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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독은 꼭 해보고 싶어요. 언제가 될지 몰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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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영화감독은 꼭 해보고 싶어요. 언제가 될지 몰라도…"

박인규의 집중인터뷰[09/26] '장애인 취업' 다큐멘타리 만든 시각장애인 노동주씨

안녕하십니까, 박인귭니다. 최근 시각장애인 안마사들이 목숨을 걸고 또다시 철교 위에 서는 일이 있었습니다. 피부미용사들에게도 안마를 허용하는 정부 정책에 대한 반대 시위였는데요. 이처럼 장애인들의 어려운 현실이 때론 이들을 막다른 길로 몰아가곤 합니다. 이런 가운데 최근 한 1급 시각장애인이 장애인취업의 어려움을 다룬 다큐멘터리를 직접 만들어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단지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가진 능력도 인정해 주지 않으려는 우리 사회의 편견을 깨고 싶었다고 하는데요. 오늘 박인규의 집중인터뷰에서는 이 다큐멘터리를 만든 시각장애인 노동주씨를 초대해 그가 이 작품을 통해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뭔지 우리나라 장애인들의 취업 현실은 어떤지 얘기 나눠봅니다.

오늘 박인규가 주목한 이 사람은 시각장애인 노동주씹니다.

박인규 : 노동주씨, 안녕하십니까?

노동주 : 네, 안녕하세요?

박인규 : 집이 광주시죠? 광주에서 서울까지 올라오시게 해서 미안하고 또 고맙습니다.

노동주 : 아니 이렇게 만나 뵙게 돼서 너무 영광입니다.

▲ ⓒ프레시안

박인규 :
시각장애인이신데 '당신이 고용주라면 시각장애인을 고용하시겠습니까?'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를 만들었어요? 이게 아마 내일이죠? 27일 KBS 1TV 열린 채널에서 방영되는 걸로 알고 있는데요. 이게 방영되기도 전에 시각장애인이 다큐멘터리를 만들었다 그러니까 여기저기서 많은 언론에서 관심을 보인 것 같아요? 갑자기 인터뷰 요청이 쇄도하니까 좀 정신이 없을 것 같은데 어떻습니까, 지금 기분이?

노동주 : 당황스럽고요. 그런데 제가 처음 목표가 일반 사람들한테 알리고 싶었는데 관심 많이 가져주셔서 이게 홍보효과가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어느 정도 홍보효과가 있고. 내일 진짜 시청률이 높아질 것 같은데요?

박인규 : 일단 원하던 효과를 얻은 거네요?

노동주 : 네. 거기까지는.

박인규 : 제목을 보니까 '당신이 고용주라면 시각장애인을 고용하시겠습니까?' 아마 잘 고용하지 않을 것 같다는 느낌도 들고 실제로 시각장애인들이 취업하시는데 어려움이 많다는 내용인 것 같은데 이 다큐멘터리의 내용을 좀 소개해 주시죠?

노동주 : 기획의도가 방금 박인규씨가 말한 그대로 고용하지 않을 것 같다고. 제가 먼저 체험해 보았고요. 대학 졸업 후에 면접에서 자꾸 낙방하는 이유가 내가 고용주 입장이 한 번 돼 봤는데 저 역시도 쉽진 않을 것 같아요. 그래서 일반 사람들에게 그 질문을 던졌고요, 그대로. 그런데 광주 세광 학교에 가보니까 저보다 더 뛰어나고 재능 있는 친구들이 그 재능을 썩히고 있더라고요.

박인규 : 세광학교라는 데는 뭘 배우는 뎁니까?

노동주 : 시각장애인 학교고요. 선천적 시각장애인 학생들이 어렸을 때부터 그냥 일반학생들이 배우는 과정을 똑같이 배우고 거기에 플러스해서 안마와 침술을 배우고 있고요. 저같이 중도 실명자들이 다시 사회 복귀, 그러니까 재활을 위해서 안마와 침술을 배우는 곳이에요.

박인규 : 그러니까 시각 장애인들이 공부도 하지만 주로 직업을 위한 안마와 침술을 배우는 직업학교 같은 데로군요?

노동주 : 네.

박인규 : 거기에 가봤더니 재능 있는 시각 장애인들이 많은데…….

노동주 : 맞습니다.

박인규 : 결국 전부다 안마 아니면 침술만 하더라? 그런 것을 보신거로군요?

노동주 : 네. 그런데 문제는 지금 오프닝 때 말씀하신 것처럼 시각장애인들에게만 주어졌던 이 안마사 문제가 피부 미용하는 그러니까 비시각장애인들에게도 부여할 것 같다는 그런 위험 때문에 시각장애인들이 목숨을 바쳐서 이렇게 싸우고 있는데. 안마사라는 문제는요. 안마는 누군가에게는 할 수도 있는 일이에요. 할 수도 있는 일이면 안 할 수도 있겠죠? 그런데 또 누군가에게는 할 수 밖에 없는 일이에요. 할 수 밖에 없는 일은 말 그대로 할 수 밖에 없어요. 시각장애인들에게 안마문제는 할 수 밖에 없는 일이에요.

박인규 : 시각장애인 입장에서는 그것만이 어떻게 보면 유일한 생업인데 거기까지 침범해 온 달까? 이거는 좀 어렵다. 그런 말씀이신 거죠?

노동주 : 네.

박인규 : 다큐멘터리 얘기로 돌아가서 여기에 주역이라고 그래야 됩니까? 다큐멘터린데……. 어떤 분이 나오세요? 아까 재능 있는 분이라고 말씀 하셨는데.

노동주 : 광주 세광학교에 있는 먼저 주연을 선발을 했어요. 한나와 제윤이 친구가 있는데.

박인규 : 한나와 제윤이, 둘 다 여자 분입니까?

노동주 : 네, 두 친구다 여자 분이에요. 한 친구는 고 1이고 한 친구는 고 2인데. 한나의 꿈은 라디오 디제이에요. 그런데 시각장애인이 라디오 디제이 할 수 없는 게 아니에요. 할 수 있어요.
박인규 : 글쎄, 제가 보기엔 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노동주 : 네, 대본도 점자로 충분히 가능하고요. 그리고 또 한 친구는 클라리넷 연주가 꿈인 친구고. 정말 실력을 둘 다 갖추고 있고. 제 영상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한나 목소리 너무 좋아요. 그래서 라디오 디제이나 성우가 충분히 될 수 있는데 현실적으론 많이 어렵더라고요. 그래서 제 영상에서나마 그 꿈을 이루는 과정을 곁들이고 싶었어요. 그래서 한나는 제 영상의 내레이션을 맡게 됐고, 제윤이는 작은 라이브 카페를 빌려서 그 연주를 하는 모습과 관객들에 박수 받는 모습도 담았고요. 그리고 일반시민들에게 질문을 던져 봤어요. '당신이 고용주라면 시각장애인을 고용하시겠습니까?'라고 던졌는데 제 기획 의도대로 "어렵겠는데요?", "안전 문제 때문에." 이런 등등……. 해서

박인규 : 대체로 어렵다는 비율이 몇 %나 되던가요? 10명이면 한 9명 정도 됩니까?

노동주 : 그런데 제가 카메라를 들고 접근하니까 그게 조금 반반이었거든요?

박인규 : 대놓고는 말씀을 못하시는 거군요?

노동주 : 네, 그런데 다시 기획의도를 설명하고 말씀드리니까 어렵다고 거의 100% 정도 다 말씀을 하셨고요. 그 상태에서 그런데 우리 세광학교 친구들이 너무 꿈이 다양하게 많이 있어요. 그런 걸 대비시켜서 그 장면을 연출했고요.

박인규 : 그러니까 라디오 디제이가 되고 싶은 한나와 클라리넷 연주자가 되고 싶은 제윤이의 경우를 들어서 실제로 할 수 있는 능력도 있는데 이 사람들이 시각장애인이라는 이유 때문에 결국 우리사회에서는 지금 할 수 있는 것이 안마나 침술 밖에 없다. 그걸 보여준 거군요?

노동주 : 네.

박인규 : 아마 아까 잠깐 말씀하셨습니다만 노동주씨도 취직하기위해서 여러 번 시도했다가 실패한 걸로 알고 있는데. 그것 이전에 어떻게 보면 현실적인 의문이기도 한데. 시각장애인이 안 보이는 건데. 1급 시각장애인이라고 하는데. 어떻게 다큐멘터리라는 건 기본적으로 뭔가를 보고, 봐야 찍고 봐야 편집을 하는데 어떻게 만들었을까 하는 의문이 들어요?

노동주 : 제가 생각해도 전 열정에 불타오르고 있고요. 어렸을 때부터 꿈이 영화감독이었고. 영상 일을 해보고 싶었는데. 눈을 잃자마자 그 꿈을 포기해야한다고 생각하니까 너무 힘들었어요.

박인규 : 참고로 시력을 잃은 건 언젭니까? 완전히 잃은 건?

노동주 : 대학 졸업하기 1년 전이니까 한 3년?

박인규 : 3년 전에? 이른바 중도 장애인이시군요?

노동주 : 네, 그런데 광주 시청자 미디어 센터라는 곳을 알게 됐어요. 거기서 제가 라디오 제작도 참여하고 있었는데. 라디오뿐만 아니라 영상 일도 할 수 있다고 들었어요. 그래서 잃을 것이 없으니까 과감해 질 수 있었어요. 그래서 과감하게 도전해 볼 수 있었고. 그래서 카메라 교육부터 받기 시작했어요.

박인규 : 시력을 잃은 다음에 광주 시청자 미디어 센터에 가서 카메라 교육을 받았다?

노동주 : 네, 그러니까 시청자 미디어 센터라는 곳이 말 그대로 시청자가 미디어를 제작하고 참여할 수 있어요. 그러니까 우리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담아낼 수 있는 곳이에요. 담아낼 수 있게 해준 곳. 그래서 카메라 교육을 받고 불가능 할 것 같은 일도 가능하게 해준 게, 그 교육받는 과정에서 다 안 믿었어요. 모두 다. 넌 안 돼. 막 이런 시선도 느껴지고 그랬어요. 그런데 제가 그 과정에서 엄청난 노력이 있었어요. 일단은 양을 많이 찍었어요. 시각장애인인지라. 13분짜리 영상을 위해서 90분짜리 필름 한 13개-15개 정도 찍은 것 같아요. 지금 제 보물 1호인데. 하하하

박인규 : 거의 100배 가까이 찍은 거네요.

노동주 : 네, 그래서 근데 제가 찍은 장면들 다 기억하고 있어요. 머릿속에. 그러니까 노력을 해야 되요. 쉽진 않은 일이었지만.

박인규 : 그래도 촬영이나 편집을 하려면 혼자서는 힘들었을 것 같은데요? 누군가 도와주신분도 있었다고 제가 들은 것 같은데?

노동주 : 네, 먼저 제 친구 성용이란 친구가 있었고요. 그리고 카메라 교육을 해주신 김형빈 형님이 계시고요. 그리고 광주 시청자 미디어 성경훈 팀장님께서 그런 편집일이나 기획 단계부터 옆에서 많이 도와주셨어요. 그러니까 꿈만 있고 기획의도만 있고 그런 저에게 가능하게 해 주신 분들이에요.

박인규 : KBS TV의 열린 채널이라는 게 시청자들이 만든 다큐멘터리를 심사를 해서 선정을 해서 방송을 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 시각장애인이 만든 다큐멘터리다, 하니까 거기 심사하는 분들이 어떤 반응을 보이던가요?

노동주 : 제가 느끼기에 제 주변사람들도 안 믿으니까 어떻게 믿겠어요? 정말 시각장애인이 만들었냐는 질문에서부터. 성 팀장님도 처음에는 너 시각장애인 맞냐고 까지 말씀 하셨어요. 그도 그럴 일이 제가 생각해도 제 기획의도가 잘 살려 있고. 하하. 소질 있어요. 저 영화에 또 도전해보고 싶어요.

박인규 : 일급 시각 장애인이라고 하면 보통 저희들은 시각 장애인이라고 하면 완전히 온 세계가 깜깜하게 안 보인다고 생각을 하는데 지금 어느 정돕니까? 약간 빛 같은 건 느끼시는 정돕니까?

노동주 : 네, 밝고 어둡고는 구분 가능하고요. 1급 시각장애인들도 전맹하고 약시가 있어요. 전맹이라는 게 어떤 매체, 고배율로 확대되는 확대경이랄지 그런 매체를 이용해서 묵자 그러니까 우리가 흔히 쓰는 묵자가 학습이 되면 그 사람들은 약시에요. 그런데 그런 게 아무리 어떤 도구를 이용해도 학습이 안 되면 전맹이에요. 저는 그 둘 중에 구분하자면 전맹이에요.

▲ ⓒ프레시안

박인규 :
어떤 도구를 이용해도 시력 개선이 안 되는.

노동주 : 네. 그래서 점자를 배워야 되고 그런 입장이에요.

박인규 : 기술적으로 어렵지만 하여튼 다큐멘터리를 만들었다. 그렇지만 현실적으로 다큐멘터리를 만들 때까지는 본인이 취업을 시도하시면서 어려운 점이 많았을 것 같은데요. 우선 3년 전에 시력을 잃었다고 그러는데 그게 어떤 굉장히 희귀한 질병 때문이라고 하던데요? 어떤 질병이었습니까?

노동주 : 다발성 경화증이라는 희귀 난치성 질환인데요. 자가 면역 결핍의 일종인데 내 몸 스스로가 내 신경을 공격하는 질병이에요. 그러다가 대학 2학년 때 시신경을 공격하기 시작한 거예요. 이것이. 그래서 이렇게 전맹이 됐습니다.

박인규 : 대학 때부터 말하자면 취직을 위해서 나름대로 자격증도 많이 따고 토익은 980점까지 받았다고 그렇던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취직이 어려웠습니까?

노동주 : 네.

박인규 : 그 취직 때 그 실패기 말씀을 좀 해주시죠? 좋은 추억은 아니겠지만.

노동주 : 네, 제가 장애인의 고용현실에 대해서 조금 알았어요. 그래서 양쪽 눈을 다 잃고 나서 장애인 등록을 해야 되는데 등록을 차마 못하겠어요. 제가 너무 해왔던 게 있고 공부해왔던 것도 있고 아까운거에요.

박인규 : 스스로 장애인임을 인정하는 거니까?

노동주 : 네, 그런데 못된 생각을 했어요. 그냥 취업해버리고 그 때 장애인임을 알리면 어떻게 되지 않을까 싶은 거예요. 그래서 장애인 등록을 안 하고 서류에 다 합격을 하고 그런데 면접에 가면 제가 분명 장애인 티가 나니까. 시선처리도 안되고 하니까. 다 떨어지고 떨어지고 하다보니까. 계속 떨어지다 보니까 낙방하다 보니까 왜 안 될까 싶은 게 고용주를 막 비난하기까지 했는데 제가 고용주의 입장이 돼 봤어요. 내가 고용주라면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박인규 : 그러니까 시험을 보실 때는 본인이 장애인이라는 사실을 숨긴 거군요? 쉽게 말하면. 그런데 필기시험도 봐야 되는 거 아닙니까?

노동주 : 그러니까 필기시험이 없는 기업을 위주로 한 거예요.

박인규 : 서류시험에서 합격이 되면 면접을 가서 장애인이 아닌 것처럼 면접을 했는데 결과적으론 계속 떨어지더라?

노동주 : 네, 가장 힘든 경우가 제가 최종까지 갔어요. 그러니까 합숙, 연수를 받게 됐어요. 그런데 연수과정에서 부장님 한분이 들어오셔서. 그러니까 날 밤새서 팀 구성해서 무슨 프로젝트를 제출하는 내용이었는데. 부장님이 그 프로젝트 구성 과정에서 들어오신 거예요. 그래서 저에게 동주씨 부르는 거예요. 근데 제가 네! 대답을 했는데 부장님을 눈을 안쳐다봤겠죠? 당연히? 그래서 다른 팀원들도 저를 이상하게 생각을 했을 거예요. 그래서 원래 연수과정에서 떨어지는 법이 없어요. 근데 저 혼자 떨어지게 된 과정도 있었고요.

박인규 : 그러면 그 경우에는 그 회사에서 노동주씨가 비장애인인줄 알고 뽑았다가 연수 과정에서 장애인이기 때문에 떨어진 거나 다름없네요?

노동주 : 네, 그렇게 된 거 같아요.

박인규 : 몇 군데나 시도를 했다가…….

노동주 : 열 몇 군데 같은데요.

박인규 : 회사에서는 노동주씨를 떨어뜨리면서 어떤 이유를 댑니까? 당신이 장애인이기 때문이라고 합니까? 뭐라고 합니까?

노동주 : 그러지는 않죠. 회사 하고 안 맞는 것 같다, 다 이유는 다 그럴듯하죠. 그런데 회사 입장은 이익을 내는 단체잖아요. 그런데 고용주만 비난을 받아서는 안 될 것 같아요. 사회적인 제도나…….

박인규 : 고용주들이 장애인들을 고용할 수 있도록 어떤 사회적인 지원 제도 같은 게 필요하다는 말씀입니까?

노동주 : 네. 제가 원하는 게 그거예요.

박인규 : 제가 알기로는 대기업들이 장애인 의무 고용 비율이 있다고 하던데, 그걸로 부족합니까?

노동주 : 물론이죠. 그러니까 아예 대기업에서는 벌금을 내고 말지 효율성에서 문제시하면서 장애인 채용은 안 하고 있습니다. 채용된 장애인일지라도, 제가 이런 말해서 좀 그런데, 경증 장애인 위주가 되겠죠. 저 같이 중증 장애인들은 아주 취업이 어려운 현실이고요.

박인규 : 그래서 결국은 노동주씨도 세광학교를 택한 겁니까?

노동주 : 네. 주변 얘기가 시각 장애인들은 안마일하고 먹고 살아야한다.

박인규 : 그나마 시각장애인은 그것밖에 못한다?

노동주 : 네. 그래서 어렵게 결심한 끝에 올해 초에 들어가게 됐는데, 최근에 문제가 되고 있는 안마사 문제도 2006년에 똑같은 문제가 있었는데, 그때는 비장애인이었으니까 이런 문제를 직시하지 못했는데 막상 시각 장애인이 되고나니까 너무 절실한 문제예요. 시각장애인을 가장으로 둔 한 가정이 달린 문제고요, 시각 장애인이 안마사로 일해야 한다는 것은, 그 많은 직업 중에 한 가지 일인데 그것마저도 비시각장애인들이 그 일마저 함께 하자고 하는데, 직업선택제한권 그런 문제를 들어서 말하는데, 직업선택제한권이라는 게 뭐예요. 그러면 왜 시각 장애인들에게 다른 직업에 제한을 두는 건데요.

박인규 : 다른 일도 할 수 있는 기회를 줘라. 우리나라에 시각 장애인이 몇 명이나 됩니까?

노동주 : 그건 공부해왔어야 했는데…….

박인규 : 세광학교에는 몇 명이나 됩니까?

노동주 : 120명 정도. 유치부부터 고등 3학년까지 있거든요.

박인규 : 장애인이 되신 게 이제 2, 3년 밖에 안 된 거 아니에요. 아까도 그런 말씀 하셨는데, 실제로 장애인이 되고나니까 비장애인일 때와 다를 것 같아요. 장애인들의 어려움이랄지. 어떤 게 새롭게 느껴지던가요?

노동주 : 제가 문화생활을 즐기고 책 같은 거 좋아하고 그랬는데, 일단 문화생활 하기가 어렵고, 특히 회화 감상이 어렵고요. 어느 정도냐 하면, 영화 감상이, 저는 영화를 좋아하니까, 외국 영화는 영어로 된 영화는 그래도 듣고 이해가 되겠는데, 중국 영화나 일본 영화, 다른 언어로 된 영화들 감상하고 싶은데 화면 해설이 거의 안 돼 있고요. 그래서 문화생활하기가 어렵고. 일반 사람들 만나는데 그런 편견, 시각 장애인도 문제가 되는 게, 스스로 그렇게 판단해서일지도 모르는데, 제가 아예 의기소침해져 있어요. 일반 사람들 만나는 거 자체가 어렵고, 두렵고. 가장 황당한 경우가 택시를 타면 광주 세광학교로 가자고 하면 택시 기사 분들도 아시나 봐요. 아, 이 사람시각장애인이겠다. 그래서 천 원짜리 하고 만 원짜리 하고 비슷하잖아요. 그렇게 돈을 적게 받은 적도 있어요.

박인규 : 거스름돈을 속여서 준다는 말씀이신가요?

노동주 : 네. 그런 경우도 있었어요.

박인규 : 세광학교에 120명 있다고 했는데, 거기 다니는 분들은 말하자면 직업으로서 안마나 침술을 배웠다고 했잖아요. 아까 한나나 제윤이처럼 다른 일을 하고 싶어 하는 그런 시각 장애인 분들이 많은가 보죠?

노동주 : 네. 제 영상을 보면 알 수 있듯이 꿈들이 무궁무진해요. 그중에 프로그래머 하고 있고요, 피아니스트, 판매 일을 하는 영업이나 안마를 계속 하고 싶다는 친구도 있고, 특수 교사도 되고 싶고, 많은 친구들이 있어요. 그중에 정말 안 될 거는, 어떤 친구는 비행기 조종사가 되고 싶다고 했어요. 그거는 제가 극구 말리고 싶은 문제고요. 나머지는 충분히 가능하잖아요. 그런데 사회적으로나 뒷받침이 안 되는 현실에서 포기해야 되는 친구들이 있고요. 어떻게 안 될까요, 사회적으로? 도와주세요.

박인규 : 어떻게 도와줄 수 있습니까, 사회적으로? 그분들이 안마나 침술 아니고 다른 걸 가지고 자기의 생활을 할 수 있도록 국가나 사회나 기업이나, 뭘 해줬으면 해요?

노동주 : 만약에 제가 그 방법을 알았다면 이 영상에 담았을 거고요,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거기까진 것 같아요. 이런 문제가 있다. 해 줄 수 있는 문제는 위에 분들이 해 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서 문제를 던져봤고요, 그 중의 한 문제인 안마사 문제마저도 어려운 위기에 있다고 알리고 싶습니다.

박인규 : 적어도 지금은 유일한 생업이라고 할 수 있는 안마만은 건드리지 마라 달라. 그리고 그 다음에 다른 일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줬으면 좋겠다. 방법은 같이 생각해봐야할 것 같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 오늘은 장애인들의 어려운 고용 현실을 다큐멘터리로 만든 시각장애인 노동주씨와 함께 하고 있습니다.

실례지만 올해 나이가 몇 살?

노동주 : 올해 26입니다.

박인규 : 굉장히 젊은 나이신데, 아까 희귀질병을 앓고 있다고 그랬어요. 그리고 원래 꿈은 영화감독이었고. 나한테 희귀질병이 있다는 사실을 언제 처음 알았어요?

노동주 : 고2 때 알게 됐고요, 그래서 학업을 마칠 수 없었고, 병원 생활을 2년 넘게 했어요. 그 당시에 하반신 마비까지 왔었거든요.

박인규 : 지금은 걷는 건 문제없으신데?

노동주 : 네. 치료됐는데. 그리고 어렵게 대학 입학을 했고. 제가 질환이 있다고 하니까 제가 하고 싶은 일은 다 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여러 가지 활동도 했고, 특히 스킨스쿠버도 해봤고, 연극영화도 해봤고. 이번에 11월에 뮤지컬 공연도 올리게 됐어요.

박인규 : 뮤지컬 배우로 나오시는 겁니까?

노동주 : 네.

박인규 : 굉장히 다재다능한 것 같네요.

노동주 : 하고 싶었던 일들 해 볼 수 있어서 너무 좋아요.

박인규 : 고등학교 2학년 때, 처음 병을 알게 됐는데, 병명이 뭐죠?

노동주 : 다발성 경화증.

박인규 : 그걸 알아서 다리를 일시적으로 못 썼다가 다시 회복했다고 그랬는데, 그러면 시력도 다시 회복되는 건 아닙니까?

노동주 : 저도 그랬으면 좋겠는데 시신경이 위축이 돼서 말라서 회복이 어렵다고. 아마 가능하려면 줄기세포가 현실화되면 가능할지도 모르겠네요.
박인규 : 현재로서는 회복가능성은 높지 않다. 많은 시각 장애인들이 자신의 생업을 안마와 침술로 하고 있어요. 세광학교 같은 경우에, 안마와 침술을 배우고 나오면 말하자면, 바로 돈벌이가 되는 겁니까. 취업이 되는 겁니까?

▲ ⓒ프레시안

노동주 :
많은 학생들이 안마에 종사하고 있고, 선배님들도 안마 일을 하고 있는데, 안마 일이 바로 취업이 되기도 힘들어요. 왜냐하면 시각 장애인은 갈수록 많아지는데 안마 자리는 제한돼 있고, 그 제한된 자리마저도 일반인들이 참여하고 있고. 그게 분명히 불법인데도 경락마사지며 스포츠마사지라는 호칭을 들어서. 수기를 이용해서 하는 건 오직 시각 장애인들에게 주어졌고, 법으로 합법화 돼 있는데 일반인들이 참여를 하고 있으니까 저희는 설 자리가 없죠.

박인규 : 외국 같은 경우는 나름대로 장애인들에 대한 지원 대책이 잘 돼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 사회나 국가에 대해서 그냥 장애인을 도와달라고 하기 보다는 이러이러한 지원제도가 외국에 있다, 우리도 해 달라, 이렇게 구체적으로 요구해야 되는 거 아닙니까?

노동주 : 장애인들 취업이 어려운 게 사실이고요, 그중에서 시각 장애인들 취업이 특히 어려워요. 지체 장애자들이나 다른 장애자들께서는 일단은 눈이 보이니까 어떤 일이든지 할 수 있겠지만, 시각 장애인들은 눈이 안 보인다는 이유 때문에 많이 채용이 안 되는 게 사실이고요. 외국의 입장은 제가 잘 모르겠는데, 시각 장애인들이 그만큼 어려우니까 유보 직종을 뒀어요. 시각 장애인은 이 일만 해라. 우리나라에서는 지금까지 안마 일이 그거였는데, 그게 어려워지고 있고요.

박인규 : 그 말씀 시각 장애인에게 취업 우선권을 주는 그런 직종을 만들었으면 좋겠다, 그런 의미인가요?

노동주 : 제 생각인데요, 시각 장애인들은 어렸을 때부터 안 보인 친구들은 정규 교육을 받은 친구들과 분명히 다른 사고를 할 거란 말이에요. 상상력도 풍부하고. 창의적인 면에서 뛰어날 테고. 그러니까 기업체에서 아이디어 뱅크로 이용하면 되잖아요. 어떤 아이디어 상품을 낼 때, 시각 장애인들의 아이디어를 이용하시면 충분히 홍보 효과도 있고 마케팅 효과도 있고. 요즘 창의력, 창의력 말하시는데, 시각 장애인들의 창의력을 이용하세요. 충분히 가능할 거라고요.

박인규 : 지금 장애인들의 직업학교라고 할 수 있는 세광학교에 다니시면서 장애인들을 위한 다큐멘터리를 만들었는데, 꿈은 영화감독이에요. 지금대로라면 생업을 위해서는 세광학교를 졸업하고 마사지나 안마나 침술을 해야 되는데, 앞으로 계획을 어떻게 잡고 있어요?

노동주 : 영화라는 게 꿈과 의지로만 안 되는 걸 알고 있고요, 현실적으로 자본이 많이 필요하잖아요. 시나리오는 작업 중에 있고요. 시각 장애인은 컴퓨터는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어요. 시각 장애인 프로그램이 이미 개발돼 있고요. 그래서 모든 기업에서 말하는 일들이 컴퓨터화 돼 있고, 텍스트화 돼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시각 장애인들은 일을 할 수 있고요, 안마 일 뿐만 아니라 저는 기업체에 채용되고 싶고요. 가능하다면. 그 다음에 시나리오 작업 계속하고, 제가 꿈꾸고 있는 영화감독 일은 꼭 해보고 싶고요. 언제가 될지 몰라도.

박인규 : 일단은 안마를 할 수밖에 없겠지만, 가능하면 취업도 하고 싶고, 더 가능하면 영화도 만들고 싶다. 지금 준비하고 있는 영화의 내용은 어떤 겁니까? 그것도 시각 장애인 얘깁니까?

노동주 : 그 내용은 아직 말씀드릴 수 없고요, 분명한 건 만인들의 공통 관심사인 사랑에 대한 내용이고, 연인들의 사랑이 주일 수 있고, 만인들의 사랑, 그러니까 어머니와 아들의 사랑, 이웃들의 사랑, 사랑을 전하고 싶습니다.

박인규 : '당신이 고용주라면 시각 장애인을 고용하시겠습니까', 이게 내일 몇 시에 어디서 방영이 되죠?

노동주 : 내일 낮 1시, KBS1 열린 채널에서.

박인규 : 많이 보셨으면 좋겠고요, 마지막으로 아직 꿈 많은 20대이신데, 앞으로 계획이랄지, 혹시 또, 장애인들을 위해서 필요한 말씀 있으시면 마무리 말씀으로 부탁드리겠습니다.

노동주 : '당신이 고용주라면 시각 장애인을 고용하시겠습니까' 라는 제목의 다큐를 제작했는데, 많은 일반, 비장애인들뿐만 아니라 장애인들도 알아주셔서 너무 감사드리고요, 제 기획 의도를 잘 살릴 수 있었고요. 지금 다른 다큐 기획 중에 있고요, 그 영상도 조만간 방영될 예정인 것 같아요. 그리고 시나리오 작업도 하고 있고, 드럼도 배우고 있어요. 뮤지컬도 하고 있고. 그러니까 하고 싶은 일을 하세요. 포기하지 말고 도전하세요. 도전하면 실패하더라도 도전했다는 데 취지가 있잖아요. 저도 많은 실패를 겪었고요, 여러분들도 할 수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박인규 : 제가 최근에 장애인 활동을 한 분을 모시고 대담을 했었는데, 장애인들도 세금을 내고 사는 사회가 정상적인 사회다. 장애인들이 자기 일을 가지자는 거죠. 이번에 만든 다큐멘터리가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일깨우고 모든 장애인들이 자기 세금 내면서 일하는 그런 사회가 왔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노동주 : 정말 고맙습니다.

박인규 : 박인규의 집중인터뷰, 오늘은 장애인들의 어려운 현실을 다큐멘터리로 만든 시각장애인 노동주씨를 초대해 그가 이 작품을 통해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뭔지, 우리나라 장애인들의 현실은 어떤지 얘기 나눴습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는 매주 월-금요일 오후 2시30분부터 3시까지 KBS 1라디오97.3MHz)에서 방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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