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石(석)/后(후)/可(가)/克(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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石(석)/后(후)/可(가)/克(극)

[한자가 그렇게 만들어졌다고?] <82>

席(석)·庶(서)·度(도)는 중간 윗부분이 공통인 글자들이다. 그 부분이 어떤 공통된 글자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글자는 지금 남아 있지 않고, 자전에서도 席은 巾(건)부에, 庶·度는 广(엄) 부에 제멋대로 나뉘어 들어가 있다.

이런 글자들의 유래 설명이 뒤죽박죽인 것은 그 당연한 결과다. 席은 낭떠러지(广) 아래에 돗자리(巾)를 펴놓은 모양, 庶는 낭떠러지(广) 아래에 솥(중간 부분)은 걸고 불(灬)을 때는 모양으로 설명해 전형적인 장면상형의 함정에 빠졌다. 度는 손뼘(又)으로 길이를 재는 것을 나타냈다는 설명이지만 윗부분 설명이 시원찮다.

그런데 이들 글자의 발음을 보면 席에서 받침만 빠진 것이 庶고 거기서 초성이 약간 변한 게 度다. 옛날 한자에서는 초성 ㄷ/ㅈ이 구분되지 않았고 ㅈ은 다시 ㅅ과 가까운 발음이다. 度는 '헤아리다'의 뜻일 때는 '탁'으로 발음하는데, 여기서 다시 席의 받침이 살아났다. 발음이 비슷한 범위내에 있고 윗부분이 공통이라면 그 부분이 발음기호라고 보는 게 순리다. 이 부분을 제외한 巾·火(화)·又(우)가 모두 훌륭한 의미 요소가 될 수 있으니 이 글자들은 형성자일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그 부분은 무얼까? 庶의 옛 모습인 <그림 1>만 봐도 해답은 간단히 나온다. 石(석)이다. 席과 일치하는 발음이니 그것이 발음기호로 쓰였음을 인정할 수 있다. 이들은 모두 石을 발음기호, 巾·火·又를 각기 의미 요소로 하는 형성자다.

그러면 그 石은 어떻게 만들어진 글자일까? 금문 이후에는 <그림 1>의 윗부분 같은 모습이 많지만 갑골문은 <그림 2> 같은 모습이 많다. <그림 1>에서 厂(한) 형태로 돼 있는 부분이 중간에 획이 하나 더해져 복잡해진 형태다.
지금 席·庶·度의 윗부분은 广으로 돼 있고 지금 石의 윗부분은 또 다르게 처리돼 있으니 이 정도의 변화는 충분히 있을 수 있는 것으로 넘어갈 수밖에 없다. 다만 이 윗부분과 아래 口(구) 형태의 두 요소에서 '돌'의 의미를 끌어내기는 어렵다. 언덕(厂) 밑에 뒹구는 돌덩이를 그렸다는 식의 장면상형은 돌아볼 가치도 없다.

그런데 席 등의 윗부분과 石의 모양 등을 함께 고려해 보면 后(후)가 비슷한 모양임이 눈에 들어온다. 后의 맨 위 삐침획을 그냥 점으로 바꿔 보면 席 등의 윗부분 广과 口를 합친 글자가 되는 것이다. 后의 갑골문인 <그림 3>을 <그림 2>와 비교하면 둘이 같은 글자라고 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이 <그림 3>의 오른쪽은 丂(고)의 다른 모습이라고 했던 匕(비)의 옛 모습 <그림 4>와 일치한다. 즉 后=石은 丂와 口 형태의 글자를 합친 것이다. 后는 '임금' '왕비'의 뜻으로 남아 있는데, 이런 의미는 '명령' 같은 의미와 연관이 있다고 보면 口를 의미 요소로 볼 수 있다. 后=石은 丂가 발음, 口가 의미인 형성자가 된다.

司(사)는 后를 좌우로 뒤집은 글자라고 한다. 그러나 글자를 뒤집어 새로운 글자를 만들었다며 거기다 철학적인 의미를 덕지덕지 붙이는 식의 설명은 믿기 어렵다. 后를 <그림 3>처럼 썼다면 그 모습 그대로인 司를 后와 다른 글자라고 하는 게 오히려 이상하다. 발음도 친연성이 있으니 司=后다. 司에 '벼슬'의 의미가 들어 있는 것도 '임금'이나 '명령'과 연관지으면 당연한 일이 된다.

이번엔 <그림 5>를 보자. '丂+口'의 구조인 건 이게 더 확실하다. 이건 可(가)의 옛 모습이다. 可 역시 后=石과 같은 구성이어서 같은 글자에서 독립한 글자가 된다. 丂 부분을 농기구인 괭이로 보고 농사일을 하면서 노래를 부르는 것을 나타냈다는 식의 설명이 있으나 형성자를 억지로 회의자로 꿰맞춘 것이다.

號(호)의 왼쪽에 들어 있는 号(호)는 지금 號의 속자로 돼 있지만, 지금 글자꼴로 '丂+口'의 구조가 가장 분명하게 나타난 글자다.

한편 克(극)은 투구를 쓰고 있는 모습이라는 등 여러 가지 설명들이 있으나 대개 장면상형이어서 받아들이기 어렵다. <그림 6> 같은 모습에서 그런 상상들을 하는 것이지만, 아랫부분이 <그림 2>의 오른쪽과 같다고 보면 윗부분은 口에서 위에 점만 하나 더해진 것일 뿐이다. 克의 옛 모습 가운데 그 점이 없이 口 형태인 모습도 많다.

<그림 7> 역시 克의 옛 모습인데, 위쪽을 亠가 아닌 一로 보고 그것을 아래 구부러진 선과 연결하면 丂가 되고 나머지 부분이 口다. 丂에도 위에 점이 추가된 모습이 있었음을 상기하면 이 역시 '丂+口'다. 可에는 '극' 발음도 있으니 克=可다. 克의 의미 '이기다'를 조금 틀어 '할 수 있다'로 보면 可의 의미와 일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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