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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과 근성을 가지고 능력을 키워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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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열정과 근성을 가지고 능력을 키워가라"

박인규의 집중인터뷰[08/20] 국립과학수사연구소 정희선 신임 소장

안녕하십니까, 박인규입니다. 최근 과학 수사를 소재로 한 미국 드라마가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면서 'CSI 효과'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습니다. 드라마 속에서 수사대는 각종 최첨단 과학 기술로 미궁에 빠진 범죄수사의 실마리를 찾아가는데요. 국내에서도 최근 수년 간 눈부시게 발전한 과학수사가 각종 범죄사건을 해결하는 모습이
속속 확인되고 있습니다. 그 중심기관이 바로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인데요 그런데 지난 달 국립과학수사연구소 53년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소장이 탄생해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 오늘은 국과수의 새로운 수장이 된 정희선 신임 소장을 초대해 국과수의 현 주소와 풀어야 할 과제들에 대해 얘기 나눠 봅니다.

오늘, 박인규가 주목한 사람은 국립과학수사연구소 정희선 신임 소장입니다. 정희선 소장은 1955년생으로 숙명여대 약학과를 졸업하고 1978년 국과수에 입사한 이래 약 독물과장, 마약분석과장, 법과학부장을 거치며 줄곧 30년을 국과수에서 보냈습니다. 약독물, 마약 분석 분야의 새로운 감정기법을 개발해 관련특허 4개를 보유하고 있으며 지난해에는 과학기술부가 수여하는 '제7회 올해의 여성 과학기술자상'을 받았습니다. 지난 6월 국제 법 독성학회 사무총장에 선임됐으며 지난 7월 11일, 제11대 국립과학수사연구소 소장에 취임됐습니다.

박인규 : 안녕하십니까?

정희선 : 안녕하십니까?

박인규 : 네, 좀 늦었지만 축하드립니다.

정희선 : 네. 감사합니다.

▲ ⓒ프레시안

박인규 :
국립과학 수사연구소 53년 역사상 최초의 여성 소장이라고 하는데요? 무엇보다도 30년 동안 계속 국과수에서 한 우물을 파신 분인데, 톱의 자리에 올라가니까 좀 어떠시던가요? 안 보이던 것이 좀 보이시던가요?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특징이라든가 문제점이라든가…….

정희선 : 네, 30년 동안 있으면서 사실은 저는 맨 아래부터 제일 위까지 올라오는 이런 과정이 쭉 됐었는데. 제가 소장이 되기 전 쯤에는 아, 우리 직원들하고 직원들의 애로점을 잘 좀 이해하고 직원들이 원하는 것을 좀 들어주면 참 좋겠다. 그런 생각을 쭉 하고 있었는데 소장이 되고서 보니까 연구소가 정말 발전하는 지원을 받아 발전하는 게 어떻게 보면 직원들을 해주는 일이 되겠다. 도와주는 일이 되겠다는 생각을 더 하게 됐습니다.

박인규 : 연구소의 어떤 예산이라든가 이런 것들을 확충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정희선 : 네. 그런 쪽이 훨씬 더 중요하다는 느낌을 받고 있습니다.

박인규 : 지금 국과수의 직원이 몇 명이고 1년의 예산이 얼마나 됩니까?

정희선 : 지금 전체 저희 직원이 284명으로 되어 있고요. 예산은 한 260억 정도 됩니다. 그런데 260억 중에서 인건비가 한 60%가 되니까. 저희 사업예산으로 100억 정도 된다고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박인규 : 국과수의 현주소에 대해서는 조금 더 나중에 여쭤보기로 하고 우선 여성으로 소장이 되니까 주변에서 반응들이 어떻습니까?

정희선 : 네, 일단은 제가 소장되기 전에도 어떤 분들을 만나서 인사를 하면 아니, 국립과학 수사연구소에도 여성분이 계세요? 이렇게 많이 놀라셨거든요.

박인규 : 일단 범죄랑 관련 됐다고 생각하니까.

정희선 : 네, 그리고 보통 남성 중심의 연구소라고 생각을 하는데 여성이 있다는 것에 대해서 좀 깜짝 놀라시는데. 뭐, 소장이 되니까 더 많이 놀라시는 것 같습니다. 더 많이. 그러데 여성으로 소장이 되니까 또 굉장히 장점도 많은 것 같아요. 이렇게 많은 분들이 아, 여성이 소장이 됐으니까 연구소를 좀 더 한 번 더 생각해 봐 주시니까 그런 면에서 저는 굉장히 큰 장점이라고 지금 생각하고 있습니다.

박인규 : 혹시 국과수에 처음 입사하셨을 때는 국과수 내에 여성 직원이 한 명도 없었던 것 아닙니까?

정희선 : 그렇지는 않았고요, 그 당시에는 두 분이 계셨는데. 그 당시에는 결혼을 하면 거의 다니지 않는 그런 분위기였죠. 그래서 제가 입사하던 당시에 면접을 볼 때 3년은 좀 있어달라고 제가 부탁을 받았습니다. 그 당시에 보니까 3년은 있을 것 같고, 제가 워낙 또 연구소에 매력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3년은 있을 것 같다고 얘기를 했습니다. 그런데 그 3년이 지금 10배가 돼서 30년을 있었습니다.

박인규 : 지금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여성인력들이 많이 있습니까?

정희선 : 현재는 그래도 많이 증가가 돼서 한 20%-25% 정도 사이가 되고 한 50명 정도 저희 인원이 돼 있습니다.

박인규 : 상당히 많이 있군요. 여성들도 국과수에서 굉장히 역할을 많이 한다. 이렇게 볼 수 있겠네요?

정희선 : 어우, 그럼요. 저희 부검하는 쪽에서도 여성 의사 선생님이 한 분이 계시고요. 그런데 약간 분야마다 차이는 있습니다. 그러니까 어떤 분야에는 여성이 하나도 없는 분야가 있는데 거기 같은 경우엔 화재조사를 간다든가, 교통사고 원인규명을 한다든가 하는 그런 파트엔 여성이 없고. 그런 반면에 마약, 이런 실험 하는 데는 여성이 많고. 좀 그런 차이는 있습니다.

박인규 : 그건 왜 그렇죠?

정희선 : 아무래도 여성이 할 수 있는 일에 그런 좀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마약 쪽은 약간 좀 섬세한 그런 게 맞으니까 여성들이 많이 있고, 교통사고 원인하면 차를 속을 가서 봐야 되고 그러니까 그런 게 좀 어렵고요.

박인규 : 뭔가 좀 근력을 이용하고 험한 일에는 좀 안 좋군요.

정희선 : 네, 네. 그렇다고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박인규 : 자, 지금 이제 새로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소장이 되셔서 말하자면 국립과학수사연구소를 좀 더욱 발전시켜야 될 그런 입장에 계신 건데 어떻습니까? 지금 전체적으로 봤을 때 국립과학 수사연구소의 연구 수준이나 감식수준 이런 것들을 비교했을 때 예를 들면 어떤 부분은 세계적이지만 어떤 분야는 모자란다든가 그런 비교가 가능할까요?

정희선 : 네, 일단은 아주 쉽게 얘기를 드리면, 2006년도 있었던 서래마을 사건을 한 번 잠깐 생각해 보시면 서래마을 사건 때 프랑스가 처음에는 우리의 유전자 감식 결과를 인정하지 않았지만 그렇지만 우리의 유전자 감식하는 수준이 세계적인 수준이거든요. 똑같은 시료를 갖고 프랑스에서 3개 연구소에서 했는데 똑같은 결과가 나왔거든요. 그러면 인정을 안 할 수가 없죠. 그래서 그 정도로 봐도 유전자 쪽의 세계적인 수준은 틀림없이 인정이 되고요. 또 한 분야가 제가 자랑을 할 수 있는 게 마약 분야를 얘기를 드릴 수가 있겠습니다. 마약 쪽에서는 저희가 유엔에서 마약통제 본부라는 데가 있는데, 거기에서 세계에서 한 10개 시험기관을 이런 실험을 잘한다고 그래서 기준 실험실로 정하고 있습니다. 거기에 기준이 돼서 다른 실험실 실험한 것을 연결을 하는데 그 기준 실험실 중에서 하나가 저희 연구솝니다.

박인규 : 그 기준 실험실이 전 세계에 몇 군데나 있습니까?

정희선 : 한 10군데 정도 인정을 보통 하고 있습니다.

박인규 : 그러니까 톱10 안에 든다.

정희선 : 그렇죠. 네, 그러니까 그게 기준이 돼서 다른 실험을 한 것을 어떻게 됐나, 잘 했나, 못 했나 이렇게 측정을 하는 거거든요. 그래서 그런 면으로 본다면 세계적인 수준이라고 얘기 드릴 수가 있고요. 그런 반면에 지금 중요한 것이 뭐냐면 세계적으로 범죄가 계속 변화가 생기죠. 변화가 생기니까 어떤 분야는 우리가 지금 아직 시작을 못했는데 다른 분야는 또 세계적으로 앞서가는 분야들이 있거든요. 그런 분야들 따라가는 것은 조금 노력이 필요하다고 얘기드릴 수 있겠습니다.

박인규 : 말하자면 첨단화, 지능화 돼 가고 있는데 신종 수법에 대한 대처. 구체적으로 어디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정희선 : 제가 제일 얘기하고 싶은 것은 컴퓨터를 이용하는 것 하고, 그 다음에 모바일 폰, 전화기를 이용하는 그런 범죄들에 대한 게 저희가 아직은 좀 약한 편이거든요. 그래서 그런 쪽이 또 많은 투자가 필요한 그런 분야가 되겠습니다.

박인규 : 이제 소장이 되셨으니까 물론 소장으로써 이제 새로운 기법 개발 이런 것 보다는 연구소 직원들이 잘 일할 수 있도록 관련 예산이라든가 인력을 확보하는 것이 제일 중요할 거라는 생각이 드는데. 제가 전임 이원태 소장 오셨을 때 그 때 여쭤보니까 법의사라고 그럽니까? 부검 하시는 분들, 그런 분들이 굉장히 적고 갈수록 지원하는 분들이 없어서 힘들다. 그렇게 말씀하시던데 어떻습니까?

정희선 : 그건 지금도 마찬가집니다. 그래서 법의관이라고 저희가 얘기를 드리는데요. 의사 선생님들이 보통 병리학에서 전문의까지 따고 연구소를 들어오십니다. 그러니까 그런 인력들이 지금 전체적으로 모자란다는 것이거든요. 국내에. 그리고 아무래도 저희가 공무원이니까. 공무원 월급이라는 게 외부의 월급만큼 그렇게 줄 수는 없으니까. 일단은 그런 보수 면에서 굉장히 차이가 좀 나고요. 그래서 지금도 여전히 의사선생님들을 모시긴 어려움이 있어서 그런 어려움을 타개하는 책으로 저희가 지금 하는 게 관학 클러스터라고 해서 대학에서 부검을 좀 하실 수 있는 그런 제도를 고려대학교, 가톨릭 의과대학에서 이런 곳에서 지금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박인규 : 시작을 하셨습니까?

정희선 : 네, 시작을 했습니다.

박인규 : 계속 그렇게 말씀 하실 때는 그래도 법의사가 적어서 일하기가 힘들다. 이렇게 말씀을 하셔야 좀 높은 데 계신 분들도 좀…….

정희선 : 아유, 그러니까 모자라는 것은 지금 틀림없이 모자라는 것이라. 사실은 저희가 모자라는 인원을 어떻게 하면 충원할 수 있을까……. 계속 요즘도 공고는 나오는데 응모하는 분이 안 계셔서 어렵고요. 제가 보기엔 필요한 게 의사선생님들의 그런 보수 같은 것을 좀 현실화 해 주시는 게 참 중요한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사명감으로 일하는 시대는 이제 지나지 않았나 싶고요. 사명감이 있는 분들한테 또 보수를 그 만큼 해주신다면 정말 그 분들이 행복하게 일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박인규 : 또 하나 여쭤보고 싶은 건 지금 우리나라 인구대비 국과수의 스탶이 284명이라고 말씀 하셨는데 예를 들면 미국이나 일본, 아니면 우리나라하고 비슷한 다른 나라에 비해 상당히 적다고 그래요?

정희선 : 굉장히 적죠. 지금도 유전자 쪽을 한 번 비교를 하게 되면요. 전체 인원수의 유전자 분석하는 인원을 비교해서 보면 영국 같은 경우는 10만 명 분의 1명, 미국은 20만 명의 1명, 그런데 저희는 160만 명 인구 중의 1명이 되고 있거든요. 그렇다면 사실은 그건 인원이 늘어야 된다는 것이거든요. 전체 인구에 비해서 이런 과학자들의 수도 어느 정도 맞춰줘야 되지. 그게 너무 차이가 나기 때문에 저희가 정말 사명감만 갖고 일하기에는 조금 어려움이 있습니다.

박인규 : 혹시 그런 부분과 관련해서 물론 각 정부 기관마다 다 나름대로 인력이나 예산이 필요한 사정이 있겠지만 그런 부분에 관해서 정부쪽에 건의하시거나 그런 적이 있습니까?

정희선 : 네, 저희가 늘 인원 애기 말씀 드리고. 인원이 정말 부족하고 저희가 인원이 충원이 된다면 정말 더 잘할 수 있다는 것을 항상 말씀드리고 있습니다.

박인규 : 현재 국과수에 1년 동안 들어오는 감정 의뢰 건수가 어느 정돕니까?

정희선 : 저희가 한 20만 건 됩니다.

박인규 : 아유, 굉장히 많군요.

정희선 : 그러니까 20만 건 되는데. 그것을 어떻게 비교해 보시면 쉽게 어떤 변화가 있었냐면 95년까지는 한 5만 건 정도였습니다. 한 10년 사이에 4배가 증가를 했거든요. 굉장히 많은 그 숫자가 증가 했으니까 그 증가한 만큼 인원이 좀 충원이 되면 되는데 인원은 사실 그렇게 많이 충원이 되질 않았습니다. 그래서 인원에 대한 어려움이 좀 있습니다.

박인규 : 수요는 늘어나고 있는데 공급은 줄어들고 있다?

▲ ⓒ프레시안

정희선 :
수요가 굉장히 늘어나고 있죠.

박인규 : 요즘 사실은 젊은이들 사이에서 과학수사에 대한 관심이 굉장히 많아요. 그 이유 중의 하나가 CSI인가 하는 미국 드라만데. 그것 좀 보십니까?

정희선 : 네 저도 가끔 보고 있습니다. 미국의 어쨌든 저희랑 같은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제가 보면서 가끔은 재밌다고도 느끼고 가끔은 아, 저럴 수도 있구나, 가끔은 아, 저건 말이 안 돼. 이런 생각을 하면서 보고 있습니다.

박인규 : 실제로 국과수에서 관련된 일을 하셨으니까 지금 말씀 하신 것 중에 저건 그럴 수 있겠구나, 이건 실제 현장과는 너무 다른 얘기다. 어떤 게 있습니까?

정희선 : 지난 번 에피소드를 하나를 보니까 곤충이 시체만을 먹는 곤충이 있다고 그래서 시체만을 먹는 곤충을 가져와서 곤충한테서 유전자를 분석해서 사람의 유전자하고 곤충의 유전자를 분리해서 이 곤충이 진짜로 죽은 시체를 먹었다. 이런 것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아……. 그래, 저건 말이 좀 되겠구나. 하는 그런 생각을 했고요. 또 어떤 사람이 죽어 있는데 그 사람의 머리에 밀가루가 묻어 있는데 그 밀가루를 이렇게 해 보더니 아, 이 밀가루는 피자가게의 밀가루다. 이런 식의 얘기를 하는데 그건 좀 시간이 많이 필요하거든요. 그래서 그렇게 쉽게 되진 않겠구나. 그런 생각을 했었죠.

박인규 : 정희선 소장님 같은 경우에는 마약 분야에서 상당히 새로운 기법을 개발하신 걸로 알고 있는데요, 어떻게 해서 마약 쪽으로 연구하시게 된 겁니까?

정희선 : 처음에는 마약이 우리나라가 80년 대 중반까지만 해도 만들어서 파는 게 주였거든요.

박인규 : 우리나라가 공장이었군요.

정희선 : 그렇죠. 우리나라가 주로 공장이어서 일본에 많이 밀수출을 하는 그런 과정이었기 때문에, 처음에는 먹는 사람들은 거의 없었거든요. 밀수출하는 게 주였는데, 그 당시에 보니까 미국 같은 경우에는 그렇지가 않고, 마약 먹는 사람들이 많아서 먹은 사람들은 어떻게 먹었는지 안 먹었는지 확인하는 방법이 필요하다는 얘기를 계속 들었어요. 그래서 처음에 저희가 시도한 게 소변 검사를 시작해보자. 그래서 쥐한테 약물을 투여해가면서 그 실험법을 계속 만들어놨죠. 그랬더니 86년, 87년이 되면서 우리나라에서도 마약 먹는 사람들이 나타나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그 사람들 소변을 가지고 실험을 하는 방법을 만들었죠. 굉장히 효과적으로 쓰였고. 그러면서 소변 검사에는 한계가 좀 있어요. 그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 먹은 지 오래된 사람한테서도 먹었나 안 먹었나 확인하는 게 모발 검사거든요. 소변검사는 먹고 나서 1주일이 지나면 안 나와요. 배설이 안 되거든요. 배설이 돼야 검출을 할 텐데 안 나오니까. 그런데 모발 같은 경우는 한 달 에 1cm가 나거든요. 6개월 전에 약물을 먹었다, 그러면 6cm 쯤에 남아 있는 게 되거든요. 그래서 굉장히 정확하고 시기를 알 수가 있거든요. 오래 전에 복용을 했다는 것을. 그래서 그 시험법을 93년에 만들어서 아주 히트를 했었죠.

박인규 : 우리나라에서만 만든 겁니까?

정희선 : 워낙 다른 나라도 하는데, 특히 우리나라는 히로뽕이라는 메스암페타민이 주로 남용되는데, 다른 나라는 또 그렇진 않거든요. 나라마다 다 남용되는 약물의 특징이 달라요. 그래서 우리나라 방법에 의해서 우리가 개발을 한 게 되는 거죠.

박인규 : 관련 특허도 갖고 계시다면서요?

정희선 : 특허는 그게 아니라 톨루엔이라고 해서 애들이 왜 약물 남용, 본드 먹는다고 하죠. 본드 흡입하는 애들. 본드 흡입 했나 안 했나를 보통 혈액을 갖고 실험을 했었어요. 혈액 채취 하기는 좀 어렵고 하니까, 그러지 말고 소변으로 채취해서 하는 방법으로 개발을 해보자. 그걸 개발한 거죠. 그 다음에 현장에서 바로 실험할 수 있는 키트를 만든 게 특허가 된 거거든요.

박인규 : 정희선 소장이 처음에 국과수에 입사하셨을 때는 그 당시에는 부정식품에 대한 조사가 많았다고 해요. 그런 다음에 마약으로 갔고. 요즘은 어떻습니까. 범죄의 양상 같은 게 있습니까?

정희선 : 굉장히 변화가 크죠. 처음에 제가 들어가기 전까지는 총기사고도 많았다고 하거든요. 그 당시엔 총기사고도 많았고. 그 다음에 마약 쪽이 한참 그러고. 그 다음에 변화가 된 게 유전자에 대한 요구가 굉장히 커지죠. 굉장히 커지고, 최근에 들어서는 CCTV에 찍힌 모습들을 잘 보이게 하는 이넨스 시키는 영상분석에 대한 수요가 굉장히 늘고 있거든요.

박인규 : 외국 영화를 보면 저기를 잡아, 80도로, 90도로 돌려봐, 그런 것도 하는 겁니까?

정희선 : 그렇죠. 지나가는 차를 봤는데 번호판이 희미해서 잘 안 보인다. 그러면 그걸 잘 보이게 하는 거죠. 요즘은 많이 향상됐어요.

박인규 : 영화에서만 하는 게 아니라 국과수에서도 하는군요. 또 어떤 게 있습니까?

정희선 : 요즘에 저희가 아주 잘 하는 것 중의 하나가 교통사고 났는데, 교통사고에서 횡단보도를 건너가는 사람이, 보통 횡당보도에서 사고가 났는지 횡당보도 밖에서 났는지 굉장히 중요하죠. 그럴 때 저희가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게, 그때 차가 달려온 속도, 사람이 넘어져있는 장소, 이런 걸 전부 다 집어넣어서 시뮬레이션을 해서 이때 어디에서 차하고 부딪쳤겠다. 그런 걸 저희가 하고 있습니다. 그것도 굉장히 획기적인 발전으로 돼 있습니다.

박인규 : 아까 말씀하셨는데 컴퓨터를 이용한 수사로군요. 30년 동안 국과수에 계시면서 여러 가지 첨단기법도 개발하시고, 사건도 해결하셨을 텐데,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이라든가, 이거는 정말 내가 법과학자로서 자랑할 만한 사건이다, 이런 게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정희선 : 일단 제일 기억에 남는 건 아주 오랫동안 고생 많이 한 게 기억에 남는 것 같습니다. 못 찾아서 했던 게. 혹시 기억하실지 모르겠는데, 유명한 가수가 돌아가셨을 땐데,

박인규 : 의문의 변사라고 해서 굉장히 관심이 많았죠.

정희선 : 관심이 많았죠. 그 팔뚝에 주사 바늘 자국이 있었기 때문에 저희는 쉽게 마약 쪽이라고 생각을 했죠. 그래서 마약에 속하는 약물이 300가지 정도가 있어요. 그런데 저희 같은 전문가가 보니까 300가지 정도는 하루 이틀이면 확인할 수 있어야 되거든요. 쉽게 접근 하겠다고 했는데, 모르겠는 거예요. 찾지 못해서. 그래서 정말 며칠을 고생을 했는데, 분명히 뭐가 있는데 못 찾으니까. 그때 정말 열흘 이상 고생을 했죠. 고생을 했는데, 밤에 꿈에 나타나고, 그 다음 날 제가 출근을 해서 저희 직원한테 꿈에 나타났다고 했더니, 우리 직원 꿈에는 내가 나타나서 왜 못 찾느냐고, 그럴 정도로 그렇게 많이 스트레스를 받았거든요. 그러다가 그걸 3만 종류 화합물, 7만, 10만 이러다가 한 13만 화합물을 봤는데, 비슷한 게 딱 나오는 거예요. 그래서 찾아봤더니 동물 마취약이에요. 동물한테 쓰는 마취약이라 사람한테 쓰이지 않기 때문에 찾기 어려웠던 것 같아요.

박인규 : 동물 마취약을 본인 의사 자의로?

정희선 : 그때 또 그걸 팔았던 수의사가 있었죠. 그래서 사건이 굉장히 쉽게 해결되나 했는데, 그렇지 않았고. 저로 봐서는 굉장히 인상적이었던.

박인규 : 적어도 사인이 동물 마취약이라는 걸 밝혀냈군요.

정희선 : 밝혀냈고, 제가 뭔지 몰랐던 그걸 찾았다는 거. 그런 힘 때문에 제가 한 30년을 여기에 있었던 힘이 된 거죠.

박인규 : 13만 개를 체크를 해서. 얼마나 걸리셨어요?

정희선 : 그때 뭐, 밤낮없이 저 혼자만 한 게 아니라 직원까지 해서 한 열흘 걸렸던 것 같아요.

박인규 : 그럴 때 법과학자로서의 성취감 같은 것이…….

정희선 : 아, 기쁨이 굉장하죠. 그걸로 인해서 저희 연구소 들어오는 증거물들이 항상 새롭죠. 늘 똑같은 게 아니고 그걸 찾아갔을 때 모르는 물질을 찾았을 때, 그때 보람이 정말 있습니다.

박인규 : 박인규의 집중 인터뷰 오늘은 국립과학수사연구소 정희선 신임 소장과 함께 과학 수사의 중요성과 국과수의 역할, 그리고 향후 과제에 대해 얘기 나누고 있습니다.
지금부터는 정 소장님 개인적인 이력에 관해서 여쭤볼까 합니다. 약대는 여성들이 많이 가는데, 약대 나오면 보통 약국에 가든가, 병원에 가든가, 제약회사 연구소에 가는데, 그 당시에, 30년 전에, 어떻게 국과수에 가실 생각을 하셨어요?

정희선 : 제가 대학 3학년 때, 저희 전임연구소장님이 저희 학교에 오셔서 한번 연구소에 대한 강연을 해주셨는데, 굉장히 매력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렇게 증거물 채취해 갖고 와서 그걸 찾아서 범죄를 해결 한다. 그게 굉장히 매력적이라는 생각만 했고, 대학을 졸업하면서 공부를 하고 싶어서 연구소를 찾았는데 연구소에 자리가 있다고 해서, 아, 여기 당연히 와야겠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박인규 : 원래 탐정 소설 이런 걸 좋아하셨나 보죠?

정희선 : 그런 건 아닌데, 아주 매력적이었습니다. 소장님 말씀 듣는 순간에 아, 저런 데가 있구나,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박인규 : 아까 말씀하신 것처럼 여성이 하더라도, 국과수에서 여성에게 적합한 일이 따로 있다면서요? 어떤 게 있습니까?

정희선 : 예를 들어서, 만약에 기계를 전공한 여성분이 교통사고 원인을 찾는 데 가 계시다면 굉장히 어려울 수 있거든요. 아무래도 무거운 걸 들어야 되고, 차 밑에도 들어가야 되고. 그런데 저 같은 경우에는 마약이라든가 약동물이라든가 이런 분야를 했기 때문에 그렇게 어려움은 느끼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박인규 : 이번에 국과수 소장되시기 전에 6월에, 국제 법독성학회 사무총장이 되셨다고 하셨는데, 이게 좀 간단치 않은 일이라고 해요?

정희선 : 네. 일단 제가 2002년부터, 법독성학회라는 게 세계에 1400명 회원을 갖고 있는 학회가 되겠습니다. 주로 저희 연구소 같은 기관, 미국에는 FBI라든가, 그런 기관에 있는 분들이 주로 같이 학회 활동을 하는데, 아시아에서는 집행 위원으로 들어간 적이 없었습니다. 제가 아시아 대표에서 집행위원이 됐고. 그 다음에 이번에는 사무총장을 맡아 달라고 부탁을 했고, 그래서 선거를 해서 됐습니다.

박인규 : 일본이나 호주, 중국, 이런 데도 있는데, 그렇다면 거기보다 우리가 앞서간다고 봐야 될까요?

정희선 : 제가 보기에는 학회 활동은 중요한 게 가서 열심히 발표를 해야 되고, 여러 분들한테 인정을 받아야 되고, 그런 게 있는데, 일본 분들이 조금 수줍어하시는 편이라. 일본이 사실은 학회 회원이 제일 많습니다. 100명 가깝게 되는데, 거기에서는 핵심 거기에 들어가 보지 못했고, 그런 반면에 저는 열심히 활동을 했기 때문에 인정을 받고, 그렇습니다.

박인규 : 상당히 중요한, 구체적인 학회 사무총장과 국과수 소장 일을 둘 다 하시려면 굉장히 바쁘실 것 같은데요?

정희선 : 굉장히 어렵습니다. 그래서 요즘 학회 일은 엑스트라로 돼서 업무 이외에 남아서 일을 좀 하고 그렇습니다.

박인규 : 이제 국과수 소장이 되신 지가, 한 달 남 짓 됐는데, 3년 동안 임기시죠?

정희선 : 네.

박인규 : 앞으로 내가 3년 동안 국과수는 이렇게 만들고 싶다, 어떻게 말할 수 있을까요?

정희선 : 제가 3년 동안 제가 할 수 있는 것을 그렇게 하진 못할 것 같고요, 제가 지금 생각하는 것은, 저는 기초를 마련하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생각하는 것은 저희 연구소 직원 한 명 한 명이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는 과학자 한 분 한 분이 될 수 있게 제가 거기에 기초가 되겠다. 구체적으로는 저희 직원 한 명 한 명이 적어도 1년에 한 번 정도는 국제학회에 가서 자기가 1년 동안 연구한 것, 1년 동안 감정한 것을 발표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는데 제가 보탬이 되겠다는 그런 걸 갖고 있고요, 그런 반면에 우리 연구소는 어느 정도가 돼야 되겠는가에 대해서는 제 생각에 월드 클래스, 세계적인 수준의 그런 연구소가 돼야겠다는 거거든요. 그렇게 되려면 아무래도 필요한 게 국제적으로 인정을 받아야 되는데, 지금 미국, 영국하고 하기에는 조금 어려우니까 아시아 쪽에서 우리가 선도를 하겠다는 그런 방침을 갖고 있습니다.

▲ ⓒ프레시안

박인규 :
잘되시길 빌고요, 혹시 뭐 개인적으로도 법과학자로서 톱클래스 자리에 올라가셨는데, 개인적인 목표가 있습니까?

정희선 : 개인적으로는, 아까 잠깐 말씀하신, 법독성학회 회장이 한번 돼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회장이 된다면 우리나라의 위상도 다시 한 번 세계에 알릴 수 있을 것 같고, 또, 우리 연구소 출신으로 그렇게 할 수 있었다는 게 자랑스러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박인규 : 국과수 소장으로서 마무리 말씀을 부탁드릴 수도 있는데, 그것보다는 많은 여성들이 굉장히 커리어 우먼들이 많잖아요. 어떻게 보면 한 분야에서 30년 동안 일을 하고, 거기에 최고의 자리에 오른다는 것이 성공한 직업여성, 커리어 우먼이라고 볼 수 있는데, 그런 측면에서 후배 여성 과학자들, 후배 여성들에게 해주실 말씀 있으면 그 말씀을 마무리 말씀으로 부탁드리겠습니다.

정희선 : 제 생각에는 가장 중요한 게 본인의 전문성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전문성이라는 것은 정말 열심히 해야지 그 자리의 전문성을 갖출 수 있고, 경쟁력을 가져야된다고 했거든요. 그러니까 남성, 여성 관계없이 경쟁력을 갖게 되면 언제든지 기회가 주어질 수 있으니까, 자기 일에 대한 열정, 그 다음에 뭔가를 꼭 끝까지 하겠다는 근성 같은 게 필요하다는 걸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여성이라고 해서, 난 여성이니까, 이런 생각하지 마시고, 정말 본인 일을 사랑하고, 본인 일에 대해서 최고가 돼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정말 열심히 자기 일을 사랑하는 그런 마음이 필요할 거라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박인규 : 여자라서 안 된다고 불평하지 말고, 열정과 근성을 가지고 능력을 키워가라. 국과수를 세계적 클래스의 수사기관으로 만들어주시고, 개인적으로는 법독성학회 회장이 되길 빌어보겠습니다. 오늘말씀 고맙습니다.

정희선 : 고맙습니다.

박인규 : 오늘은 박인규의 집중인터뷰, 오늘은 국립과학수사연구소 53년 역사 속에서 최초로 여성 소장이 된 정희선 소장을 초대해 국과수의 역할과 과학 수사의 중요성에 대해 말씀 나눴습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는 매주 월-금요일 오후 2시30분부터 3시까지 KBS 1라디오97.3MHz)에서 방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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