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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 조합원, 사측 경고에 "나도 징계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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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 조합원, 사측 경고에 "나도 징계하라"

파업 찬반투표 투표율 90% 넘겨 …구본홍 출근 안 해

전국언론노조 YTN 지부가 진행하는 '공정방송 사수를 위한 낙하산 사장 반대와 민영화 저지'를 위한 파업 찬반투표의 투표율이 90%를 넘은 가운데 YTN 사내 게시판에는 동료 조합원의 징계에 항의하는 '나도 징계하라'는 글이 연이어 올라오고 있다.
  
  구본홍 사장 출근 저지 투쟁을 50일째 진행하고 있는 YTN 노조 집행부는 사내에 '낙하산 사장' 반대 여론이 높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고무된 분위기다. 구 사장이 '보복성 인사'와 '징계 경고' 등으로 맞대응하고 있지만 오히려 사내 여론만 악화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살아남은 자의 슬픔, 느끼고 싶지 않다"
  
  YTN 노조가 지난 2일부터 시작한 파업 찬반 투표는 마지막 날인 5일 기준 총 투표자가 조합원 395명 가운데 360명을 넘겨 투표율이 90%를 넘겼다. 해외에 나간 특파원, 연수자, 출장 및 휴가자 등을 제외하면 거의 100%에 가깝다는 설명이다. 개표는 제주도 등 지국에서 투표함 발송이 늦어 다음 주로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YTN 사내 게시판에는 지난 1일 노조를 통해 공개된 사측의 징계·고소자 명단에 반발해 징계, 고소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조합원들이 "나도 징계하라"는 글을 올리고 있다.
  
  YTN '공채 9기' 조합원 17명은 연명으로 "우리들도 징계해달라"는 글을 올려 "자본과 권력이 아니라 양심에 따라 길을 걷는 그들과 함께 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사측이 "더이상의 파행과 경거망동은 끝내야 한다"고 경고한 것을 두고 "바른 길을 가자고 외치는 선배들과 함께 행동에 나선 후배들의 모습이 '경거망동'으로 밖에 보이지 않느냐"며 "그렇다면 우리도 이 경거망동에 함께 하겠다"고 밝혔다.
  
  한 기자는 "나 역시 많은 노조원과 더불을 주주총회를 저지하려했고 사장실을 점거한 채 구호도 외쳤다. 혹시 실수로 빠뜨린 것은 아니냐"며 "나름대로 채증을 했다면 잘 살펴보라. 명단에서 빠지면 회사편이 될 것이라는 착각은 말아 달라"고 했다. 그는 "더이상 침묵하지 않겠다"며 "살아남은 자의 슬픔이 어떤 것이라는 것을 알기에 나머지 조합원들도 묵과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다"고 했다.
  
  또 다른 기자도 "몇 차례를 제외하고는 구본홍 저지 집회에 열심히 참석했는데 왜 징계 대상 명단에 빠져있는지 잘 납득되지 않는다"며 "만삭이 다 되어가는 사우도 징계한다며 나 같은 사원은 왜 빼느냐"고 따졌다. 그는 "일정부분 자기 손해 볼 각오도 없었다면 애초 집회에 참석하지 않았다"며 "옳은 일 하는데 힘 보태겠다면서 편하게 이뤄보겠다고 생각할 정도로 아둔하지 않다. 하지만 회사는 지금 무엇을 하려는 것인지 잠시라도 한번 생각해 보라"고 했다.
  
  입사 14년차가 되는 한 차장도 "처벌해주십시오. 달게받겠습니다"라는 글을 올려 "'처벌'이라는 표현이 우리가 무엇인가를 잘못해 벌받는 것 같아서 내키지 않지만 정당한 행동에 대한 결과로 불이익을 받는다면 불사하겠다"고 밝혔다. 제주도 지국에 있는 두 사원도 "몸은 떨어져있지만 사우들과 함께 하지 못해 안타까운 마음 뿐"이라며 "부당한 인사 조치는 즉각 중단돼야 하고 진행될 경우엔 우리들의 이름도 올려달라"고 했다.
  
  또 영상편집팀 소속 1명과 영상취재팀 소속 2명도 "징계·고소 대상자 명단에 오른 선후배들은 진정한 방송을 해보고자 노력했던 사람들"이라며 "우리 3인을 징계, 고소 대상자 명단에 추가로 올려달라"고 촉구했다.
  
  이러한 글에 다른 조합원들은 "나도 동참하겠다", "어깨 걸고 함께 가보자", "그래도 우리가 제대로 기자생활을 한 것 같다", "이 싸움 우리가 이길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는 등의 댓글을 달며 공감을 표하고 있다.
  
  출근 저지 투쟁 50일째…출근 시도도 안하는 구본홍
  
  YTN 노조는 5일 오후 6시 30분 구본홍 사장 출근저지투쟁 50일째를 맞아 서울 남대문로 YTN 본사 앞에서 '구본홍 저지 50일' 금요 집중 집회를 연다. YTN 노조는 "조합원 모두가 한 뜻으로 뭉치지 않았다면 (투쟁 50일은) 불가능했을 일"이라며 "우리는 이미 승리하고 있다"고 선언했다.
  
  한편, 구본홍 사장은 지난달 22일 월급 결재를 핑계로 YTN 사옥에 나타나 출근을 시도한 이후 YTN 사옥엔 일절 모습을 나타내지 않고 있다. 구 사장은 그간 YTN 본사에서 차량 5분 거리인 한 호텔에서 방을 빌려 '비밀 사무실'로 써온 것으로 알려졌으나 사무실 위치가 알려진 이후 장소를 옮긴 것으로 알려졌다.
  
* YTN 노조가 공개한 '징계동참' 글 중에 일부를 전문 공개합니다. 글 중 이름과 소속 등 신상 정보와 관련된 부분은 지웠습니다.
  
  [징계동참] 떳떳한 길을 가겠습니다.
  
  지난 1일 노조를 통해 공개된 <사측의 징계·고소자 명단>을 읽어내려 가며 입술을 꽉 깨물었습니다. 가슴 속에서 뜨거운 것이 올라왔습니다.
  
  한국 최초의 뉴스전문채널을 일구겠다며 개국 전부터 동고동락해온 선배와 동기들의 이름이었고 또 그 뒤를 이어 YTN의 자리를 높여온 자랑스러운 후배들의 이름이었습니다. 그런 그들이 징계 대상에 오르다니요. 오히려 그 명단에 함께 있지 못함이 부끄러웠습니다.
  
  저는 현재 업무 여건과 개인 사정으로 (절체절명의 시기에 개인 사정을 거론하는 것 자체가 부끄럽습니다만...) 마음만큼 자주 투쟁과 집회에 참석하지 못하며 다른 사정 다 접어두고 그 자리를 지키는 사우들에 대한 부채 의식에 괴로워해왔습니다.
  
  하지만 그들과 항상 뜻을 같이했고 출근 저지와 사장실 농성, 보도국 집회에도 사정이 닿는 한 참석했습니다. 사측이 징계대상자를 물색하기 위해 '채증'한 현장들에 제가 자리하지 않았는지 모르지만 마음을 같이 했으니 그 현장에 있었던 것과 다름없습니다.
  
  공정방송 수호를 외치며 YTN을 지키려했던 것이 잘못이라면 저도 선후배 동기들과 함께 처벌받기를 원합니다.
  
  'YTN'이란 이름조차 낯설어하며 "어이~ 연합!" "YTV요?" 하는 형사와 취재원 앞에서 그 이름을 각인시키려 입이 닳을 지경이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타 매체의 텃세로 기자실에 자리 한 켠 얻지 못하는 서러운 세월을 견디기도 했습니다. 6개월간 월급을 못 받던 IMF 때도 YTN의 빛나는 미래를 의심치 않으며 희망으로 버텨냈습니다.
  
  너무나 자주 회자돼 식상할지 모르는 이 얘기를 끄집어내는 것은 15년 질곡의 YTN 역사를 함께 써 내려온 우리들을 이 짧은 시간 안에 협박 또는 회유로 굴복시킬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 큰 오산이란 걸 말하고 싶어서입니다.
  
  척박한 돌 틈 사이에서도 새싹은 뿌리를 내리고 돋아나는 법.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꿋꿋이 성장을 거듭해온 YTN과 그 정신은 어떤 상황에서도 결코 꺾이지 않을 것입니다. 아니 더 눈부시게 자라고 열매 맺을 것입니다.
  
  

  나도 처벌하시오!
  
  6명 고소, 그리고 76명 징계 심의. 나름 전략적으로 선택한 명단이겠지요. 딱 그 숫자만큼만 회사에 항명한 것이라 믿고 싶겠죠. 그들만 처벌하면 항복할 것으로 생각했나요? 물론 심의 과정에서 숫자는 더 줄겠죠.
  
  제 이름이 명단에 빠진 것에 대해서는 일단 감사합니다. 그래도 저를 예쁘게 봐주신 거니까요. 하지만 그런 혜택(?) 사양하겠습니다. 같은 편이 아니니 저도 잡아가세요.
  
  명석한 분들께서 혹시 실수로 빠뜨린 것은 아니겠죠? 나름대로 채증을 하셨다면 잘 살펴보세요. 저 역시 많은 노조원들과 더불어 주주총회를 저지하려 했고 사장실을 점거한 채 구호도 외쳤으니 말이죠. 공정방송을 위해 싸우는 노조원들은 훨씬 많답니다. 명단에서 빠지면 회사편이 될 거라는 착각은 말아주세요.
  
  부당한 인사가 난 뒤 소집된 비상총회에 100명가량이 모였다고요. 그 숫자가 적어 보였나요? 그 숫자가 전부로 보였나요? 그 뒤에 어린 더 크고 많은 분노를 보지 못했나요? 저 자신은 개인 사정으로 참석하지 못했지만 밖에서나마 내내 치를 떨어야 했습니다.
  
  현상과 본질을 동시에 꿰뚫어야 한다고 힘주어 말하던 선배들은 다 어디 갔나요?
  그나마 보이는 것도 믿고 싶지 않았던 거겠죠.
  
  저 자신 그동안 노조게시판에 눈도장만 찍고 그저 조용히 노조의 지침만 따랐습니다. 하지만 더는 침묵하지 않겠습니다. 살아남은 자의 슬픔이 어떤 것이라는 것을 알기에 나머지 조합원 동지들도 이대로 묵과하지 않을 것이라 믿습니다.
  
  부팀장 선배들에게 한 번 더 호소합니다. 옳은 것을 위해 이제는 제발 행동해 주세요.
  
  달갑지는 않겠지만 누구에게나 퇴직의 순간은 옵니다. 지난날을 돌이켜 후회할 일을 남기지 말아야죠. 언론인이란 무엇보다 명예를 먹고사는 사람들 아닙니까? 감히 조언합니다.
  
  제가 입사했던 94년… 대한민국 언론의 새로운 역사를 쓰겠다며 수송동 사옥으로 모여들었던 선배들은 정말 큰 사람들이었죠. 제가 잘못 본 거였나요? 그렇게 믿고 싶지 않습니다.
  
  MB 특보출신 구본홍씨를 위해 그동안의 자존심과 신념을 버릴 건가요? 저는 그렇게 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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