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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영화 진전되면 '고용의 질'은 더 악화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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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민영화 진전되면 '고용의 질'은 더 악화될 것"

박인규의 집중인터뷰[09/01] 성공회대 우석훈 교수

안녕하십니까, 박인규입니다. 이제 여름휴가 기간이 끝나고, 9월 하반기 공채 시즌에 접어들었는데요, 하지만, 청년 실업 100만 명의 '고용 빙하기' 라는 신조어가 탄생할 만큼 취업의 문턱이 점점 높아져만 가고 있습니다. 특히 올해 일자리를 구하려다 포기한 구직 단념자도 10만 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15%이상 늘었는데요, 이런 청년 실업의 원인으로 전문가들은 경기 침체는 물론 우리 대학교육의 문제점부터 취업준비생들의 눈높이까지 다양한 분석들을 내놓고 있습니다만 청년실업은 더욱 심각해져 가고 있는데요. 오늘 박인규의 집중인터뷰에서는 '88만원 세대'의 저자 성공회대 우석훈 교수를 초대해 청년 실업 100만 명 시대, 그 구조적인 요인을 어디서부터 짚어봐야 하는지 실질적인 대책은 없는지, 자세한 얘기 나눠봅니다. 오늘 박인규가 주목한 이 사람은 성공회대 우석훈 교수입니다.

우석훈 교수는 1968년 서울 출생으로 90년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했고, 96년 파리 10대학 경제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이후 현대환경연구원 연구위원으로 지냈으며 에너지관리공단 기후변화협약대책단 팀장과 총리실 산업심의관실 전문위원과 초록정치연대 정책실장, UN 기후변화협약 정부대표단을 역임했습니다. 2006년부터 성공회대 외래교수를 맡고 있으며 저서로는 <아픈 아이들의 세대>, <음식국부론>, <한미 FTA 폭주를 멈춰라>, <88만원 세대>, <샌드위치 위기론은 허구다>, <촌놈들의 제국주의>, <명랑이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 등이 있고 현재 한국 경제 대안 시리즈 집필 중이며, 지난해 베스트셀러였던 <88만원 세대>는 일본에 번역출간 예정입니다.

▲ ⓒ프레시안

박인규 :
안녕하십니까? 바쁘신데 나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9월이 취업 시즌인데, 그래서 많은 젊은이들이 입사원서를 쓰거나 면접을 준비하고 있을 텐데요, 그런데 최근에 통계를 보니까 우리나라에 청년 실업자가 100만 명을 넘었다고 해요. 물론 모든 실업이 문제가 되겠지만 청년 실업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뭐라고 봐야 할까요?

우석훈 : 일단 실업 자체도 문제지만 고용의 질이랄까요? 10년 전만 하더라도 한국에 있는 대부분의 직접이라는 것들은 정년이 보장 되어 있는 것이었거든요. 그러니까 임금이 적더라도 하다보면 자기가 몇 살까지 어떻게 살겠다, 이렇게 디자인 할 수 있는데 지금 같으면 고용이 되더라도 비정규직 비율이 굉장히 높고요, 이미 정규직으로 들어가 있는 사람들도 언제 이게 비정규직으로 전환 될지 모르는 상황이니까 그야말로 내년이 자기가 어떻게 될 거냐, 그래서 결혼도 하기 어렵고 특히 20대 비정규직은 소위 선 시장이라고 하는 데에서 선 볼 때 비정규직은 안 다룬 다는 거예요. 결혼하기도 서로 힘든데 이 정도면 단순히 경제 문제를 넘어서 사회경제적인 관점에서 봐야겠죠.

박인규 : 청년 실업 100만 명이 넘었다는 통계를 보니까 공식적인 실업자가 약 33만 명, 취업을 준비하고 있다는 분들이 48만 명, 또 그냥 쉬었다는 분들이 20 몇 만 명, 이렇더라고요. 20대 청년 중에 100만 명이 일자리가 없다 이거 사실 엄청난 건데, 가장 큰 요인은 뭐라고 보십니까?

우석훈 : 길게 보면 자동화 같은 게 진행되고 사람이 할 일을 로봇 같은 게 들어오기 시작하니까 100년 전에 상상했던 일이 지금 벌어지고 있는 게 장기적인 추세고요, 단기적으로는 정규직이라는 것을 어떻게 갔고 갈 것인지에 대해서 대책을 갖고 있지 않은 상태로 비정규직이 너무 일반화 되어 버린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비정규직 법이 시행된 게 작년인데 최근 5년 동안 한국이 OECD국가 중에서 비정규직이 1위가 됐거든요. 비율이 1위가 됐는데, 비정규직이 없던 나라에서 몇 년 사이에 1등이 되니까 변화가 아주 빠른 거구요, 특히 3,40대 보다는 20대에 집중 됐거든요. 그러니까 세대 간 분배 문제 같은 것도 생긴 그런 거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박인규 : 보통실업 하면 경기가 안 좋아서 그렇다고 생각 하는데 최근에 경제 신문들을 비롯한 신문들에서 분석한 것을 보니까 청년 실업의 원인에 대해서 기업들의 인력 수요를 고려하지 않고 고학력자를 양산하는 대학 교육이 낳은 구조적인 병리 현상이다, 말하자면 쓸데없이 고학력자를 많이 만들어서 청년 실업이 늘었다고 진단을 하던데, 이 말에 동의하십니까?

우석훈 : 그것도 일부 영향은 있습니다. 스위스 같은 경우가 국민 소득으로 치면 4만 불이 넘은 나란데요, 거기 대학 진학률이 17~20% 그렇거든요. 거꾸로 말하면 80%의 유럽 국민들이 중등교육, 고등학교 졸업하고 나서 기술 배워서 특기가지고 살아가는데 80%의 국민이 전부 펜대를 놀리겠다고 하는 것은 사실 어려운 건 사실입니다.

박인규 : 하지만 옛날에는 사실 배워야 산다고 해서 우리나라 교육열이 유명하지 않았습니까? 그게 이제는 안 통하는 거군요.

우석훈 : 그게 2, 30%였으면 괜찮은데, 80%가 돼서 하려면 특별한 지식 경제 같은 틀을 가졌어야 하거든요. 굉장히 높은 수준의 연구직 같은 것을 많이 만들 수 있는 경제로 오거나 혹은 문화형 경제로 가거나 했어야 하는데, 그런 전환들이 지난 5년 동안 안 이뤄 졌거든요, 그러니까 대졸자가 그만큼 필요하지 않은데 양산은 된 거고, 지난 거는 그렇게 되어 있는데, 문제는 어떻게 길을 찾아 나갈 것이냐...

박인규 : 제가 중소기업청장님도 한 번 모시고 인터뷰를 한 적이 있는데 중소기업에서 부족한 인원이 한 20만 명 쯤 된다는 이야기를 해요. 한 쪽에서는 구직란이고, 중소기업에서는 구인란이고 해서 이걸 어떻게 봐야 할까요?

우석훈 : 어떻게 보면 살아가는 돈이라고 하죠. 생활비가 안 맞는 것도 있습니다. 중소기업이 약간 지금보다 임금이 높아진다거나 아니면 노동 조건이 나아지면 충분히 맞춰 나갈 수 있는 가능성도 있는데, 워낙 집값도 비싸고 생활비도 비싸니까 선뜻 가기가 어렵죠. 그리고 중소기업 같은 경우에 대기업과 우리나라의 두 사이에 있는 양극화 구조가 있거든요. 그래서 20대들 이야기로는 한 번 비정규직이거나 한 번 중소기업이면 영원히 그렇다, 그러니까 선뜻 선택하지 못하는 거죠.

박인규 : 처음에 좋은 직장에 들어가야지, 안 좋은 직장 들어가면 계속 거기에 머무는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죠.

우석훈 : 그리고 실제로 전환율이 3%정도 밖에 안 되거든요.

박인규 : 하지만 나이 드신 분들은 취직 하려면 눈높이를 낮춰서 일단 낮은 데부터 시작해야지, 우리 젊은 사람들이 너무 눈높이가 높다 이런 식으로 비판을 하시는 분들이 있거든요?

우석훈 : 이게 아마 고등학교 정도 졸업한 사람들이 대부분이면 그 말이 맞을 텐데, 이미 대졸 이상이면
있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그게 쉽지 않고요 중소기업 내에서의 노동 조간이라는 게 상당히 열악합니다. 현실적으로 그러니까 일단 정부에서 중소기업의 고용에 대한 거나 혹은 그 안에서의 재교육이나 이런 것들에 대해서 안전망이라는 관점에서 뭔가 만들어지면 풀릴 수 있는데 개인들이 알아서 해라, 그럼 불안해서 못 가겠다는 그런 문제가 생긴 거죠.

박인규 : <88만원 세대>를 쓰시면서 젊은 사람들을 많이 보셨을 텐데, 그럼 요즘 보면 젊은 사람들이 공시족, 공무원 시험 보거나 금융고시, 교사고시 같은 이른바 안정된 직정을 가기 위해서 몇 년 씩, 재수 삼수도 한다던데, 그런 현상도 이해 할 만 하다고 보시는 겁니까?

우석훈 : 충분히 이해 할 만하죠. 그러니까 유럽도 미국도 그렇고 대기업과 공무원 말고도 이를 테면 비영리 기업도 있고 또 다른 형태의 여러 가지 연구직이라든가 지역 경제에서 움직이는 뭔가 있거든요. 그런데 한국은 이런 제3부분이라든가 혹은 시민 경제라고 할 수 있는 게 형성이 안 되어 있거든요. 그러니까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대기업과 공무원 두 가지 밖에 없는 거예요, 현실적으로는. 그런데 대기업 숫자는 정해져 있으니까 차라리 실력으로 볼 수 있는 시험을 보자, 그런데 너무 많이 보니까 문제가 되죠.

박인규 : 그렇다면 중소기업의 일자리 지지라든가 보수를 조금 대기업의 거의 근접까지는 안 가더라도 지금보다 낮게 하는 그런 방법은 어려울까요?
우석훈 : 중소기업끼리 공조회 같은 걸 만들고 거기에 일정의 정책 지원을 해 주면 개선 할 수 있는데요, 지금까지의 중소기업 정책이라는 게 금융 지원으로 사업하는 데 도움을 주는 거 중심이었거든요. 그러니까 고용안전성과 또 한 가지가 재교육 문제거든요. 중소기업에서 자기들이 조그마하니까 직원들 재교육을 잘 안 시키거든요, 그런 것들을 중소기업 고용자에 대한 재교육 센터 같은 걸 통해서 일부 정부가 들어가면 사실 개선 될 여지는 충분히 있다고 봅니다.

박인규 : 청년 실업을 해소하는 게 과연 정부 책임이냐, 기업 책임이냐, 아니면 취업 준비생 본인의 책임이냐 여러 가지 의견이 있겠지만 최근에 신문 기사를 보면 정부에서 일자리 정책을 만들어 봐야 교육 체제가 문제가 있고, 일자리에 대한 사회적 의식, 또 취업 준비생들의 눈높이, 이런 것 때문에 정부에서 일자리 대책 만들어 봐야 별 소용이 없다 이렇게 말씀하시는 것 같은데, 어떻게 보세요? 이런 태도에 대해서는.

우석훈 : 잘 만들면 되죠. 하하. 그런데 스웨덴도 그렇고 프랑스, 벨기에, 이렇게 청년 실업 문제가 한동안 심각 했다가 약간씩 푼 나라들을 보면 정부만 갖고 문제를 못 푸는 건 확실한데요, 정부가 먼저 정책 대안을 내 놓으면 여기에 기업들이 매칭 펀드라고 불리는 자기들이 돈을 좀 내 놓고, 그리고 특히 지자체 같은 데에서 많이 끼어들거든요. 예를 들면 우리나라 같은 경우에는 동사무소나 시청 같은 데에서 같이 정책을 펴면 효율성이 있는데, 우리나라는 따로 놀아요.

박인규 : 그러니까 정부 혼자서는 안 되지만 가능하다, 정부가 주도권을 잡고 시작하면, 지자체나 기업이 도와주면 가능하다, 그럼 현재 우리 정부에서 청년 실업 대책에 대해서 나름대로 성의 있는 혹은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 놓고 있다고 보십니까?

우석훈 : 청년 실업 문제가 막 사회에 제기된 게 지난 정권 후기쯤이었거든요. 그래서 노동부에서 프로그램을 많이 만들었거든요. 예를 들면 잡 카페 같이 해서 어디 가면 어디에 고용 될 수 있다, 혹은 교육도 시켜주고 그런 걸 만들었는데, 문제는 예산이 늘지 않은 상태에서 대책만 만드니까 백화점 같은 거예요. 백화점 같은데 먹을 만한 게 별로 없고 개인들도 잘 모르니까 활용도 잘 안하고. 그게 지금 상황이라고 볼 수 있겠죠.

박인규 : 지금 이명박 정부에서도 그것보다 더 나은 실효성 있는 대책은 나오지 않았다고 보시는 겁니까?

우석훈 : 지금 노동부에서 갖고 있는 틀이 지난 번 정부에서 넘어온 틀에서 크게 바뀌지 않았고요, 지금 정부는 기조가 성장률을 높이면 기업이 살아나고 그럼 자연스럽게 고용이 될 거다, 라고 생각을 하고 있으니까 고용 정책이라기보다는 기업 회생정책 같은 걸 중심으로 가고 있으니까 20대에 맞춰져 있는 정책은 아직은 나오지 않은 거라고 보죠.

▲ ⓒ프레시안

박인규 :
특별히 청년 실업만을 겨냥한 정책은 아직 있다고 보기 어렵다, 지금 스위스나 벨기에라든가 유럽에서 청년 실업대책에 성공한 나라들 말씀을 하셨는데, 실제로 어떻게 했는지 설명을 해 주시죠. 유럽 정부들은 청년 실업을 나름 극복을 했는지요.

우석훈 : 나라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는데요, 제일 특징적인 것은 벨기에 같은 경우인데, 쉽게 표현하면 대기업에 몇 % 의무적으로 고용을 해라, 법으로 강제로 한 거거든요. 물론 그 전에는 상당히 그 사람들끼리 대화가 있었을 텐데요, 문제는 정규직이라는 것을 사회 일반 표준으로 받아들일 것이냐, 아니면 정규직을 보호할 필요가 없다고 할 건가, 거기에 있다고 봅니다.

박인규 : 벨기에 같은 경우는 언제부터 시작해서 어느 정도나 성과를 본 겁니까?

우석훈 : 논의는 90년대 중반부터 시작 한 건데요, 실제로 법에 시행된 건 2000년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생각처럼 모든 문제가 풀리진 않았습니다. 대기업만 있는 건 아니고요, 그런데 방치할 경우의 부작용을 보면 벨기에가 그렇게 할 때 프랑스는 아무것도 안 했거든요. 안 하다가 3년 전 엄청난 소요사태가 벌어져서 우리나라의 촛불 사위와는 비교도 할 수 없게 고등학생들이 나와서 대학생들과 부수고 그랬어요, 길거리도 부수고...그런데 일본 같은 경우도 최근에는 소요 현상으로 바뀌고 있거든요. 그래서 어쨌든 희망을 주고 완전히 풀 수 있는 나라는 없는데 완화 시키려는 정책들은 필요하지 않나 생각 됩니다.

박인규 : 실업의 고통을 가진 분들이 청년 뿐 아니라 여성도 있고 장애인도 될 수 있는데 청년 부분만 예를 들면 의무적으로 몇 %를 고용해라, 이럴 경우에 약간 형평성의 문제 같은 게 있지 않을까요?

우석훈 : 그건 어느 정도 조정을 해야 할 것 같고요, 지금 보면 한국에서도 20대와 50대의 비정규직 비율이 높거든요. 확률로 계산 해 보니까 20~25%는 비정규직 가정인 거예요. 부모님은 비정규직인데 2세도 비정규직인, 그런 것들을 충분히 고려를 해 보면 청년만 비정규직을 보호할 수는 없는데, 우선적으로 실시한다든가 아니면 비율을 높인다거나 하는 그런 조정 같은 건 있을 수 있겠죠.

박인규 : <88만원 세대>를 통해서 청년 실업의 심각성을 알려주신 분이기 때문에 나름대로 그렇다면 정부나 기업이나 또 당사자나 청년 실업을 지금 우리나라 상황에서 해소할 수 있는 대책 같은 걸 구상 하신 게 있으십니까? 혹시 제안 같은...

우석훈 : 큰 정책 하나로 풀 수 있는 건 아니고요, 조그만 정책이 여러 가지가 있는데, 외국하고 비교해보면 우리나라가 지자체의 역할이 훨씬 떨어집니다. 이를 테면 불법 아르바이트 같은 거. 경찰이 단속하거나 중앙 정부가 하기보다는 지방 정부가 하면 금방 풀릴 수 있거든요. 마찬가지로 지역고용 같은 형태로 지역에서 일할 수 있는 일자리는 만들면서 일부 줄이면 전체적으로 풀기가 편해지는데 지금 지자체 역할이 굉장히 비어 있습니다.

박인규 : 지자체에서 창출할 수 있다?

우석훈 : 충분히 할 수 있죠. 100%는 안 되더라도 그 지역 출신은 어떻게 해서든 그 지역에서 고용을 하겠다는 정책들이 들어가면 노동 시장에서도 지금과 같은 과공급이 줄 거 아닙니까. 그러니까 다른 정책이 좀 쉽죠. 지금은 대기 노동자가 워낙 많으니까. 이를 테면 해고할 때도 당신 아니라도 많다, 그런 걸 좀 완화시키면 정책에 들어갈 여지가 많거든요.

박인규 : 유럽 같은 경우에는 지자체에서 청년 실업고용 흡수하는 게 많은가 보죠?

우석훈 : 스위스 취리히 같은 데는, 하여간 취리히에서 태어난 사람들은 우리가 어떻게든 다 먹여 살리겠다. 물론 그렇다고 다 먹여 살릴 순 없는데요, 청소하는 간단한 일부터 조금 복잡한 일까지 일부러 시에서 처리를 하니까 나머지 부분을 중앙 정부나 기업에 맡기기가 편하죠.

박인규 : 대학 교육이 기업이 원하는 인재를 양성하지 못하고 있다. 대학에서는 어떻게 그런 청년 실업과 관련해서 할 수 있는 일이 없나요?

우석훈 : 어려운 일이긴 한데요, 한 가지는 대학 교육 자체가 지나치게 한국이 과목별로 세분화 돼 있거든요. '과'라고 보통 부르는데, 거기서는 전문적 지식을 시킨다고 생각하는데 너무 사람이 폭이 좁게 되거든요. 미국도 사실은 건전한 시민 교육의 형태여서 학부 1, 2학년 정도에는 일반상식과 보편적인 것들을 많이 배우거든요. 인문적 교육이나 혹은 자연과학적인 기본 연습이 한국이 안 돼 있으니까 딱 자기 전공에 안 맞으면 아무 일도 못하게 되거든요. 그래서 학부 3, 4학년에는 전공에 들어가더라도 보편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한 것, 동시에 실용적인 것들을 주축으로 하면 좋겠는데, 제가 보면 전공은 덜 전공 같고, 또 교양은 덜 교양 같은 이상한 일이 벌어진 것 같습니다.

박인규 : 많은 분들이 아무리 청년 실업이 심하다고 해도 본인만 열심히 하고 잘났으면 취업하는 게 아니냐 이런 식으로 말씀하시는 분도 있는데, 그런 차원은 아니더라도 취업을 앞두고 있는 청년들은 도대체 어떻게 준비해야 되는 건지.

우석훈 : 그거는 진짜로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죠.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는데, 유행이라는 게 한국은 빠르거든요. 특히 빠르기 때문에 길게 보면 그때 뭐가 유행한다는 걸 따라가지 말고 본인이 좋아하는 걸 계속 준비하다 보면 유행이 맞을 수가 있거든요. 이를 테면 대기업에 어디가 좋다, 공무원 몇 급 시험이 좋다, 이렇게 쫓아다니면 사실 아무 것도 안 되거든요.

박인규 : 자기의 적성의 뭔지를 아는 게 중요하다.


우석훈 : 또 하고 싶은 걸 해야 덜 괴롭지 않냐는 생각도 있고요. 국민경제로 봤을 때 그렇게 각자 하는 게 분산돼 있을 때 총지식이 늘어나니까, 그런 식으로 가는 게 조금 낫지 않겠냐는 생각을 합니다.

박인규 : 이명박 대통령이 경제를 살려달라는 국민들의 염원으로 최다 투표 차로 당선이 되셨고, 경제를 살리겠다고 말씀을 하고 계신데, 경제학자로서의 감은 어떻습니까? 앞으로 청년실업이 좀 해소될 것 같습니까?

우석훈 : 상당히 큰 전환이 있기 전에는 더 어려워지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고요, 특히 지금까지는 한국에서 공공부분에서 상당수를 해소해줬거든요. 크게 보면 2, 30%까지는 완화시켜준 건데, 지금 민영화가 진행되면 민영화에서 수익을 올리는 방법은 결국 사람을 자르거나 비정규직으로 바꾸는 수밖에 없거든요. 일본을 보니까 '동경전력'이라는 회사가 있습니다. 거기에 또 비정규직을 상당히 많이 쓰더라고요. 그런데 한전은 아직 정규직을 쓰고 있거든요. 그런데 그게 민영화를 하거나 혹은 수익성을 올리라는 압력이 높아지면, 그게 결구 개인들에게 오는 건데, 그 개인이 20대에 집중 될 거거든요. 그런 점에서는 고용이라는 것들을 정책우선순위에 상당히 높여서 재평가해보는 일이 필요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박인규 : 그런데 현재의 나가는 추세는 고용의 질이 낮아질 것 같다.

우석훈 : 하여간 각자 알아서 하라는 건데, 이게 지금 다른 나라도 못 푸는 굉장히 어려운 거거든요.

박인규 : 박인규의 집중인터뷰, 오늘은 '88만원 세대'의 저자 성공회대 우석훈 교수를 초대해 청년 실업 100만 명 시대, 그 구조적인 요인을 어디서부터 짚어봐야 하는지 실질적인 대책은 없는지 자세한 얘기 나누고 있습니다.
작년에 '88만원 세대'를 내셨죠. 보통 낙양의 지가를 올린다고 하는데, 사회과학서적으로 굉장히 많이 팔렸다고 얘기 들었습니다만, 제가 알기로는 유럽에서도 '천유로 세대'라는 말도 쓴다고 하고, 이제는 비정규직들은 출구 없는 20대를 말하는 보통명사가 돼 버렸는데, '88만원 세대'라는 책을 써야겠다, 어떤 계기로 글을 쓰신 겁니까?

우석훈 : 제가 녹색당 같은 걸 만들고 싶어서 3년 동안 상당히 열심히 한국경제를 여기저기 보던 시절이 있었는데요, 그때 예를 들면 녹색당이 집권을 한다면, 가정하여, 어떻게 한국을 좋게 만들까 하는 생각을 하다가 몇 가지 큰 문제에 대한 대안을 찾아보겠다고 생각을 했거든요. 그중에 가장 장기적으로 되겠고 시급한 문제가 뭔가를 보니까 지금 20대의 고용문제거나 혹은 20대의 대부분이 늦거든요. 예전에는 20대 초반이면 사회생활을 했었는데 이게 지금은 30대로 넘어갔는데, 이게 20대 문제에서만 끝나지 않고, 이를 테면 산업 사이클이라든가 혹은 결혼을 통한 다음 세대 형성이라든가, 그 문제를 보려고 하다 보니까 생각보다 눈물 나는 사람이 많더라고요.

박인규 : 일본이라는 나라는 그래도 복지나 고용이 상당히 잘 돼 있는 나라라고 생각하는데, 일본에서도 '88만원세대'를 번역하고 출간하겠다. 거기도 고용 문제가 상당히 심각한가 보죠?

우석훈 : 한국만큼 심각하지 않다고 생각하는데, 일본 사람들이 약간 신뢰 자본주의라고 그렇게 부르는데, 일본에서 태어나면 어떻게 해서든 먹고 살게 해주겠다는 게 있었는데, 이게 깨진 거죠. 자기들이 보기에. 시급을 보면 한국이 3000~3500원 대에 걸리거든요. 그런데 일본 아르바이트 시급이 한 만 원대에서 걸립니다. 만 원에서 만 오천 원정도 걸리니까 한 세 배 정도 높은 건데,
한국보다 훨씬 낮죠.

박인규 : 거기도 고용의 질이 악화되고 있다?

▲ ⓒ프레시안

우석훈 :
힘들다고 하고요, 일본에서는 최근, 로스트 제너레이션이라고 부르거든요. 잃어버린 세대라고 해서 로스트 제너레이션이라고 부르고, 올해는 '프레카리아트'라고 하더라고요.

박인규 : 무슨 말이죠?

우석훈 : 프롤레타리아라는 말에다가 위험하다는 프레카리티를 붙여서.

박인규 : 위험한 유산계급입니까?

우석훈 : 한번도 20대가, 오타쿠라고 부르던 사람들이 정치 집회를 하지 않았었는데요, 5,6월에 국회 앞에서 수천 명이 모여서 정치 집회를 했어요. 그러니까 일본도 지금 상당한 정치적 수요가 생긴 거라고 볼 수 있죠.

박인규 : 제가 우석훈 교수를 모신 게 2년 전인 것 같은데, 그때는 초록정치연대에서 정치활동 할 때였던 것 같은데, 지금은 스스로를 C급 경제학자다, A급은 이론을 만들고, B급은 수정을 하고, C급은 행동하는 학자다, 라고 하는데, 지금은 정치보다는 학문 쪽으로 다시 방향을 잡으셨나 보죠?

우석훈 : 저도 나이를 먹으니까 이론을 만드는 일을 해보고 싶은데요, 이론을 만드는 게 쉽진 않거든요. 저도 언젠가는 이론을 만드는 A급 경제학자가 되고 싶은데, 있는 이론들을 한국에 잘 적응해서 해석이라도 잘 해 보자는 그런 수준입니다.

박인규 : 아까 말씀하신 것 중에 이명박 정부의 공기업 민영화가 본격적으로 추진될 경우에 그나마 질 좋은 게 없어질 수 있다, 그런 말씀을 하셨는데, 많은 분들은 이명박 정부가 경제를 살리면 일자리가 생기는 게 아니냐, 이런 생각을 하거든요. 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치학과 고용과의 관계, 어떻게 보세요?

우석훈 : 지난 10년 동안 변화가, 우리나라만 말고요 전 세계적인 추센데, 고용 없는 성장이라고 부르는 게 일종의 패턴이거든요. 그러니까 예전에 10억 매출을 올릴 때 몇 명을 고용을 했다, 이건데, 이게 지금은 3분의 1이하로 낮춰졌거든요. 그러니까 경제성장이 돼서 실제로 기업은 좋아졌다고 하더라도 그게 반드시 좋은 일자리가 생길 거라는 보장은 없어요. 그러니까 정책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약속을 해서 뭔가 변화를 시키지 않으면 성장률 6, 7%가 된다고 하더라도 청년고용이 늘어날 거라는 보장이 전혀 없거든요.
박인규 : 사실 저희가 경제성장을 하는 건 기업도 매출을 올려야겠지만, 개개인이 잘 먹고 잘 살자고 하는 게 이상적인 목푠데, 지금 말씀을 들어보면 경제성장을 해도 개개인이 잘 먹고 잘 살기는 어렵다는 그런 말씀이신데, 이 청년실업을 비롯해서 경제 성장의 과실이 일반 서민들에게 가기까지는 어떤 경제가 필요한지 마무리 말씀으로 부탁을 좀 드리겠습니다.

우석훈 : 결국은 경제성장률 보다, 전문용어로 하면 경제 패턴이라고 하거든요. 성장률은 떨어지더라도 고용이 많은 경우, 혹은 중간에 부가가치가 높아지는 경우, 내지는 문화가 높아지는 경우 이런 패턴들을 얘기하면 기계적으로 성장률만 따지던 시기가 약간 옛날 얘긴데, 어떤 성장 패턴인가에 대한 질문을 좀 해야 되거든요. 성장률이 떨어지더라도 2, 30대의 고용이 더 좋아진다, 그럼 사실 그러면 그게 더 좋은 거 아닙니까? 그런 면에서 이제 경제적 약자들이라든가 다음 세대들이라든가 혹은 특별하게 정책적인 목소리가 없는 사람들에 대한 배려가 있는 경제가 사실 선진국 경제거든요. 이렇게 하면 성장률도 높아집니다.

박인규 : 그런데 고용을 늘이는 성장, 그게 어떤 건지 해답이 나와 있습니까?

우석훈 : 임금은 낮추는 데 일자리를 좀 늘일 수 있겠죠. 4주 3교대를 4주 2교대로 해서 좀 쉬면서 일하자. 그리고 그 비는 시간에 교육 훈련 같은 것도 좀 받고. 그러면 확실히 똑같은 성장에서도 고용이 늘죠.

박인규 : 이제는 성장 수치가 아니라 인간들의 복지에 얼마나 기여하는 성장인가에 대해서 고민을 해야 될 때인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그 부분과 관련해서 많은 작업을 해주시기 부탁드리겠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우석훈 : 고맙습니다.

박인규 : 오늘은 '88만원 세대'의 저자 성공회대 우석훈 교수를 초대해 청년 실업 100만 명 시대, 그 구조적인 요인을 어디서부터 짚어봐야 하는지 실질적인 대책은 없는지 자세한 얘기 나눴습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는 매주 월-금요일 오후 2시30분부터 3시까지 KBS 1라디오97.3MHz)에서 방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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