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박인규가 주목한 이 사람은 국제 펜클럽 한국본부 이길원 부이사장입니다. 이길원 부이사장은 71년 연세대 화학과를 졸업했고 졸업 후 월간 주부생활 편집국에 근무하다. 유신후기인 1977년 편집부장직을 사임하면서 10여 년 동안 절필했습니다. 이후 월간 <시문학>에 작품을 게재하면서 다시 작품활동을 시작했고 시집으로는 <어느 아침 나무가 되어> <계란 껍질에 앉아서> < 하회탈 자화상> <구름에 대한 명상> <해이리 시편>등과 영역시집<Poems of Gil-won Lee>가 있습니다. 또, '천상병 시상'을 수상했으며 1993년부터 국제 펜 한국본부에서 활동하며.. 이사를 거쳐 현재 부이사장을 맡고 있습니다. <문학의 집 서울> 이사와 <문학과 창작> 편집고문으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박인규 : 우선 축하드립니다. 2012년 국제 펜 세계대회가 우리나라에서 개최된다고요. 직접 유치하신 입장에서 굉장히 기쁘시겠습니다.
이길원 : 네. 상당히 어렵게 생각했는데 의외로 많은 친구들이 쉽게 협조해 줘서 결정하게 됐습니다. 너무 기쁩니다. 더구나 문학올림픽이라고 할 수 있는 펜 대회를 88년에 한 당시와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다르니까 해볼 만한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박인규 : 88년도에 처음으로 국제 펜 세계대회를 서울에서 처음 했고 20년 만에 다시 도전해서 4년 뒤에 하게 됐어요. 국제 펜 세계대회를 다시 한 번 해야겠다고 결정하게 된 배경이 있습니까?
이길원 : 88년과 지금 우리상황이 많이 다르고, 우리의 위상을 세계에 알릴 필요도 있고. 특히 우리 국제 펜클럽이 뭘 하는 단체인지를 너무 모르는 것 같더라고요. 한 번 유치해서 국민에게도 축구나 스포츠만 할 게 아니라 문화적인 행사를 한 번 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박인규 : 이런 국제적인 행사를 하려면 경쟁이 치열한 법인데, 지난달 어디서 펜 대회가 열린 거죠?
이길원 : 콜롬비아 보고타에서 했습니다. 납치가 직업으로도 분류된다는 나라인데, 마약이 많고요. 상당히 먼 거리지만 일단 목적을 갖고 제가 갔습니다. 또 우리 이사장이 국제대회가 있어서 갔는데, 제가 펜에 대한 여러 가지 내용을 잡지에 소개했습니다. 우리 국제 펜의 7명의 이사와 회장들의 개인 프로필 여러 가지를 소개했는데 그런 모든 자료를 기증하면서 한국을 소개했더니 아주 좋아하면서 제가 그때 의사를 표현했습니다. 한국에서 이런 행사를 갖고 싶다. 아주 기꺼이 바로 이사회를 소집해 주고 너무 쉽게 해서 어안이 벙벙할 정도입니다.
박인규 : 혹시 경쟁국은 없었습니까?
이길원 : 있었는데 워낙 이사들이 저에 대해서 호감을 갖고 있어서 아주 쉽게 만장일치로 그 날 회의에서 아예 한국이 다음에 하는 것으로 결정하고. 물론 이사들에게 제가 개인적으로 언어적인 로비는 했습니다만 저에 대해서 아주 좋은 인상을 갖고 있어서 쉽게 됐습니다.
박인규 : 부이사장님께서 국제 펜 세계대회가 문인 올림픽이라는 표현을 쓰셨는데 4년 마다 한 번 열리는 겁니까?
이길원 : 아니오. 매년 하는데. 펜 총회입니다. 1년마다 돌아가면서 하는데 그 나라에서 가장 문화적인 도시에서 합니다. 그 나라의 이미지라든가 그 나라의 문화를 소개하는 중요한 장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박인규 : 그렇다면 지금부터 많은 준비를 해야 할 텐데요. 우선 아까 국내에서 펜클럽을 잘 모른다고 하셨어요. 저 학생 때는 펜클럽 하면 아주 대단한 단체로 보도도 되고 그랬는데 요즘은 잘 모르시는 것 같아요. 국제 펜클럽이 어떤 곳인지 소개해 주시죠.
이길원 : 네. 나이 좀 드신 분들, 50대 이상은 잘 아는데..
국제 펜클럽이 1921년 영국에서 도슨 스코트 여사가 처음 설립했습니다. 초대 회장으로는 영국 극작가이면서 1032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존 골즈워디였습니다. 범 세계적 작가모임으로는 유일한 조직입니다. 문학을 증진하고 표현의 자유를 수호하면서 공동체를 구성하는 데에 목표를 두고 있습니다. 특히 표현의 자유 없이는 문학이 국제적으로나 이해나 협력이 안 된다고 보고, 표현의 자유가 중요합니다. 자기 문학으로 표현을 하다가 구속된 작가를 석방한다든가, 정치적 검열에 반대하며 박해받거나 투옥되거나 혹은 자신의 견해를 표현하다가 살해된 작가들을 강력한 목소리로 대변하는 역할을 합니다. 어떻게 보면 문학단체이기 전에 인권단체라고 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박인규 : 작가들의 표현의 자유를 지키기 위한 국제적인 단체. 하긴 작가들이 펜으로 글을 쓰니까, 펜 하면 작 단체라고 할 수 있는데 이 펜이라는 게 약자라면서요?
이길원 : P가 포엠. 시고, E가 에세이, 에디터. 수필과 편집자, N이 노블, 소설가 해서 약자를 합해서 PEN(펜)이라고 합니다.
박인규 : P가 플레이라이터도 있죠, 시인, 극작가, 수필가, 언론인, 소설가들의 모임. 현재 몇 나라나 가입돼 있습니까?
이길원 : 금년까지 104개국 145개 센터였는데 이번에 4개 나라가 더 가입했습니다. 위구르라고 중국 내 자치민족이라고 해요. 에티오피아 해서 몇 나라가 더 가입해서 108개국 149개 센터가 됐습니다.
박인규 : 저 어렸을 때 기억으로는 모윤숙씨인가요 그 분이 펜클럽에서 많이 활동하신 걸로 알고 있는데 우리나라가 펜클럽에 가입한 건 언젭니까?
이길원 : 1954년 6월 비엔나에서 열린 제 27차대회에서 인증을 받아 가입했습니다. 특히 우리가 어려웠던 것 중 하나가 군사정권 때 많은 문인들이 투옥됐거든요. 김지하씨, 황석영씨도 그렇고. 그때 펜 대회 투옥작가위원회에서 그들을 집중적으로 거론하고 탄원서를 내기도 하고, 상당히 그 분들의 석방을 위해서 많은 노력을 했습니다. 지금은 투옥작가가 전혀 없으니까 투옥작가위원회에서 우리가 탈퇴를 할 만큼
박인규 : 요즘은 민주화가 돼서 투옥작가가 없어서 펜에 대한 관심이 없는 모양이네요. 국내 문인들은 전부 다 펜클럽에 가입돼 있나요?
이길원 : 그렇지는 않고요. 과거에는 등단한 지 10년, 자기 저서가 두 권 이상 있는 사람들이 가입조건 됐습니다. 펜에 가입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영광이라고 할 만큼 그랬습니다. 점점 우리 문단 인구가 늘어나면서 가입 인원이 늘었습니다.
박인규 : 대략 몇 분이나 됩니까?
이길원 : 지금 한 2600명 가입돼 있습니다.
박인규 : 그래서 최소한 일정한 정도의 자격이랄까 경력이 있으신 분들의 단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이길원 : 네. 2000년 이후에는 가입이 너무 까다롭다는 불평이 문인들 사이에 많아서 조금 자격조건을 낮췄습니다. 적어도 5년 이상 계속 작품활동을 하고 자기 저서가 1권 이상 있는 사람이 입회하고, 또 펜의 기본 정신에 따르는 사람들
박인규 : 혹시 북한도 가입돼 있습니까?
이길원 : 저희들이 북한의 펜 가입에 관해서 펜 본부에 여러 번 이야기했는데 표현과 언론의 자유가 없는 북한은 펜 자체를 가입을 안 했습니다. 공산권은 일체 가입을 안 했습니다. 중국도 안 돼 있고, 중국에서 인디펜던스 차이니스라고 중국 망명작가들의 펜이 구성돼 있습니다.
박인규 : 혹시 러시아는 어떻습니까?
이길원 : 러시아도 안 돼 있습니다.
박인규 : 옛 소련, 공산권은 가입이 안 돼 있군요.
이길원 : 아예 안 돼 있습니다. 그러나 러시아에서 박해받았던 많은 작가들이 펜의 많은 관심 대상이 됐습니다. 특히 솔제니친은 그가 추방이란 형태로 생명을 보존할 수 있었던 게 펜 때문입니다. 펜에서 하도 이야기하니까 러시아에서 견디지 못하고 미국으로 추방했다가 돌아왔지만, 그가 대표적이죠 러시아에서
박인규 : 사소한 이상한 의문이 들어서 여쭤보는 건데, 그럼 펜클럽 전체에 가입돼 있는 문인들은 몇 명이나 되는지 통계가 나와 있습니까?
이길원 : 본부에는 있는데 정확하지 않습니다. 왜냐면 펜 본부에 매년 회비를 내야 되는데 그 회비를 다들 회원수만큼 제대로 안 내는 경향이 있어요. 제가 알기로는 대충 10만 명은 넘을 것으로 봅니다.
박인규 : 그럼 2012년도에 78차 대회를 24년 만에 한국에서 열게 되는데, 물론 잘 해야겠지요. 세계대회는 어떤 식으로 치러집니까?
이길원 : 한 호텔이면 호텔을 정해서 저희들이 정한 주제 세미나도 하고, 각 펜의 4대 위원회가 있습니다. 투옥작가위원회, 언어보존, 여성, 평화위원회. 여기서 작가 활동에 대한 보고가 있고 차후 활동에 대한 계획이 있습니다. 이번 74차에는 제가 평화위원회에 가서 북한의 인권에 관해 집중적으로 보고했습니다. 개선돼야 한다, 이 점이. 특히 중국의 강력한 탈북정책에 의해서 다시 송환되는 사람들의 인권을 보장해야 되고 이들을 도와줘야 한다. 각 나라에서 여론화해서 탈북자들의 인권과 그들을 도울 수 있는 길을 찾아달라고 진지하게 호소했습니다. 그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 많은 준비를 해갔지만 바로 그런 일들을 펜에서 하게 되고
박인규 : 2012년도가 되면 나름대로 국제 펜 서울 세계대회의 나름의 주제를 정해야 될 것 같은데, 혹시 어떤 주제로 서울대회를 이끌어 가실지 복안이 있으십니까?
이길원 : 제 생각으로는 주제를 아시아의 인권으로 두고 싶습니다. 그래서 특히 미얀마의 인권이라든가 또는 북한의 인권, 이런 점에 관해서 주제를 삼아 발표했으면 합니다.
박인규 : 혹시 펜클럽 한국본부 차원에서 북한과의 교류는 현재 없으신 거죠?
이길원 : 민족작가협회 쪽에서 한 번 교류를 시도했는데 그들은 단순한 교류보다는 문학작품을 함께 취급하기로 했었어요.
박인규 : 책을 내기로 했다가 잘 안 됐죠.
이길원 : 저희들이 반대했는데 왜냐면, 우리는 표현의 자유가 있고 문학활동을 제대로 하고 있는데, 그쪽은 펜의 자유가 없고 주체사상에 대한 일괄된 이야기기 때문에 같은 맥락에서 다룰 수 없지 않냐. 우리는 그들의 표현의 자유와, 이게 더 중요한 이슈로 된다고 해서 저희가 참여를 안 했습니다. 꼭 그래서만은 아니겠지만 많은 반대도 있고 못한 걸로 압니다.
박인규 : 표현의 자유가 생길 때까지 교류를 하려면 오래 기다려야 되는 거 아닙니까?
이길원 : 오래 기다려야 되는데, 제가 펜에서 어떤 행사를 했냐면 탈북자 문인들을 모아서 북한 문학을 집중적으로 다뤄본 적이 있습니다. 그들도 일괄되게 이야기하는 게, 우리는 수령동지나 김일성 이야기가 들어가지 않으면 출판이 안 된다. 그래서 오히려 지하문학에서 문학의 정통성을 찾아야 될 거라는 이야기. 언젠가는 그들의 문학이 빛을 볼 것으로 생각합니다. 지난번에 시안을 발간하신 오탁번 선생이 북한문학에 관해서 한 번 다룬 적이 있습니다. 체제문학 이외의 것만 심도있게 다룬 적이 있었는데 그런 작업은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박인규 : 북한의 표현의 자유를 신장시키는 건 분명 과제인데 어떤 게 효율적인 것인지 고민되긴 하네요. 그런 식의 세계대회를 하면 외국 문인이 몇 분이나 오시게 됩니까?
이길원 : 300에서 400명 정도, 많으면 500명까지 참여합니다. 대체로 한 300명 정도 됩니다.
박인규 : 3,400명을 대회 기간 일주일 정도 모시려면 비용이 많이 들 것 같은데 어떻게 충당하십니까?
이길원 : 사실 정부의 지원을 받지 않으면 어렵거든요. 제가 가기 전에 지금 장관님을 만났습니다. 유장관께서 아주 기꺼이, 국가적인 차원이니까 정부에서 앞장서 지원하겠다고 말씀해 주셨기 때문에 확신을 갖고 했습니다.
박인규 : 재정적인 부분은 거의 해결된 거네요.
무슨 행사, 무슨 일이든 제대로 되기 위해서는 사람과 돈이 제일 중요하다. 돈 문제는 해결했다고 치고, 국제 펜클럽 세계대회를 잘 유치하기 위해서는 국내 문인들의 활발한 참여가 필요할 것 같은데요. 어떤 복안이 있으십니까?
이길원 : 저 나름대로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특히 통역 문제를 해결해야 되고, 인적 플랜을 짜야 되는데 늘 그런 행사를 많이 해왔으니 큰 어려움은 없습니다. 단지 돈이 문젠데, 돈에 관해서는 우리나라가 축구 이런 것에는 굉장히 많이 투자합니다. 천억 2천억 들여서 상암월드컵경기장도 만들고 축구가 끝난 다음에는 무용지물이 돼서 예산을 낭비하고 있는데. 제가 한 5,6년 전부터 국제문화교류센터를 하나 만들자고 했습니다. 50에서 100억 정도 들여서 하나 만들자. 외국인 우리 펜 회원들이 한국을 취재하고 싶다, 협조 좀 해달라고 할 때 우리가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이 없다. 그래서 센터를 하나 만들어서 숙박시설 조금 해 놓고 그 분들이 마음 놓고 취재하고 한국에 관해서 글도 쓰고 시민들도 만나고 대화도 나눌 수 있는 센터를 하나 만들어 달라. 만들고 싶다, 해도 그거 하나 안 합니다. 왜냐면 금방 표가 안 나니까요. 그런 만큼 정부에서 관심을 가지고 문화가... 왜 노벨상이 안 나오냐고 한탄하기 전에 좀 더 지원을 하면 훨씬 낫지 않겠느냐
박인규 : 2012 국제 펜 서울대회가 잘 개최되면 그런 것도 잘 될 수가 있겠지요. 부이사장님께서는 2012 국제 펜 서울대회 개최의 의미, 어떤 효과를 기대하십니까?
이길원 : 우선 우리 국력이 많이 신장돼 있습니다. 88년과 지금은 많이 다릅니다. 그런 우리의 문화적인 성장, 이런 걸 다른 나라에도 보여주고 다시 한 번 알리고 싶고. 물론 그들도 한국이 경제적으로 발달된 건 알고 있습니다. 이번 펜 대회 때도 우리 한국 상품이 광고로 나오면 제 등을 치면서, 당신네 나라 상품이라고 얘기할 만큼 친숙한데 그뿐만이 아니고 문화적으로도 우리가 얼마나 우수한가를. 그래서 이번 프로그램에 제가 꼭 하나 넣으려고 하는 게 청주에 직지박물관이 있습니다. 우리나라 활자가, 구텐베르크보다 훨씬 앞서 있다는 걸 그들에게 한 번 보여줘야겠다. 일정을 하루를 잡으려고 합니다. 그렇듯이 우리 한글의 우수성을 좀 더 폭넓게 알릴 필요가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박인규 : 2012년 78차 국제 펜 서울대회가 한국의 문화적 저력을 세계에 알리는 좋은 기회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세계대회가 열리는 건 경사라고 할 수 있는데 중요한 건 우리 문학이 상당히 발전하고 꽃을 피워야 되는데, 일부에서는 문학의 위기다, 잘 소비가 안 된다, 안 읽는다는 말씀을 하십니다. 시인이시죠? 지금 우리 문학의 현 상황 어떻게 보십니까?
이길원 : 그게 저희들의 과제라고 봅니다. 우리나라 문학이 5,60년대에는 시인의 수가 상당히 적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시를 읽었고 독자와 가까웠는데 그 책임이 누구에게 있다기보다는 저는 대체로 80년대에, 소위 민주화 시절에 투쟁적인 시가 나오기 시작하면서 그 당시에는 각광을 잠시 받았지만
박인규 : 이른바 민중시...
이길원 : 그렇죠. 독자를 잃어가는 식이 됐습니다. 그러다가, 좀 난해한 시를 자꾸 쓰면서 마치 시인들이 자신의 실력을 과시하듯 어려운 시를 쓰면서 독자를 더 잃어나가고 있습니다. 제가 요즘에는, 시는 시인만 읽는다, 독자가 없다. 이렇게 저희들이 얘기할 정돕니다. 인터넷상으로는 또 많이 읽히는 것 같긴 한데요. 시가 독자를 잃은 건 시인 책임이다. 특히 신춘문예 같은 경우도 보면 물론 시적 완성도는 어떨지 모르지만 독자를 멀리할 만큼 서정성이 떨어진다든가 메시지가 불충분하다든가 이런 점이 있다고 봅니다.
박인규 : 일각에서는 오히려 시는 많이 늘었다고 하던데요.
이길원 : 많이 늘었습니다 오히려. 시인이 양적으로 늘어난 것에 비해서 질적으로 어떻게 되느냐에 대해서 해답이 안 나옵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그렇게 얘기합니다. 사기꾼이 많은 것보다 시인이 많은 게 낫지 않냐. 그러나 시인이 너무 많아서 시인으로서 가치가 떨어진다. 어디 가서 시인이라고 얘기하기 어렵다고 말하는 축도 있습니다. 그러나 어쨌든 그 책임도 문단 어른들에게 있다고 봅니다. 왜냐면 서울에 제가 알기로 한 50여 개의 문학 전문 잡지가 있습니다. 여기서 시인을 내보내는데 엄선해서 내보냈을 경우라면 괜찮은데 아마 아직, 이제 좀 공부하고 있는 사람까지도 등단을 시키는 경우가 종종 있어서 문제가 된 것 같습니다.
박인규 : 시인은 굉장히 많이 늘어났는데 반대로 독자는 줄어들고 있다. 그 책임은 시인에게 있다. 요즘 후배들, 젊은 사람들의 시를 보시면 이해하기 어렵습니까?
이길원 : 그렇지는 않습니다. 저는 시인이니까 열심히 행간을 이해하려고 하고 음미하고 분석하니까 이 친구가 이런 말을 했구나 하고 저희들은 아는데 이렇게 썼을 때 독자가 알겠느냐. 사마천이 시를 쓸 때 자기 하인에게 먼저 읽어줍니다. 문맹이니까. 내가 쓴 게 무슨 말인지 알겠느냐 물어봐서 알겠다고 하면 그 시를 발표하는데 뭔 말인지 모르겠습니다 하면 너도 모르는 시를 써서 내가 뭐하겠냐, 다시 썼다고 합니다. 그만큼 읽는 사람을 생각하고. 저는 좋은 시라는 건 마치 항아리를 빚는 것처럼, 항아리를 예쁘게 빚으면.. 항아리는 예쁘지만 그 속에 무엇을 담았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향수를 담았는지 향기로운 술을 담았는지 꿀을 담았는지, 이건 바로 시인의 철학이라고 생각합니다. 메시지와 철학이 없는 시는 독자에게 절대 감동을 줄 수 없다고 봅니다. 제가 특히 주장하는 건 시인이 얘기하고자 하는 의도를 독자가 파악해서 공감하고 감동할 수 있어야 좋은 시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런데 요즘에 소위 실험시를 쓰는 많은 젊은이들이 자기가 특별한 시를 써서 시인에게 주목을 받습니다. 그러나 독자에게는 외면을 받지 않느냐는 생각을 합니다.
박인규 : 메시지도 중요하고 독자와의 소통도 중요하고
이길원 : 언어적인 선택도 중요하고. 많은 원로 시인들이 아주 좋은 시를 쓰고 있습니다. 좋은 메시지와 좋은 언어 선택과. 몇몇 시인들은 정말 사전에서 우리 아름다운 말을 골라서 좋은 시를 쓰고 있는데 그런 노력은 하지 않고 언어적 유희만을 하는 젊은 시인들이 많습니다. 오히려 젊은 시인들이 좀 불안하지 않나. 물론 그들도 나이 먹다 보면 그렇게 쓰지 않으리라고 생각하지만
박인규 : 아까 북한이 현재 표현의 자유가 없기 때문에 오로지 수령찬양밖에 없어서 현재 교류하는 건 무의미하다고 하셨는데....
교류가 필요하긴 하죠. 어떤 복안이 있으십니까?
이길원 : 어떻게 앞으로 진행될지 모르지만 북한과의 교류를 먼저 해야 되지 않느냐. 문인들을 만나고 서로가 체제문학이라도 서로가 발표할 수 있고 낭송도 하고 함께 문학을 교류할 수 있는 행사를 가질 수 있으면 좋은데 그런 행사를 북한 자체에서 허락하지 않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간혹 아주 좋은 시를 저희들이 봅니다. 북한 문인 중에서... 언젠가 내가 어느 잡지에서 북한 문인들의 강화도라는 시를 읽은 일이 있습니다. 강화도에 서서 저쪽이 내 고향이었는데, 그리는 시를 아주 잘 썼더라고요. 아, 북한에도 문학이 있구나 하고 느낄 만큼. 그런 걸 찾는 게 필요한데 문제는 북한 당국과 우리 당국과의 교류가 활발해질 수 있도록 협조체제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박인규 : 마지막으로 우선 2012년 국제 펜 서울대회를 잘 치르시는 게 중요할 것 같고. 앞으로의 계획이나 못다 하신 말씀 있으시면 정리말씀 부탁드립니다.
이길원 : 제가 정말 원하는 건 문학에도 돈이 들어와야 됩니다. 문학인이 돈을 얘기하는 게 추한 것처럼 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저는 절대 그렇게 주장하지 않고, 문학이 활발해지고 활성화하려면 여기도 축구를, 우리가 스포츠를 신장하듯이 돈이 들어와야 된다. 그래서 제가 많은 후배들 정치인이나, 이런 분들에게도 집중적으로 얘기합니다. 문학단체를 지원해라. 그래서 문학을 지원하고, 노벨상을 원한다면 우리말을 세계에 전파해야 한다. 많은 한국학교를, 특히 세계문화의 지류가 되는 서반아어, 불어, 영어권에 한국어를 배우게 하고 그들이 한글을 익히게 하는 게 중요하다는 얘기를 많이 합니다.
박인규 : 문학이 배고픈 일이 아닐 때 문학이 발전할 수 있다. 사회의 지원과 관심을 기대해 보고요. 무엇보다 2012년 서울대회 잘 치르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이길원 : 잘 치르도록 언론에서도 많이 도와주십시오. 감사합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 오늘은 2012년 국제 펜대회를 유치한 국제 펜클럽 한국본부 이길원 부이사장을 초대해 국제 펜클럽의 활동과 국제 펜 세계대회의 개최 의미에 대해 알아보고 우리 문학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얘기 나눴습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는 매주 월-금요일 오후 2시30분부터 3시까지 KBS 1라디오97.3MHz)에서 방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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