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번데기 파는 정권" 아닐까?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번데기 파는 정권" 아닐까?

[김민웅 칼럼] 시간이 지나도 성충이 되지 못하는 슬픔에 대한 고찰

그게 어때서?
  
  
"뻔!" 하고 골목길을 다니는 수레에는 삶은 번데기들이 솥에 쌓여 있었다. 신문지를 작게 잘라 봉투를 만들어 팔던 가난한 시절의 영양식품 번데기 장사는 목청도 좋아야 했다. "아이스 케~키"나 "메밀묵~" 또는 "찹쌀-떡~" 장사들과 경쟁해야 했다. 보기에는 징그러워도 이걸 좋아하는 아이들과 여성들이 꽤 되었다.
  
  그런데 이명박 정권은 분명 번데기 장사는 아닐 텐데 날이 갈수록 "뻔뻔"해지고 있다. KBS 관련 밀실회의에 대한 비판에 처음에는 "아니올시다", 했다가 그 다음에는 "듣기만 했다"고 하더니 여당의 원내대표 홍준표 의원은 "그게 어때서?"로 나간다. 의식이 마비되어가는 것이다. 그보다는, 정치윤리의 기본이 서 있지 않는 권력집단의 진상이 드러나는 것이라고 하는 편이 옳지 않을까 싶을 정도다.
  
  자기들끼리의 이사회고 자기들끼리의 밀실회의며, 자기들끼리의 선택과 결정이다. 언론에 노출 되도 그만, 노출 되지 않아도 그만이다. "그게 어때서?"로 철판 깔고 뻔뻔해지면 일은 어차피 되어갈 것이라고 믿는다. 그런데 이게 다 이 정권의 기록이자 역사이며 장차 심판받을 내용이 된다는 것을 잊어버리고 있는 모양이다.
  
  들고양이, 너구리, 늑대 비슷한 개?
  
  지난 10년간 민주당 세력은 권력을 잡고는 대신 "야성"을 잃어버렸는지 무기력하게 보인다. 우리 밖으로 내몰린 양들이다. 반면에, 한나라당은 들판에서 몸집을 키우고는 발톱과 이빨을 날카롭게 세워온 모양이다. 마음대로 이리저리 쏘다니고 하고 싶은 대로 한다. 들 고양이인지 너구리인지 늑대 비슷한 개인지 잘 모르겠다. 논리고 이론이고 없다. 욕망이 기준이고 법칙이다. 힘이 곧 정당성이다.
  
  이건 <국가의 사유화(私有化)>에 다름 아니다. 국민의 세금으로 만든 공기업을 대자본에게 넘기려 들지 않나, 방송언론의 공공성을 권력의 확성기로 변질시키려 들지 않나 의회는 정권의 하수인으로 전락 시키려 들지 않나 올림픽 영웅들은 권력 홍보의 앞줄에 세우려 들지 않나, 하는 일 마다 "자신에게는 영광을, 국민들에게는 고통을"이다.
  
  경제는 너무도 힘겹다. 서민들은 물가고에 시달리고 있고, 소득의 기회는 줄어들고 있다. 푼돈 들여 펀드 투자한 주식시장은 무너져 내리고 복지혜택은 더욱 줄어들 기세다. 이런 현실을 파헤쳐 권력의 책임을 준엄하게 물을 방송은 권력에게 점령당하고 있다. 그렇게 되면 이제 방송은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자기검열은 강화될 것이며, 비판적 발언은 수위를 낮추거나 아예 듣기 어려워질 것이다. 퍼즐조각을 전부 맞추어야 그림 전체가 보일 텐데, 그림 몇 조각만 보여준 채 이것이 진실이라고 우기는 상황을 저지하기 무척 어려워질 것이다. 그러면서 희생자가 희생되고 가해자는 피해자로 둔갑하게 된다. 억울해도 별 수 없다. 억울하면 출세하라, 그게 답이 되어간다.
  
  깨어 있는 백성
  
  함석헌 선생이 "깨어있는 백성이라야 산다." 했던 때가 언제인가? 함석헌 선생이 소리 높여 꾸짖었던 이승만 체제의 폭압과 거짓이 난무하던 때에서 벌써 수십 년의 세월이 지났다. 우린 깨어있는가?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교회는 예언자의 비장한 목소리를 잃었다. 오늘날 이 나라가 겪고 있는 고통에 대해서 일말이라도 성찰한다면 다음과 같은 말들은 할 수 없다.
  
  이상한 할렐루야
  
  얼마 전 한 대형교회의 목사는, 한국이 근대화에 성공한 유일한 빈국출신의 나라라고 하면서 자기도 어릴 때 초가집에서 살았지만, "이제는 강남에서 설교한다."면서 "할렐루야!" 한다. 기겁을 했다. 그의 눈에는 오늘날 생활고에 시달리면서 살아가는 무수한 사람들의 눈물이 보이지 않는다. 자신의 영광만 자랑스럽다.
  
  또 어떤 대형교회 목사는 촛불집회에 분노만 가득하며 이런 식으로 세상은 변하지 않는다고 한다. 사실관계도 틀렸고, 또 분노가 있다면 왜 그렇게 되었을까는 묻지 않는다. 권력의 불의와 폭력은 감추어주는 것이다. 전체 그림에서 한 부분만 떼어내어 질타한다. 가령 정당방위의 현실도 이런 식이라면 결코 정당방위의 근거를 만들어 낼 수 없다.
  
  개그맨 못지않은 인기 높은 한 목사도 미국의 한 집회에서 입을 열었다고 한다. "스님들 쓸데없는 짓 말고 예수 믿어라", "내가 경동교(장경동교)를 만들면 안 되듯이 석가모니도 불교를 만들면 안 되었다." "불교가 들어간 나라는 다 못산다." 인류의 정신에 소중한 기여를 한 높은 가르침 그 말 대로 종교(宗敎)를 이런 식으로 모독을 하는 이른바 성직자는 과연 누구인가?
  
  그의 눈에는 장로가 대통령인 나라에서 겪고 있는 기독교 패권주의에 대한 불교계의 두려움과 불만, 그리고 중생들의 고단한 삶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과연 불교가 들어가서 나라가 못사는가? 가진 자들을 위한 권력이 횡포를 부릴 때 나라는 망가지는 것이다.
  
  교활한 여우와 회칠한 무덤
  
  이명박 정권은 이런 식의 사고와 발언을 하는 기독교 지도자들의 막강한 지지를 받고 있다하니, 한국의 기독교, 한국의 교회가 걱정스럽기 짝이 없다. 예수는 로마제국에 빌붙어 민중들을 수탈하고 억압하는 헤롯을 가리켜 교활한 "여우"라고 질타했으며, 그 헤롯과 짝짜꿍이 되어 히브리 백성들을 속이고 등쳐먹던 예루살렘의 교계 지도자들을 "회칠한 무덤"이라고 일갈하셨다. 그 예수와 한국교회는 어떤 인연이 있을까?
  
  번데기란 무엇인가? 유충의 단계를 벗어나 성충으로 가는 길목이다. 발육은 일단 정지상태가 된다. 여기서 갈림길이 생긴다. 그냥 번데기로 있다가 "뻔!"하는 소리와 함께 팔려나가느냐, 아니면 나비가 되던 장수풍뎅이가 되던 멋진 성충으로 커나갈 것인가가 말이다.
  
  계속 이렇게 스스로 "뻔! 뻔!" 하고 있으니 아무래도 결론은 내려진 모양이다. 시간이 아무리 지나도 성충이 되기는 틀린 것 아닐까?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