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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김영한 PD "이병순은 '빅 브라더'를 꿈꾸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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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김영한 PD "이병순은 '빅 브라더'를 꿈꾸는가"

이병순 KBS 사장 정면 비판 …"소통도, 비전도, 철학도 없다"

한국방송(KBS)의 20년차 PD가 이병순 사장의 취임식이 있던 27일 KBS 사내 게시판에 이병순 사장의 취임사와 취임식을 정면으로 비판하는 글을 실명으로 올려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대화 한 번 없는 군사 작전 같은 취임식"
  
  수신료프로젝트팀의 김영한 PD는 '이병순 사장에게 드리는 글'에서 "1989년에 입사해 오늘까지 세 번의 사장 취임 반대 시위에 참여했다"며 "크게 달라진 건 없었다. 우리는 낙하산 사장을 막기 위해 출입을 막았으며 그들은 결국 청원경찰을 동원해 KBS에 발을 들여놓았다"고 했다.
  
  김 PD는 이전의 취임식과 달라진 것에 대해 "앞선 두 시위에는 노동조합이 선두에 서 있었고 오늘은 노동조합 전임자들이 있어야 할 자리에 사원들이 자발적으로 서 있었다는 점"이라고 꼽아 KBS 노조 집행부를 에둘러 비판했다.
  
  이어 그는 "또 한 가지 차이점은 서기원 사장이나 서동구 사장은 처음 진입을 시도할 때 적어도 자신을 막고 있는 사람들과 대화를 시도했다. 할리우드 액션이었든 아니든 사원들의 마음을 읽고 정서를 달래려는 노력들이 있었다"며 "그러나 오늘 이병순 사장은 단 한 번의 대화 시도도 없이 군사 작전을 하듯 청경들을 동원하여 시위하는 사원들을 한쪽으로 거세게 내동이치며 들어왔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 사장은 취임식이 열리는 스튜디오로 통하는 모든 철문을 내려 어떤 소통도 거부한 채 철저하게 '닫힌' 취임식을 가졌다"며 "표현의 자유가 살아 숨 쉬어야 할 방송사에서 사원들의 출입을 막은 채 열린 취임식은 우리의 마음속에 어떤 기억으로 남을까. 비겁함과 독선 그 자체였다"고 비판했다.
  
  그는 사전 게이트키핑 강화,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프로그램 폐지, 경영 효율화와 구조 조정 등을 강조한 이 사장의 취임사를 놓고도 "공영방송 KBS 사장의 취임사로는 어디 내놓기도 부끄러운 함량 미달"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방송을 정권의 홍보 도구로 여기는 정권의 바보짓 덕분에 어부지리로 갑자기 사장자리가 떨어져 취임사 준비에 시간이 부족했다는 점은 알지만, 그래도 KBS에서 31년을 보낸 사람의 글로는, 그것도 취임사로는 너무도 빈곤하다"며 "공영방송 사장으로서 방송의 공공성을 지켜나갈 것인지에 대한 큰 그림을 그리는 대신 정권과 보수 신문의 경영 효율화의 덫에 스스로를 가두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비전과 철학의 부재가 빈곤한 취임사로 나타났다"고 했다.
  
  "MB가 공정치 않다면 공정하지 않은 것인가"
  
  그는 이 사장이 취임사에서 내놓은 '공약'들도 하나하나 지적했다. 그는 이 사장이 "KBS는 지난 몇 년 동안 공정성과 중립성 시비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못했던 것도 사실"이라고 한 데 대해 "공정성의 판단은 누가 내리는 것이냐"며 "이명박 대통령이 공정하지 않다고 하면 공정하지 않은 것인가. 사장이 공정하지 않다면 편파 방송이 되는 것인가"라고 따져물었다.
  
  그는 "지금까지 KBS 프로그램과 뉴스를 둘러싼 공정성 시비는 다분히 조·중·동으로 대표되는 보수 신문들이 설정한 어젠다이며 그들의 프레임"이라며 "KBS 뉴스와 프로그램의 공정성에 대한 이병순 사장의 판단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공정성 평가는 시청자로 대변되는 국민들이 내려야 한다"며 "공정성에 대한 자신의 생각이 이념적으로 경도되어 있지는 않은지 한번 생각해보시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특히 그는 이 사장이 "사전 기획 단계에서부터 철저한 게이트키핑이 이뤄지는 제도를 마련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서는 "울화가 울컥 치민다. 과거의 권위주의로 회귀하겠다는 말로 들린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기획 단계는 자유로운 생각들이 브레인스토밍하는 단계인데, 이때부터 철저하게 관리하겠다는 말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이병순 사장은 우리 머릿속의 자유로운 생각까지 관리하는 사원들의 정신적 빅브라더인가"라고 질타했다.
  
  그는 "철저한 게이트키핑이라는 사장의 말 한마디가 관료주의의 폐해가 아직도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KBS에서 어떻게 해석될지 한번만 생각해봐도 쉽게 알 수 있다"며 "사전 기획단계부터 상상력을 억압해서 어떻게 최고의 컨텐츠가 나올 수 있겠는가. 자기검열에 빠져 부서장 눈치만 보는 직원들만 늘어날까 걱정"이라고 했다.
  
  또 그는 이 사장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도 변화하지 않은 프로그램의 존폐를 검토하겠다"고 한 것을 두고 "구체적으로 언급은 하지 않았지만 <시사기획 쌈>, <시사투나잇>, <미디어포커스> 등이 아닐까 싶다"며 "일방적으로 사회적 물의를 빚고 있다는 주장은 일방의 생각을 내면화하여 사원들에게 강요하는 모습으로 비춰질 수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병순 사장의 최대 과제가 될 '수신료 현실화'에 대해서도 "이제 정권이 바뀌어 수신료 인상이 곧 될 것처럼 생각하신다면 큰 오산"이라며 "물론 정치권이 인상의 마지막 열쇠를 쥐고 있지만, 국민들이 동의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권에 코드를 맞춘 방송으로 수신료를 인상할 수 없다. 오히려 수신료 거부 운동이 일어나지 않을까 우려된다"며 "권력의 잘못에 대해서는 당당히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는 KBS라야 국민들이 수신료의 가치에 동의하고 기꺼이 수신료 인상에 동의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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