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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홍 '월급 결재' 핑계로 출근 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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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홍 '월급 결재' 핑계로 출근 시도

YTN 노조 "노노갈등 술책 …한심하고 치졸" 반발

구본홍 YTN 사장이 22일 출근을 시도했다 조합원의 반발에 돌아갔다. 구 사장은 25일 '월급날'을 앞두고 결재서류에 도장을 찍어야 한다며 이날 오후 3시 30분께 서울 남대문 YTN본사 17층 사장실을 찾아왔다.

전국언론노조 YTN지부(위원장 노종면) 조합원들은 구 사장이 출근할 것이라는 정보를 받고 이날 오후 2시 즈음부터 사장실 앞에 모여 있었다. 이들은 그간 여타 업무는 회사 밖에서 결재하는 구 사장이 유독 '월급 문제'로 회사에 찾아온 것은 YTN 내 노조원과 비노조원의 갈등을 유발하려는 계획이 깔려 있는 것으로 봤다.

실제로 이날 오전 YTN 간부들은 각 부·서 회의 등에서 "노조 때문에 이번달 월급이 안나올 수 있다", "월급이 안나와봐야 노조가 정신차린다"는 등의 말을 유포한 것으로 알려졌다. YTN 직원 800여 명 가운데 조합원은 절반 수준인 400여 명이고 비정규직 등 비조합원이 400여 명이다.

노종면 위원장은 "사흘 동안 회사에 나오지 않더니 고작 구상한 것이 이정도냐"며 "본인이 내놓은 아이디어인지 간부들이 내놓은 아이디어인지 모르나 참 구차하다"고 비판했다.

노조는 사측이 노조의 출근 저지 투쟁을 핑계로 25일 월급을 지급하지 않고 노조 측에 '업무 방해' 명목으로 소송을 거는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 법률 자문을 받기도 했다. 법률 자문 결과 구 사장이 사장실에 들어가지 않고도 사원들에게 월급을 지급할 방안은 얼마든지 있는 만큼 만약 사측이 '업무 방해' 등으로 소송을 걸 경우 노조는 사측이 고의로 월급을 나오지 않게 한 책임으로 손해 배상을 청구하기로 했다.
▲ YTN 본사 17층 사장실 앞에서 농성 중인 조합원들. ⓒ프레시안

오후 3시 40분이 되자 경영기획실 간부 10여 명이 사장실이 있는 17층 엘리베이터 앞에서 기다렸고 몇 분 지나지 않아 구 사장이 나타났다. YTN 조합원들은 "노노 갈등 유발하는 월급 장난 집어쳐라", "월급으로 장난하는 구본홍은 물러가라" 등의 구호로 그를 맞았다.

구 사장은 조합원들의 구호를 저지하려 애쓰다 구호가 끝나자 "사원들 월급을 줘야한다. 월급을 주기 위해서는 사장이 도장을 찍어야 한다. 길을 비켜달라"고 입을 뗐다.

이에 노종면 위원장은 "당연히 사원들의 신성한 노동에 회사는 월급을 줘야한다. 그러나 결재할 방법은 사장실에 들어가지 않고도 여러 가지가 있다"며 "사장실에 들어가야 사장이라면 출근 하지 않은 그간엔 사장이 아니었느냐"고 반박했다.

구 사장은 노조의 예상대로 '비조합원'을 들어 노조를 압박했다. 그는 "YTN에는 노조원들만 있는게 아니라 다른 사원들도 있고 월급이 안나가는 것은 그들에게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월급은 YTN 사원 모두가 기다리는 것 아니냐"고 했다.

이에 노 위원장 등 YTN 조합원들은 "노조를 협박하는 것이냐", "그렇게 절실하다면 다른 방법을 찾아 사원들에게 월급을 주면 될 것 아니냐", "다른 일은 밖에서 결재하면서 이 문제는 유독 회사로 찾아온 것은 조직 내 갈등을 일으키려 하는 꼼수 아니냐"고 맞섰다.

노 위원장은 "회사가 부도가 난 것도 아니고 월급 결재할 방법이 없는 것도 아닌데 월급을 줄 수 없다며 노조에게 책임을 씌우는 꼼수는 부리지 말라"고 했고 구 사장은 "지금 내가 하는 것이 협박이나 꼼수로 보이냐"고 역정을 냈다. 노조원들의 구호와 항의를 듣고 있던 구 사장은 "알았다. 월급 결재는 안하고 간다. 책임을 노조에 묻지 않겠다"고 하고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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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급장난 집어쳐라"는 노조원들의 구호를 듣고 있는 구본홍 사장. ⓒ프레시안

▲ 씁쓸한 표정을 짓고 있는 구본홍 사장. ⓒ프레시안

▲ 이날 구 사장은 언론에 노출되는 것을 극도로 피하는 모습이었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던 중 기자들이 서있던 쪽의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으나 그는 끝내 돌아보지 않았다. ⓒ프레시안

이날 구 사장은 인내가 한계에 달한 듯한 모습이었다. 지난달 4일 기습 출근 이후 사장실에서 퇴근하면서 "구본홍 물러가라"를 외치는 노조원들 사이를 애써 미소띤 얼굴로 지나가던 취임 초기와는 딴판인 모습이었다. 그는 취재진의 취재에 민감하게 반응했고 목소리도 격앙된 어조를 숨기지 못했다. 구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한 노조원을 향해서는 실명을 부르며 "누군지 안다. 가만있으라"고 윽박지르기도 했다.

한편, YTN 노조는 27일 노조의 '끝장 투표 방안'과 사측이 제시한 '중간 투표 방안'을 두고 각 방안을 지지하는 패널 5명씩을 둔 '열린 토론'을 열기로 했다. 노조는 "자유롭고 합리적으로 토론이 진행되도록 만전을 기할 생각"이라며 "이번 열린 토론이 사측에 의해 거부된 것은 유감이나 대화와 합리적 토론의 노력만이 이번 사태를 원만하게 해소할 수 있다는 점을 증명해주길 바란다"고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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