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페일린, '전화찬스' 안 써도 선전…기사회생"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페일린, '전화찬스' 안 써도 선전…기사회생"

美대선 부통령 후보 TV 토론 관심 속 마무리

"페일린 예상 밖 선전으로 승부 뜨거워져" - <AP> 통신
"페일린, 바이든에 잽 날렸지만 KO는 못시켜" - <CNN>
"페일린이 페일린을 이겼다" - <워싱턴포스트>
"페일린, 사퇴 압력 이겨내고 살아남았다" - <뉴욕타임스>


2008년 미국 대선 부통령 후보간 TV 토론이 2일(현지시간) 밤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 소재 워싱턴대학에서 열렸다. '밑천 부족'이란 평을 들으며 보수층으로부터도 사퇴 압력을 받았던 새라 페일린 공화당 후보의 생존 가능 여부로 관심이 집중됐던 이 토론회를 통해 페일린은 기사회생했다.

미국의 주요 언론들은 페일린이 예상 밖 선전을 함으로써 사퇴 압력을 이겨내고 살아남았다고 제목을 뽑았다. 페일린은 민주당의 조 바이든 후보를 압도하지는 못했지만 잘 훈련된 말솜씨를 선보였다는 게 언론들의 일반적인 평가다.
▲ 페일린은 이날 처음 만나는 바이든에게 "조라고 불러도 돼요?"라고 첫인사를 했다. 바이든이 얼른 수락함으로써 이날 토론은 친근한 분위기 속에서 이뤄졌다. ⓒ로이터=뉴시스

토론 종료 직후 실시된 여론조사에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CBS>가 무소속 유권자 47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응답자들의 46%는 바이든이 토론에서 이겼다고 답했고, 페일린의 손을 들어준 사람은 21%, 무승부라고 답한 사람은 33%로 나타났다. <CNN>이 TV 토론을 시청한 유권자들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51%가 바이든의 우세를, 36%가 페일린의 승리를 꼽았다.

바이든이 잘했다는 평가가 압도적이지만 토론 전 여론조사 결과 보다는 그 격차가 꽤 줄었다. <CNN> 조사에서는 84%가 페일린이 당초 기대보다 잘했다고 답했다. 이에 따라 지지율 하락에 고심하고 있는 공화당의 존 매케인 대통령 후보는 페일린이라는 '짐' 하나를 덜고 다른 문제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고 <뉴욕타임스>가 전했다.

미국의 유권자들은 후보들이 실제 토론에서 보여주는 논리와 태도를 직접 보고 판단하기보다 언론이나 전문가들이 토론에 대해 평가하는 것에 강하게 영향 받는 것으로 조사되어 있다. 따라서 시간이 지나고 나오는 여론조사도 종료 직후 나온 조사 결과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페일린, 수더분한 말솜씨로 실수 잠재워

이날 토론 직전까지 페일린은 콘텐츠와 자질이 부족하다는 여론에 시달렸다. 부통령에 지명된 후 바이든 후보는 100회 이상의 언론 인터뷰를 한 반면, 페일린은 언론의 접근을 철저히 차단했고 인터뷰는 겨우 3회밖에 하지 않았다. 더군다나 <CBS> 인터뷰에서 "러시아와 가까운 알래스카에 살기 때문에 외교를 잘 안다"고 말하는 등 그나마 있었던 인터뷰에 대한 평가도 나빴다.
▲ 페일린은 '씩씩하고 활기찼다"는 평가를 받았다. ⓒ로이터=뉴시스

따라서 보수 논객들도 "공화당과 나라를 사랑한다면 사퇴하라"는 등 압력을 가했고, 대본 없이 하는 TV 토론은 그를 볼 수 있는 마지막 무대가 될 수 있다는 얘기까지 나왔었다. 부통령 후보간의 토론인데도 불구하고 미 전역에서 5200만 명이나 시청했을 정도로 인기를 끌었던 것은 그 때문이다.

그러나 페일린은 바이든처럼 전문적이면서 유려하진 않았지만 <뉴욕타임스>의 평가대로 "씩씩하고 생기있게"(feisty and spirited) 토론을 이끌었다. 이 신문은 "페일린은 CBS 인터뷰에서의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았고, 크게 실망했던 보수층의 마음을 다시 사는, 작지만 의미있는 승리를 거뒀다"라고 평가했다.

실수가 없었던 건 아니다. 그는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 사령관의 이름을 두 번씩이나 잘못 말했고, 잘 모르는 이슈를 말할 때는 다소 떨었다. 서브프라임 사태에 대한 질문을 받고 에너지 개발에 대한 답을 하는 등 동문서답을 하기도 했다. 바이든으로부터 집중적인 공격을 받을 때는 "또 그 소리 하시네요"를 연발하며 바이든의 말을 방해했고, 책상 아래 숨겨 둔 메모를 슬쩍슬쩍 보는 장면도 포착됐다.

그러나 페일린은 과거 TV 기자 경력 때문인지 카메라를 응시하며 자연스러운 포즈를 취했고, '하키 맘' '조 식스 팩' 등 미국의 일반인들이 쓰는 단어들을 수더분하게 사용함으로써 자신의 허물을 숨기는 재주를 보였다. 페일린이 토론 중 말이 막히면 '전화찬스'를 쓸 것이라는 한 코미디언의 조롱을 잠재워버린 것이다.

하지만 <AP> 통신은 "11월 4일 선거 날까지 페일린이 오늘처럼 대본 없이 말하는 모습을 또 볼 수 있을까?"라고 물으며 TV 토론의 '성공'은 훈련에 따른 것일 뿐임을 은연중에 드러냈다.

바이든 "체니는 역사상 가장 위험한 부통령"
▲ 바이든은 자신감에 차 있었지만 절제된 모습을 보였다. ⓒ로이터=뉴시스

민주당의 바이든은 상원의원 생활 35년의 베테랑답게 노련미와 해박한 지식을 과시하면서도, 자신보다 22세 어린 페일린을 무시했다는 소리를 듣지 않으려는 듯 절제된 행동을 보여줬다. 가끔씩 그의 발목을 잡았던 말실수도 하지 않았다.

바이든은 특히 상원 외교위원장으로서 각종 외교 현안에 대해 확신에 찬 어조로 구체적인 답변을 하면서 외교전문가의 면모를 과시했다. 특히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을 이란 최고 권력자라고 말한 페일린의 오류를 교정해주기도 했으며,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 및 헤즈볼라 관련 사항에서도 지식과 경험을 뽐냈다.

바이든은 특히 페일린에 대한 공격을 거의 하지 않는 대신 공화당 대통령 후보인 매케인에 대한 공략에 집중했다. '매케인이 당선되면 부시 3기가 시작된다'는 민주당의 핵심 구호를 반복했고, '매케인은 공화당의 이단아'라는 페일린의 주장에 대해 "많은 법안에서 부시 대통령과 같은 태도를 취한 매케인은 결코 이단아가 아니다"라고 맞받아쳤다. 딕 체니 현 부통령에 대해 "미국 역사상 가장 위험한 부통령"이라고 비난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바이든은 중산층 노동자 계층의 표심의 의식해 어릴 적 살았던 작은 소도시를 거론하며 자신도 중산층의 아들이라고 강조했다. 주유소에서 기름을 가득 채울 돈이 없었다는 '조이라는 이름의 한 남자' 얘기를 들려주기도 했다. 또한 교통사고로 부인과 딸을 잃은 이야기를 꺼내며 숙연한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했다.

"이라크 철군은 백기투항" VS "매케인, 경제 모른다"

쟁점별 입장차는 대통령 후보간의 그것과 다르지 않았다. 외교 문제에서 페일린은 민주당 버락 오바마 후보가 집권하면 적성국 정상들과 조건없이 대화하겠다고 말한 것을 거론하며 "순진함과 판단 오류를 넘어서는 것이다. 만나더라도 전제조건이 맞아야 하며, 외교적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고 반박했다.

페일린은 특히 북한 핵문제를 언급, "우리가 보유한 핵무기는 억지를 위해 사용되는 것이므로 안전하지만, 김정일 치하의 북한과 같은 나라들에 대해서는 우리가 경제제재를 가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바이든은 "(불량국가 정상과 조건없이 만난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면서 "이란의 안보기구 통제는 대통령이 아니라 '신정(神政)'에 의해 이뤄지며, 우리의 친구와 동맹들은 미국에 대화를 하라고 하고 있다. 최근 역대 국무장관 5명도 대화를 강조했는데 그중 3명은 민주당 출신"이라고 반박했다.

최근의 금융위기에 대해서도 다른 관점을 보여줬다. 바이든은 "(부시 행정부의) 지난 8년간은 경제정책이 얼마나 잘못됐는가를 보여준다"며 "매케인은 '미국 경제 기초(펀더멘털)가 견실하다'고 주장하는 등 (서민의 삶과) 동떨어진 얘기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페일린은 "경제 기초가 견실하다는 얘기는 미국의 노동자들이 강하고 능력 있다는 의미였다"고 반박하고 "경제를 진작시키기 위해서는 세금 완화가 중요한데 오바마는 지금까지 민주당의 방침을 그대로 추종했다"고 비판했다.

이라크 전쟁과 관련해 바이든은 "매케인과 페일린은 이라크전을 끝내기 위한 계획을 내놓지 않고 있다"면서 "그러나 오바마는 16개월 이내에 병력을 철수시키겠다고 약속했다"고 말했다.

이에 페일린은 "민주당 방식대로 하면 백기 투항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이라크에 대한 병력증파가 효과를 봤는데도 오바마는 이를 아직도 인정하지 않으려 하고 있으며,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예산지원에도 반대했다"고 비판했다.
▲ 이날 토론은 <PBS>의 흑인 여성 앵커 그웬 아이필이 진행했다. ⓒ로이터=뉴시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