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異(이)/畢(필)/革(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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異(이)/畢(필)/革(혁)

[한자가 그렇게 만들어졌다고?] <72>

전염병 귀신을 쫓아내기 위한 무당의 굿. <그림 1>만 보고 대뜸 그걸 떠올릴 수 있을까? 무서운 가면을 쓰고 두 손을 흔들며 춤을 추고 있는 모습이라고 한다. 그리고 그런 모습이 지금의 異(이)자가 됐다는 것이다. 다시 '장면 상형'이다. 사람이 물건을 머리에 이고 있는 모습이라는 얘기도 있는데, 역시 '장면 상형'이며 이 경우는 '이다'의 뜻인 戴(대)자에서 힌트를 얻은 것이다.

다른 관점에서 보자. 異자는 지금 田(전)자와 共(공)자를 합친 글자로 써서 총 11획으로도 쓰지만 중간의 廾 부분을 두 개의 十자로 떼어 놓아 총 12획으로 쓰는 것이 본래 형태라고도 한다. 그 부분은 <그림 1>에서 보듯이 두 손의 모습이며, 다시 지금 글자꼴로 돌아와서 그 부분을 빼면 畀(비)라는 글자가 남는다. '코'인 鼻(비)의 아랫부분이다. 일단 이 '畀+廾'의 가능성을 제기해 두고 다음 글자부터 보자.

<그림 2>는 畢(필)의 옛 모습이라고 한다. 사냥할 때 쓰는 긴 자루가 달린 그물의 모습이라고 하는데, <그림 3>으로 가면 위에 田자가 더해져 있고 田에는 '사냥'의 뜻도 있기 때문에 그것은 의미 보강을 위해 추가된 것으로 설명된다. 그러나, 특히 <그림 3> 같은 모습은 전체적으로 異와 비슷한 느낌임을 확인하면서 역시 다음으로 넘어가보자.

<그림 4>는 '가죽'인 革(혁)자다. 그래서 동물에게서 벗겨낸 가죽을 펼쳐 말리는 모습이라는 설명이 붙었다. 윗부분이 머리, 중간이 몸통, 아래에 꼬리도 보인다. 그러나 역시 의미에 꿰맞춘 상상력 발휘일 뿐이다.

같은 革자인 <그림 5>를 보면 중간에 두 손의 모습 臼(구/국)=廾이 보인다. <그림 3>과 비교해 田이 口로 간략해졌을 뿐, 거의 같은 모양이다. 革=畢일 가능성이 있고, 다시 이들은 異와 같은 글자였을 것으로 보인다.

글자 모양만이 아니다. 異 등은 畀와 발음상으로도 연관된다. 畀에서 鼻를 거쳐 발음을 이어받은 劓(의)의 발음이 중국말로 '이'여서 異와 일치하고, 畢의 중국 발음 '비'는 畀와 일치하며, 革 계통인 霸(패)의 발음 역시 이들과 비슷하다. 의미면에서도 異의 '다르다'와 革의 '바꾸다'가 직결되고, 畢의 '마치다' 역시 무언가가 '끝나고' 새로운 것으로 '바뀌어' '달라진' 것으로 연결된다.

그렇다면 이 글자들은 어떻게 구성된 것일까? 異에서 '畀+廾'을 얘기했듯이, 발음은 畀와 연결되는 듯하다. 의미는 두 손인 廾을 생각하면 '바꿔 놓다' '나눠 놓다' 같은 것에서 파생된 의미들로 생각된다. '畀+廾'의 형성자일 가능성이다.

그런데 畀자의 문제를 파고들면 또 다른 이해도 가능하다. 畀는 <설문해자>에 甶(불)이라는 글자가 발음, 丌(기)라는 글자가 의미라고 했지만 '주다'라는 뜻과 연결이 어렵다. 그 뜻도 어디서 생겼는지 불분명하다.

여기서 다시 <그림 5>를 보자. <그림 6>과 거의 비슷한 모습이다. <그림 6>은 지난번에 봤던 丞(승)이고 이는 다시 承(승)이나 더 거슬러 올라가면 共 등과 같은 글자였다. 異=畢=革은 畀에 廾을 더한 형성자일 수도 있지만 承=共과 같은 글자였을 가능성도 있다. 그렇다면 畀자 역시 윗부분이 臼의 변형, 아래가 廾의 변형이어서 같은 共의 변형이다. 共의 다른 모습으로 봤던 舁(여)와 큰 차이가 없는 모습인 것이다.

의문이 하나 생긴다. '畀+廾'인 異와 畀가 같은 글자라고? 집합 A와 그 부분집합인 집합 B가 같다는 얘기는 수학에서는 말이 안 되지만 여기서는 말이 된다. 한자의 글자꼴은 시간과 공간을 달리하면서 모양이 계속 달라졌고 전승 과정에서 오차가 생겨 일부 구성 요소의 탈락이나 중복이 있을 수 있다. '3+1=3'의 등식도 가능한 것이다. 異나 畢처럼 복잡한 글자꼴은 冓(구)를 떠올리면 되고, <그림 2>와 분명히 거기에 한 요소가 추가된 <그림 3>이 같은 畢자인 것도 이런 측면에서 이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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