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柬(간)/東(동)/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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柬(간)/東(동)/爰(원)

[한자가 그렇게 만들어졌다고?] <75>

臾(유)·曳(예)·叟(수)·受(수) 등이 臼(구/국)에 어떤 요소를 더한 글자로 한 그룹을 이룬다면, 이들과 비슷한 모양이면서 발음상 약간 차이가 있는 또 한 그룹의 글자들이 있다.

練(련)·煉(련) 등의 발음기호인 柬(간)은 束(속)자에 점 두 개를 더한 모습이어서 束과 관련된 글자로 보기도 한다. 束이 '묶다'인 데 비해 柬은 단단히 묶었음을 나타낸 글자라거나, 두 점을 장식적 요소로 보아 실질적으로 같은 글자라는 것이다. 東(동)자와 같이 보따리를 묶은 것이라는 얘기도 있고, 2차 파생자인 薰(훈)의 '향풀'이라는 의미에서 힌트를 얻어 모기 쫓기나 냄새 제거를 위한 '향풀'을 의미한 것이라는 설명도 있다.

옛 모습도 지금과 큰 차이가 없는데, 木(목)자 부분을 제외한 가운데 부분이 두 손의 모습인 臼일 가능성이 있음이 주목된다. 그렇다면 柬은 臼와 木(아마도 다른 글자의 변형일 가능성이 높은)의 두 부분으로 이루어진 글자다. 木 부분이 어떤 글자의 변형이냐를 가리기는 매우 어렵지만, 共(공)의 여러 변형들을 생각하면 柬 역시 共의 변형일 가능성이 있다.

'간' 발음인 柬에서 '련' 발음의 파생자들이 나온 것은, 한자 초기에 초성에 ㄱ/ㄹ 등 겹자음이 있었다는 주장이 참고가 될 만하다. 두 가지 발음 가운데 하나씩만 남아 초성이 두 가지로 분화된 것이다.

東은 예전에 해가 나무 사이로 떠오르는 모습을 그렸다는 식으로 설명되던 글자였지만, 갑골문의 발견으로 日(일) 부분이 다른 모습인 경우도 많아 수정이 불가피해졌다(<그림 1>). 지금은 긴 막대에 보따리를 묶은 모습이라는 설명이 대세다. 두 사람이 한쪽씩을 메고 운반하기 위한 것이다.

역시 束과 연관된 글자로 보기도 하는데, 글자 모양이 柬과 거의 비슷해서 그 변형이 아닐까 생각된다. 어쩌면 束자 자체가 柬=東의 간략형일 수도 있다. 束 계통 悚(송) 등의 발음이 東의 발음과 연결되는 것이다.

援(원)·暖(난) 등의 발음기호인 爰(원)의 위-아래인 爪(조)와 又(우)는 모두 '손'이어서 이 부분은 臼로 환원될 수 있다. 于(우)자나 干(간)자 비슷한 나머지 부분이 문제인데, <그림 2>를 보면 그것이 꼭 于나 干이라기보다는 다른 글자의 변형이 여러 가지 모습으로 나타난 것인 듯하다. 지난 회의 受(수)의 어떤 모습과도 같으니, 爰 역시 柬=東과 마찬가지로 共 등의 변형일 가능성이 있다.

물에 빠진 사람에게 막대기를 건네 구해주는 모습이라거나, 두 사람이 패옥을 차지하기 위해 다투는 모습이라는 설명들은 모두 '장면 상형'의 혐의를 벗기 어렵다.

隱(은)·穩(온)은 오른쪽 㥯(은)이 발음기호인데, 이는 다시 윗부분과 아래 心(심)으로 나누어진다. 그 윗부분은 발음으로 보나 모양으로 보나 爰의 변형임이 분명하다. ⺕(계) 역시 又의 변형이고 중간의 工은 于/干에서 아랫부분이 생략된 모습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 밖에 侵(침)·浸(침) 등의 발음기호인 오른쪽 부분도 소전체에서 '帚(추)+又' 형태로 정리돼 혼란을 주지만(<그림 3>), 爰 등의 변형으로 볼 수 있다. 중간의 '冖+巾' 부분은 柬이나 東에서 木으로 정리된 부분과 구분하기 어렵다. 侵의 초기 모습이라는 <그림 4>는 윗부분을 臼로 분리하고 나면 오른쪽 아래 小 형태의 부분이 한 손인 又의 변형이라 할 수 있어, 간략한 형태의 共의 이체자가 변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또 函(함) 역시 丂 부분을 빼면 臼가 되고 전체적으로 共의 이체자인 承의 옛 모습과 비슷한 모양이며, 陷(함)·揷(삽)의 발음 부분인 오른쪽 글자들도 이와 연결될 가능성이 있다.

지난 회의 臾 이하 글자들과 이번 회의 柬 이하 글자들은 비슷한 모양이지만 발음상 받침이 있고 없는 차이만 있을 뿐인데, 共=舁(여)의 여러 이체자들 역시 받침이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해서 그런 차이가 반영된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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