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胃(위)/畜(축)/雷(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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胃(위)/畜(축)/雷(뢰)

[한자가 그렇게 만들어졌다고?] <66>

지난 회에 다룬 由(유)는 여러 글자에 발음기호로 들어가 있다. 그러나 그 파생자들의 발음은 조금씩 다르다. 油(유)처럼 由의 발음이 그대로 보존된 경우도 있지만, 宙(주)·抽(추)·袖(수)·笛(적)·軸(축) 등 가지가지다. 초성이 ㅅ/ㅈ/ㅊ이나 由와 마찬가지로 음가가 없어진 경우도 있고, 받침은 없거나 ㄱ 받침이 튀어나오기도 했다. 모두 한자 발음에서 흔한 변화의 범위내에 있다.

그런데 이런 범위의 확인은 글자 모양까지 변해버린 由 계통 글자들을 찾는 실마리가 된다.
우리 몸속의 '밥통'을 뜻하는 胃(위)는 아랫부분이 肉(육)의 변형인 月으로 의미 요소고 윗부분은 밥통의 상형이라고 한다(<그림 1>). 田(전)자의 네 칸마다 점을 찍어 놓은 모습인데, 밥통(囗) 안에 쌀(米)이 들어 있는 모습이라는 것이다. 상형도 아니고 회의도 아닌 어정쩡한 설명이다.

지금 글자꼴에도 네 점이 없으니 이는 장식 요소로 들어간 것으로 볼 수 있는데, 그 경우 田은 由의 변형으로 볼 수 있다. '유'와 '위'의 발음이 매우 비슷한 것이다. 또 由는 囟(신)과 같은 글자였다는 얘기를 했는데, 細(세)·思(사)의 경우에도 田이 囟의 변형이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胃는 의미 요소 月=肉과 발음기호 田=由를 합친 형성자가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볼 경우 문제가 하나 생긴다. 冑(주)라는 글자와 구성이 같아지는 것이다. 冑는 같은 모양을 놓고 '맏아들 주'와 '투구 주'의 두 가지로 읽는 글자다. '투구'의 경우 아랫부분이 '덮다'의 뜻인 冃(모)였는데 月로 바뀌고 '맏아들'은 肉이 月로 바뀌어 모양이 같아졌지만 원래는 별개의 글자라고 한다.

이런 설명의 신빙성도 문제긴 하지만, 이를 그대로 인정하더라도 '맏아들 주'와 '밥통 위'는 구성 요소가 같아져 버린다. '맏아들'이라는 뜻의 글자에 肉을 의미 요소로 썼다는 얘기가 부자연스러우니, '맏아들 주'는 '밥통 위'를 가차해 쓰다가 모양을 달리해 별개의 글자가 됐다고 볼 수 있다. '투구 주' 역시 冃가 애매한 글자여서 胃자를 가차해 쓰다가 독립된 글자로 인식됐을 가능성이 높다.

畜(축)은 위아래 두 요소 모두에 대해 억측들이 많은 글자다(<그림 2>). 田을 '농지'로 보고 玄(현)을 '실'인 糸(멱)의 변형으로 보아 먹을 것(田)과 입을 것(糸)을 충분히 비축했음을 나타냈다고도 하고, 田 부분에 <그림 1>에서처럼 점이 찍힌 모양이 있음에 주목해 자루로 쓰던 짐승의 밥통에 물건을 담아 놓은 데서 '모아두다'의 뜻이 나왔다고도 한다. 창자와 밥통의 모습을 그렸다거나, 짐승의 머리에 끈을 매달아 놓은 모습이라는 얘기도 있고, 농사일(田)을 부지런히 해서 저축을 불린다(玄=茲)는 뜻이라고도 한다.

그러나 由의 파생자 軸과 발음이 일치하는 점을 생각하면 田 부분은 발음기호 由의 변형이다. 玄 부분은 '무성하다'인 茲(자)로 나타나는 경우도 있어, '쌓다'라는 의미가 거기서 나온 것으로 생각해볼 수 있다.

雷(뢰)는 <그림 3>처럼 雨(우) 밑에 田자를 세 개 또는 네 개 이어 놓은 모습이 많다. 의미 요소랄 수 있는 윗부분 雨가 없는 경우도 많아 아랫부분이 본래자라고 한다. <그림 4> 같은 갑골문을 근거로 해서 번개의 모습인 申(신)의 옛 형태에 우레소리를 의미하는 두 개의 口(구)를 합친 글자라고 한다.

그런데 田을 셋 합친 모습은 畾(뢰)라는 글자다. 雷의 옛 모습이 바로 靁다. 따라서 雷는 雨가 의미, 畾가 발음인 형성자로 볼 수 있다. 畾는 '밭갈피'의 뜻이라고 하지만 허구의 글자가 아닐까 생각되고, 壘(루)·儡(뢰) 같은 글자의 발음기호로나 낯이 익다. 雷=靁에서도 마찬가지고, 발음상 畾는 田=由를 셋 합친 것으로 보인다. 由 하나만으로도 발음기호가 될 수 있는데, 이를 셋 또는 넷 겹친 것은 장식적인 필요에 의한 것이지 글자를 겹쳤다고 해서 별개의 글자가 됐던 것은 아닌 듯하다.

累(루) 역시 윗부분 田이 畾로 된 글자꼴이 간략해진 것이어서 雷와 마찬가지 사정이다. 田=由가 발음, 糸이 의미 요소여서 '겹쳐 묶다'의 뜻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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