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區(구)/医(예)/矣(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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區(구)/医(예)/矣(의)

[한자가 그렇게 만들어졌다고?] <81>

지난 회에 다룬 匸(혜)는 의미 요소로서도 그리 낯익은 글자는 아니지만, 그것이 발음기호로 들어간 글자가 있으리라고는 생각하기 어려운 글자다. 그러나 그런 글자가 있다. 가장 낯이 익은 것이 區(구)다.

區는 그릇 같은 물건을 어떤 곳에 잘 간직해둔 모습이라고 한다. 역시 '장면 상형'이다. <설문해자>는 匸의 의미에 주목해 '감추다'로 해석했다. 감춘 물건을 질그릇이라고 구체적으로 지적하기도 하는데, 그런 의미인 甌(구)라는 파생자에서 가져온 얘기일 뿐이다.

옛 모습은 <그림 1>처럼 재미있게 만들기도 하고, <그림 2>처럼 지금 모습에서 획이 하나 빠진 듯한 모습도 있다. 그러나 <그림 2>도 品(품)을 제외한 오른쪽 부분을 가로획 하나와 세로획 하나로 분리해 보면 匸의 본래 형태인 丂(고)의 옛 모습을 찾아낼 수 있다.

區의 발음은 초성이 바로 이 丂와 같고 모음은 丂 계통 朽(후)와 일치하니 匸=丂가 발음기호라고 볼 수 있다. 區도 전연 뜻밖이겠지만 형성자인 것이다. 다만 의미 요소일 品 부분은 그 글자 자체에 여러 가지 가능성이 있어 쉽게 단정할 수 없다.

医(예/후)는 醫(의)의 약자로 많이 쓰고 있는 글자다. 현대 중국에서 복잡한 醫자를 버리고 그 대신 쓰고 있는 글자기도 하다. 그러나 본래는 다른 글자로 봐야 한다. 醫는 아래 酉(유)가 의미, 위 殹(의)가 발음이겠고, 다시 殹는 殳(수)가 의미, 医가 발음이겠다. 결국 医는 醫의 발음 뿌리일 뿐이지, 의미가 이어진 글자는 아닌 것이다.

이 医 역시 匸를 발음으로 볼 수 있다. 그렇게 본다면 <그림 3> 같은 옛 모습에서 나왔다는 侯(후)와 관계가 있다. <그림 3>에서 矢(시)를 제외한 부분은 <그림 2>에서 본 대로 匸=丂이기 때문에, 결국 <그림 3>은 医의 옛 모습인 것이다.

侯는 글자 모양이 조금 복잡해 <그림 3>에 다른 요소가 들어간 합성자로 보이는데, 추가 요소가 왼쪽 人이라고 보면 侯의 오른쪽은 <그림 3>의 변형이고, <그림 3>은 侯의 옛 모습이 아니라 侯의 오른쪽인 医의 옛 모습이 되는 것이다.

医는 匸가 발음이니 '화살'인 矢가 의미 요소겠다. 医는 화살집인 '동개'의 뜻으로 알려져 있고, 侯의 의미인 '과녁' 역시 활과 관련되는 의미여서 본래 医에서 나온 의미인 것으로 보인다. 둘 다 医의 본뜻일 가능성이 있다.

여기서 다시 侯의 오른쪽 부분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그 윗부분이 결국 匸=丂의 변형이라는 얘기다. 그런데 侯의 오른쪽은 矣(의)와 비슷한 모습이다. 어조사로 쓰여 옛날 한문 문장에나 나오니 요즘은 보기 어려워졌지만, 汝矣島(여의도)라는 지명에 남아 있는 글자다.

矣는 사람이 입을 벌리고 있는 모습의 상형이라는 얘기가 있는데, 역시 너무 자세한 상황의 묘사라는 점이 그런 설명을 믿기 어렵게 만드는 요소다. 그런데 지난 회에 丂=匕=厶(사)의 가능성을 제기했는데, 그렇다면 矣는 바로 医와 같은 글자다. 矣의 발음과 医 계통 醫의 발음이 똑같은 이유다.

이번엔 조금 복잡한 글자 疑(의)를 보자. <그림 4>가 옛 모습이다. 사람이 길거리에서 두리번거리며 서 있는 모습을 그린 것이라고 한다. 왼쪽에 牛(우)자가 보이니 소를 끌고 가는 모습이라는 부가 설명도 있다. 전형적인 장면상형이다.

그런 식의 상형일 리는 없다. 그렇게 보면 합성자로 보는 게 순리다. 지금 疑자의 왼쪽, <그림 4>에서는 사람이 두리번거리며 서 있는 모습이라는 오른쪽 윗부분을 보자. 匕=厶의 공식을 대입하면 이 부분은 바로 矣고, 그렇다면 그것이 발음기호다. 똑같은 '의' 발음인 것이 그런 추정의 근거다.

나머지 부분이 의미 요소겠다. <그림 4>에서 나머지 흩어진 부분을 모아보면 牛 비슷한 글자와 彳(척)·止(지) 등이 보인다. '彳+止'는 바로 辶=辵(착)이고, 그것을 牛 부분과 합쳐 보면 바로 逆(역)자가 된다. 의미 요소가 逆이라면 망설이는 모습이라는 의미는 맞다고 볼 수 있겠는데, 다만 그런 모습을 그린 상형자가 아니라 矣를 발음기호로 하는 형성자라는 점이 기존 이해와 다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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