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史(사)/寺(사)/是(시)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史(사)/寺(사)/是(시)

[한자가 그렇게 만들어졌다고?] <83>

史(사)·事(사)·吏(리)가 같은 뿌리에서 나왔다는 얘기는 어느 정도 통설화돼 있는 듯하다. 史는 '역사'의 뜻이지만 그 일을 담당하는 관리인 '사관'의 뜻도 있고, 事의 '일'은 관리의 일 곧 '政事(정사)'이며, 吏는 더 따질 것도 없이 '관리'의 뜻이어서 의미가 통하는 것이다.

발음 역시 史·事는 일치하는 발음이고, 吏가 조금 다른 듯하지만 그 발음을 이어받았다고 생각되는 使(사)가 다시 '사' 발음이어서 吏의 발음(초성)이 조금 많이 변했을 뿐이다.

옛 모습을 보면 각기 <그림 1~3>과 같다. <그림 1>의 史가 가장 단순한 모습인데, 얼핏 中(중)과 손의 모습인 又(우) 정도의 결합으로 보인다. 이것 역시 장면상형으로 이해해 손에 무언가를 들고 있는 모습이고 그 '무언가'는 사관의 붓이라는 식의 설명이지만, 이런 이해는 비현실적이다.

事(<그림 2>)와 吏(<그림 3>)는 지금 모습도 그렇지만 史에 뭔가 획이 더해진 듯한 모습이다. 아래 又는 똑같은데 위의 中 위에 또다시 뭔가가 얹혀 있는 것이다. <그림 2>는 V자가 얹혀 있고 <그림 3>은 一자가 걸쳐져 있지만, V가 점차 一로 펴진 것뿐이니 같은 요소다. 실제로 事의 옛 모습 가운데는 <그림 3>과 같은 모습이 더 많다.

지금 事와 吏의 획수 차이가 많은 것은 본래 손의 모습이었던 事의 ⺕=又 부분 일부가 中 부분 세로획과 겹쳐 간략화한 것이 吏, 본래의 모습을 그대로 유지한 것이 事로 따로 정리됐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史에 뭔가를 더한 글자가 事=吏일까? <그림 2>로 거슬러 올라가면 <그림 1>과의 차이는 中의 세로획 끄트머리가 갈라진 정도의 차이다. 결국 中 부분을 해명하는 것이 열쇠다.

우리는 兄(형)·光(광)·先(선) 등을 살피면서 그 윗부분이 止(지) 또는 거기에 一을 더한 之(지)임을 살핀 바 있다. 즉 止가 口 비슷한 모습으로 변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림 1>의 史는 中 부분을 止 또는 之로 보면 새로운 이해가 가능하다.

口에 왜 난데없는 세로획이 붙었느냐는 의문이 들 수 있다. 그렇다면 <그림 4>를 보자. 역시 아래는 又고 위는 지금의 止처럼 생겼지만 옛 모습으로는 오히려 之에 가깝다. 이 윗부분의 가운데 세로획이 아래 又의 세로획과 연결되거나 조금만 밑으로 빠져나오면 中처럼 세로획이 생기는 것이다.

<그림 4>가 <그림 1>의 원래 모습이라고 할 수 있고, 이렇게 보면 <그림 2~3>처럼 다소 복잡해진 모습도 <그림 4>의 변형일 가능성이 높아진다. 윗부분이 <그림 5>와 같은 之, <그림 6>과 같은 止 등의 변형인 것이다.

그런데 <그림 4>는 寺(사)의 옛 모습이다. 윗부분 之가 土(토)로 변해 올라앉은 것이다. <그림 4>가 <그림 1~3>과 같다면 史=事=吏=寺다. 寺의 발음이 史=事와 일치하는 것부터가 심상찮지만, 寺가 '절'이라는 뜻 이전에 '관청'이라는 뜻을 가졌음을 알면 그것이 史=事=吏와 같은 글자였다는 게 당연한 일이 되는 것이다.

寺는 '절'일 때는 '사'로 읽고 '관청'일 때는 '시'로 읽는다. 고려·조선 때의 관청 가운데 奉常寺(봉상시)처럼 끝에 寺가 들어간 이름들이 많은데, 이는 모두 '시'로 읽는다. 중국에서는 이런 구분이 없지만 우리말로 굳어지는 과정에서 두 의미의 수입 시차 때문에 두 가지 발음으로 정리된 것이다. 그것도 중국에서는 '벼슬'의 뜻이 먼저지만 우리나라에는 불교가 들어올 때 '절 사'가 먼저 수입되고 나중에 중국식 관제를 받아들이면서 '관청이름 시'가 수입돼 먼저 생긴 의미에 나중의 중국식 발음이 붙어버렸다.

한편 是(시) 역시 해석에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글자다. <그림 7>이 옛 모습인데, 해를 향해 똑바로 걸어가는 것을 나타냈다는 등 '작문'들만 있다. 그런데 <그림 7>을 보면 그냥 日(일)도 아니고 早(조) 같은 글자가 떡 들어가 있으니 더욱 아리송해진다.

<그림 7>은 <그림 8> 같은 더욱 복잡한 모습도 있다. 여기서 앞의 寺 등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그림 8>의 위는 물론 日이고 아래는 之 또는 止다. 이렇게 분명한 요소를 빼내고 보면 중간 부분이 又의 변형인 ⺕임을 알 수 있다. 事의 아랫부분에 들어 있는 형태다.

중간의 ⺕와 아래의 之를 합치면 위아래만 바뀌었을 뿐인 寺다. 위아래가 바뀌어도 같은 글자이니 <그림 8>은 寺에 日을 더한 글자다. 곧 是는 時(시)다. 時는 처음 모습이 <그림 10>처럼 '日+寺'가 아니라 발음기호를 之로 한 '日+之' 형태였는데, 是의 옛 모습 가운데도 '日+之' 형태인 <그림 9> 같은 모습이 있다. <그림 9>와 <그림 10> 역시 위아래만 바뀐 것이어서 같은 글자로 봐야 한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