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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구는 슬픈 짐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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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구는 슬픈 짐승이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08/22] 김별아 작가

안녕하십니까, 박인귭니다. 우리나라 사람들. 특히 정치인들이 제일 존경하는 정치인 전국 인문, 사회계열 교수들이 뽑은 한국 정신사에 영향을 끼친 인물 10인 가운데 한명 바로 국권 상실의 민족의 등불이었던 백범 김구 선생인데요 '미실', '영영이별 영이별', '논개' 등 그동안 역사인물 소설을 주로 펴낸 김별아 작가가 이번에는 김구 선생의 일대기를 다룬 소설 '백범'을 펴냈습니다. 특히 김별아 작가는 위대한 애국자, 민족 영웅 이미지의 백범이 아닌 한 인간으로서의 백범에 대한 이야기들을 다뤘는데요. 오늘 박인규의 집중인터뷰에서는, 김별아 작가를 초대해 '백범'에 주목한 이유는 뭔지, 그녀가 그려낸 인간 김구에 대해 얘기 나눠봅니다.

오늘 박인규가 주목한 이 사람은 김별아 작갑니다. 김별아 작가는 1969년 강원도 강릉 출생으로 92년 연세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습니다. 93년 실천문학에 「닫힌 문 밖의 바람소리」를 발표하며 등단했고 2005년 장편소설 『미실』로 제1회 세계문학상을 수상했으며 소설집으로는 『꿈의 부족』, 장편소설 『내 마음의 포르노그라피』『개인적 체험』,『축구전쟁』,『영영이별 영이별』, 산문집『톨스토이처럼 죽고 싶다』,『식구-우리가 사랑하는 이상한 사람들』등이 있습니다. 최근 백범 김구 선생의 인간적인 모습을 그려낸 소설 '백범'을 출간했습니다.

박인규 : 우선 소설 백범 출간 축하드립니다.

김별아 : 감사합니다.

박인규 : 많이 나갑니까?

김별아 : 모르겠습니다.

▲ ⓒ프레시안

박인규 :
아직 두고 봐야겠지요? 저는 죄송스럽지만 아직 작품을 다 읽어보지 못하긴 했는데 제가 아는 김별아 작가는 미실이나 논개, 또는 영영이별 영이별... 주로 역사 속의 여성들을 다룬 걸로 아는데 갑자기 백범이라고 하니 좀 난데없다는 느낌을 가졌어요.

김별아 : 특별히 여성 인물들만 쓰겠다 했던 건 아니고, 지금 미실 같은 경우 고대 신라 이야기였고 영영이별 영이별이나 논개 같은 건 조선시대 이야기였는데, 그 다음 계획으로 근대를 쓸 생각을 갖고 있었어요. 그런데 근대를 쓰는 것도 근대가 워낙 광범위하니까 그 중에서 가장 기본이 되고 제일 먼저 공부하고 좀 알아야 될 부분이 독립운동사. 그 중에서도 임시정부사를 먼저 접근해보자, 하다가 어쨌든 대표적인 인물이 백범 김구 선생님이시고 그래서 쓰게 됐습니다.

박인규 : 이 소설의 후기 같은 걸 보면 백범을 아주 문제적 인물이라고 하셨는데, 그건 독립운동... 이걸 민족의 국권, 독립과 관련된 것인데, 역시 근대에서 가장 큰 문제는 민족독립과 국권회복 문제라고 보신 건가요?

김별아 : 그렇죠. 식민지 시기였고 그걸 독립운동이나 항쟁을 빼놓고 우리 근대를 얘기할 수 없으니까 가장 기본적인 거라고 생각합니다.

박인규 : 그 중에서도 가장 우리의 숙제랄까 과제를 담고 있는 인물이 백범이다

김별아 : 그렇죠. 광복 이후에도 분단되기 전까지 혼란기에 사실 백범의 행적 자체가 우리 민족의 혼란과 여러 가지 갈등을 다 담은, 그 분의 삶 자체가 사실 근대라고 할 수도 있겠지요.

박인규 : 하긴 많은 국민들이 실패한 정치가긴 합니다만 흠모하고 있고, 예를 들어 우리나라 지폐에 인물을 넣는다고 하면 김구 선생 말씀을 많이 하니까요. 어떻게 보면 근대의 과제가 민족의 독립, 국권회복이라고 볼 수 있을 텐데, 소설을 캐나다에서 쓰셨다고 하더라고요. 뭔가 제3자적 시각이랄까 먼 데서 보기 위한 거였는지 궁금하기도 하고요

김별아 : 개인적으로 일이 있어서 나가서 3년 정도 살게 됐는데, 바깥에서 보는 시각이 다른 부분도 분명 있어요. 그래서 제가 처음 갈 때도 고향이 강원도 강릉인데 작은 도시에서 대관령 안쪽에서 태어나서 언제나 저 산을 넘어서 넓은 세상으로 가보고 싶다고 어렸을 때부터 생각했고, 서울에 나와서 공부하고 살면서 한국보다 좀 더 넓은 세계로 가보자. 그런데 가서 대단히, 땅이 넓다고 해서 갑자기 마음까지 넓어지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다른 문화 속에서 우리나라 상황이나 역사를 보니 색다른 면이 있었어요 사실

박인규 : 색다르다는 걸 구체적으로 예를 들면 어떤 게 있을까요

김별아 : 조금 더 객관화해서 볼 수 있죠. 사회 속에 있을 때는 거의 용광로처럼 진짜 투 다이내믹하기 때문에 그야 말로 정신없이 몰려가는 측면이 있는데, 객관화하기 어려운. 그런데 바깥에 있으니까 인터넷 이런 걸 통해서 소식은 계속 듣지만 아무래도 즉각적 반응보다는 한 번 더 생각하거나. 그리고 자료 같은 경우도, 근현대사 자료들을 다 한국에서 가지고 가서 읽기도 했지만, 단순히 상해면 상해... 우리가 보는 지금까지 교과서적으로 배웠던 상해가 아니고 전 세계 속의 상해, 그 때의 풍경 같은 것, 그 시대의 풍경 같은 것을 공부를 폭넓게 하려고 애썼습니다.

박인규 : 언론보도 보니까 근현대사 자료가 생각보다 많지 않더라는 말씀을 하셨어요.

김별아 : 종합적이지 않다, 전체적이지 않다는 생각을. 아주 부분적으로 편중돼 있는데

박인규 : 전체적인 모습을 보일 수 있을 때까지 아직 역사 연구가 안 돼 있다

김별아 : 연구의 문제기도 하고, 중국이나 러시아가 개방되지 않은 상태에서 그 쪽의 연구가 사실 굉장히 풍부한데 거의 공부하면서 처음 들어본 이름들도 굉장히 많았거든요. 그 부분들이 개방되면서 그쪽의 연구자들이 생기고 그쪽 자료를 직접 읽으면서 공동연구가 진행되더라고요. 그래서 그런 면들은 굉장히 유의미하다, 우리가 몰랐던 새로운 자료들이 계속 발굴되고 있기 때문에 아마 앞으로도 더 다른 새로운 얘기를 더 많이 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박인규 : 물론 소설가시니까 백범의 이야기를 소설로 쓰시는 건 당연할 수도 있겠지만, 저는 이런 생각이 드는 게. 어떤 한 인물에 대해서 제대로 된 사실관계를 정립하고 난 다음에 작업이 필요한데, 그런 게 부족하다는 느낌도 들고요. 이건 개인적인 느낌이기도 한데, 굳이 백범을 소설로 써야겠다 할 때는 이른바 전기라든가 아주 딱딱한 구체적인 사실에 바탕을 둔 것과는 차이가 있겠지요? 소설이란 전략을 택할 때는 이유가 있을 거 아닙니까?

김별아 : 그렇죠. 소설이 갖는 한계도 있고 자유로움도 있고. 장르 자체가 갖는 그게 있는데 다른 것보다도 평전이나 백범일지 같은 사실적 기록과 또 다른 게, 사실 사실적인 기록, 행간에서 읽어내야 되는 부분들이 있거든요. 백범일지도 굉장히 자세한 기록이긴 하지만 그걸로 전체적인 인간 백범의 상을 그리기는 힘든 부분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여러 번 정독하면서도, 예전에 읽었을 때는 그냥 기록으로 읽었다가 소설을 쓰겠다고 다시 읽어보니 그 행간을 읽게 되더라고요. 그 속의 인간, 갈등이나 욕망, 아니면 좌절된 것들을 읽게 되니까 소설이 쓸 수 있는 얘기가 어떻게 보면 더 많다고 생각합니다.

박인규 : 김구 선생을 제대로 그려내기에는 소설이 더 편리한 장치일 수도 있다

김별아 : 인간 김구는..

박인규 : 소설을 보니까 첫장과 마지막을 빼놓고는 어떤 슬픔, 어떤 슬픔, 계속 슬픔이란 말로 쓰셨어요. 김구라는 인물을 설명하는 열쇳말이 슬픔인가보다 생각했는데, 어떤 슬픔일까요? 왜 슬픔을 키워드로 선정하셨는지도 궁금하고

김별아 : 불가에서 그런 얘길 하는데, 나와 남이 엄연히 다르다... 이런 걸 분별하는 가장 기본, 기초가 슬픔이다. 이런 얘기가 있어요. 제가 생각하기에 타인을 이해하는, 이해할 수 있는 아주 가장 기본적인 자세가 슬픔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박인규 : 대자대비라는 말이 그래서 나온 건가요?

김별아 : 그렇죠. 자비나 사랑이나 모든 종교적인 것의 근본도 사실 슬픔이고 타인에 대해 생에 대해 슬픔을 느끼는 것이고. 제가 백범 선생 자료들을 죽 읽으면서 저는 진짜 슬펐어요. 위대하다, 가열차다, 대단하다 이런 것들을 떠나서 제가 장을 구성할 때 열 개의 장이 사실은 이 분이 계속 살면서 이별한, 사람들과 동지들과 이별하고 이런 장면이거든요. 계속 자기를, 자기 삶을 희생시키면서 삶을 밀고 나가는데, 운명을 받아들이면서도 운명과 투쟁하는 인간 김구의 모습이거든요. 그래서 그 모습이 중간중간 백범일지엔 그게 드러나지 않는데 다른 임시정부 요인들의 회고록이나 이런 걸 보면 굉장히 담배를 많이 피우셨어요. 나중에 끊으셨는데, 하루에 궐련 두 통... 속상한 일이 있으면 아무한테도 말을 안 하고 하루 종일 담배만 피우고 그런 모습이라든가. 남들에게 내색하지 않으려고, 그러면서도 천진난만하고. 한편으로는 일본의 경찰이나 밀정들한테는 괴수라고 불리는 무시무시한 존재였음에도 불구하고 어린 애들 앞에서는 천진난만하게 같이 놀아주고 애들만은 김구 선생을 무서워하지 않는다

박인규 : 백범일지를 읽어본 사람들은, 명성황후 시해범인 일본의 공관을 맨손으로 때려죽이는 일화를 보면서 이 분은 진짜 열혈남아라고 생각하는데 김별아 작가가 보시기에는 그 이후 계속 독립운동을 하시면서도 마음속에 계속 슬픔을 갖고 있었다고 보시는 거군요

김별아 : 굉장히 자기 제어가 강한 분이라서, 사실은 이인이라고 나오거든요 거기도. 범인과 다른, 평범한 사람이 아닌 건 확실한데. 제가 표현하기로는 스무 살에 맨손으로 때려죽일 때는 가슴 속에 짐승이 있었다, 그런 식으로 표현했는데 이 짐승이 나중에 이 짐승을, 자기를 다스리고 조율하는 과정에서 나중에 소설의 마지막엔 다시 귀국하시는데, 실제로 정말 미군정에 의해서 개인적 자격으로 귀국하셨잖아요. 임시정부가 없는 상태로 귀국하실 때 지금까지 가족이든 동지든 모든 걸 잃고 나서 심정이 어땠을까. 그 표현을 나는 단 한 마리의 슬픈 짐승이었다. 이런 식으로 표현했죠.

박인규 : 이 소설이 김구 선생이 해방 후 귀국하시는 장면으로 시작해서 그 전 장면들을 죽 쓰시는데, 정치가로서 김구 선생을 본다면 해방이후부터 굉장히 격동의 시기였고 냉정하게 평가한다면 남북이 통일된 조국을 만들지도 못했고 남한에서 권력도 잡지 못하셨고 실패한 정치가라고 볼 수 있는데 그 부분을 다루시지 않은 건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까?

김별아 : 그 부분을 다루려면 또 다른 얘기를, 또 워낙 길어지고 다른 얘길 해야 되는데 저는 그 분을 정치가로만 보고 싶지 않고 그렇다고 실패했다고만 얘기하고 싶지 않은 게, 그 때가 굉장히 혼란기기도 했고 그 때 김구 선생의 행적은 제가 소설에 썼던 독립운동 행적과 크게 다르지 않거든요. 언제나 같은 맥락의, 정도거든요. 바른 길. 그것 말고는 거의 타협을 안 했기 때문에 결국은 좌절한 거지 저는 실패했다고 생각지 않거든요. 그 속에서 실제로 미군정에 의해 개인 자격으로 와서 또 중국이 내전 상태였잖아요 그 당시. 미국과 소련의 힘을 업은 사람들이 권력을 잡는 상태에서 남과 북에서 둘 다 중국에서 독립운동을 했던 분들은 다 숙청되거나 제거되거나, 단순히 임시정부측만 아니라 저쪽 북쪽으로 갔던 연안파들도 다 숙청을 당했거든요. 그러니까 이건 사실 어떤 국제적인 역학관계에서 희생됐다고도 할 수 있지, 그리고 이 분이 어쨌든 삼팔선 넘어서 가신 거나 이런 건 물론 굉장히 이상주의적이라고 비판받긴 했지만 실제로 아주 이상주의적이지만은 않은 게 그 분들이 다 앞으로 동란이, 전쟁이 있을 것이라는 걸 예견하셨기 때문에 어떻게든 막아보겠다고 안 되는 걸 알면서도 부딪쳤기 때문에 그 분들의 삶 자체가 계속적으로 안 되는 걸 되게 만들기 위해서 어떻게 보면 계란으로 바위를 쳐 온 삶이기 때문에 자기 삶대로 간 거죠

박인규 : 많은 분들이 이미 해방 이후부터 이승만과 김구를 많이 비교합니다. 이승만 대통령은 왕가 후손이고, 김구는 평민이었고. 성공한 정치가 실패한 정치가, 미국을 등에 업은 정치가... 많은 국민들이 백범 선생을 좋아하는데 두 분을 비교하면 어떤 것 같아요?

▲ ⓒ프레시안

김별아 :
운암장이라고 부르셨는데, 운암 이승만. 두 분의 공통점도 있어요. 두 분 다 과거 급제를 못하고 탈락한, 과거 실패자. 조선시대 마지막 과거에 낙방하셨던 분들인데, 실제로 두 분의 사이가 나쁘진 않으셨어요. 그리고 이승만 대통령도 나름대로 사형선고를 받았고 독립협회 이런 걸로... 망명한 이후 사실 임시정부 대통령으로서 탄핵을 제일 먼저 받은 우리나라 정치사상, 여러 가지 곡절이 있긴 한데 두 분 자체가 어쨌든 그 당시까지만은, 해방될 때까지는 최소한 서로 존중하는 관계였다고 생각해요. 뒤에 가서 이승만 대통령의 정치적 야망이 너무 커지니까 이 분을 견제하면서 김구 선생만 아니라 다 견제했어요. 모든 해외...

박인규 : 권력은 나눠 가질 수 없다고 하니까. 약간 다른 얘기긴 하지만 최근에 건국 60년 행사 이런 걸 하면서 8.15를 건국절로 바꾸자 이런 얘기도 나오고 하는데 그런 걸 지켜보면서 어떤 생각이 드세요?

김별아 : 말이 안 되는 이야기를 계속 하고 있기 때문에, 사실 논쟁이 될 수가 없거든요. 어떻게 건국을 60년이라고 하면. 우리 역사를 스스로 축소시킬 이유도 없고. 임시정부에서도 최초로 공화제를 세운 거 아닙니까 사실은. 물론 국권을 상실한 상태였긴 하지만 최초로 공화제를 선포한 건 굉장한 의미거든요. 왕정을 끝냈다는 건데 3.1운동의 희생과 성과에 의한 것인데 사실 거기에 더 큰 의미를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물론 망명정부지만 그 분들도 절대 건국이란 말을 쓰지 않으셨고 임시정부를 어쨌든 최초의 공화제 정부를 세우고 있다, 그것에 대한 의미를 강조하셨고. 그 기록에 뭐가 나오냐면 건국 4천년이 나와요. 단군의... 임시정부 기록에도 그런. 역사를 알면 사실 겸손해져야 되고

박인규 : 또 일각에서는 소설 백범에 대해서 백범이 민족의 영웅이고 횃불이기도 한데 인간적인 면울 부각하다 보면 약한 면 어두운 면도 볼 수 있는데 그게 김구 선생의 위인성을 훼손하는 거 아니냐는 걱정도 하시는 것 같아요.

김별아 : 저는 그런데 소설이기 때문에, 소설은 언제나 인간을 얘기하는 인간학이잖아요. 인간을 얘기하기 위해서는 빛과 그림자 다 있는 것과 같이 위대함이 부족함 때문에 어떻게 보면 더 빛난다고 생각합니다.

박인규 : 소설을 쓰시면서 백범은 왜 그렇게 살았고 왜 그렇게 죽어야 했나 하는 질문을 끊임없이 하셨다는데 소설이 나온 지금은 답변을 구하셨습니까?

김별아 : 생과 사의 문제는 언제나 물음표로 남는 것 같아요. 그 분은 어쨌든 아주 조금이라도 저는 인간적으로 조금은 이해했다고 감히 말씀드리고 싶은 게, 어쨌든 전체적 삶을 보면서 아, 그렇게밖에 살 수 없었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됐거든요. 책을 읽는 독자 분들이 그런 것에 좀 공감해 주셨으면, 그 공감을 얻을 수 있을까 궁금합니다.

박인규 : 약간 편의주의적이지만 한 마디로, 탐구하신 백범 김구는 이런 사람이었다, 한 마디로 요약할 수 있을까요?

김별아 : 마지막에 나오잖아요. 슬픈 짐승이었다.

박인규 : 예... 상당히 충격적인, 알겠습니다.
좀 개인적인 질문인데요 별아라는 이름이 본명입니까 필명입니까?

김별아 : 본명입니다.

박인규 : 부모님이 상당히 선진적이었던 것 같은데요

김별아 : 지나치게 앞서나가셔서, 어렸을 땐 괜찮았는데 나이를 먹으면서 점점 부담스러워지고 있습니다

박인규 : 마음에 안 드십니까?

김별아 : 전 너무 튀는 게 싫고요, 오해를 많이 하세요. 인터넷 소설 작가 아니냐

박인규 : 저는 별아라는 이름을 보고 혹시 오빠나 남동생이 있으면 해야, 달아

김별아 : 전혀 관련 없습니다.

박인규 : 김별아 작가도 미실, 단종비를 그린 영영이별 영이별, 논개, 역사에서 소재를 많이 찾고 계신데. 요즘 젊은 작가들도 많은 분들이 역사, 역사의 인물을 탐구대상으로 삼고 있어요. 어떻게 보면 요즘 포스트모던이다 하는데 이게 우리의 정체성을 찾기 위한 노력인지 잘 모르겠는데. 어떤 배경이 있다고 보세요?

김별아 : 정체성도.... 물론 역사를 공부하다 보면 정말 쓸 것이 많거든요. 일단 제 입장에선 해야 될 이야기가 너무 많은데 제대로 되지 않은 게 상당히 많아요. 새로 발굴해야 되고 아니면 새로 재평가해야 되는 부분이. 저 같은 경우는 그런 것에 많이 주목하고 다른 작가들도 아마 그런 작업에도 관심이 있으실 테고. 또 한편으로는 사실 우리 문학은 다른 나라 문학과 좀 다른 게 굉장히 정통적인 가치의 순문학이 강한 편이거든요. 대중문학보다

박인규 : 아직은 순문학이 강하다

김별아 : 다른 나라에 비해서도 굉장히 강하죠. 시집이 이만큼 출판되고 이런 나라가 실제로 없고. 어쨌든 순수문학의 전통이 있는데 그러다 보니 지금의 현실이 굉장히 경조부박한 현실에서 정통적인 가치, 계속적으로 문학이 탐구해온, 저는 사랑이나 죽음 이런 얘길 하고 싶은데 그것을 현대적 배경에서 쓰기에는 한계를 느끼거나, 그래서 과거에서 자꾸 그 가치를 찾게 되는 것 같습니다

박인규 : 요즘 보통 포스트모던, 탈근대, 초근대 이래가지고 요즘 젊은 사람들은 민족이니 국가니 별로 관심이 없다. 자기 개인에 더 관심이 많다고 보고 있는데 이런 역사소설이 많이 팔리는 걸 보면 다른 것 같아요. 요즘 20대들의 국가사와의 관계랄까 어떻게 보세요?

김별아 : 역사소설 독자들은 한 3,40대를 이야기하고 20대 독자들은 칙릿이라는 가벼운 장르의 소설을, 장르소설들, 판타지 이런 것들을 좋아하시는데... 우리나라가 워낙 한국사회가 양면성을 갖고 있죠. 집단주의적인 애국주의, 광기가 있고. 한편으로는 조금씩 개인주의가 강해지고. 그런데 역사성 속에서는 저는 둘 다 이해하면서도 극복해야 되는 부분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완전히 개인으로 존재하기 어려운 사회고 사실은. 그 상황도 이해해야 되고. 그렇다고 개인의 가치를, 이미 근대적인 현대적인 가치를 무시하면서 예전의 집단주의를 강조하는 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요.

박인규 : 2005년도에 미실이란 작품으로 세계문학상. 자그마치 상금이 1억이었고. 게다가 그 해에만 18만부가 팔리는 엄청난 성공을 하셨는데, 그런 작가로서의 성공이 작품활동에 영향을 미치지 않던가요?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김별아 : 영향을 미치죠. 제가 글을 써온 지 한 14년 됐는데 그 전까지는 굉장히 외롭게 작업했었는데, 그게 한편으론 굉장히 자유로운 작업이거든요. 계속 공부를 할 수 있었고 어디 불려다니거나 주목받지 않고 특별히 좌우되지 않고 혼자만의 작업을 계속 했었는데 그 이후 조금 부담스러워진 부분은 있어요. 그런데 발터 벤야민이 그런 얘길 했는데, 전근대적 이야기꾼과 근대의 소설가가 다른 점은 고독이다.

박인규 : 고독할 수밖에 없다

▲ ⓒ프레시안

김별아 :
고독해야 되고 고독할 수밖에 없다

박인규 : 신라에서 조선에서 근대까지 넘어왔는데, 앞으로 작품계획은 근대의 백범 말고 어떤 분을 구상하고 계신지 밝혀주실 수 있나요?

김별아 : 지금 공부하고 있는 건 근대를 한 두 편 정도 더 쓸 생각인데, 다음 작품은 그런데 아나키스트 얘기를 쓰려고 아나키즘을 열심히 공부하고 있습니다.

박인규 : 언제쯤 나옵니까?

김별아 : 아직 안 썼습니다. 그리고 근대를 한 편 더... 태평양전쟁 얘기를 하나 쓰고 나서 계획대로 될지는 모르지만. 그리고 사실 조선시대 얘기를 쓸 게 있었거든요. 한 4편, 장편 연작을 한 다음에 아이가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조금 규모가 큰 걸 도전해볼 수 있지 않을까, 지금은 꿈꾸고 있습니다.

박인규 : 쓰실 게 많아서 좋으시겠습니다. 김별아 작가 팬들도 굉장히 많은 걸로 알고 있는데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해주시고 싶은 말씀 해주시죠.

김별아 : 지금까지 저는 제 길만 계속 걷는다고 생각하고 다른 팬들, 독자 분들에게 별로 친절한 작가가 솔직히 아니었고요. 그런데 보이지 않는 많은 독자들의 힘과 그 분들의 지지로 어쨌든 고독한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열심히 쓰겠습니다. 더 드릴 말씀이 없네요.

박인규 : 좋은 작품 쓰는 게 독자한테 친절한 최선의 길 아닌가요? 아무튼 기대해 보겠습니다.

김별아 : 고맙습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 오늘은 최근 소설 '백범'을 출간한 김별아 작가를 초대해 '백범'에 주목한 이유는 뭔지 그녀가 그려낸 인간 김구에 대해 얘기 나눴습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는 매주 월-금요일 오후 2시30분부터 3시까지 KBS 1라디오97.3MHz)에서 방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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