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冓(구)/癸(계)/弁(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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冓(구)/癸(계)/弁(변)

[한자가 그렇게 만들어졌다고?] <69>

<그림 1>을 보자. 무슨 모습일까? 물고기 두 마리가 뽀뽀하는 모습으로 보이지 않는가? 물론 이것은 그냥 그림이 아니고 어떤 한자의 옛 모습이다.

이 글자는 構(구)·購(구)·講(강) 등의 오른쪽 冓(구)다. 이것이 정말로 '물고기 뽀뽀'라는 설명도 있고, 지금 글자꼴이 뭔가 착착 쌓인 모습인 데서 장작을 패서 차곡차곡 쌓아 놓은 모습이라는 얘기도 있다. 모두 '장면 상형'이라는 문제점이 있는 설명들이다.

冓의 아랫부분은 冉(염)이라는 글자다. 冓는 그것을 위아래로 맞대 포개 놓은 것인데, 위와 아래 모양이 달라졌다. 冉은 또 冄으로 쓰기도 하는데, 수염의 모습이라는 얘기가 있지만 수염으로 보기에는 다소 어색하다(<그림 2>). 어떻든 그 冉을 둘 겹쳤는데 수염 얘기는 쏙 들어가 버리고 난데없는 물고기를 들고 나온다.

다시 <그림 1>로 돌아가자. 물고기가 생뚱맞은 얘기라고 보면 뭔가 같은 글자가 둘 겹친 것이다. 물고기 주둥이 부분을 떼어 이 그림을 네 조각으로 나눠 보면 각각은 十자 비슷한 모습이 된다. 지난 회의 共(공)=茻(망)과 같은 글자인 것이다. 冉이나 지금 모습 冓는 필획이 늘어나 조금 복잡해진 변형이다.

冓의 발음은 共의 반쪽인 廾(공)의 이체자 臼(구)와 일치한다. 構·購는 '구' 발음이고 講은 '강' 발음이었던 것도 臼/廾의 두 가지 발음 계통을 생각하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構·購·講은 모두 冓를 발음기호로 하는 형성자인 것이다. 冓의 '짜다'라는 의미는 構의 의미를 빌려온 것이다.

再(재)는 冉 위에 一을 얹은 것인데, 두 가지 가능성이 있다. 冓가 冉 위에 冉을 하나 더 얹은 것인데 윗부분을 一로 간략히 표시해 중첩된 사실을 나타낸 것이거나, 再자 자체가 共=舁의 필획이 다소 이상하게 정리된 이체자일 수 있다. '둘'이라는 뜻은 共의 '함께'와도 통하거니와, 같은 모양(冉=廾)을 둘 겹친 것을 나타낸 것일 수도 있다.

간지자의 하나인 癸(계)는 <그림 3, 4> 같이 매우 기하학적인 모습이 대부분인데다 의미도 남아 있지 많아 분석에 애를 먹는 글자다. 그림에서 보듯이 癶(발)이나 天(천)과는 관계 없는 글자고, 일부 글자꼴에서 天 부분이 矢(시)로 나타나기도 하지만 역시 관계가 없다. 거리를 재는 도구라거나 무기 또는 타악기의 모습이라는 얘기들이 있지만 群盲評象(군맹평상)일 뿐이다.

<그림 3, 4>는 <그림 5, 6>을 거쳐 지금 모습까지 변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그림 5>는 바로 共=茻이다. 癸나 揆(규)·葵(규) 등의 발음이 冓와 가깝다. 癸는 바로 共=冓의 변형인 것이다.

送(송)·朕(짐)의 공통 부분은 소전체에도 '火+廾'의 같은 구조고 지금 모습도 같지만 유래 설명이 다르다. 送의 그 부분은 불(火)을 밝혀 들고(廾) 있는 모습이라는 얘기고, 朕에서는 도끼나 제사그릇, 심지어는 月 부분과 합쳐 배(月=舟)를 손질하는 모습이라는 등 '더 큰 그림'의 일부로 보기도 한다. 같은 요소를 옆에 붙은 글자에 따라 이리저리 편리한 대로 설명해 생긴 현상이다.

힌트는 '火+廾'에 있다. 火는 두 점을 이으면 大자가 되고 廾이 莫(막)의 경우처럼 종종 大로 바뀐다는 것을 떠올리면 '火+廾'는 바로 '廾+廾' 즉 共이다. <그림 7, 8>이 朕의 옛 모습인데, 윗부분 廾이 여러 가지로 변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送은 辶=辵(착)이 의미, 共이 발음인 형성자가 되는 것이다. 朕은 의미 요소일 왼쪽이 불분명하며, 勝(승)·謄(등)·騰(등) 등에 발음기호로 쓰이고 있다. 送·朕의 공통 부분은 癸를 좀더 간략하게 한 모습이다.

중국 최초의 통일 국가 이름인 秦(진)의 윗부분 역시 같은 요소다(<그림 9>). 이 부분도 벼의 모습인 아래의 禾(화)자 두 개와 연결해 두 손으로 벼를 찧는 모습이라는 설명이지만, 누누이 말한 대로 '장면 상형'은 믿기 어렵고 <그림 8>의 오른쪽과 거의 같은 요소를 파트너가 바뀌었다고 전혀 다른 모습으로 설명하는 것도 난센스다. 秦 역시 共이 발음, 禾가 의미인 형성자다.

弁(변)은 '고깔'이라는 훈 때문인지 두 손(廾)에 모자(厶)를 들고 있는 모습이라고 한다. 윗부분은 <그림 10>처럼 다소 복잡한 모습이었다가 나중에 지금과 같이 간단한 모습으로 바뀌었는데, <그림 10>은 舁와 거의 같은 모습으로 볼 수 있다. 弁 역시 共의 변형이다. 弁의 廾 부분을 大로 바꿔 보면 送·朕의 발음 부분과 비슷한 모습이 된다. 卷(권)·券(권)·拳(권)의 윗부분은 '釆+廾'의 변형이라고 하는데, 모양상 弁의 변형이다. 이 모습들은 送·朕과 秦의 윗부분을 절충한 듯한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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