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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경제학상 수상자 크루그먼이 누구길래…

[분석]경제학자의 한계에 분노한 '현실참여형 학자'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를 선정하는 스웨덴 한림원도 타이밍이 중요하다는 것을 크게 고려한 것일까. 적지 않은 후보자 중 2008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로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를 선정한 것은 너무나 시기적으로 절묘하기 때문이다.

공식적인 그의 수상 업적은 '신무역이론'이다. 하지만 대중적으로 그는 <뉴욕타임스>의 명칼럼니스트이자 '금융위기 전문가'로 명성을 떨쳐왔다. (☞관련 기사:'금융위기 전문가' 크루그먼, 노벨경제학상 수상 )

물론 그의 스승이자, 1987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솔로가 "이번 노벨경제학상은 경제학자인 크루그먼에게 주어진 상이지, 언론인 또는 정치비평가로서의 크루그먼에게 주어진 것은 아니다. 그는 근본적인 경제학 이론의 기여자"라고 말했듯, 크루그먼은 어느 누구보다도 '노벨상 예약자'로 평가받아왔다. 뛰어난 업적을 낸 40세 미만의 경제학자에게만 2년마다 수여돼 노벨경제학상보다 받기 어렵다는 존 베이츠 클라크상을 이미 1991년에 수상했기 때문이다.
▲ 노벨경제학상 수상자가 된 명칼럼니스트 폴 크루그먼.ⓒ로이터=뉴시스

"노벨상 받기 전부터 이렇게 유명한 경제학자는 없었다"

하지만 에드워드 글레이저 하버드대 경제학 교수는 <뉴욕타임스> 블로그를 통해 크루그먼 교수의 수상을 축하하면서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중 크루그먼 교수처럼 이 상을 받기도 전에 유명한 경제학자는 없었다"면서 "그의 뉴욕타임스 칼럼은 전세계의 수많은 사람들이 애독해왔으며,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한 경제서적도 아주 많이 써냈다"고 '오피니언 메이커'로서 그의 두드러진 활동을 소개하기도 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새무얼슨도 "크루그먼의 노벨상 수상은 당연한 것이며, 뒤늦었다고 본다"며 열렬히 환영하면서도 "하지만 퓰리처 위원회를 더 비난한다"고 말하며 '언론인' 크루그먼의 위상을 높이 평가했다. 그는 "크루그먼은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태를 처음부터 정확하게 간파해온 유일한 칼럼니스트"라고 찬사를 보냈다.

실제로 크루그먼은 '금융위기 전문가'로 현재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몇년 전부터 예고했으며, 아시아 금융위기도 정확하게 예견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특히 조지 W.부시 행정부의 잘못된 정책이 금융위기를 가져올 것이라며 경고해 왔고, 부시가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 공화당은 '소수의 부자를 위한 급진적인 정치세력'이라고 규정하며 지난 8년 동안 부시 행정부와 공화당 정책을 신랄하게 비판해 왔다.

올해는 크루그먼의 이러한 일련의 진단과 전망이 모든 영역에서 '불길하게' 거의 다 맞아떨어진 최악의 해이며, 이에 따라 크루그먼의 명성은 최고조에 달한 상황이었다.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도 자신이 이처럼 국제적으로 정치경제적 여론 형성에 강력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는 점에 큰 자부심을 감추지 않고 있다.

"미국 국민 80%가 이제는 내 견해 지지하는 것으로 본다"

그는 노벨경제학상 수상 소식을 듣고 기쁨을 감추지 못하며 가진 기자회견에서 또다른 기쁨을 언급했다. <뉴욕타임스> 고정 칼럼니스트로 지난 8년여간 조지 W. 부시 행정부를 신랄하게 비판해온 그는 "처음에 부시 행정부를 비판했을 때만해도 미국 국민의 80%가 그를 지지했지만 현재는 80% 가까이가 공개적인 실망을 표시하고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내 견해가 지지를 받고 있는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재미있는 것은 한국의 민주당 관계자들이 크루그먼의 수상 소식을 마치 당 관계자가 수상한 것처럼 반기고 있는 현상이다. 크루그먼은 미국의 민주당을 '당파적으로 지지하는 경제학자'라고 스스로 선언하면서 공화당과 부시 대통령의 정책을 조목조목 비판해 왔다.

그런데 크루그먼의 글은 공화당과 부시라는 고유명사만 국내에서 대응하는 고유명사로 바꾸면 민주당의 논평이 될 정도로 국내 현실과 너무 맞아떨어지는 대목이 많다. 그가 몇년전에 미국의 현실을 비판한 글은 최근의 국내 현실을 묘사한 듯해, '크루그먼 애독자'들은 무릎을 치며 감탄하게 된다. (☞관련 기사:'감세' 외치는 정부가 '부자를 위한 조직'이라고? )

크루그먼 노벨상 수상에 신난 국내 민주당

민주당이 14일 이명박 정부가 발표한 금산분리 완화 정책을 비판하는 논평에서 곧바로 크루그먼을 동원한 것도 이때문이다.

민주당은 신자유주의를 일관되게 비판해온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의 노벨경제학상 수상 소식과 관련, "폴 크루그먼 교수의 노벨경제학상 수상은 이명박 정부에 큰 경고가 아닐 수 없다"는 논평을 냈다.

조정식 민주당 원내 대변인은 이 논평을 통해 "폴 크루그먼 교수는 이명박 정부와 쌍둥이라고 불릴만큼 유사한 부시 행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해 '재앙에 가깝다'고 비판한 바 있다"면서 이같이 지적했다.

또한 그는 "크루그먼 교수는 규제완화와 감세에 대해 강하게 비판해온 학자"라며 "크루그먼 교수의 수상은 규제완화와 감세는 세계의 경제흐름에 역행한다는 인식이 세계적 공감을 얻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미국발 금융위기는 섣부른 규제완화와 금융감독의 실패에서 비롯되었다"며 "전세계적으로 이를 교훈으로 삼아야 할 시점에 이명박 정부만이 이를 역행해 나홀로 거꾸로 가는 데 대해 심각히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이명박 정부를 비난했다.

'현실참여형 학자' 크루그먼의 좌절감

하지만 '현실참여형 학자' 크루그먼의 좌절감은 적지 않다. 그토록 부시와 공화당을 비판하며 2003년 <대폭로>라는 책에서 부시 대통령의 재선이 '재앙'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지만, 미국인들은 이라크 전쟁 등에 놀라 부시를 다시 선택한 것은 그에게 큰 충격이었다.

그가 오랜 만에 대중적인 저서 <미래를 말하다>라는 책을 펴내고, 공화당이 얼마나 무서운 세력인지 갈파하면서 민주당 지지를 공개적으로 선언한 것도 이때문이다. 이번만큼은 존 매케인 후보가 나선 공화당의 집권을 막아야겠다는 절박감을 토로한 것이다. 그는 <대폭로>에서 경제학자로서 순수한 경제분석적인 글만 쓰다가 '정치적 칼럼니스트'로 전환한 이유에 대해 "현실의 경제는 정치적 힘에 의해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라고 밝힌 바 있다.

금융위기 사태가 이 지경으로 된 것도 크루그먼에게는 답답할 뿐이다. 그렇게 오래 전부터 그린스펀의 규제완화 정책에 경고를 했고, 최근 헨리 폴슨 재무장관의 대응방식이 문제가 많다는 것을 지적해도 부시 행정부는 미적거리며 사태를 악화시켰기 때문이다.

지난 주말 전후로 영국의 주도로 은행에 자본을 직접 투입하는 방안이 국제적인 호응을 얻자 미국 정부도 뒤늦게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지만, 크루그먼 교수는 "이미 전세계 경제는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고 안타까워 했다.

그는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은행의 자본을 확충해주는 계획은 시장의 공포감을 조금 덜어주는 치료약이 될 수는 있을 것"이라면서도 "전세계가 경기후퇴로 가고 있으며 붕괴에까지 이르진 않겠지만 상당히 오랜 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크루그먼은 또 "세계 증시를 반등시킨 이번 방안이 글로벌 금융위기를 해결하는 데 좋은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면서도 "증시의 반등이라는 시장의 반응이 구제방안이 제대로 작동할 것이라는 충분한 신호는 아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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