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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안한 옷차림으로 오셔서 디자인을 즐기십시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10/08] 서울 디자인올림픽 2008 권은숙 총감독

안녕하십니까, 박인귭니다. 흔히 '21세기 주요 성장동력은 3D'라고 합니다. 바로 디자인(Design),디지털 (Digital),디엔에이(DNA)가 국가경쟁력을 좌우한다는 얘긴데요 특히 이 중에서도 디지털이나 DNA 등 첨단기술보다는 디자인이 더욱 주목받고 있습니다. 투자 대비 효과가 빠르고 위험부담이 적기 때문인데요. 이렇게 디자인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가운데 오는 10일 세계인의 디자인 종합문화 축제인 서울디자인 올림픽 2008이 개막돼 이달 말까지 계속됩니다. 오늘 박인규의 집중인터뷰에서는 서울 디자인 올림픽 2008 권은숙 총감독을 초대해, 잠실올림픽 경기장 일대에서 21일 동안 펼쳐지는 디자인 올림픽의 주요 행사 내용과 우리나라 디자인 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얘기 나눠봅니다.

오늘 박인규가 주목한 이 사람은 서울 디자인 올림픽 권은숙 총감독입니다. 권은숙 총감독은 1984년 서울대 미술대학을 졸업했고, 2004년 미국 오하이오 주립대에서 예술교육학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1990년부터 13년 동안 KAIST 산업디자인과 교수로 재직했고 KAIST 재직 시 패션과 컴퓨터의 결합인 '웨어러벌 컴퓨터' 개발 등 첨단기술과 디자인을 결합하는데 많은 열정을 쏟았습니다. 이후 미국으로 건너가 휴스턴대에서 산업디자인 학과 개설을 주도했고 현재 교수로 재직 중입니다. 국제 유력 디자인저널인 'Design Issues'의 편집위원과 미국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차세대 PC 디자인 심사위원을 맡고 있으며 서울 디자인올림픽 2008 총감독을 맡고 있습니다.

박인규 : 서울 디자인 올림픽이 이틀 뒤, 10일에 개막해요. 지금 굉장히 바쁘실 것 같은데 나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디자인 올림픽 행사가 거의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처음 열리는 것 같은데 이걸 진두지휘하시기 때문에 보람도 있겠지만 어깨도 무거우실 것 같아요

▲ ⓒ프레시안

권은숙 :
굉장히 어렵고 힘듭니다. 하지만 서울이 이제 세계 디자인도시로 거듭날 수 있는 첫 출발이 되는 행사기 때문에 굉장히 조심스럽고, 하지만 좋은 행사로 만들기 위해서 전 팀원과 열심히 노력 중입니다.

박인규 : 이틀 뒤면 행사가 열리는데 준비는 다 끝났습니까?

권은숙 : 막바지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전시장 마무리작업 하고 있고 다양한 실내와 실외 전시가 있기 때문에 관련된 내용들 마무리작업에 있습니다.

박인규 : 1988년에 서울올림픽이 열렸고 딱 20년 뒤에 서울 디자인 올림픽이 열립니다. 서울이 세계 디자인 수도가 됐다는 의미는 뭐고 그와 관련해서 서울 디자인 올림픽이란 행사가 어떤 의미를 갖는 건지 소개해 주시죠.

권은숙 : 서울 디자인 올림픽은 작년에 서울이 '세계 디자인수도 2010'으로 명명되면서 시작된 거대한 국제규모의 행사인데요. 서울이 2010년에 세계 디자인수도가 됐다는 건 문화사회적으로 굉장히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1988년에 서울이 올림픽을 통해서 세계적으로 서울의 이름을 크게 알렸죠. 이제 2010년이 되면 서울이 이제 드디어 경제 중심의 도시에서 문화 예술 중심의 도시로 한 걸음 다가가서 세계인의 중심에 서게 되는 중요한 과정이기 때문에 선정 과정도 중요했고, 준비 기간이 2년 남았는데 남은 기간 동안 서울 디자인 올림픽을 출발로 해서 앞으로 저희가 해야 될 일이 굉장히 많거든요. 국내에서는 도시가 가져야 되는 기본적 여건들을 정리하고, 해외에도 서울이 이렇게 변하고 있다는 걸 올바르게 홍보해서 서울이 갖고 있는 국제적인 이미지를 한 단계 높이는 과정을 2년 동안 준비해야 되기 때문에 서울 디자인 올림픽과 2010 세계 디자인수도인 서울과의 관계는 떼어 놓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를 갖고 있습니다.

박인규 : 2010년도에 전 세계인들에게 서울이 세계 디자인의 중심도시라는 걸 선보이기 위해서, 그것을 위한 첫 번째 중요한 작업으로 이번 디자인 올림픽을 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서울이 세계 디자인수도로 지정만 되면 디자인 수준이 올라가는 거냐. 아직 그런 문화 중심도시가 되기에는 서울의 브랜드가 아직은 알려지지 않은 거 아니냐는 지적도 있어요.

권은숙 : 물론 서울의 브랜드 인지도가 굉장히 낮죠. 저는 그 부분이 굉장히 마음이 아픕니다. 이렇게 살기 좋고 안전하고 좋은 도시임에도 불구하고 해외 인지도는 굉장히 낮고 편협돼 있어서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세계 디자인수도로 선정된 것이 의미가 있고, 이 기회를 저희가 잘 활용해서 서울이 갖고 있는 진정한 도시의 가치를 세계에 알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박인규 : 서울을 2010년도에 세계 디자인 중심도시로 세계에 선보이기 위해서 앞으로 할 일이 많이 있겠지요. 긴 기간은 아닙니다만. 우리가 뭔가를 하기 전에 서울 자체가 갖는 디자인 중심도시로서 가능성 같은 건 어떤 거라고 보십니까?

권은숙 : 이 부분은 제 개인적 의견일 수 있습니다. 제가 보기에 서울이 가진 가장 큰 장점이라면 서울 시민이라고 생각합니다. 서울 시민이 갖고 있는 가장 큰 장점은 기술에 대한 수용력, 적응력은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이 들어서요. 저는 요즘 지하철을 굉장히 만이 이용하는데 열심히 관찰을 해요. 사람들이 어떻게 기술이나 삶의 모습에서 디지털 기술이 삶 속에 들어와 있는 수준은 감동을 넘어선다고 저는 보는데요. 그렇게 뛰어난 적응력과 응용력을 갖고 있는 서울 시민이 서울의 가장 대표적인 저력이고 가능성이라고 보고. 하지만 아쉬운 점도 많죠. 특히 서울이 빠르게 발전한 도시다 보니 시각문화가 굉장히 혼란스럽고, 그렇다 보니 그 속에 살고 있는 삶의 모습이 쾌적하고 편안하고 여유있는 모습보다는 굉장히 빠르고 바쁘고 급하죠. 그런 모습들이 세계 도시의 위상으로는 굉장히 부족한 부분이 많습니다.

박인규 : 그렇다면 이번 디자인 올림픽을 통해서 서울을 문화중심도시로 만들기 위한 여러 가지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다고 보시는 겁니까?

권은숙 : 물론입니다. 세계의 주목받는 건축가, 디자이너, 이론가들이 모여서 서울을 한 번 되짚어보는 기회가 되고, 나눈 의견들이 서울시 행정에 당연히 반영되겠지요. 그리고 서울 디자인 올림픽은 행사입니다만 이 행사 저변에는 서울시가 그동안 추진해왔던 소프트서울. 즉, 행정을 보다 창의적으로 바꾸고 서울의 인프라를 바꾸기 위한 기본 노력이 이미 선행돼 있어서 좀 더 박차를 가하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박인규 : 이번 디자인 올림픽의 주제를 'Design is AIR' 디자인은 공기와 같다. 항상 주변에 있는 것이다. 그런 의미라고 생각되는데 권감독님이 지으셨다고요. 어떤 의미입니까?

권은숙 : 그간 디자인에 대한 정의는 주로 서양 중심의 어휘로 이뤄져 왔습니다. 공기는 한자어가 담고 있는 것처럼 허공을 가로지르는 에너지 아닙니까. 보이지 않지만 늘 우리 주변에 있는 존재고, 없으면 살 수 없고, 무한하고 융합하고 흘러가는 메시지를 담고 있어서 굉장히 친환경적이고 융합이 필요하고 소통이 전제가 되는 현재 디자인계의 이슈를 공기라는 화두가 고스란히 담고 있고요. 그 이면에 동양적인 비움의 공간과 채움의 공간에 대한 메시지를 담고 있어서, 서울이 세계 디자인 도시로 가는 데에 적합한 단어라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저희가 담고 있는 주제를 통해서, 굉장히 친환경적이고 융합하며 소통하는 디자인의 메시지가 행사의 기획과 운영과 모든 내용 속에 담겨 있습니다.

박인규 : 친환경적이고 융합, 소통하는 것이 이번 서울 디자인 올림픽의 중점사안이다. 아까 이번 행사에 세계적인 디자이너라든가 이런 분들이 많이 오셔서 서울에 대해서 여러 가지 의견, 조언을 할 것이라고 하셨는데 어떤 분들이 오십니까?

권은숙 : 건축, 산업디자인, 이론 분야의 다양한 분들이 오십니다. 현재 뉴욕의 911 테러사건 이후 가장 주목받는 다니엘 리베스킨트 건축가와, 자하 하디드 사무실의 페트릭 슈마허, 그리고 로스 러브그로브, 입스 베어는 올해 100불짜리 노트북이라고 개발도상국 어린이들에게 노트북을 주기 위한 NGO운동에 동참해서 100불 짜리 노트북을 개발한 디자이너죠. 사회적 이슈들을 담고 있는 노인 또는 장애인을 위한 디자인에 대한 이슈를 담고 있는 페트리샤 무어, 이런 분들이 참여하게 됩니다.

박인규 : 이런 분들이 오셔서 강연회 같은 걸 하게 되나요?

권은숙 : 네. 행사 초반에 컨퍼런스가 있습니다. 여기서 초청강연이 있고 강연 이후 토론이 있고. 또 저희가 이미 'Design is AIR'라는 주제로 도시 디자인의 정책, 사회, 경제, 문화에 대한 논문을 수집했습니다. 전 세계에서 논문 발표를 위해 오시는 분들도 계시고요.

박인규 : 10월 10일부터 31일까지, 21일 동안이면 굉장히 많은 여러 가지 행사가 있을 것 같은데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디자이너들의 강연, 컨퍼런스 외에 어떤 행사가 있는지 소개해 주시죠.

권은숙 : 올림픽이다 보니 행사가 크게 네 가지 기본 구도를 갖고 있습니다. 좀 전에 말씀드린 컨퍼런스는 디자인적 이슈들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분야고요. 그 다음에, 전시회는 일반인들이 다 참여해서 볼 수 있는 다양한 전시로 꾸며지고, 공모전이 있습니다. 이 공모전은 서울시의 이름으로 국제적인 디자인 공모전을 처음 개최하는 건데요. 이 공모전은 신진 디자이너 발굴이라는 목적을 갖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페스티벌이 있고요. 그래서 컨퍼런스, 전시회, 공모전, 페스티벌, 이 네 가지 행사가 올림픽의 주요 행사 구도가 되겠습니다.

박인규 : 공모전이라고 하면 이미 작품들은 들어와 있겠네요?

권은숙 : 이미 접수가 많이 됐고 1차 심사를 거쳐서 최종 결선진출자 208점이 10월 10일 공모전 전시공간에서 시민들에게 공개됩니다.

박인규 : 시민들이 공모전에 들어온 작품들을 다 보시고

권은숙 : 네. 보시고 좋은 작품을 선정해 주시는 특별상 제도가 포함돼 있습니다.

박인규 : 시민들이 주는 상..

권은숙 : 시민들이 주는 특별상이 따로 있고 전문가들이 현장에서 최종 심사를 거쳐서, 대상, 금상, 은상, 동상이 있습니다. 올림픽 구도와 같은데요, 수상하신 분들은 저희가 긴밀하게 접촉해서 30일 폐회식 날 나눔의 시상식을 화려하게 하려고 합니다.

▲ ⓒ프레시안

박인규 :
그럼 공모전 주제가 서울과 관련된 겁니까?

권은숙 : 공모전 주제 역시 'Design is AIR'고요, 친환경적으로 변화되는 도시인의 삶을 모두 포용했습니다. 그래서 한강과 서울을 주로 중요 배경으로 해달라고 요청했고요. 굳이 서울이 아니어도 좋지만 가급적 서울을 배경으로 했으면 좋겠다고 전제를 달았습니다. 건축, 환경, 공공디자인, 제품, 운송기기, 제품과 융합된 패션, 공예 등 다양한 모든 분야가 포함돼 있고요

박인규 : 외국에서도 많이 참여했나요?

권은숙 : 네. 굉장히 다행스럽게도 39개국에서 제품을 출품해줬습니다. 사실은 국제 디자인공모전은 그 도시의 이름을 알리는 데 크게 기여합니다. 그리고 나온 결과물들이 시의 행정에 반영된다면 더욱 바람직한 현상이 되겠죠. 관심을 많이 가져주셔서, 첫회 행사지만 굉장히 많은 접수가 이뤄졌고 내용도 상당히 좋습니다. 바라건대 내년에는 더 멋진 국제디자인공모전으로 매년...

박인규 : 페스티벌은 어떤 게 있습니까?

권은숙 : 페스티벌은 시민들께서 가장 참여하시는 분야입니다. 디자이너와 함께 어울려서 디자인을 만드는 작업도 있고 디자인에 대한 걸 나누는 옥션 같은 분야도 있고. 수익금은 태안반도라든지 불우이웃들에게 환원되는, 디자이너와 시민들이 모여서 함께 즐기고 만들고 체험하는 공간들이 있고요. 또 가족과 어린이들이, 또는 동료, 연인들이 함께 와서 오감에 대한 이야기를 나눕니다. 디자인이 꼭 보는 것만이 아니고 향도 디자인의 일부고 체험하는 촉감에 대한 것도, 소리에 관한 것도 디자인의 일부기 때문에 오감의 이야기들이 몸과 뮤직콘서트, 또 체험하는 다양한 음식 만들기 등등을 통해서 디자인이 이렇게 경계 없이 넓고 우리 생활의 일부분이라는 걸 체험하실 수 있는 이벤트행사로 만들었습니다.

박인규 : 저희는 디자인 하면 옷이나 제품을 멋있게 예쁘게 꾸미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굉장히 범위가 넓군요.

권은숙 : 네. 디자인은 명사로는 결과물인데 동사로는 과정이기 때문에 어떤 주제를 창의적으로 해석해서 풀어가는 과정이 바로 디자인입니다.

박인규 : 살아가는 모든 게 다 디자인이네요.

권은숙 : 그렇죠. 생활 자체가 곧 디자인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박인규 : 10월 10일부터 말일까지인데, 일반인들이 참여하려면 언제 어디서... 하긴 잠실 올림픽경기장에서 한다고는 하던데. 인터넷 주소 어디로 들어가면 행사에 대해서 알 수 있을까요?

권은숙 : 서울시 홈페이지에 링크도 돼 있고 웹사이트는 SDO.SEOUL.GO.KR로 돼 있습니다. SDO는 서울 디자인 올림픽의 약어입니다

박인규 : 총감독님으로서 21일 동안 펼쳐지는 서울 디자인 올림픽을 통한 기대효과랄까요. 너무 지금부터 말하긴 그렇지만 어떤 효과를 생각하십니까?

권은숙 : 세 가지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첫째는 시민들이 디자인이 갖고 있는 진정한 의의나 가치를 이번 행사를 통해서 인식이 좀 제고됐으면 하는 부분이 있고요. 두 번째, 해외로는 당연히 서울이 국제디자인도시로 재도약할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고. 2010년에는 그 모습을 선보인다는 홍보가 좀 잘 됐으면 좋겠고요. 세 번째로는 이렇게 큰 일의 중심에는 서울시의 전 임직원이 있겠지요. 직원들이 사실은 행정의 중심에 있기 때문에 디자인에 대한 이해도 높아야 되고 또 디자인을 올바르게 서울시 곳곳에 혼합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더불어서 큰 행사를 해야 되는 서울시의 능력 또한 커질 수 있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박인규 : 2010년에 서울이 세계 디자인수도가 되기 위한 첫 번째 행사. 서울 디자인 올림픽이 잘 됐으면 좋겠습니다.

권은숙 : 감사합니다. 많이 도와주십시오.

박인규 : 개인적인 질문도 좀 드려볼까 합니다. 각 분야에서 유명하신 분들의 커리어를 보면 외국에서 이름을 날리신 다음에 국내로 들어와서 활동하시는데, 권감독님은 국내에서 활동하시다가 5년 전에 외국에 나가셨어요. 어떤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까?

권은숙 : 카이스트에서 한 13년 교직생활을 했는데요. 한 10년쯤 열심히 후학들을 가르치다 보니 디자인에 대한, 디자인 교육에 대한 갈등을 굉장히 많이 했습니다. 세상이 변하고 있고 또 디자인은 그 세상 변화의 가장 앞에 있는 학문분야기 때문에 좀 더 앞서서 생각하고 많은 것들을 연구해야 10년 후 활동하게 될 후학들에게 올바른 교육을 하게 될 텐데, 갈등하게 됐죠. 다시 공부를 했습니다. 하는 과정에서, 교육에 대한 새로운 시도를 해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습니다. 그 즈음 휴스턴대학에서 새로운 학과를 개설하는데 교과과정을 개발할 사람이 필요하다... 그래서 여러 가지 추천도 받고 고민 끝에 한 번 새로운 일을 해보고자 하는 욕심이 들어서요.

박인규 : 뭔가 새로운 걸 하면 미국에 계신 분들이 와서 우리나라에서 뭘 해준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우리나라 학자들이 가서 학과를 만드는군요. 제가 디자인은 잘 모릅니다만 디자인 올림픽 총감독이라는 자리가 간단치는 않은 것 같은데, 본인이 답변하시기는 쉽지 않은 질문 같은데 어떤 이유 때문에 본인이 총감독이 됐다고 생각하십니까?

권은숙 : 쉽지 않은 질문인데 최선을 다해보겠습니다. 우선 행사가 한 분야만을 다루는 게 아니고 학술적인 부분, 산업적인 부분, 응용에 대한, 삶에 대한 이야기를 모두 어울러야 되기 때문에 그간 제가 교육계에 몸담으면서 고민해왔던 산업과 교육의 접목. 또 사실은 삶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가는 과정 이런 것들이 평가가 된 것 같고요. 더불어서 국제적으로 교육 산업계에 그간 열심히 다져 놓은 네트워크가 제가 조금 있습니다. 그런 부분들을 국제행사들을 치르는 데 아마 활용하기 위한 이유들이 같이 있지 않았을까 생각되네요.

박인규 : 항상 질문하는 거지만 우리나라 디자인 문화, 디자인 산업의 수준과 미국을 비교하기는 뭐합니다만, 어느 정도라고 보십니까 우리나라 수준을?

권은숙 : 디지털 기술의 접목에 대해서는 세계에서 가장 앞서있는 도시, 이건 너무나 확연하고 감동이 수준이라고 말씀드린 상황입니다.

박인규 : 서울은 첨단기기의 테스트베드라고 하더라고요

권은숙 : 그래서 서울에 오시면 미래 디지털 도시의 모습을 이곳에서 본다는 외국분들이 굉장히 많고, 학술적으로 높은 경험을 갖고 있는 분들도 거의 상상할 수 없는 수준의 활용성을 서울에서 볼 수 있어요. 그런 면에서는 대단한 서울의 모습을 갖고 있고요

박인규 : 반면에 좀 부족한 게 있다면

권은숙 : 반면에 부족하다면, 제가 교육계에 오래 있다 보니 그런 고민이 되는데, 시실 한국인 개인 개인은 굉장히 지적 능력이나 일을 추진하는 집중력 이런 부분에서 너무나 뛰어납니다. 그런데 그런 뛰어난 개인들이 조직에 들어가게 되면 조직에서의 능력은 굉장히 비효율적이라는 것. 시스템에 대한 문제죠. 그래서 한국문화가 가진 걸림돌 중 하나가, 모였을 때 오히려 창의력이 둔화되고 상승효과가 떨어지는. 그러면서 오히려 개인의 능력이 퇴보되는 것들이 문화에도 반영되는 것 같아서 그런 부분들이 앞으로 가장 시급하게 개선돼야 되는 부분이 아닌가 하고 고민하고 있습니다.

박인규 : 말하자면 한국 사람들이 재주는 많지만 모래알이다. 잘 뭉치지 못한다. 그런 것들이 아직 있는 모양이죠?

권은숙 : 네. 그런 것이 디자인산업계로 가면 학문과 학문 간의 소통이 굉장히 자유롭고요. 그런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모였을 때 어떻게 창의적인 결과를 도출해내는지에 대한 시스템이 굉장히 잘 갖춰져 있어서, 그 속에 들어가면 개인이 굉장히 뛰어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조직구성이 돼 있거든요. 그런 부분이 저희가 좀 미진한 부분이겠지요.

▲ ⓒ프레시안

박인규 :
디자인을 발전시키기 위한 시스템을 디자인하는 게 중요하군요. 앞으로 2년 동안 서울을 디자인수도로 만들기 위해서 할 일이 많을 것 같아요. 좀 성급한 질문이긴 하지만 제대로 된 디자인수도의 모습을 보이기 위해서 앞으로 어떤 게 필요할 것 같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권은숙 : 우선 시가 갖고 있는 비전이 굉장히 중요하겠지요. 물론 뉴욕도 그렇고 런던도 그렇고 앞서 있는 도시들은 2030 프로젝트, 이런 비슷한 이름으로 2030년에 도시의 모습이 어떻게 갈 것인지 비전을 명확히 그리고, 그를 위해서는 수도, 공기, 오염, 다양한 도시 인프라에 대한 기본적인 계획들을 체계적으로 만들고 그에 맞는 세부 프로젝트들을 수행하죠. 서울이 그 작업은 이미 시작했고요. 거대한 과정 중에는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라든지, 서울의 자연적인 특성을 생태적으로 잘 가꿔서 세계적으로 내놔도 손색없는 도시를 좀 더 꾸려가는 과정은 오랜 준비와 실행의 노력이 필요할 겁니다. 그러한 것들은 단기 행사의 목적으로 진행될 건 아니고 꾸준히 해야 되는 서울시의 비전이고 힘을 모아서 우리 서울을 국제적인 도시로 만들어야 되겠지요. 그런 과정은 이번 행사를 통해 좀 더 부각될 필요가 있고, 힘을 받아서 보다 생태적이고 보다 바람직한 도시의 모습으로 비전을 만들고 실행계획을 세우고 추진해갈 수 있는 조직을 다져가는 과정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박인규 : 혹시 이번 서울 디자인 올림픽 또는 서울 디자인 수도와 관련해서 못다 하신 말씀 있으시면 마무리말씀 부탁드립니다.

권은숙 : 너무 할 이야기가 많은데 다 못했습니다. 아쉽고요. 우선 많이 와주셨으면 좋겠어요. 잠실경기장에 오시면 제일 먼저 만나게 되는 것이 거대한 플라스틱 스타디움입니다. 지금 거의 완공됐는데 이건 굉장히 상징적인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도시가 발전하면 우선 거대한 스포츠 공간을 짓죠. 행사가 끝나고 나면 그 공간이 쓸모없는 거대한 공룡공간으로 남게 되는데, 모든 도시가 그런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서울 디자인 올림픽에서는 스포츠공간을 문화예술공간으로 바꾸기 위한 하나의 시도를 한 거고. 그런 메시지를 널리 알리기 위해서 경기장을 시민들이 수거한 재활용 플라스틱 생활재들로 주경기장을 다 에워싸는 작업입니다. 총 150만 개의 플라스틱이 수거됐고요. 그걸 다 엮어서 경기장을 가보시면 우리 생활의 단면인 플라스틱 생활재들이 거대한 설치물이 돼서 첫 대면을 하시게 됩니다. 멀리서 보시면 작은 점들이지만 가까이 가서 보시면 집에서 쓰는 바구니, 변기 뚜껑, 어린이 놀이기구, 페트병 이런 수많은 플라스틱의 생활들을 보시게 돼요. 그런데 이걸 모아놓고 보시면 서울이라는 2008년 우리의 삶의 색채가 그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죠. 찌든때도 있고, 그런 것들이 어떻게 보면 상징적으로 스포츠와 디자인, 예술, 문화를 모두 다 소통하기 위한 메시지입니다. 그 공간을 먼저 체험하시고 전시를 보시고. 굉장히 공간이 넓습니다. 그래서 마지막 부탁말씀은, 편안한 복장으로 편안한 신발 신고 따뜻하게 오셨으면 좋겠어요

박인규 : 와서 디자인을 즐겨라. 가장 중요한 말씀을 끝에 해주신 것 같아요. 외국을 다녀보면 88서울올림픽이 우리나라를 세계에 알린 굉장히 중요한 계기였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이번 2008서울 디자인 올림픽도 그에 못지않은 좋은 효과를 거뒀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권은숙 : 감사합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 오늘은 서울 디자인 올림픽 2008 권은숙 총감독을 초대해 잠실올림픽 경기장 일대에서 21일 동안 펼쳐지는 디자인 올림픽 주요 행사 내용과 우리나라 디자인 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얘기 나눴습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는 매주 월-금요일 오후 2시30분부터 3시까지 KBS 1라디오97.3MHz)에서 방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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