판정하는 부분이 상당히 많습니다. 대표적인 게 안타와 실책을 먼저 가늠하고, 그러다 보니 야구에서는 제5의 심판이라는 소리를 듣게 되죠. 단순한 기록만은 아니고. 승부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하지만 개인성적 이런 쪽에는 영향이 상당히 있다고 봐야겠지요.
박인규 : 기록원 하면 KBO소속으로 전체 경기를 기록하시는 분도 있지만 저희가 야구중계를 보다 보면 각 팀에도 기록하시고 상대팀 전력 분석하시는 분들이 있는 것 같아요. 그 분들도 기록원 아닌가요?
윤병웅 : 큰 범주로 보면 같은 기록원입니다. 야구에서. 하지만 팀의 기록원들은 이기기 위한 목적으로 상대를 분석하고 작전 같은 걸 분석하는 역할이기 때문에 역사로 치자면 저희 KBO 공식기록원은 나라의 정사를 쓰는 사관이라고 할 수 있고, 구단 기록원들은 나라의 뒷얘기라고 할까요, 야사적 성격이 좀 강하다... 그렇게 구분해서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박인규 : 각 팀마다 그런 경기를 돕기 위한 기록원이 몇 분이나 되세요?
윤병웅 : 팀마다 적게는 5명에서 많게는 6명이 넘는 구단도 있습니다.
박인규 : 아까 말씀하시면서, 기록원은 제 5의 심판이다. 단순히 기록만 하는 게 아니고 타구 성격에 대해서 안타냐 실책이냐, 이걸 하신다고 했는데. 그런 것 때문에 혹시 항의 같은 것을 선수나 감독님들이 하시는 경우 없었습니까?
윤병웅 : 상당히 많습니다. 심판들에게 항의하는 경우는 많이 보셨을 텐데 기록원에게 항의하는 경우는 보통 뒤에서 일어납니다. 화면에는 잡히지 않죠. 뒤에서 항의하는 경우가 아주 많지는 않지만 1년에 여러 차례 일어나고 있습니다.
박인규 : 그럼 게임이 끝나고 찾아오는 겁니까?
윤병웅 : 중간에도 오고요. 저쪽에서 아무래도 양보 못하겠다고 하는, 이해가 안 되는 상황이 일어났을 땐 경기 끝나고 어필을 계속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박인규 : 실제로 경기 도중이나 끝에 와서 항의를 받아서 곤혹스러웠다든가 기억에 남는 항의 같은 게 있으신가요?
윤병웅 : 2천 경기를 하다 보면 그런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로 항의를 받은 적도 여러 차례 있고요. 사람이다 보니 제가 실수해서 항의를 받아본 적도 있고요. 95년인가 4년으로 기억하는데 삼성 라이온즈 양준혁 선수가 신인급이었을 때, 본인의 타구를 실책으로 판정했었는데 그걸 안타로 생각했던 양준혁 선수가 굉장히 분이 나 있는 상태에서 기록실 문짝을 발로차서 부서뜨린 적이 한 번 있습니다. 그 뒤에는 그런 일이 없었습니다만
박인규 : 본인 판단이 지금도 맞다고 생각하십니까?
윤병웅 : 그 당시엔 제가 실수했다고 생각지는 않고, 그때 현장에서 같이 본 기자들이나 여러 사람들이 저와 같은 시야를 갖고 있었기 때문에, 제가 실수해서 어필 받았다고는 생각지 않습니다. 그 외에 제가 실수해서 어필 받는 경우가 사실은 더 많겠지요. 그런 경우는 제가 강하게 나가기보다는 이쪽 입장을 이해시키는 쪽으로 하는 편입니다.
박인규 : 저도 가끔 야구중계를 보면서 타자가 안타를 치면 안타다, 어떤 때는 저건 안타가 아니라 야수가 잘못했네 실책이다, 그렇게 나름 판정을 내리는데, 실제로 안타냐 실책이냐 판정하기 애매할 때가 있는 것 같아요. 사례를 들어 설명해 주실 수 있습니까?
윤병웅 : 수비를 잘 하는 선수가 실책을 하면 판단이 굉장히 어렵습니다. 박진만 선수도 그렇고, 전에 해태 타이거즈 때 전성기를 누렸던 이종범 선수 같은 경우, 유격수였지 않습니까? 유격수와 3루수 사이로 아주 깊은 타구가 갔는데 워낙 이종범 선수가 발이 빠르다 보니 보통 유격수는 그 공을 잡아낼 수 없는 공인데 쫓아가서 그걸 글러브로 잡아냅니다. 잡은 다음에 1루에서 송구하는 게 상당히 먼 거리기 때문에 결코 쉽지 않은 일인데 이종범 선수는 그걸 잡아서 1루에 빨래줄 같은 송구를 해서 주자를 잡아내는데, 송구가 정확했으면 기록원에서 고민을 안 하겠는데 그 송구가 1루에서 빠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눈으로 보기에 타자가 1루에 뛰어나가는 것보다 공이 먼저 1루에서 악송구가 돼서 빠지면 보통 실책으로 판정하는데요. 그런 경우에는 먼저 공이 악송구가 됐다고 하더라도 타구가 워낙 깊었기 때문에 이종범 선수만 할 수 있는 수비라고 해서 그것을 에러로 기록하는 적도 가끔 있었거든요. 그 경우 타자 입장에서는 상당히 불만이 많죠. 이종범 선수는 오히려 그런 타구들을 본인 말을 빌자면 그리 어렵지 않다는 표현을 써서 얘기하는데, 이종범 선수로 봐서는 실책이죠. 본인이 만약 그게 악송구였다면 잘못했다고 자책하는 경우인데. 박진만 선수 같은 경우도 마찬가지고. 그 선수는 3루와 유격수가 아니라 2루 베이스 위를 타고 오르는 타구처리능력이 굉장히 뛰어납니다. 도저히 못 잡을 공인데, 잡았다 해도 1루에 던지는 송구동작으로 연결이 상당히 어려운 경우인데 1루에 송구가 이뤄진단 말이죠. 그런 면에서, 그런 수비 잘하는 선수가 수비하다가 실책했을 때 판정이 굉장히 어렵습니다.
박인규 : 실책으로 볼 것이냐 안타로 볼 것이냐. 실제로 그런 경우가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타구가 날아가다가 새를 맞혔다 떨어졌다, 야수가 받았다. 그럼 어떻게 됩니까?
윤병웅 : 규칙에는 엄연히 나와 있는데, 우리나라에서 새에 맞은 적은 아직 없고. 시설물이라고 해서 애드벌룬 같은 데에 타구가 맞아서 그라운드에 떨어진 적은 두 번 정도 있습니다. 그건 심판원이 재량으로 판단하는데요, 새에 맞았다고 해도 그 타구가 새에 안 맞았으면 홈런이 됐을 것이라고 판단했다면, 새에 맞고 떨어져서 공을 수비수가 직접 잡았더라도 그냥 홈런으로 인정합니다. 정상참작을 하는 거죠. 그렇지 않고 잡았을 타구인데 새에 맞거나 공에 맞아서 떨어져서 야수가 못 잡았다. 그런 경우는 반대가 되겠지요.
박인규 : 새나 풍선, 이런 걸 자연적 장애물로 인정 안 하는 거네요...
윤병웅 : 그런 홈런성 타구는 인정 안 하고 정상참작을 하게 돼 있습니다.
박인규 : 2천경기가 넘는 경기를 기록하시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가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윤병웅 : 기록으로 따지면 송진우 선수 200승 달성했던 경기를 제가 광주에서 직접 담당했는데 그런 기록은 앞으로도 당분간 나오기 힘든 기록이기 때문에
박인규 : 지금 투수 200승이 송진우 선수가 유일한가요?
윤병웅 : 200승을 노리는 투수의 가능성으로 볼 때는 향후 7,8년 안에 나오기 힘들 것으로 봅니다.
박인규 : 미국은 300승까지 있는 것 같던데
윤병웅 : 한 시즌 162경기라서 저희보다 경기수도 많고요
박인규 : 궁금한 건 95년도 한일 슈퍼게임 공식기록을 담당하셨다던데, 외국팀과 경기할 경우 일본측은 어떻습니까? 거기서도 기록원이 옵니까?
윤병웅 : 그쪽에서도 공식 기록원이 따로 있고요
박인규 : 그럼 일본과 우리측 기록원의 의견이 다를 수 있잖아요.
윤병웅 : 그래서 경기 전에 판정하는 나라를 미리 정해서 그 판정에 이의를 달지 않기로 합의하고 경기에 들어갑니다.
박인규 : 제 기억으론 옛날에 승리타점 이런 기록도 있었던 것 같은데 요즘 없어진 것 같아요
윤병웅 : 승리타점은 일본에서 하고 있는 걸 가져다 시행했던 건데, 개수가 1년에 시상에서 1위 하는 선수들 개수가 15개, 16개를 넘지 못하다 보니 몇 년 시행사다가 너무 빈도수가 얕다
박인규 : 한 팀에 백이십몇 경기를 하는데 승리타점이 그것밖에 안 나옵니까
윤병웅 : 이긴다고 해서 그 날 승리타점이 다 기록되는 건 아니고 실책이나 투수가 와일드피칭을 해서 이겼다든가 그런 경우는 승리타점이 없습니다. 타점을 올린 선수가 꼭 나와야 되고요.
박인규 : 승리타점같이 예전에 있었다가 없다든가, 새로 생긴 기록, 달라진 기록들이 있습니까?
윤병웅 : 최다안타상은 전에 시상하지 않았습니다. 득점상도 그렇고, 그런데 그런 부분들이 현재에 오면서 조금 더 부각되다 보니 그런 쪽의 시상을 지금은 하고 있습니다.
박인규 : 윤병웅 기록실장은 대학 전공이 국문학이시던데 국문학도 기록과 관련이 있긴 하지만 어떻게 하다가 야구기록 일을 하게 되신 건가요?
윤병웅 : 고등학교 3학년 때 처음 KBO에서 기록강습회를 연다는 걸 우연히 잡지를 통해서 알았는데 늘 기록을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던 참이라 마침 연다고 해서 신청했습니다. 그런데 강습 기간 중에 마침 고등학교 3학년 기말고사와 겹치는 바람에 듣지 못하게 되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제가 지금 생각하면 참 무모한 일이었다고 생각하는데 기말고사 이틀을 빼먹고 강습회를 나간 적이 있습니다. 기록을 배워야겠다는 생각으로
박인규 : 뭔가에 씌이셨군요.
윤병웅 : 그래서 그때 처음 참가했고, 고3인데도 성적이 괜찮았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연락이 와서 사무실에 나갔었는데
박인규 : 그럼 고3때 강습을 받으면서 바로 기록원으로 일하게 된 건가요?
윤병웅 : 아니오. 그때는 군필도 아니고 학생 신분이어서, 그때는 나가서 아마추어 야구 동호인들의 연구회 모임이 있었습니다. SKBR이라고, 거기서 지금 현직에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많은 분들이 계신데 그 분들이 거기서 동호회 목적으로 같은 모임을 갖고 그때 그런 분들을 많이 알게 됐던 것 같습니다.
박인규 : 고3때부터 기록의 세계에 빠져들어서 생업으로 한 건 대학 졸업하신 이후
윤병웅 : 졸업반이던 해에 제의가 들어와서 기록강습회를 받고 공채를 통해서 기록원으로 몸담게 됐습니다.
박인규 : 대학 졸업 이후 직업이라고는 이것만 해오셨고 1년에 130경기 가까이 보셨는데, 기록을 하게 되면 프로야구가 6시에 시작하나요? 끝나는 10시나 이때까지 계속 적을 거 아닙니까. 바쁘시지 않습니까?
윤병웅 : 경기 시작부터 끝날 때까지는 일단 자리를 벗어날 수가 없고요. 야구장에서 눈을 뗄 수 없는 직업입니다. 잠시라도 한눈을 팔았다가는 무슨 일이 벌어지면 그 순간을 놓치게 되면 기록원으로선 일할 수 없기 때문에
박인규 : 야구에 굉장히 기록이 많다고 해요. 타율을 비롯해서, 그런 것들이 야구 발전과 어떤 관련이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윤병웅 : 안타나 홈런 이런 부분들은 사실 타율도 중요하지만 개수가 요즘은 많이 주목을 받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미국에 진출한 일본 프로야구 출신 이치로라든가 그런 선수들이 올해도 8년 간 메이저리그에서 200안타 이상을 넘기는 활약을 하고 있는데요. 그런 부분들이 상당히 대단한 기록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그래서 전보다는 야구기록의 흐름이나 변화, 팬들의 관심사도 .... 이승엽도 그런 경우를 겪었습니다만 홈런의 개수, 이런 양적인 부분에 굉장히 치중하는 것 같습니다.
박인규 : 야구를 처음 가서 보시는 분들은 사실 야구 규칙을 잘 몰라서 헤맨다고 하는데, 대충 요즘 야구팬들은 웬만한 규칙이나 기록들은 다 아시죠. 2천 경기 동안 기록하시면서 야구를 보신 입장에서, 기록의 이런 측면을 보고 야구를 보면 야구를 좀 더 즐길 수 있다. 그런 면에서 해주실 수 있는 조언이 있다면
윤병웅 : 팬들은 팀의 승패나 개인이 좋아하는 선수에 연연해서 많이 보시는데, 그래서 팀이 지기라도 하면 굉장히 속상해하시는 경향들이 많고요. 그러나 그것이 프로야구, 프로경기를 보는 주목적이 되겠지만 그것 말고도 팀에서 1년, 수년간 노하우를 데이터를 축적해서 현장경기에 접목시키는 야구를 요즘 하고 있거든요. 특정 선수나 특수한 상황, 점수를 꼭 안 줘야 되는 상황이나 공격측에서 점수를 빼야 되는 상황, 이런 경우 수비위치나 타자에 따라서 수비 시프트를 이쪽저쪽으로 이동시키는 경우를 자주 보는데요. 그런 경우 수비 이동을 어떻게 하고 있는가, 어느 타자가 나왔을 때 어느쪽 방향으로 수비수들이 치우쳐 있는가, 이런 것들을 지켜보시면 팀에서 운영하는 거라든가, 아니면 무슨 생각을 갖고 수비측에서 임하고 있구나라는 걸 캐치해 보실 수 있을 겁니다.
박인규 : 제 빈약한 야구상식으론 SK의 김성근 감독이 야구기록이나 자료를 가장 많이 활용하신다고 하는데, 실제로 그런가요?
윤병웅 : 그렇습니다. 김성근 감독님 같은 경우는 지금 SK 계시지만 LG감독 하실 때나 태평양 감독 하실 때도 기록에 의존해서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야구를 많이 펼치시는 분입니다. 그러다 보니 그쪽에서 일하는 기록원들의 업무량도 다른 구단의 기록원들의 업무량보다 상당히 많은 편입니다. 그런 데이터를 사장시키지 않고 늘 연구하면서 실전에 활용하는 쪽에서는 일가견이 있는 분이죠.
박인규 : 보통 스포츠는 감으로 한다. 감이 중요하다고 하는데 야구에선 자료를 잘 활용하는 게 승리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는 모양이죠
윤병웅 : 철저한 분석을 통한다면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어차피 야구는 확률의 경기니까 아무래도 그런 상황에서 확률이 높은 선수가 성공률이 높을 수밖에 없겠지요
박인규 : 그래서 야구를 기록의 스포츠, 과학의 스포츠다. 그런 이야기를 하는 모양입니다.
윤실장님 모셨으니까, 올해의 프로야구 기록에 대해서도 여쭤보죠. 아까 양준혁 선수와 전준호 선수가 올해 2000경기 출장기록 세웠다고 하셨는데, 그 외 올해 프로야구에서 주목할 만한 기록이 있습니까?
윤병웅 : 2백승 기록을 세운 송진우 선수가 2천 탈삼진이라는 전인미답의 경지에 또 올랐습니다.
박인규 : 올해가 2천의 해군요.
윤병웅 : 네. 아무래도 프로야구가 26년 정도 되다 보니 그런 2천대 경기 기록들이 많이 탄생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런 굵직한 기록들 외에도 올해 재밌는 기록이 하나 나왔는데요. 특정 투수와 타자간 대결에서 보통 볼카운트 2스트라이크 쓰리볼까지 가는 경우는 가정을 한다 하더라도 6,7구안에서는 승부가 나거든요. 그런데 올해 두산 정원석 선수가 바로 얼마 전, 롯데 자이언츠 장원준 투수와 대결에서 무려 17구까지 가는 실갱이를 벌인 적이 있습니다. 파울볼을 연속 6개 정도 쳐내다가 볼 하나 들어오면 그 다음에 또 5,6개를 또 쳐내고. 한 이닝을 보통 15분에 끝내니까 한 이닝 던질 공을 한 타자에게 전부 던졌다고 볼 수 있죠. 종전 기록은 16구였는데요. 한 네 차례 정도 기록돼 있었는데 그 상황에서 17구까지 가는 기록이 나오는 바람에 기록이 경신됐습니다. 그 외에도 올해 달성된 건 아니지만, 올해 양준혁 선수가... 개인 통산 우리나라 기록이 339인데요 장종훈 선수가 갖고 있는 홈런기록. 올해 양준혁 선수가 무난하게 깰 것으로 봤습니다만 막판 홈런포가 나오지 않는 바람에 아쉽게도 338에서 멈췄습니다. 내년으로 미뤄졌는데, 마이너스 2가 돼 있는 개인통산 프로야구 최다홈런기록이 아마 내년에 작성될 것 같고요. 또 하나 주목해야 될 기록이,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30도루 30홈런이라는 3030클럽에 처음 이름을 올렸던 SK박재홍 선수가 있는데, 그 선수가 현재 제가 정확한 기록은 아직 모르겠지만 250대 전후의 홈런과 도루 기록을 나란히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 선수가 300300클럽에 가입하는 시점도 향후 2년 정도면 충분히 되지 않을까, 사실 그게 굉장히 대단한 기록으로 보여집니다.
박인규 : 기록을 많이 알면 참 야구를 많이 즐길 수 있겠군요. 오늘 저녁 잠실구장에서 두산과 삼성이 플레이오프 1차전을 하는데 순전히 기록으로만 본다면 어느 팀이 이길 것 같습니까?
윤병웅 : 대부분 전문가들의 예상도 그렇지만 현재 시즌 2위를 차지한 두산에 우위를 점치고 있습니다. 기록으로 봐도 나타나는 건 그렇습니다. 두산이 팀타율도 삼성에 비해서 2할7푼대로 2푼 정도 높은 편이고, 시즌방어율에서도 3점대를 기록하고 있어서 삼성은 4점대기 때문에 투타에서 모두 좀 앞서 있습니다. 그리고 두산의 가장 강점으로 지목하고 있는 기동력 면에서, 두산이 올해 도루가 189개를 기록했는데 전체 구단에서 1위입니다. 반면 삼성은 59개로 최하위고. 거의 3배에 달하는 기동력의 야구를 펼쳤기 때문에 야구가 풀리지 않을 때 투타가 슬럼프에 들어갈 때 발로 푸는 야구를 많이 하는데 현재 추세도 그렇습니다. SK도 그렇고 기동력의 야구가 강한 팀이 되고 있는데, 그런 면에서는 두산의 우위를 조심스럽게 점쳐볼 수 있겠습니다.
박인규 : 기록으로만 보면 그렇지만 또 공은 둥근 거니까 알 수 없네요 사실
윤병웅 : 삼성이 3승으로 쉽게 준플레이오프를 통과했다는 게 두산으로선 부담이 되겠고, 하나 삼성이 유리할 수 있다면 마무리투수의 경우 선발은 두산이 좀 낫지만 롯데 자이언츠가 삼성을 이기지 못하고 맥없이 주저앉은 이유도 마무리 부재에서 찾을 수 있거든요. 마찬가지, 두산도 마무리 쪽에서는 상당히 약한 편입니다. 그 면에서 삼성이 파고들 점은 분명 있습니다.
박인규 : 올해 프로야구도 제가 듣기로 십몇년 만에 500만 관객을 돌파했고 올해 프로야구도 플레이오프하고 마지막 한국시리즈로 마무리를 앞두고 있는데 마지막으로 국내 야구팬들께 못다하신 말씀 있으시면 정리말씀 부탁드립니다.
윤병웅 : 먼저 올해 1994년 이후 처음으로 관중 500만을 돌파했습니다. 롯데의 분전이 도화선이 돼서 흥행으로 연결됐다고 보여지는데요, 그런 면에서 팬 여러분께 굉장히 깊은 감사를 드리고요. 반면 경제가 좀 어려운 시기라 8개 구단 유지에 급급한 상탭니다. 그것이 좀 더 진일보해서 9구단 10구단 창단해서 양대 리그로 나뉘는 상태로까지 가야 지금보다는 프로야구가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고 보고. 그러기 위해서는 팬들이 야구장을 찾아주시는 성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9구단 10구단 창단이 기본이 돼야 앞으로 우리나라가, 올해 금메달을 땄지만 그런 금메달을 딴 것이 1회성으로 끝나지 않고 계속적인 세계야구강호로 남을 수 있으려면 9구단 10구단의 창단, 또 그 밑거름이 될 수 있는 팬들의 야구장을 찾아주시는 발걸음이 굉장히 절실하다고 봅니다.
박인규 : 그러고 보니 올해 야구가 여러 가지로 경사가 많았네요. 앞으로도 올해처럼 더도 덜도 말고 계속 야구가 발전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윤병웅 : 감사합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 오늘은 올해 2000 경기 출장 기록을 세운 한국야구위원회 윤병웅 기록실장을 초대해 야구 기록위원의 역할과 기록의 중요성에 대해 살펴보고 올해 우리 프로야구의 다양한 기록들에 대해서도 얘기 나눴습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는 매주 월-금요일 오후 2시30분부터 3시까지 KBS 1라디오97.3MHz)에서 방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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