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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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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하루

[도종환이 보내는 '시인의 엽서'] <62>


어두운 하늘을 보며 저녁 버스에 몸을 싣고 돌아오는 길
생각해보니 오늘 하루 얻은 것보다 잃은 것이 더 많았다
이것저것 짧은 지식들은 많이 접하였지만
그것으로 생각은 깊어지지 않았고
책 한 권 며칠씩 손에서 놓지 않고 깊이 묻혀
읽지 못한 나날이 너무도 오래 되었다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지냈지만
만나서 오래 기쁜 사람보다는 실망한 사람이 많았다
---나는 또 내가 만난 얼마나 많은 사람을 실망시켰을 것인가
미워하는 마음은 많았으나 사랑하는 마음은 갈수록 작아지고
분노하는 말들은 많았지만 이해하는 말들은 줄어들었다
소중히 여겨야 할 가까운 사람들을 오히려 미워하며
모르게 거칠어지는 내 언어만큼 거칠어져 있는 마음이
골목을 돌아설 때마다 덜컹거렸다
단 하루도 사람답게 살지 못하면서
오늘도 혁명의 미래를 꿈꾸었다.

여러 분은 오늘 하루 어떠셨는지요? 많은 사람을 만나고 많은 일을 하면서 보낸 하루였는지요? 오늘 만난 사람 중에 기쁜 사람도 있었고 실망한 사람도 있었겠지요? 사랑의 마음을 갖게 되기도 하고 미워하는 말을 하기도 했겠지요?

나는 그들에게 어떤 사람이었을까요? 내가 그들에게 실망스러운 사람으로 비치진 않았을까요? 어떤 날은 얻는 것보다 잃은 것이 더 많은 날도 있습니다. "이것저것 짧은 지식들은 많이 접하였지만 / 그것으로 생각은 깊어지지 않았고 / 책 한 권 며칠씩 손에서 놓지 않고 깊이 묻혀 / 읽지 못한 나날이 너무도 오래 되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소중히 여겨야 할 가까운 사람들을 오히려 미워하며" 나도 모르는 사이에 언어도 마음도 거칠어져 가고 있는 걸 발견할 때가 있습니다.

오늘 하루를 사람답게 살 수 있어야 합니다. 너무 거창한 꿈을 꾸는 일보다 하루를 사람답게 사는 일이 더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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