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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핵시설 불능화 중단"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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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핵시설 불능화 중단" 선언

美 '테러지원국 해제 약속' 불이행에 대한 대응 조치

미국이 북한의 핵 프로그램 신고에 대한 상응조치로 약속된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를 이행하지 않는 반면 신고 검증에 대한 요구 수준만 높이자 북한이 마침내 '불능화 중단' 카드를 빼들었다.

북한 외무성은 26일 성명을 발표, "미국이 6자회담 10.3합의의 이행을 거부함으로써 조선반도 핵문제 해결에 엄중한 난관이 조성됐다"며 "미국이 합의사항을 어긴 조건에서 우리는 부득불 '행동 대 행동' 원칙에 따라 대응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외무성은 이어 "10.3합의에 따라 진행중에 있던 우리 핵시설 무력화(불능화) 작업을 즉시 중단하기로 했고, 이 조치는 지난 14일 효력이 발생됐고 이미 유관측들에 통지됐다"고 밝혔다.

외무성은 또 "우리 해당 기관들의 강력한 요구에 따라 영변 핵시설들을 곧 원상대로 복구하는 조치를 고려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뉴시스

강경파에 발목 잡혀 요구 수준 높여 온 미국

외무성이 지목한 '10.3합의의 이행 거부'는 지난 11일로 예정됐던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가 이뤄지지 않은 것을 뜻한다.

작년 10.3합의에서 미국은 북한이 핵 프로그램을 신고하면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북한을 빼기로 약속했다. 이에 북한은 지난 6월 26일 신고서를 제출했고, 같은 날 조지 부시 미 행정부는 테러지원국 해제 절차에 들어갔다. 이후 미 의회에서 그같은 조치의 중단을 요구하는 움직임이 일부 있었으나 동력을 얻지 못했고, 관련 법에 따라 45일 후인 지난 11일부로 테러지원국이 해제되어야 했다.

하지만 부시 행정부는 핵 신고서를 '완전하고 정확하게' 검증해야 할 체제를 만들어야 한다며 북한을 압박해 오다가 합의에 이르지 못하자 8월 11일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를 선언하지 않았다. 이후 미국은 14일 성 김 대북협상 특사를 중국으로 보내고, 22일에는 뉴욕에서 북미 양자회동을 갖는 등 북한과 검증체제 구축을 논의했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검증체제와 관련, 미국은 북한의 핵 신고서에 담기지 않은 고농축우라늄(HEU) 프로그램과 핵확산 관련 내용까지 검증하는 것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보다 다양한 검증 방법과 검증시 국제원자력기구(IAEA)를 충분히 활용하자는 제안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의 이같은 태도는 납치 문제에 집착하고 있는 일본의 입장을 고려해 테러지원국에서 빼서는 안 된다는 미국 내 강경파들의 눈치를 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北 '검증은 새로운 조건…IAEA에 의한 검증 거부' 뜻

하지만 북한은 테러지원국 해제는 핵 신고에 대한 상응조치일 뿐, 테러지원국 해제를 위해 검증 체제 마련을 요구하는 것은 새로운 조건을 추가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

북한 외무성이 이날 담화에서 검증의정서가 합의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하지 않은 것에 대해 "합의에 대한 명박한 위반"이라고 규정한 것은 이같은 시각을 뒷받침한다. 담화는 "6자나 조미(북미) 사이의 그 어떤 합의들에도 우리의 핵 신고서에 대한 검증 문제를 (테러 지원국) 명단 삭제의 조건부로 규제한 조항은 없다"고 강조했다.

또한 북한은 HEU 및 핵확산 검증에 대해서는 거부의 뜻을 밝히고, 검증체제도 지난 7월 초 6자회담 수석대표 회의에서 합의된 수준만 받아들일 수 있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외무성은 성명에서 "현 단계에서는 6자 테두리 안에 검증기구와 감시기구를 내오기로 한 것이 합의사항의 전부"인데 "미국은 이 합의사항을 악용해 갑자기 핵 신고서에 대한 검증에 국제적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는 문제를 들고 나오면서 우리나라의 아무 곳이나 마음대로 뒤져보고 시료를 채취하고 측정을 하는 것과 같은 사찰을 받아들일 것을 강박했다"고 지적했다.   

성명은 또한 "미국이 말하는 국제적 기준이란 곧 1990년대에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들고 나와 우리나라(북한)의 자주권을 침해하려다가 결과적으로는 우리의 핵무기전파방지조약(NPT) 탈퇴를 초래했던 특별사찰"이라며 "미국이 우리나라에 대해서도 이라크에서처럼 제 마음대로 가택수색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 그것은 큰 오산"이라고 밝혔다.

미국 새 정부와 협상? 임기말 부시 조이기?

북한이 2.13합의에서 약속된 핵 폐쇄나 10.3합의에 담긴 핵 신고 등 의무사항을 이행을 지연시킨 적은 과거에도 몇 번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행동 대 행동' 차원에서 미국의 상응조치 이행을 촉구하기 위한 것일 뿐이었다.

따라서 북한의 이날 불능화 중단 선언은 2006년 핵실험 뒤 마련된 2007년 2.13합의 이후 최고 수준의 반발적 행동으로 평가된다.

북한은 또 불능화 조치를 원상복구도 고려할 것이라고 말하면서 경우에 따라서는 이행된 약속을 되돌릴 수도 있음을 경고했다. 그러나 11개의 불능화 사항 중 현재 완료된 8가지는 복구가 불가능하거나 복구하는데 1년 가까이 걸리기 때문에 '원상복구 검토'는 일단 엄포성일 가능성이 높다.

북한이 '불능화 중단'이란 강경한 카드를 빼든 것은 표면적으로 테러지원국 해제 불이행에 대한 반발이지만 그 근저에는 임기가 다 된 부시 행정부와 더 이상 함께 하지 않겠다는 의도도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미국 민주당, 공화당 등이 전당대회를 치르고 대선 후보를 확정하는 국면에 들어서자 내년에 출범할 새 정부와 핵 합의 이행을 하려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외교적 성과에 목마른 부시 행정부를 강력히 압박하기 위한 '마지막 조이기'라는 분석이 다소 우세하다. 부시 행정부의 힘이 더 빠지기 전에 가능한 행동을 이끌어 내려 한다는 것이다.

이라크 및 아프가니스탄의 상황이 개선되지 않고 있고, 미국이 그루지아 사태에서 체면을 구긴 처지이기 때문에 부시 행정부를 조금만 더 압박한다면 검증 체제 구축 문제에 있어 북한의 의지를 더 많이 관철시킬 수 있다는 계산이 들어 있다는 것이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이날 성명 직후 "유감스럽지만 과잉 반응할 필요는 없다"며 "긴장을 고조시켜 유리한 방향으로 협상을 끌고 가겠다는 차원에서 자극적인 조치가 나오지 않았다 추측한다"고 설명했다.

이 당국자는 불능화에 대한 상응조치인 에너지 지원을 중단할 것이냐는 질문에 "사태를 어렵게 만들 이유는 없다"라며 지원이 계속될 것임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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