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鬼(귀)/卑(비)/畏(외)/其(기)/具(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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鬼(귀)/卑(비)/畏(외)/其(기)/具(구)

[한자가 그렇게 만들어졌다고?] <73>

지난 회에 畀(비)자의 윗부분 얘기를 하면서 나왔던 甶(불)자는 '귀신 머리'라고 한다. 상형이 온갖 것을 다 그리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라면 귀신의 머리를 그린 글자라고 하겠지만, 귀신의 머리를 그렸다면 그야말로 귀신같은 솜씨다. 그런 이해는 너무 지나친 얘기고, 甶은 '귀신'의 뜻인 鬼(귀)자의 머리 부분이라는 얘기겠다.

그런데 鬼자는 귀신의 모습을 그린 것이라는 설명이 있다. 그렇다면 甶이 귀신의 머리를 그렸다는 얘기로 되돌아간다. 그런 설명이 좀 곤란하다고 생각됐는지, 鬼는 커다란 가면을 쓴 모습이라고 한다. 가면과 무서운 모습 등, 지난 회의 異(이)자에 대한 설명과 비슷한 냄새가 난다.

<그림 1~4>가 그 다양한 모습이다. 아랫부분이 人(인)·卩(절)·女(녀)·大(대) 등 사람의 여러 모습을 그렸다는 글자들로 채워졌음이 흥미롭다. 갑골문 시대에 이미 앞서의 설명과 같은 인식이 있었음을 시사해주고 있는 것이다.

鬼와 윗부분이 같은 卑(비)는 손에 무언가를 들고 있는 모습이라고 한다(<그림 5>). 들고 있는 것이 뭐냐를 놓고 사냥 도구, 부채, 손잡이가 있는 술통 등 의견이 분분하지만, 어느 것을 갖다 놔도 '장면 상형'일 뿐이다. 鬼의 아랫부분이 여러 가지로 나타났음을 상기하면, <그림 5> 역시 그 변화에서 그리 크게 벗어난 것은 아님을 알 수 있다.

卑의 설명에 동원된 사냥 도구는 지난 회에 畢(필)의 설명에 동원됐던 사냥용 그물을 떠올리게 한다. <그림 5>는 사실 畢의 옛 모습이라는 <그림 6>과 큰 차이가 없다. 이렇게 보면 卑는 지난 회에 나왔던 畢과 같고, 畢이 畀(비)와 같은 글자였을 가능성을 생각하면 卑=畀로 연결되는 것이다. 卑와 畀의 지금 모습도 흡사하고 무엇보다 발음이 일치하는 것이 예사롭지가 않다.

이런 연결은 다시 鬼로까지 이어진다. 鬼의 발음은 畀=異(이) 계통의 冀(기)와 비슷하다. 鬼는 땅이나 陰(음)과 연결되는 것이기 때문에 하늘이나 陽(양)인 神(신)에 대비해 '낮다'의 의미가 나올 수 있으니, 의미상으로도 연결된다.

卑=鬼라고 보면 鬼자의 오른쪽 厶(사) 부분도 설명이 가능해진다. 이를 두고 '몰래 해치다'의 뜻으로 추가됐다거나 아예 의미 없는 것으로 무시하기도 하는데, 이런 설명들은 궁여지책이다. 卑=鬼는 위나 아래 모두 두 손의 모습이니, 儿과 厶가 모두 손의 모습이 변한 것이다. <그림 1>이나 <그림 6>은 한 손만 그려진 간략형의 맥이 이어진 것이고, 鬼의 지금 글자꼴은 오히려 본래 모습을 더 많이 간직하고 있는 글자꼴인 것이다. 한 손만 그려진 간략형은 전에 봤던 爯(칭/승) 역시 마찬가지다.

畏(외) 역시 같은 글자다. <그림 7>은 <그림 5>와 거의 같은 구성이다. 다만 卜(복)자처럼 생긴 부분을 옆으로 떼어 놓았을 뿐이다. '두려워하다'의 의미는 '귀신'과 바로 연결된다. 발음 역시 鬼·異 부근에 있다.

이번엔 <그림 8>을 보자. 畀 등의 모습과 하등 다를 것이 없어 보인다. 이 글자는 其(기)로 설명된다. 其는 아래 丌를 제외한 부분이 본래 모습으로 곡식을 까부를 때 쓰는 키를 그린 것이라고 한다. 丌는 그것을 올려 놓은 탁자 또는 잡고 있는 두 손이다. 그러나 상형 대상이 너무 넓다. 그리고 <그림 8>은 영락없는 畀의 모습인데, 其의 발음 역시 鬼 등과 연결된다. 其=鬼=畀가 된다. '키' 얘기는 其를 구성 요소로 하는 箕(기)가 그런 뜻의 글자인 데서 끌어다 붙인 얘기다.

<그림 9>와 같은 모습인 具(구)는 어떨까? 윗부분이 鼎(정)이어서 솥을 들고 있는 모습이라는 얘긴데, 그 무거운 솥을 혼자 들고 있으니 엄청난 장사다. 그러나 역시 그런 장면 상형은 아니다. 윗부분이 其의 경우에서처럼 田 형태가 더욱 변한 것이라고 보면 具=其다. 발음 역시 문제될 게 없다. 조금 멀리 가보면 冓와 일치하는 발음이고, '갖추다' '모두'라는 의미는 共의 '함께'와 일치한다.

한 가지 더. <그림 10>은 조개의 모습을 그렸다는 貝(패)다. 그럴듯해 보인다. 그런데 지금 글자꼴의 아래 八(팔) 부분이 문제다. <그림 11> 같은 모습을 이어받은 것인데, 조개의 모습을 망가뜨리고 있다. 그래서 조개를 꿰는 줄을 그렸다느니, 심지어 入水管(입수관)·출수관 같은 '전문지식'을 동원해 설명하기도 한다. 그러나 貝의 발음이 畀에서 그리 멀지 않다고 보면 이 또한 그 변형일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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