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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엔 '빵'에 대한 연극을 만들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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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다음엔 '빵'에 대한 연극을 만들고 싶어요"

박인규의 집중인터뷰[10/02] 오픈런 들어간 뮤지컬 '빨래'의 작가 겸 연출가 추민주 씨

안녕하십니까, 박인귭니다. 요즘 우리 연극계에서 현실을 풍자한 작품들이 관심을 모으고 있는데요. 특히 그 동안 가벼운 사랑이야기가 많았던 한국뮤지컬 계에서도 사회성 짙은 작품 한 편이 관객들의 사랑을 꾸준히 받고 있습니다. 뮤지컬에선 좀처럼 보기 힘든 외국인 노동자와 비정규직 노동자, 그리고 달동네 서민들의 고달픈 삶을 다룬 진지하면서도 경쾌한 작품, 바로 뮤지컬 <빨래>인데요. 지난 2005년 초연 이후 지난달부터 오픈 런에 들어갔고 외국인 노동자들을 위한 무료 공연도 진행하고 있다고 합니다. 오늘 박인규의 집중인터뷰에서는 이 작품의 작가이자 연출가인 추민주씨를 초대해 뮤지컬 '빨래'가 전하는 희망의 노래에 대해 얘기 나눠봅니다.

오늘 박인규가 주목한 이 사람은 뮤지컬 연출가 추민주씹니다. 추민주씨는 98년 영남대 국어국문과를 졸업했고2004년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연출과를 졸업했습니다. 예종 졸업 후 학교 친구들과 함께 '명랑씨어터 수박'이라는 동인제 극단을 만들어 활동하고 있습니다. 주요 작품으로는 명랑순정 뮤지컬 <쑥부쟁이> 연극 <수박>, <열혈녀자 빙허각>, <그자식 사랑했네>를 비롯해 뮤지컬 <한밤의 세레나데>와 <빨래>가 있습니다. 뮤지컬 <빨래>로 2006년 한국뮤지컬 대상 시상식에서 작사 및 극본 상을 받았고 이후 연극 및 뮤지컬 작가 겸 연출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또, 여성사 전시관에서 교육활동으로 연극놀이를 4년째 해오고 있습니다.

박인규 : 안녕하십니까?

추민주 : 안녕하세요.

박인규 : 네, 요즘도 공연하고 있죠?

추민주 : 네. 공연하고 있습니다.

박인규 : 바쁘실 텐데 나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추민주 : 네.

▲ ⓒ프레시안

박인규 :
최근에 이 빨래가 상반기 5개월 동안 장기 공연을 했고 지난달부터 오픈 런에 들어갔다고 그래요. 오픈 런이라는 게 쉽게 말하면 무기한 공연 뭐 그런 거죠?

추민주 : 네, 맞습니다.

박인규 : 일단 축하드립니다.

추민주 : 고맙습니다.

박인규 : 무기한에 들어갔다는 건 그만큼 인기가 있다는 건데. 작가 겸 연출가로선 좀 기분이 좋을 것 같아요.

추민주 : 굉장히 뿌듯한 일입니다. 대학로에서 매일 쉬지 않고 빨래란 작품으로 관객을 만난다는 건요.

박인규 : 매일.

추민주 : 네, 매일.

박인규 : 이게 첫 공연이 2005년?

추민주 : 네, 2005년에 올라갔습니다.

박인규 : 그 다음에 2006년도에 한 번 했었고, 2007년에 쉬었다가 올해 다시……. 많이 좀 달라졌겠네요?

추민주 : 네, 많이 달라졌습니다. 처음에 2005년도에는 명랑씨어터 수박의 극단 친구들이 150만원씩 마련해서(하하하) 그래서 작품을 올렸고요. 그리고 2006년도에는 정부의 도움으로, 그리고 한 해 쉬었다가 독지가의 도움으로 2007년 1년 동안 작품을 하지 않는 동안 작곡가랑 작품을 재정비해서 올렸습니다.

박인규 : 계속 올렸다는 건 그 만큼 작품이 좋다는 얘긴데. 뮤지컬하면 일단 저는 뮤지컬을 많이 안 봅니다만 뭔가 좀 환상적이고 낭만적인 게 뮤지컬의 소재라고 생각하는데 빨래, 빨래가 뮤지컬의 제목이고 주제다. 어떤 내용이에요? 이 뮤지컬이?

추민주 : 빨래는요, 27살 서나영이라는 강원도 양양에서 올라온 한 여자가 반지하방으로 이사를 갑니다. 서점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는데요. 반지하방에서 살다보니 빨래를 널어야 하는데 빨래가 잘 마르는 옥상으로 올라가서 빨래를 널다가 옆집에 사는 몽골에서 온 이주노동자를 만나게 되요. 그러면서 둘 사이에 사랑이 싹트고. 그러는 가운데 서점에서 일하는 주인공 서나영은 부당해고를 당하는 동료언니에 대해서 항변해주다가 같이 좌천을 당하게 되요. 그러면서 힘들어 하는 가운데 한집에 살던 아주머니들이 "아우야, 힘들 때는 이렇게 빨래를 해야 돼." 이러면서 같이 그 슬픔을 극복해 나가는 그런 이야깁니다.

박인규 : 내용만 봐서는 상당히 좀 심각하고 진지하고 속된 말로 칙칙할 것 같은데?

추민주 : 우리가 실제로 살면서 힘들고 슬프다고 해서 울면서 사는 게 아니잖아요. 서민들이 살아가는 그런 리얼한 모습을 담다보니 오히려 그 리얼하다는 것이 즐겁고 경쾌하고 또 뮤지컬이라는 장르가 노래를 통해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기 때문에 즐거운 측면이 많습니다.

박인규 : 이 빨래라는 뮤지컬이 원래는 예종 졸업 작품이라고 그럽니까? 그것으로 만든 거라면서요?

추민주 : 예 맞습니다. 연극원에서 연출과를 졸업했는데요. 당시에 졸업 작품으로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박인규 : 뮤지컬 내용 중에 보면 '빨래를 하면서 얼룩 같은 어제를 지우고, 먼지 같은 오늘을 털어내고, 주름진 내일을 다려요. 잘 다려진 내일을 걸치고, 오늘을 살아요.' 이런 내용들이 있던데, 빨래라는 것에 상당히 많은 의미를 부여한 것 같아요. 빨래하는 게 상당히 힘든 일인데 사실,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어요?

추민주 : 빨래가 널린 골목들을 보면 그 사람이 어떻게 사는지 속속들이 다는 몰라도 '아, 저 집 애가 살고 있구나!, 어른이 살고 있구나!' 우리들의 살아가는 모습에 대한 이야긴데요. 빨래를 통해서 빨래 노래에 보면 마지막에 '오늘을 살아요.' 라는 가사가 있는데요.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그 평범한 삶 속에 힘든 오늘을 살아갈만한 힘도 있고 또 빨래를 통해서 살아갈 힘을 스스로 만들어 내는 우리들의 이야기.

박인규 : 전 사실 바쁘다는 핑계로 연극이나 뮤지컬을 거의 못 봤는데. 제가 뭐 봤다고 할 수 있는 건 김민기 씨가 만든 지하철 1호선. 그게 아마 그 당시 연변에서 온 노동자들 이야기도 나오고 그랬던 걸로 기억하고 있는데. 이 작품에서도 외국인 노동자들이 나와요. 얼핏 생각하면 노동자들과 뮤지컬은 잘 어울리지 않는다는 느낌이 드는데.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주목을 하게 된 특별한 사연이나 계기가 있었습니까?

추민주 : 뮤지컬 빨래는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이웃에 대한 이야긴데요. 우리가 이웃이라는 개념이 참 많이 넓어진 것 같습니다. 실제로 제가 서울에 올라와서 만난 사람들이 '아, 여기 참 외국인들이 많이 같이 산다.' 이런 생각을 많이 하게 됐어요. 그리고 실제로 저희 옆집에 살던 친구도 외국에서 온 친구였고요. 정말 살면서 옆에서 식당에서 만나고.

박인규 : 실제로 이 서울 살이를 하시면서 외국인들이랑 친구도 되고 그런 경험이 있으신 거로군요? 여기 나온 몽골 노동자 주인공 이름이 솔롱곤데, 솔롱고가 무지갠가 그런 뜻이라면서요?

추민주 : 무지개란 뜻을 갖고 있고. 또 몽골에서 한국을 얘기할 때 솔롱고라고 부른다고 해요.

박인규 : 무지개의 나라라는 건 굉장히 좋은 의미죠? 가고 싶은 나라.

추민주 : 예, 코리안 드림을 갖고 있는 거죠.

박인규 : 실제로 알던 몽골 친구 그런 모습들이 많이 녹아 있다고 그러던데, 그 친구도 많이 고생을 했습니까, 그러면?

추민주 : 그 친구는 한국에서 9년 동안 일하고 지금은 몽골에 가서 한국으로 일하러 가는 몽골 사람들을 위한 일을 하는 그런 직업을 가졌다고 메일을 주고받았어요.

박인규 : 말하자면 상담역을 하는 거로군요.

추민주 : 9년 동안 살면서 뭐……. 불법체류죠, 이른바. 생활을 하면서 자기 형이 눈앞에서 잡혀간다든가 그리고 일하면서 무시를 당한다든가 그런 얘기들을 주고받았었죠.

박인규 : 이 작품을 쓰기 위해서 그러면 몽골 친구 말고도 다른 외국인 노동자들을 많이 만나 보셨습니까?

추민주 : 네, 2003년에 준비를 했었는데요. 그 당시 강제 추방이 결정이 되고 그러면서 강제추방 반대 집회가 명동성당과 성공회 성당을 중심으로 열렸었어요. 그 때 작품을 같이 준비하던 배우와 스태프들이 성공회 성당에 같이 가서 같이 이야기도 나누고 그날 천막 농성이 있었는데 그 때 촌극으로 노동자들의 얘기를 같이 듣고 저희가 한명씩 그룹을 이뤄서 촌극을 만들어서 천막에서 같이 발표하고 그랬던 시간을 갖기도 했습니다.

박인규 : 한국 사람들이 참 정이 많아서 외국인 노동자들과도 친구가 되면 잘 해준다고 하는데 사회제도나 그런 측면에선 안 그런 점도 있는 것 같아요. 실제로 외국인 노동자들이 사는 걸 보면서 사업주들이나 정부에서 하는 그런 걸 보면서 안타까운 점도 많았을 것 같아요?

추민주 : 네, 외국인 노동자들을 위한 채널이나 그런데 들어가면 집중적으로 다큐를 다루고 있는 것들을 보면 눈물 나는 사연이 참 많습니다. 많은 이주 노동자들이 직접 이름을 불러주길 원합니다.

박인규 : 야, 자, 이런 것 말고?

추민주 : 네, 야, 자, 바보야……. 우리도 사람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하고 있습니다. 나도 사람이에요. 내 이름을 불러주세요. 존중해주세요.

박인규 : 이름을 불러준다는 건 그 사람을 인정해 준다는 건데. 그런 부분에서 굉장히 바뀌길 바라고 있군요.

추민주 : 네.

박인규 : 어떻습니까? 이 작품을 초창기부터 외국인 노동자들이 많이 봤다고 하던데?

추민주 : 네, 2005년 국립극장 소극장에서 올라갔었는데요. 그때부터 외국인 노동자들 위해서 공연을 개방하고 있었는데 실제로 신분이 아무래도 불안하다 보니까.

박인규 : 불법 체류자 이런 사람들…….

추민주 : 네, 그렇다 보니까 극장이란 공공기관에 찾아오기를 좀 꺼려하는 측면이 있었고요. 그래서 인권운동을 하는 특히 이주 노동자들을 위해서 일하는 단체랑 연결을 해서 공연장에 편하게 찾아오도록 그렇게 해서 특별한 날을 정하기도 하고. 실제로 제한을 두지 않고 그런 일이 있을 때는 단체를 이뤄서 찾아오기도 하고요. 그리고 저희가 작품을 거듭해서 올리게 되니까 몽골 노동자라든가 필리핀 노동자 역할을 맡았던 그런 배우들이 직접 그런 인권단체를 통해서 이주노동자를 만나서 인터뷰도 하고.

박인규 : 외국인 노동자들이 이 뮤지컬을 보면 어떤 반응들을 보이던가요?

추민주 : 대부분 보고나서 굉장히 싱글벙글 웃으세요.

박인규 : 아, 그래요?

추민주 : "아! 우리가 이렇게 나오네."

박인규 : 자기 얘기들을 해줬다. 그런 건가요?

추민주 : 네, 그렇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그 작품 안에서 매를 맞는 모습이 있어요. 그런 모습을 같이 보면서 뭐랄까……. 슬픔이랄까 그런 것들이 있지만 그런 것들을 구체적으로 이야기를 더 나누지 못했던 적도 있었어요.

▲ ⓒ프레시안

박인규 :
지금 외국인 노동자들이 뮤지컬 빨래를 보고 싶으면 무료로 볼 수 있다. 이렇게 보도가 나오고 있던데 개인적으로 와서 보란 얘깁니까? 아니면 자리를 만들면 가서 공연을 해 주신다는 겁니까?

추민주 : 직접 찾아가진 않고요. 공연장으로 오시면 네, 저희들이. 대부분은 단체를 이뤄서 오세요. 아무래도 단체로 오시는 것이 편하고 또 공연은 함께 보면 또 즐거우니까요.

박인규 : 그렇군요. 여기 솔롱고라는 남자 주인공. 몽골 출신의 외국인 노동잔데. 여자 주인공은 나영이라는 한국의 비정규직 노동자에요? 본인의 경험을 많이 살렸다는 말도 있던데?

추민주 : 졸업을 하고 나서 서점에서 직장생활을 약 1년간 했었어요.

박인규 : 서점에서 ? 비정규직으로?

추민주 : 네, 거기서 일하면서 너무 답답하고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사실 그 조직 안에서 이건 참 부당하다. 말하기 어렵고. 그러면서 "아, 난 안되겠다. 연극을 하면서 재밌게 살아야겠다." 이러면서 한참 불만이 가득할 때 연극을 선택하게 된 계기가 된 직장이기도 합니다.

박인규 : 그러니까 비정규직을 하다가 하도 힘들고 재미도 없고 하니까 연극이나 하자 이렇게 된 건가요?

추민주 : 하하, 네.

박인규 : 원래 고향이 영남대를 나오신 거 보니까 경상도 어디신거 같은데?

추민주 : 네, 맞습니다.

박인규 : 그럼 언제 올라오신 거예요? 졸업하고.

추민주 : 99년도에 올라왔습니다.

박인규 : 지방에서 살다가 서울에 올라와서 살아보니까 어떻던가요?

추민주 : 답답하고요, 그리고 참 억울한 일도 가끔 당하게 되고. 아무래도 약자가 되는 순간이 찾아오는 것 같아요. 특별히 가진 게 있는 것도 아니고, 공부를 하겠다고 올라와서 그때부터 제가 직접 벌어서 살면서 공부를 하기 시작했는데, 그러니까 '빨래'에 나오는 다양한 인물들을 만나는 계기가 되기도 했는데요.

박인규 : 말하자면 '빨래'라는 작품은 추민주라는 젊은 아가씨께서 지방에서 서울에 올라와서 살면서 느낀 여러 가지가 한 데 들어가 있는 거군요?

추민주 : 네. 많은 경험이 들어가 있습니다.

박인규 : 직접 작품도 쓰시고 연출까지 했다고 그러던데, 혼자 다 한 건 아닐 거 아닙니까? 같이 참여한 친구들이랄까, 동료는 어떤 분들이 계십니까?

추민주 : 일단은 가장 큰 몫을 담당했던 친구가 작곡가 민찬홍이고요.

박인규 : 이 분도 예종의 동창인가요?

추민주 : 한예종의 음악원의 작곡과를 졸업한 친굽니다.

박인규 : 또?

추민주 : 그리고 지금 이렇게 다시 공연이 커지게 된 데에는 제작감독을 맡고 있는 김희원 선배님의 도움으로 다시 작품이 이렇게 커지게 됐습니다.

박인규 : 이분들이 그러면 다, 예술종합학교 출신인가요?

추민주 : 찬홍이는 학교를 다닐 때부터 작은 장면 발표부터 시작해서 작품을 만들기까지 계속 작업을 같이 해온 친구고요, 김희원 선배는 '빨래'를 2005년에 극장에 와서 보고, 아, 동료로 만나야겠다, 이렇게 이야기를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빨래'를 보고 친구가 되고 동료가 돼서 지금 같이 하는 극단이 됐습니다.

박인규 : 예종 파워가 만만치 않군요. 어떻습니까, 2005년 초연을 했고 2006년에 공연을 했고, 올해는 5개월 이상 하고 있는데, 지금까지 그러면 대략 몇 명쯤이 본 것 같아요?

추민주 : 저희가 집계한 걸로는 3만 명 조금 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박인규 : 영화는 보통 천 만, 이래서 3만 그러면 많은 분들이 에게, 라고 할 것 같은데, 창작뮤지컬로서는 많은 거죠?

추민주 : 네, 그렇습니다.

박인규 : 그렇게 '빨래'가 몇 년 동안 어떻게 해서 많은 사람들이 사랑하는 이유나 비결은 뭐라고 생각하세요?

추민주 : 메시지에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의 이웃에 대한 이야기. 후기 올라오는 걸 보면, 제 이야깁니다, 우리 부모님의 이야깁니다. 우리의 모습이 그 안에 조금씩 들어가 있는 것 같아요. 꿈을 갖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라서 아, 내 이야기구나, 이러면서 관객의 범위도 조금씩 넓어지고 있습니다.

박인규 : 주로 한국 관객은, 물론 뮤지컬은 젊은 사람들이 많이 본다고 하지만, 나이층이 다양한가요?

추민주 : 보통은 20대 초반에서 30대 초반의 여성들이 많고요, 그 관객들이 부모님 세대와 함께 오기 때문에 관객의 연령층이 넓어지고 있습니다.

박인규 : 이게 지금 오픈 런이라고 돼 있던데, 무기한 공연인데, 개인적인 욕심으로는 얼마나 오래하고 싶습니까?

추민주 : 오래오래 해서 이 이야기가 옛날이야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박인규 : 하긴, '지하철 1호선'도 오래하고 있으니까, 계속하면서 발전도 하고 노래도 생기고 그럴 수 있겠네요. 우리나라 창작 뮤지컬의 고전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 오늘은 고달픈 서민들의 삶을 다룬 뮤지컬 '빨래'의 작가이자 연출가인 추민주 씨를 초대해 그녀가 이 작품을 통해 전하는 희망의 노래에 대해 얘기 나눠봅니다.
개인적인 질문을 해볼까 합니다. 98년도에 영남대 국문과를 졸업했고, 예종을 2004년도에 졸업을 했어요. 그 중간에 서울에 올라와서 서점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로 일하시다가 연극을 하자. 울 올라올 땐 처음부터 연극을 해보자고 올라오신 겁니까, 아니면 아까 말씀하신대로 비정규직 노동자로 일하다 보니까 안 되겠다 싶어서 연극을 하게 된 겁니까?

추민주 : 서점에서 일한 건 대구에서고요. 일을 하다가 보니, 원래 연극을 하고 싶은 생각이 있었는데, 그걸 하면 제대로 먹고 살지 못한다는 생각 때문에 약간 갈등하고 있었는데, 부당하게 일하기가 싫었어요. 그러니까 직장 생활하면서 끝나고 나서 늘 남아서 돼지고기에 소주 한 잔 마시면서 사장 욕하는 걸로 하루하루를 마감하고 싶지 않았어요.

박인규 : 예종이라는 데는 뒤늦게라도 공부하러 들어오시는 분들이 많이 있나보죠?

추민주 : 막상 학교를 들어가 봤더니, 굉장히 직장 생활 오래하고 그리고 바깥에서 연극을 오래 하다 오신 분도 있고, 되게 다양한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박인규 : 저는 작품 얘기를 듣고서는 출연 인원도 많지 않고 내용도 사회성 짙은 거라서 이른 바, 리얼리즘극이라고 합니까? 일반적인 연극을 하는데 더 맞다고 생각하는데, 그걸 재밌고 흥겨운 뮤지컬로 만들어냈어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추민주 : '빨래'에 담긴 메시지를 잘 전달하기 위해서는 '지하철 1호선'이라든가 '레 미제라블'이라든가 하는 뮤지컬처럼 음악과 함께 이야기를 전달하면 메시지가 훨씬 즐겁고 또, 따뜻하게 다가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뮤지컬이란 장르를 선택했습니다.

박인규 : 일단 그 전략이 맞은 거군요. 지금 예종 친구들하고 '명랑씨어터 수박'이라는 동인지 극단을 하고 있어요. 극단 이름도 좀 재밌고, 명랑이라는 말이 왜 들어갔습니까?

추민주 : 연극 하면 조금 무겁고 지루하다는 고정관념을 가진 분들이 있는데, 이걸 좀 즐겁고 재밌게 해 보자, 그리고 우리가 만든 연극이 이 사회를 조금 명랑하게 만드는 데 도움이 되자.

박인규 : 세상을 좀 재밌게 만들어보자. '수박'은 왜 '수박'입니까?

추민주 : 거꾸로 하면 박수잖아요. 박수 많이 받는. 그리고 과일이 크니까 나눠 먹기 좋은 과일이라서요.

박인규 : 웃음을 나눠 갖자. 아까 말씀하셨습니다만, 연극하면 배고픈 직업, 과연 밥이나 제대로 먹겠나, 이런 걱정들 많이 하잖아요. 실제로 지금 연극계에 뛰어든 지가 4년 쯤 된 거죠. 먹고 살만 합니까?

추민주 : 처음엔 굉장히 어려웠는데요, 여기에서 열심히 일하다 보니까 여러 가지가 계기가 생기기도 하고, 막상 직업으로서 연극을 하다보니까 얼마만큼 가져야 행복하고 이런 것인가에 대해서 계속 생각을 하게 되고, 지금은 제가 가진 것만큼, 살 수 있을 만큼 그게 많은 돈이 있어야 그런 거 같진 않은 것 같아요.

박인규 : 한류 얘기를 많이 하면서 우리나라 공연 문화가 외국에 나가야된다는 얘기를 하고, 그런 의미에서 창작극, 창작뮤지컬이 많아야 된다, 그런 얘기를 하는데, 실제로 창작뮤지컬들이 많이 나옵니까?

추민주 :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박인규 : 굉장히 많이 나오고 있는데, 일부에서는 이른 바, 몇 십 년을 두고, 외국으로 치면 '웨스트사이드스토리'니 하는 그런 것들. 그런 식으로 오래 갈 수 있는, 이른 바 오픈 런 할 수 있는 그런 작품이 별로 안 나온다, 그런 걱정을 하는 분들이 많아요. 우리나라 뮤지컬 하시는 분들의 배우든, 연출가든, 현황을 어떻게 평가하고 계세요?

추민주 : '웨스트사이드스토리'가 만들어지기까지, 그런 좋은 작품이 나오기까지 많은 작은 작품들이 실험을 하고 실패하고 그랬다고 알고 있습니다. 저희들이 한국 창작 뮤지컬을 만든 시기가 얼마 되지 않고요, 그리고 지금 많은 시도를 하고 있고요. 오히려 짧은 시간 안에 좋은 작품이 나오는 그런 기대를 하지 않고, 오히려 성실히 하면 좋은 작품들이 많이 나올 것 같습니다.

박인규 : 어떻습니까. 기본적으로 뮤지컬이 잘 되기 위해서는 재능 있는 연출가, 재능 있는 극작가, 재능 있는 배우들이 나와야겠지만, 많은 분들이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 그런 얘기를 하는데 정부 정책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고 계세요. 만족할 만 합니까?

추민주 : 얼마 전에 필리핀 여행을 갔다가 덴마크 친구들을 만나서 연극에 대한 얘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습니다. 덴마크에서는 영화를 보는 비용이나 연극을 보는 비용이 같다고 들었습니다. 정부의 지원으로. 그렇다면 내가 연극이나 영화를 볼 기회가 있다면, 많은 사람들이 영화를 보러 가는 기회를 선택한다고 들었어요. 그리고 영국에서도 보는 관객에게 연극이나 뮤지컬을 볼 수 있도록 지원해준다고 들었거든요. 우리 정부에서도 보다 많은 사람들이 공연 문화를 선택할 수 있는 그런 기회를 어떤 방법으로 제공해 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박인규 : 우리는 지금, 연극이나 뮤지컬 보는 관람료가 영화보다 훨씬 비싼 거죠?

추민주 : 네, 많이 비쌉니다.

박인규 : 그런 부분들을, 말하자면 정부에서 지원을 해주면, 똑같은 값이면 영화보다 연극을 보겠다, 이렇게 할 수가 있다는 말씀이시죠. 소극장 창작뮤지컬을 많이 만들어오셨는데, 뮤지컬하면 굉장히 큰 무대에서 수십 명 나와서 하는 그런 뮤지컬을 많이 떠올리는데, 작은, 소극장 창작뮤지컬의 매력은 어디에 있다고 보세요?

추민주 : 극장에서 가까운 곳에서 소극장 연극을 보는 매력과 같습니다. 바로 앞에서 배우의 연기, 노래에 집중할 수 있어서요, 굉장히 인간적인 매력이 있습니다.

박인규 : 당분간은 빨래의 오픈 런에 보완하는데 신경을 쓰셔야할 것 같고, 또 다른 창작 뮤지컬도 구상을 할 것 같은데, 다음 작품은 뭘 구상하고 계십니까?

▲ ⓒ프레시안

추민주 :
다음 작품으로 두 가지를 구상하고 있는데요, 하나는 빵에 관한 얘기고요. 인생이 '빵!'하고 터져버릴 것 같은 순간이 있잖아요. 과부하가 걸려서, 그러면 위장도 탈이 나고 그러는데. 맛있는 빵, 밀가루로 만들어져서 소화가 조금 부담스럽긴 하지만, 먹고 싶은 빵을 어떻게 맛있게 만들어가나, 우리 삶을 어떻게 맛있게 만들어가나, 이런 이야기를 담은 연극이고요. 한편, 공장을 소재로 한 뮤지컬을 만들려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1970년대를 소재로 한 뮤지컬이고요, 우리가 산업화가 막 이뤄지기 시작하면서 언니들이, 공장에 취업하면서 생계를 도왔고, 또 공장에서 소모임을 가지면서 부당한 대우에 대한 얘기를 하기 시작하고, 그런 모임들이 결국 우리 사회의 민주화 운동에 기여를 했다고 생각하는데요, 그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뮤지컬로 담고 싶습니다.

박인규 : 혹시, 제목은 정하셨습니까?

추민주 : '공장'이라고 해야 되나, 또 뭘로 해야 되나, 고민하고 있습니다.

박인규 : 빨래, 공장, 빵. 전혀 연극스럽지 않은 제목을 택하시는군요. '빨래' 계속 오픈 런 해서 우리나라 창작뮤지컬의 한 고전이 됐으면 좋겠고요, 혹시 마지막으로 '빨래' 팬들이나 못 다 한 말씀 있으시면, 앞으로의 계획이라든가, 정리의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추민주 : '빨래' 뮤지컬을 많이 찾아주신 관객들에게 그리고, 이 작품이 계속 올라갈 수 있도록 도움을 주신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이게 공연을 하고 있는 우리만의 작품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작품이 되는 데 노력을 기울이도록 하겠습니다.

박인규 : 전문적인 연극을 시작하신 지가 3년쯤 되셨는데, 앞으로 길이 좋을 것 같고, '명랑씨어터 수박', 잘 되시길 바랍니다.

추민주 : 고맙습니다.

박인규 : 박인규의 집중 인터뷰, 오늘은 고달픈 서민들의 삶을 다룬 뮤지컬 '빨래'의 작가이자 연출가인 추민주 씨를 초대해 그녀가 이 작품을 통해 전하는 희망의 노래에 대해 얘기 나눴습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는 매주 월-금요일 오후 2시30분부터 3시까지 KBS 1라디오97.3MHz)에서 방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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