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3>은 <그림 2>에 宀자가 추가된 것이다. 宀은 '집'의 뜻이니, 이 모습은 본뜻이 '학교'라는 주장으로 이어진다. <그림 3>에서 위쪽 두 손 부분이 빠진 글자꼴도 있다. 이 모습은 지붕에 새끼줄을 엮은 모습으로 보아, 초가집의 이엉 얹는 것을 배우는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한다. 다시 <그림 1>로 돌아가면, 지금과 같은 學자는 거기에 '아들'인 子가 더해졌다. 교육 대상이 '아들'이기 때문이다.
學자의 진화 과정을 그럴듯하게 정리했지만, 의문점도 있다. 중간의 宀이 좀 어색하다. 지금 남아 있는 글자들 가운데는 <그림 3>처럼 宀이 아래로 들어가는 경우가 없다.
물론 초기 한자에서는 구성 요소의 위치가 자유스러웠다니, 그게 아래로 들어간 게 무슨 대수냐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나중에는 위치도 글자 구별의 근거가 되는 쪽으로 바뀌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宀처럼 위치가 한쪽으로만 고정된 것은 그 글자가 만들어진(또는 별개의 글자로 독립한) 시기가 구성 요소의 위치도 중요해진 때였다는 얘기다. 따라서 <그림 3>의 아래를 宀으로 본다면 예외적인 현상이 되는 것이고, 그것을 宀이 아닌 다른 요소로 보는 게 순리라는 얘기다.
그렇게 본다면 <그림 3>의 宀 위쪽이 爻여야 하는데 乂로 반쪽짜리임이 눈에 띈다. 결국 <그림 3>의 宀으로 본 부분은 爻의 아래 乂로 볼 수 있고, <그림 2>와 <그림 3>은 같은 구성 요소가 조금 달리 표현된 것이다. 따라서 <그림 1>의 '爻+宀' 부분은 爻의 일부 획이 중복돼 조금 복잡해진 모습일 뿐이다.
결국 지금의 學자는 <그림 2>나 <그림 3>과 子를 합친 글자가 된다. 子를 의미 요소로 볼 수 있다면 윗부분 즉 <그림 2, 3> 같은 모습의 글자가 발음기호일 가능성이 높다. 그 속의 爻 발음과 연결이 가능하다. <그림 2. 3>은 要(요)의 소전체(<그림 4>)와 비슷해 그 변형일 가능성이 있다.
學이 이런 구조라면 覺(각) 역시 같은 방식으로 설명할 수 있다. 見(견)이 의미 요소니 '깨닫다'인 覺은 본래 눈으로 '발견하다'의 뜻이었음을 어렵잖게 짐작할 수 있다. 역시 <그림 2>가 발음기호다. 學의 발음과 초성 ㄱ/ㅎ 차이일 뿐이다.
그런데 學·覺의 윗부분으로 추정되는 要는 <그림 5>와 같은 조금 복잡한 모습도 있다. 이 모습을 생각하면 票(표) 역시 윗부분에 要가 들어 있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票는 襾(아)와 示(시)로 구성된 것처럼 보이지만, 아래 小 부분이 火(화)의 변형이다(<그림 6>). 윗부분 '襾+一'은 바로 學·覺의 윗부분 要다. <그림 6>에서는 一 부분이 분명히 冂 형태로 돼 있어 <그림 1>의 宀 부분과 비슷하다. 이것을 같은 요소로 보면 學의 冖 부분이 '집'인 宀이 아님을 확인할 수 있다.
票의 윗부분은 쪽지를 들고 불에 태우는 모습이라거나 시체를 들어올리는 모습이라는 등의 설명이 있으나, 발음기호 要로 보면 된다. 票는 火를 의미 요소로 해서 '불똥이 튀다'의 뜻이다. 지금 爂(표)·燢(표)로 남아 있는 글자들은 모두 조금씩 다른 의미를 달고 있는데, 票가 學과 윗부분을 공유하는 글자임을 입증해주는 票의 이체자들이다.
票와 윗부분이 비슷한 賈(가) 역시 윗부분이 발음기호 要인 듯하다. 발음은 覺에서 받침만 빠졌다. 貝(패)를 의미 요소로 해서 본래 '값'의 뜻이었겠다. 지금은 '값'의 뜻이 價(가)에 가 있고 賈는 '장사(商人)'의 뜻인데, 價의 의미 요소가 人이니 價가 '장사'고 賈가 '값'이었다가 의미가 뒤바뀐 듯하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