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丂(고)/匸(혜)/匕(비)/厶(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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丂(고)/匸(혜)/匕(비)/厶(사)

[한자가 그렇게 만들어졌다고?] <80>

이 연재 첫머리에 다룬 글자가 '쉬다'인 休(휴)였다. 왼쪽 人(인)이 사실은 丂(고)라는 글자의 변형이어서 朽(후)와 같은 글자에서 독립한 것이라는 얘기였다. 그런데 여기서 발음기호로 쓰인 丂는 어떻게 만들어진 글자일까?

우선 너무 간단한 필획이라는 점이 걸림돌이다. 도대체 짐작을 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상형으로 보려 해도 감을 잡기 어렵다. 斤(근)이 도끼를 그렸다는 전통적인 설을 바탕으로 그 도끼의 자루 부분만 떼어낸 상형자라는 설명이 있지만, 도끼자루까지 따로 그려 글자를 만들었다는 발상에 입만 벌어질 뿐이다. <설문해자>는 기운이 막힌 모습이라는 설명이지만, 이런 '철학적'인 바탕에서 글자를 만들었다는 설명은 더욱 믿기 어렵다.

<그림 1>이 옛 모습이다. 지금의 丁(정)자나 라틴문자 J와 비슷한 모양이 더 많다. 뭔가 다른 글자의 변형일 텐데, 연결이 쉽지 않다. 그런데 <그림 2> 같은 모습을 보면 조금 비슷한 게 있다. <그림 3>을 보자. 下(하)의 옛 모습인데, <그림 2>와 비교해 위에 점 하나만 없다. 이 점은 <그림 1>에도 없고 <그림 4> 같은 下의 또 다른 모습을 중간에 넣어 보면 丂는 下의 변형일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下는 본래 <그림 5> 같은 모습이어서 기준선 아래에 점을 찍어 만든 지사자라고 한다. 지사자라는 설명에 그런 대로 수긍할 만한 몇 안 되는 글자 가운데 하나다. 그런데 이 <그림 5> 같은 모습은 二(이)자와 구분이 어렵다. 二는 두 획의 길이가 똑같아 구분된다고 하겠지만, 활자시대가 아닌 옛날에는 그렇게 구분한다는 게 쉽지 않았다. 더구나 上(상) 역시 <그림 5>를 뒤집은 모습이어서 더욱 헛갈렸을 것이다.

그래서 시작된 것이 上과 下의 변신이다. 下를 기준으로 보자면 아래 획을 가로가 아니라 세로로 바꾸어 <그림 1> 같은 모습이 됐을 것이고, 그 굴곡을 조금 심하게 하다가 한 획이 삐져나와 <그림 2~4> 같은 형태가 됐을 것이다. 上은 같은 모양에 방향만 반대다. 下의 변신 과정에서 맨 처음 모습(<그림 5>)과 지금 모습(<그림 3, 4>)의 중간 단계(<그림 1>)가 丂로 독립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이 글자는 지금 다른 글자의 구성 요소로만 남아 있다.

자전에서 부수자의 하나로 쓰이는 匸(혜)는 <그림 6> 같은 소전체 단계로만 올라가도 아래 획이 꼬리를 늘어뜨리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림 1>과 구부러진 정도의 차이일 뿐이다. 丂와 다른 글자라고 보기 어렵다. 匸=丂=下로 봐야 한다.

또 다른 부수자 匕(비)는 <그림 7>과 같은 모습이다. 사람의 모습을 그린 人과 구분하기 어렵다. 그래서 匕 역시 사람의 모습이라고 한다. 그러나 그건 말이 안 된다. 같은 사람 모습을 그린 비슷한 모양의 글자를 '인'과 '비'의 두 가지 글자로 만들었다는 얘기는 성립할 수 없다. 匕는 뭔가 다른 글자의 변형이 人 쪽으로 접근해 비슷한 모습이 됐다고 보는 게 정상적인 이해다.

<그림 8>을 보자. <그림 1>과 비교해 보면 아래 획은 곧게 펴진 대신 위 획이 구부러졌을 뿐이다. 그렇게 본다면 <그림 7>도 위 획이 밑으로 처진 <그림 1>일 뿐이다. '비'의 발음이 '혜'와 연결된다고 보면 匕=匸=丂=下로 이어진다고 볼 수 있다.

匕가 '숟가락'이나 '칼' 등의 의미로 쓰이는 예가 있어 그런 물건의 상형으로 보려고도 하지만, 역시 어설퍼 보인다. 化(화)의 오른쪽은 '화'라는 별개 글자라는 주장까지 있는데, 지나치게 소소한 부분까지 구별하는 '결벽증'일 뿐이다.

역시 부수자의 하나인 厶(사)는 '개인'의 뜻인 私(사)의 본래자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너무 추상적인 의미고, 너무 간단한 필획이다. 비슷한 설명을 갖다 대기가 어려운 것이다. 厶 역시 뭔가의 변형으로 봐야 하고 거기에 의미 요소 禾(화)를 더한 것이 私다. '개인' 같은 의미는 私에서도 본뜻이라기보다는 파생 의미일 뿐이어서, 厶의 것으로 보기에는 너무 멀다.

厶의 초성 ㅅ은 匕의 뿌리인 下의 초성 ㅎ과 가깝다. 모양은 얼핏 닮은 데가 없어 보이지만, 거의 비슷한 필획이다. 匕의 오른쪽 획이 오른쪽 위에서 왼쪽 아래로 그어져 있는데, 이를 왼쪽 위에서 오른쪽 아래로 그어보자. 왼쪽 획만 조금 눌러주면 厶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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