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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삽 아니라 승짱…도쿄돔 물채워라 기타지마 훈련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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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삽 아니라 승짱…도쿄돔 물채워라 기타지마 훈련하게"

야구 한일전 팬·선수·감독 말말말

이승엽이 8회 말 투런홈런으로 일본 야구를 격침시켰다. 한국 야구 대표팀의 4번 타자이면서도 베이징 올림픽 내내 1할 대 타율을 맴돌았던 이승엽.

준결승전에 나와서도 병살타와 삼진 2개만을 기록하던 그가 대(對)일본 침몰포로 기나긴 침묵에 마침표를 찍었다. '승삽'이란 비아냥을 이겨내고 '승짱'으로 돌아온 것이다.

키워드 : 이승엽, 호시노, 김경문, 독도, 2MB, 돔구장

그 시각 인터넷에서는 한국의 결승 진출을 축하하고 승리의 주역이 됐던 이승엽과 '일본 킬러' 김광현 등에 관한 유쾌한 댓글의 행진이 이어졌다.

"미치도록 보고 싶었지만 제가 보면 징크스가 있어서 꾹 참고 목욕탕엘 갔습니다. 구조상 탕 안에서도 TV가 보이는지라 사우나 안에서 죽지 않을 만큼 참으며 제가 운동선수 중 가장 좋아하는 이승엽 선수를 열라 욕하고 있었습니다.(이것도 징크스 때문에)" (다음 아이디 새롬)

"이승엽이 부진해서 대타 나오는 줄 알았는데, 역시 김경문 감독님의 믿음야구 너무 좋아." (혁)

"한국에서 축구장에는 물을 채워서 수영하고 야구장에는 아라비아산 최고급 카페트를 깔기로 했다는 미확인 뉴스가 있다." (선돌)

"금메달: 대한민국 / 은메달: 강호 쿠바 / 동메달: 미국 / 목메달: 야비한 일본" (마라토닉)

"한기주는 한 게임 한 게임 드라마를 쓰지만 이승엽은 올림픽 전체를 놓고 드라마를 집필하신다. 이 작가님 만세"


한 네티즌은 올림픽에서 부진을 보인 축구대표팀을 조롱했던 말 '축구장에 물 채워라 태환이 수영하게'를 패러디해 "도쿄돔에 물 채워라 기타지마 수영하게"라고 일본 야구팀을 놀렸다. 기타지마 고스케는 이번 올림픽에서 2관왕에 오른 일본의 수영 영웅이다.

독도를 둘러싼 일본과의 갈등과 국내 정치상황을 빗댄 뼈있는 댓글도 빠지지 않았다.

"정말 속이 후련하다. 독도나 역사교과서 왜곡 문제도 야구하듯이 통쾌하게 했으면 좋겠다. 하여튼 기분 좋은 하루다. 야구선수들 파이팅!" (ehftoa)

"미국이 결승 올라오면 안 된다. 2mb가 금메달 부시한테 줄 거다." (핫쵸코)

"정치하실 분들! 다음번 공약은 돔구장입니다!" (juicyboy)

▲ 정근우 홈인 장면 ⓒ연합뉴스

한일전 주말 재대결 전격 합의?

준결승에서 한국과 붙기 위해 미국에 일부러 졌다는 의혹을 받고 있고 이른바 '호시노 발언'으로 한국을 조롱했던 호시노 센이치 일본 감독도 단골 메뉴였다.

"힘의신 : 장미란 / 바람의신 : 볼트 / 물의신 : 펠프스 / 하늘의신 : 이신바예바 / 븅* : 호시노"

"입을 다무는 법부터 배우고 야구 경기에 임하도록 하십시오. 인격이 빵점이니 야구도…"

"호시노 하는 짓 보면 김경문 감독에게 신경전 벌이고 미국과 일본과의 경기에서 치졸한 경기를 벌여 고의적으로 져 스포츠 정신과 올림픽 정신에 어긋나는 짓을 했던 나이 값도 못하는 *이다. 한국 야구팀은 일본에게 완전히 실력으로 이겼다. 호시노는 야구를 주*이로 하다 무참하게 깨졌다. 야구는 실력으로 이겨야지 *둥이로 하는 것이 아니야." (forest)

"韓國 : 日本 주말(토) 재대결 전격합의 - 日本 감독 호시노가 한국 속담에 '삼세판' 이란 말이 있다는 것을 지인으로부터 귀띔 받자마자 한판 더 붙자고 통사정을 한끝에, 결국 韓國 김경문 감독이 재대결을 허락하였다. 그 대신 만약 日本이 패하게 되면 개운하게 대마도를 韓國에 넘겨주고. 우리가 패하게 되면 아주 시원하게 일본 야구 선수단의 독도 관광을 허락해 주기로 했다는" (Rich stin)


"GG 사토, 고마워요"

MBC에서 일본전 중계방송을 하며 전문적인 해설과 감칠맛 나는 말솜씨를 선보인 허구연 해설위원의 말을 수집한 '허구연 어록'도 돌고 있다.

"역시 이승엽입니다. 저 타구는 독도를 넘겼어요. 독도를 넘어 대마도까지 갔어요." (8회말 이승엽의 투런홈런 뒤)

"아, GG 사토, 고마워요" (8회말 일본 좌익수 GG 사토가 고영민의 타구를 놓치자)

"이용규가 주저앉은 이유, 야구팬이라면 잘 아실 것입니다. 더 이상은 얘기 안 하겠습니다" (9회말 이용규가 마지막 플라이 타구를 잡고 주저앉자 - 메달 획득해서 군면제 됐다는 뜻으로 추정됨)

"들어와, 들어와 했었는데, 사실 너무 급하니까 '들어와야 합니다'라고 끝까지 말할 틈이 없습니다. 시청자 여러분들께서 좀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과거 중계방송 때 '들어와, 들어와' 했다가 언론이 반말했다고 지적한데 대해)

"확실히 잡아야 해요. 촐랑거리잖아요. (9회초 일본이 마지막 공격에 들어가자)

▲ 경기 종료 후 기쁨을 나누는 한국 선수들 ⓒ연합뉴스

감격의 울음바다 된 우커송야구장

한편 일본전이 끝나고 이승엽은 취재진 앞에서 말을 잇지 못했다. 그간의 지독한 부진에 대한 마음고생이 때문이었을까. "너무 미안해서…"라고 입을 열었지만 더 이상 나가지 못했다. 그리고 나온 말이 '후배들'이었다.

이승엽은 "4번타자인데 부진해서 너무 미안했다. 후배들한테 정말 중요한 경기인데…"라며 "이 홈런 하나로 부진을 만회한 것 같아서 너무 기쁘다"고 그간의 회한을 툴툴 털어 버렸다.

슬럼프 탓인지 표정이 좋지 않았던 이승엽은 그제서야 밝은 얼굴을 했다. 그리고는 "이와세 히토키(주니치)의 공을 내가 잘 못 때려서 직구 하나만 오기만을 기다렸다. 볼카운트 2-1에서 직구가 와 휘둘렀고 처음에는 홈런인지 잘 몰라 한참을 쳐다봤다"며 무용담을 늘어 놓았다.

그는 이어 "서울에서 합숙할 때부터 후배들과 홈런 세리머니를 어떻게 해야 할지 연구도 하는 등 좋은 분위기에서 연습했지만 정작 실전에서는 컨디션이 너무 좋지 않아 고전했었다"고 털어놨다.

한국 야구를 올림픽 결승전으로 이끈 거포는 이제 금메달을 이야기했다. 이승엽은 "경기가 끝나고 이제 '우리가 결승에 가는구나' 이런 생각 밖에 안 들다 후배들이 우는 것을 보니 나 또한 마음이 찡하다"라며 "올림픽 목표가 9전 전승으로 금메달을 따는 것이었기에 23일 결승에서도 최선을 다할 생각"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이승엽의 말대로 경기가 끝난 후 우커송야구장은 한국 선수들이 흘린 감격의 눈물이 넘쳤다. 일본의 마지막 타자 아베 신노스케의 타구를 잡고 경기 종료를 선언한 이용규(기아)는 그대로 바닥에 무릎을 꿇고 앉아 한동안 눈물을 흘렸다.

대표팀에 막판 승선해 이날 승리를 지킨 투수 윤석민(기아)도 경기가 끝나고 얼음찜질을 하면서 흐르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해 연신 얼굴을 닦았다. 20일 네덜란드전을 혼자 끝낸 투수 장원삼(히어로즈)도 얼굴을 수건으로 덮고 흐느꼈다.

하지만 이용규, 이대호(롯데), 이택근(히어로즈), 김광현(SK), 류현진(한화) 이승엽의 '후배들'은 울기보다는 생글거리는 얼굴로 기쁨을 만끽했다.
▲ 호시노 감독 ⓒ연합뉴스

고개 숙인 호시노

한국 네티즌들의 집중적인 공격 대상이었던 패장 호시노 감독은 뒤늦게나마 일본의 패배를 인정했다.

호시노 감독은 준결승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다음부터는 한국을 강한 팀이라고 불러야 할 것 같다"며 "이제부터는 한국이 우리보다 약하다는 말을 하지 말아 달라"고 말했다.

호시노는 "오늘 우리 선수들의 플레이는 나쁘지 않았다"며 "그럼에도 진 데는 물론 이유가 있다. 하지만 지금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패자는 말이 없음을 말로 얘기했다.

일본팀 코치 다부치 고이치도 "선수들 모두가 최선을 다해 열정적으로 임했지만 한국은 강팀이었다"며 "힘든 경기였다. 올림픽 정신으로 경기를 끝냈다"며 말했다.

이날 지명타자로 나선 니시오카 쓰요시는 "금메달을 예상하고 왔는데 이렇게 져버리니 처량하고 슬프다"며 "우리가 진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한국 팀은 강하지만 우리도 아직 희망이 있다"고 말했다.

호시노 감독은 끝으로 "어떻게 하던 3-4위 결정전에서 이겨 메달이라도 갖고 돌아가고 싶다"며 "그 밖에는 할 수 있는 말이 없다"고 고개를 떨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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