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경영진이 임명된 지 6개월 밖에 지나지 않은 시사교양국장을 돌연 교체했다. MBC는 5일 인사발령을 내고 시사교양국장에 최우철 PD, 보도국장에 박광온 선임기자를 각각 발령했다.
시사교양국장이 특별한 사유도 없이 6개월만에 교체되는 것은 극히 드문 일. MBC는 이번 인사조치의 이유를 "지난 <PD수첩> 사과방송을 냈을 때 함께 냈어야 하는데 이제 냈다"며 "분위기 쇄신을 위한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MBC 사내에는 '<PD수첩> 사태에 따른 징계성 인사 아니냐'는 비판과 함께 반발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경영진 측에서 사원들의 제작 자율성을 침해하고 사과방송 저지에 나섰던 사원들을 징계하겠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던 와중이라 이번 인사조치에 대한 반발은 더 크다.
"정권에 'MBC 내부 정리했다' 알리려…정치적 인사"
전국언론노조 MBC지부(지부장 박성제)는 이날 성명을 내 "이번 인사는 정부에 비판적인 프로그램을 만든 제작진과 부서 책임자를 모두 교체함으로써 정권에 MBC내부를 모두 정리했다는 신호를 보내기 위한 정치적 인사"라며 "경영진은 '정권과의 밀월'을 고르고 MBC 구성원들의 방송독립을 지켜내겠다는 간절한 바람은 배제했다"고 비판했다.
MBC 노조는 "분위기 쇄신이 정말 필요한 곳은 우리 회사 경영진"이라며 "도대체 현 경영진은 임기를 시작한 이후에 편법 사과방송과 시사 프로그램을 통제하겠다고 천명한 것 말고 공영방송 수호를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행위를 했느냐"고 따졌다.
이들은 "조합원들과 일반 시민들을 모두 적으로 돌리는 굴욕적 사과방송 결정, 국장책임제가 명시된 사규를 어겨가면서 '신보도지침'을 운운한 점, 사과방송을 중단할 것을 요구한 일반 조합원들에 대한 징계 논의 등 일련의 사태에 주도적인 역할을 한 두 명의 임원을 우리는 알고 있다"며 김세영 부사장과 김종국 기조실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MBC 노조가 지적한 '신보도지침' 논란은 지난 8월 초 <PD수첩>이 "KBS 정연주 전 사장 해임문제를 다루겠다"고 밝히자 회사 경영진이 "앞으로 민감한 소재로 프로그램을 제작하려면 임원 시사를 하라"고 요구한 일을 말한다. 현재 MBC 사규상 국장책임제로 되어 있어 어떤 프로그램도 임원들의 시사를 받을 이유는 없다.
그러나 이때 MBC 경영진은 "프로그램을 만든 이후 임원들의 지적을 받아들여 수정하면 정연주 사장 해임건을 다뤄도 좋다"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방송은 <PD수첩>이 결방되면서 다뤄지지 않았다.
또 MBC 경영진은 <PD수첩>에 대한 방송통신위원회의 사과 방송이 나가던 날 경영진은 "사과방송을 막기 위해 주조정실 앞에 섰던 조합원들과 조합에 대해 책임을 묻겠다"며 결국 당일 상황에 대한 경위 파악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MBC 노조는 "부사장과 경영기획실장은 일련의 사태에서 잘못된 선택으로 내부 구성원들의 방송독립을 향한 의지를 배신하고 MBC사영화의 빌미를 제공했다"며 "정권의 방송장악이 점점 노골화되고 뻔뻔해지는 이 위중한 시국에 부사장과 기조실장은 공영방송 경영진으로서의 자격이 없다. 부사장과 기조실장은 공영방송 MBC의 미래를 위해 즉각 자진해서 회사를 떠나라"고 촉구했다.
시사교양국PD "굴욕적인 인사, 인정할 수 없다"
한편 시사교양국 PD들도 이날 오전 긴급 총회를 갖고 경영진의 인사에 따른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이들은 총회 직후 성명을 내 "이번 시사교양국장에 대한 인사가 시기적으로도, 내용적으로도 적절치 않은 부당한 인사"라며 "오늘의 굴욕적인 인사를 결코 인정할 수 없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이들은 이날 성명에서 "MBC의 독립성을 훼손하려는 젇르의 검은 속셈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지금의 상황에서 경영진은 방송 독립을 천명하기는커녕 지레 겁을 먹고 정권에 나약한 모습을 보이며 굴욕적 행보를 거듭하고 있다"며 "이번 인사는 정권과 수구세력의 공격을 뻔히 보면서 회사 내부로부터 스스로 무너뜨리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외부의 흔들기에 스스로 무너져 내리는 경영진의 무소신, 무원칙한 행태를 보며, 우리는 이들이 공영방송의 경영진으로서 자격이 없다고 확신하게 됐다"며 "이 인사를 자행한 경영진은 공영방송 MBC의 역사에 오점을 남긴 데 대한 엄중한 책임을 져야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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