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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움과 불안, 증오와 불신을 떨치기 위해

한반도브리핑 <100> 다시, 한반도 평화를 구상하자

프레시안의 '한반도브리핑'이 100회를 맞이했다. 그동안 한반도 내부의 정세변화,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치의 흐름을 이해하기 위해 많은 글들이 이 코너를 통해 독자들에게 전달됐다. 필진들간 한반도를 바라보는 의견 차이는 없지 않았을 것이다. 해법도 다양하게 제안되었다.

그러나 100회에 걸쳐 나타난 수많은 논점들을 관통하는 하나의 문제의식이 있다면 그것은 한반도 문제가 분단 극복의 민족사적 문제일 뿐 아니라 동북아 국제질서의 미래를 결정하는 풍향계와 같다는 인식일 것이다.

되짚어 보는 한반도의 지정학적 의미

한반도는 동북아 국제정치의 거울이자 리트머스 시험지와 같다. 일부에서는 강대국들의 정책적 의도가 동북아 정치 지형을 형성하는 것이지 한반도 문제는 부차적 변수에 불과하다는 반론도 제기할 것이다. 그러나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되지 않고는 결코 동북아의 온전한 평화를 상상할 수 없다. 한반도가 차지하고 있는 지리적 조건 때문이며 그런 인식으로 한반도를 바라보는 주요 국가들의 전략적 판단 때문이다.

실제로 19세기 이후 한반도의 역사는 동북아 지역의 국제정치 흐름을 반영해 왔다. 한반도는 해양세력과 대륙세력으로 일컬어지는 두 세력 간 접점에 놓여 있었다. 때론 열강들간 갈등과 충돌이 한반도를 두고 벌어졌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한 국제정치적 해법이 한반도의 운명을 결정지어 왔다.

청일전쟁과 러일전쟁은 열강들이 한반도에 대한 독점적 영향력 확보과정에서 일어난 사건들이었다. 두 전쟁을 거치고 난 후 열강들의 한반도 해법은 한반도를 일국의 영향력 하에 두는 것이었으나, 그것 역시 동북아 평화를 보장하지 않았다. 일본이 한반도를 대륙침략의 발판으로 이용했기 때문이었다. 그 구상은 결국 만주사변과 중일전쟁을 낳았고 아시아 전 대륙은 전화에 휩싸여 갔다.

종전 이후 열강들의 해법은 분단과 적대적 대립을 통한 균형의 유지였다. 냉전의 치열한 대립구도가 한반도 분단선 위에서 전개되었던 것은 그러한 연유였다. 한반도 내부의 적대적 관계를 매개로 동북아는 균형을 유지했다. 그 과정에서 한반도에는 두 개 정부의 수립, 전쟁, 그리고 끝을 모르는 증오와 반목의 덫이 씌어졌다.

그 역사의 유산이 고스란히 지금 한반도 현실로 드러나 있다. 열강들이 냉전의 기억과 흔적을 지워가고 있는 오늘날에도 한반도 내부에는 아직도 냉전의 역사가 망령처럼 살아 숨 쉬고 있다.

한반도브리핑을 통해 한반도 문제를 다시 생각해야하는 이유는 불행했던 한반도 역사가 주는 교훈을 되새기면서 동북아의 새로운 미래를 찾아보자는 데에 있다. 유럽이 전쟁의 상처와 절망을 딛고 새로운 유럽을 창조했듯이 말이다.

분열과 갈등의 동북아에서 희생을 강요받았던 한반도에서, 불안정한 지역질서가 나타나게 되면 다시 희생자로 전락하기 쉬운 한반도에서, 그 희망의 횃불을 밝혀 보자는 뜻이다. 그것이 희생당한 측이 희생을 강요했던 측에게 되돌려 줘야 할 시대적 메시지여야 한다.

그 해법을 아직 한반도 내부에서는 쉽게 찾기 어렵다. 한국 사회 내부에서조차 희망을 향한 창의적 발상보다는 두려움과 불안감, 불신과 증오가 더 지배적이다. 시간이 가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처럼 보이지도 않는다.

오랜 기간, 대립이 일상사였던 냉전기를 거치는 동안 형성되고 강화되어 왔던 사회적 집단의식이나 기억에는 나름의 관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전략의 새로운 발상, 창의적 사고, 치열한 논쟁과 토론 없이는 그 해법을 쉽게 구하지 못할 것이다.
▲ 탈냉전 시대 '냉전의 섬'으로 남아 있는 한반도의 상징 판문점 ⓒ연합뉴스

'북핵 문제', 핵심적이지만 유일한 과제는 아니다

한반도 문제가 다시 암초에 걸려있는 듯 보이는 시절이다. 핵시설 불능화 단계까지 진행되었던 북핵 문제가 테러지원국 해제 이행 여부를 놓고 중대한 차질을 빚고 있다. 북한은 다시 핵시설을 원상 복구하겠다고 어깃장을 놓고 있다.

더욱이 김정일 중병설과 뒤이은 북한체제 유동성 논란, 작전계획(5029) 공론화 등의 논란은 해결 구도의 전망 자체를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북한 급변사태 가능성에 대한 대비는 언제라도 치밀하게 검토되어 있어야 하는 대안이지만, 그것을 정책 전면에 내세울 수는 없는 노릇인데도 말이다.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이 한반도와 동북아 미래에 대한 원대한 비전에서 구상된 것이라기보다는 'ABR'(노무현 정책 뒤집기)의 관점에서만 진행되어 왔다는 것도 문제라면 문제다. 그 마저도 지난 몇 달 동안 일관성을 갖지 못했다.

제대로 풀리지 않는 현 시점의 국면이 정부 정책결정자들에게도 답답할 노릇일 것이다. 한반도 문제에 관한 큰 그림을 가지고 있어야 한국 외교가 움직일 공간을 능동적으로 찾을 수 있을 텐데 그 마저도 빈약하니 상황 변화에 대응할만한 뾰족한 수가 별반 없어 보인다. 그렇다고 강 너머 불구경하듯 팔짱만 끼고 관망만 하는 것도 지혜롭지 못하다.

한반도 문제를 긴 역사의 안목으로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핵문제만 하더라도 1993년 이래 난관도 있었고 희망도 있었다. 장기적 해결 과정의 관점에서 볼 때 지금은 '말 대 말', '행동 대 행동'의 원칙이 수순 이행 문제로 꼬여 있는 시점이다. 다시 해결의 국면으로 되돌아가더라도 핵시설 불능화와 폐기의 단계들마다 어려운 수순이 암초처럼 놓여 있다.

북핵 문제는 한반도 문제의 장기적 해결 과정에서 반드시 풀어야 많은 과제 중의 하나다. 지금으로서 핵문제가 가장 중요한 의제라는 사실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핵문제가 한반도 문제를 푸는 '유일한' 과제는 아니다. 평화정착, 경제협력, 화해조치, 신뢰구축조치, 인도주의적 문제 등이 상호 작용의 메커니즘으로 병렬적으로 놓여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핵문제 해결이 다른 해법들을 결정하는 조건적 과제라고 단정하기 보다는 다른 사안들과 연계해 푸는 방안도 모색할 필요가 있다. 눈을 크게 뜨고 보자는 뜻이다. 그것이 한반도 문제를 풀어나가는 포괄적이고 장기적인 해결책이다.
▲ 지난해 10월 4일 남북정상회담을 마친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환송오찬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1주년에 곱씹어 보는 10.4 선언의 의미

한반도 문제의 종착점은 분단의 해결이다. 분단 해결은 당위의 문제이자 현실적인 문제이기도 하다. 남북관계가 적대적 대립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동북아 질서 또한 갈등 중심의 대립적 질서로 빠르게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 불안정하고 갈등 중심의 동북아에서 한국과 같은 상대적 약소국이 부담해야 할 비용은 더 커지게 된다.

요컨대 동북아 질서가 안정적이고 평화적일수록 한국 외교의 가동범위가 더 커지게 되고 그것이 분단 해결에도 유리한 방편이다.

현 시점에서 한반도 문제의 핵심은 안정적이고 평화적 방법을 통한 분단의 관리여야 하며, 대결적 분단보다는 공존을 모색하는 분단 관리로의 전환이어야 한다. 이를테면 평화가 핵심이라는 뜻이다.

이제 곧 10.4 남북정상선언이 발표된 지 1주년이 된다. 문서 기록으로만 남겨질 위험에 처한 10.4 정상선언이 갖는 의미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때가 되었다.

특히 "정전체제의 종식 및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에 남북한이 협력"하기로 합의한 것은 한반도 문제를 바라보는 장기적 관점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대목이었다. 정전체제를 넘어 새로운 시대로의 이행을 위한 남북 공동의 합의였다. 불안정한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려는 노력이 지금 우리에게 주어진 가장 현실적 전략일 것이다.
▲ 김기정 연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그간 남북 화해협력정책이 안고 있었던 문제들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5년 단임제라는 헌법구조 때문에 단기간 내 가시적 효과를 내고 싶은 정치적 동기나 욕심이 대북정책의 속도조절에 문제를 야기하곤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립과 갈등을 유지하면서 지불해야 하는 비용을 생각한다면, 설사 비용이 아니더라도 지독한 긴장과 증오에 도착된 우리 사회의 인식적 편집 현상을 생각하더라도 평화적 관리를 통한 창의적 해법 강구는 지속되어야 한다. 그것은 냉전으로부터 탈냉전으로 이행되는 과정에서 명백히 드러난 세계사적 추세이기도 하다.

세계사의 독특한 양식이었던 냉전 시대가 한반도를 제외한 다른 지역에서는 거의 종식되었다. 냉전기 최대 희생자였던 한반도에서 마지막 종결단계의 진입을 앞두고 있다. 한반도에서 전쟁 종식을 선언하고 평화협정을 통해 평화체제가 수립된다면 비극적 세계사의 한 단락을 마감한다는 시대적 의미를 가지게 될 것이다. 지금이야말로 한반도 평화의 토대 위에서 동북아의 평화적 미래를 구상해야 할 때다.

* 한반도브리핑을 사랑해주시는 독자 여러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100회를 맞은 한반도브리핑은 앞으로도 보다 정확하고 심층적인 분석으로 여러분들을 찾아가겠습니다. 참여해주시는 필자 여러분들께도 감사드립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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