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剌(랄)/熏(훈)/連(련)/斬(참)/陳(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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剌(랄)/熏(훈)/連(련)/斬(참)/陳(진)

[한자가 그렇게 만들어졌다고?] <78>

옛날 임금에게 올리던 밥을 '수라'라고 했다. 본래 한자어가 아니지만 한문을 쓰던 시절에 '水剌(수랄)'로 표기했다. 뒤의 剌자는 비슷한 모양인 刺(자)로 쓰인 옛 책들이 있어 '水刺(수자)'가 맞는 것으로 아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이건 그 책들의 誤植(오식)인 셈이어서 따라 쓸 게 아니다.

그런데 이런 잘못이 통용되다 보니 유명 출판사에서 나온 한자사전에서조차도 刺(자) 항목에 '수라 라'라는 국산 훈·음을 집어넣는 웃지 못할 일까지 생겼다. 옛 사람은 剌(랄)의 중국 발음이 '라'여서 그 글자를 택한 것이니, 넣어주려면 剌(랄) 항목에 변형 발음으로 넣어야 한다.

剌(랄)은 束(속)과 刀(도)를 합친 글자다. '어그러지다'의 뜻과 막바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刀를 의미 요소로 봐야겠다. 그렇다면 束이 발음일 가능성이 높은데, '속' 발음과는 좀 멀다.

<그림 1>이 옛 모습이다. 웬일인지 왼쪽이 柬(간)으로 돼 있다. 柬 발음을 이어받은 練(련)·蘭(란)을 생각하면 '랄' 발음의 剌은 왼쪽이 柬이고 그것이 발음기호인 것이다. 辣(랄) 역시 마찬가지고, 賴(뢰)는 貝(패)를 의미 요소로 빼낸 나머지 부분이 바로 발음기호 剌이다.

剌의 옛 모습 가운데는 왼쪽이 柬 외에 束이나 東(동)으로 돼 있는 경우도 많은데, 이는 바로 지난번 柬을 다룰 때 제기했던 束=柬=東라는 추정의 한 근거가 된다. <그림 2>는 왼쪽이 柬이라는 확인 도장이다.

束의 발음은 오히려 刺(자/척)와 연결되는데, 刺의 왼쪽 朿(자)가 束과 같은 글자일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束=柬이라면 결국 刺(자)=剌(랄)일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앞의 사전 편찬자가 면죄되는 것은 아니니, 지금은 두 글자가 엄연히 별개로 쓰이고 발음이 명백히 剌(랄)과 가깝기 때문이다.

勳(훈)·薰(훈)의 발음기호인 熏(훈)은 소전체인 <그림 4>를 기준으로 屮(철)과 黑(흑)을 합친 글자로 보기도 하지만 의미 설명이 어렵다. 아궁이의 불(炎)과 굴뚝(중간 부분)과 연기(윗부분)로 보는 것은 '장면 상형'이다.

熏은 <그림 3> 같은 모습이 변한 것인데, 윗부분을 발음기호 柬으로 볼 수 있을 듯하다. 의미 요소일 아래는 소전체에 나온 대로 炎(염)인 듯하며, '그을리다' 같은 의미와 잘 맞아떨어진다.

'이어지다'의 뜻인 連(련)은 '수레'인 車(거)가 눈에 띄니 '수레가 잇달아 가다' 하는 식으로 車까지 의미 요소인 회의자로 보려 한다. 그러나 柬 계통의 練·鍊(련)·煉(련) 등과 발음이 일치하는 것을 허투루 볼 수 없다. 連에서의 車 역시 柬의 변형이고, 그것이 발음기호인 형성자로 봐야 한다.

車의 인상이 너무 강렬해 선뜻 믿지 못하겠다면 柬이 車로 변한 사례를 더 보자. 斬(참)은 '베다'의 뜻인데 車보다는 '도끼'인 斤(근)이 의미와 잘 부합하니 일단 그것을 의미 요소로 본다. 그런데 다시 車도 의미 요소여서 결국 회의자란다. 옛날에 사지를 각각 수레에 매어 찢어죽이던 잔혹한 형벌이 있었는데, 그것을 車裂(거열) 또는 轘裂(환열)이라 했다. 斬의 車가 의미 요소인 이유가 거기에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斬은 개념상 날카로운 흉기로 베어내는 것이다. 자꾸 잔인한 얘기 해서 안됐지만 斬刑(참형)은 목을 베는 형벌이지 수레로 찢는 형벌이 아니다. 斬의 왼쪽 車를 발음기호 柬의 변형으로 보면 이런 억지를 부리지 않아도 된다. 斬의 중국말 발음 '잔'과 柬의 '지앤'을 비교해보라. 斬은 柬이 발음기호인 형성자다.

陳(진)은 <그림 5>처럼 지금 글자보다 土(토)가 더 들어간 모습이 많은 가운데 <그림 6> 같은 모습이 보인다. 또 <그림 7>처럼 오른쪽이 '丨+臼' 형태인 것이 아예 <그림 8>처럼 申(신)의 옛 모습으로 변하기도 했다. 申이 '丨+臼' 형태로 나타나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陳은 阜(부)·申·木·土·攴(복) 등을 여러 가지로 조합해 설명들을 짜내고 있다.

그러나 陳의 발음은 柬 계통 글자들과 그리 멀지 않다. 중국말 발음 '천'은 앞서 나온 斬의 '잔'과 거의 비슷하다. 역시 발음기호 柬이 변형돼 들어간 셈이며, 柬=東이라면 지금 모습 그대로 東이 발음기호라 해도 좋다.

다만 의미 요소인 왼쪽은 '언덕'이라는 뜻이어서 '늘어놓다'와 다소 연결이 어려운데, <그림 9> 같은 모습을 보면 손으로 뭔가를 움직이는 것을 뜻하는 攴이 잘못 변한 것일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그림 5>처럼 土가 더 들어간 글자꼴은 柬과 같은 발음이었을 熏을 발음기호로 쓴 모습이 아닐까 생각된다. <그림 3> 같은 熏의 옛 모습에는 아래 炎의 일부가 土자처럼 변하기도 했던 것이다.

陣(진)은 陳에서 갈라져 나온 글자다. 連·斬의 경우처럼 柬이 車로 변한 모습인데, '진을 치다'라는 군사적인 의미기 때문에 '싸움수레'인 車 형태로 고정돼 陳과 갈라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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