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曹(조)/早(조)/者(자)/昔(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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曹(조)/早(조)/者(자)/昔(석)

[한자가 그렇게 만들어졌다고?] <79>

조선시대 학자 曺植(조식)과 중국의 시인 曹植(조식). 중국의 曹植은 <삼국지>에 나오는 曹操(조조)의 아들이다. 둘은 같은 이름인데 한자를 다르게 쓴다. 曺는 曹의 우리나라식 略字(약자)인 셈이다.

曹의 옛 모습이 <그림 1>이다. 아래는 지금 모습처럼 曰(왈) 또는 日(일)로 볼 수 있을 듯하고, 윗부분은 두 개의 東(동)자로 이루어진 글자다. <설문해자>에서도 이 글자는 曹자에 들어 있다고만 했을 뿐, 무슨 글자인지는 설명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 부분이 曹의 발음기호라고 본다면 東을 겹친 모습은 朿(자)를 겹친 棘(극)이 아닐까 생각된다. 棘과는 배열 위치만 다른 것이 '棗栗梨柴(조율이시)'로 친숙한 '대추' 棗(조)다. 棘은 '가시'의 뜻이지만 '멧대추나무'의 뜻도 있고 발음도 그리 멀지 않아 棘=棗임이 분명하다. 曹의 윗부분은 棘=棗고 그게 발음기호인 것이다. 曹와 棗가 같은 발음인 이유다.

早(조)는 曰 또는 日에 十(십)을 더한 형태다. 그러나 十이 무얼 의미하는지는 안갯속이다. 소전체(<그림 2>)는 十 부분이 甲(갑)으로 돼 있고 처음엔 甲을 十으로 썼기 때문에 이를 집어넣은 설명이 많다. 해(日)가 갑옷(甲) 위를 비추는 모습이라거나, 甲을 '머리'로 '번역'해 해가 머리 위로 뜨기 시작하는 아침을 나타냈다고도 한다. 甲을 해시계로 쓰는 막대기로 보기도 한다.

<그림 3>을 보자. 早의 금문인데, 아랫부분이 이상스럽게 복잡하다. 十이나 甲으로 보기에는 말이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棗자다. 그렇다면 早는 曹와 같은 글자고, <그림 2>의 아래 甲 부분은 朿가 하나만 들어 있는 모습이 변한 것이다. 그것이 甲자의 모습으로 정리됐으니 甲과 뒤섞여 쓰이던 十으로까지 잘못 변한 것이겠다.

早는 결국 棗가 발음, 日이 의미인 형성자로 '아침' 정도의 뜻을 나타낸 것이겠다. '아침'인 朝(조)가 같은 발음이니 둘은 같은 말을 나타낸 글자로 추측할 수 있다. 앞서 曹에서 아랫부분을 해명하지 않고 넘어왔는데, 曹=早이니 曹의 아랫부분은 의미 요소 日이다. 지금 曹는 '관청'의 뜻으로 주로 쓰이는데, 옛날 관청은 해만 뜨면 출근하는 곳이었다니 거기서 의미가 파생됐는지도 모르겠다. 역시 '아침'의 뜻인 朝에 '朝廷(조정)'의 뜻도 있는데, 이것이 曹의 '관청'과 통하는 의미여서 흥미롭다.

한편 鼂(조)라는 글자는 아래 黽(민/맹)이 주로 양서류 동물을 가리키는 의미 요소여서 '바다거북'이라는 그 의미와 합치한다. 그런데 이 글자는 또 '아침'이라는 뜻도 가지고 있다. 발음이 같은 '조'이니 가차 의미라고 해석할 수도 있지만 이렇게 복잡한 글자를 가져다 썼다는 걸 설명하기 어렵다. 이 모습은 <그림 3>을 엉성하게 그리다가 아랫부분이 黽으로 오인된 형태고, 마침 '바다거북'이 같은 발음이어서 그런 형태로 눌러앉은 듯하다.

고구려를 배경으로 하는 역사드라마에 나오는 皁衣(조의)의 皁(皂로도 쓴다)는 早의 윗부분이 白으로 잘못 바뀐 것이 아닐까 싶다.

者(자)는 老(로)의 간략형이라는 耂와 白(백)을 합친 형태로 돼 있지만, <그림 4> 같은 옛 모습을 보면 윗부분은 耂가 아닌 전혀 다른 글자다. 받침대 위에 나무를 쌓아놓고 불을 때는 모습이라거나, 솥에 콩을 삶는 모습이라는 식으로 파생자 煮(자)를 염두에 둔 설명들이 있지만 믿을 게 못 된다.

그런데 오히려 나중 모습인 <그림 5>의 소전체를 보면 윗부분이 朿일 가능성이 엿보인다. 발음이 완전히 일치하고, <그림 2>처럼 朿가 둘이 아니라 하나인 글자꼴도 있으니 위치만 바꾼 모습으로 볼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사람'이라는 의미는 가차일 가능성이 높다.

昔(석)은 <설문해자>에서 햇볕에 말린 고기를 그린 것이라고 했으나 요즘엔 부정되고 있다. 그 대신 등장한 설이 '홍수의 추억' 얘기다. <그림 6> 같은 모습에서 윗부분이 川(천)의 본래 모습이라는 巛과 비슷함에 착안해, 대홍수가 일어났던 '옛날'을 가리킨 글자라는 것이다. 윗부분은 물론 아래 日도 의미 요소인 셈이다.

그러나 <그림 7>과 같은 모습을 보면 <그림 5>의 者를 조금 달리 그린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그림 8>은 嗇(색)의 옛 모습으로 분류되는 글자인데, 이것 역시 비슷한 모양이다. 嗇이나 昔이 모두 者 등과 같은 글자에서 갈라져 나온 것으로 보인다. <그림 6>은 역시 昔의 옛 모습인 <그림 9> 같은 형태를 그리다가 꺾음이 한 번씩 더 들어간 것뿐이고, <그림 9>는 <그림 7>을 거쳐 <그림 5>로 연결되는 것이다.

昔 역시 아래가 의미 요소 日이고, 이것이 早 등과 같은 글자라면 본뜻 '아침'에서 '일찍'을 거쳐 '옛날'로까지 의미가 파생돼 나갔음을 쉽게 추측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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