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한 언론은 문 비대위원장이 대선 패배로 인한 지지자들의 위로하는 차원에서 '힐링 투어'를 계획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문 비대위원장이 "문재인 전 대선 후보도 함께 탑승해 전국을 돌며 지지자에게 사과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문 비대위원장은 전날 오후 비대위원장직 수락연설에서도 "문 전 후보가 선거에서 패배했지만, 대선 기간 정치 혁신을 이야기한 만큼 비대위 내 정치혁신위에서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며 문재인 전 후보를 언급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당 내외에서는 '문 비대위원장이 비대위 기간 내 어떤 식으로든 문 전 후보를 복귀시키려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왔다. 10일에는 문 비대위원장이 직접 문 전 후보에게 전화를 걸어 "도와달라"고 요청한 사실까지 밝혀져 이런 전망에 더욱 힘을 실었다. 이날 통화에서 문 후보는 문 비대위원장의 요청에 "도와주겠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전 후보는 지난달 30일 광주 518 민주묘지를 참배한 자리에서 "비대위가 출범하면 힘을 보태겠다"고 말한 바 있다.
▲ 대선 패배 이후 첫 지역행보로 광주 5.18 묘지를 방문한 민주통합당 문재인 전 대선 후보. ⓒ뉴시스 |
주류에서도 "문재인, 아직 나설 때 아냐"
당장 비주류 의원들 중심으로 반발 여론이 조성되는 흐름이다.
당내 비주류로 인사로 분류되는 한 3선 의원은 11일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선거에서 지고 난 직후이니, 문 후보는 당분간 좀 자중하시는 것이 순리 아니냐"며 "문 후보가 이렇게 빠른 시일 내 등장하시는 순간 계파 갈등이 시작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문 전 후보는 일단 2선으로 물러났다가 좋은 때를 기다리는 게 맞다"며 "야권의 소중한 자산이시니 나중을 위해 좋은 때를 기다리고, 지금은 자중하셔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당내 비주류 대표 격인 4선의 김영환 의원은 한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일단은 '선거에 진 책임이 나한테 있다'라는 태도가 필요하다. 정계은퇴에 버금가는 태도를 보여줘야 한다"며 "그러면 국민들이 문재인 후보 나오시라, 우리 당에서도 문재인 후보가 필요하다는 말이 나올 것이다"라고 밝혔다.
지난 대선에서 후보단일화 국면에서 이해찬-박지원 퇴진을 강력하게 요구했던 초선의 황주홍 의원은 황주홍은 최근 거론되는 '비대위 문재인 역할론'에 대해 "역할이 전혀 없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길 수 있는 선거였는데 진 것"이라며 "안철수 후보도 도와 준거고 이정희 사퇴, 심상정 사퇴, 여러 명이 도운 거다. 그러고도 졌으면, 무거운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고 밝혔다.
주류 진영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선대위에서 핵심 역할을 했던 한 의원은 "(문 전 후보가 비대위 직을 맡는 게) 격에 맞는 것인지도 모르겠다"며 "지금 그렇게 하는 게 당 내외에 그렇게 좋아보이진 않을 것"이라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민주통합당 대표실에서 문희상 신임 비대위원장이 기자회견을 갖고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는 모습. ⓒ뉴시스 |
문재인 측 "제안받은 적 없다" - 문희상 측 "여론 수렴해 문재인 관련 입장은 '유보'"
이같은 당내 상황에 대해 문 전 후보 측은 언급을 꺼리는 분위기다. 대선 당시 문 후보를 보좌했던 김경수 경남 김해을 지역위원장은 <프레시안>과의 전화통화에서 "최근 보도되는 것과 같은 제안 등은 구체적으로 받은 적이 없다"며 "현 상태에서는 (문 전 후보 거취 등에 대해) 드릴 말씀이 없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제의가 들어오면 응할 가능성이 있는지'를 묻자 "가정해서 얘기할 일은 아니"라며 일축했다. 문 비대위원장과 통화 내용에 대해선 "단순히 인사차 정도의 짧은 대화였다"고 전했다.
문 비대위원장은 당내 반발 기류를 감지한 듯 문 전 후보의 역할론에 대해 유보적 입장으로 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비대위원장의 한 보좌진은 전화 통화에서 "처음에는 (비대위 내 정치혁신위원장 지명 등에 대해) 사심 없이 말씀하셨던 건 사실"이라면서 "그런데 요즘 여론을 듣고 있고, 반발도 있기 때문에 꼭 그렇게 하실 생각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문 비대위원장은 '문재인 역할론'에 대해 앞으로 대외적으로는 언급을 자제하면서도, 심중에는 계속 두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인사는 "48%면 굉장히 많은 득표를 받으신 것으로 보고, 졌다고 내쳐선 안 된다고 생각을 (문 비대위원장은) 갖고 계시다"며 "문 전 후보가 갖고 있던 새정치에 대한 에너지 등을 어떻게든 긍정적으로 발휘되도록 하려는 마음이 강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문 비대위원장이 문 전 후보를 수면 위로 끌어올리는 것을 기정사실화하는 최근 보도 에 대해선 "과장된 측면이 있다"고 반박했다. 특히 힐링 투어에 문 비대위원장을 함께 탑승토록 할 것으로 나온 보도에 대해 "문 비대위원장이 힐링 버스 계획을 말하니, 기자가 먼저 '후보도 타는거냐'고 물었고, 이에 '참여하시면 좋지 않느냐'는 식으로 말씀하셨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힐링 투어'는 계획대로 추진할 전망이라고 전했다. 그는 "(문 비대위원장이) 비대위의 역할 가운데는 좌절에 빠진 분들한테 함께 보듬어주는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전국을 다니면서 지지자들과 만나 위로해드리는 시간은 가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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