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규 "KBS 사장 응모 포기" … 차기 사장 누구?

'MB 특보 출신 방송 장악' 비난 여론에 밀려 낙마한 듯

KBS 차기 사장 낙점설이 유력했던 김인규 씨가 19일 KBS 사장 응모 포기 성명을 냈다. 김인규 씨는 KBS 공사 1기 기자 출신으로 2년 전 KBS 사장직에 응모했다 실패하고 지난 대선 이명박 후보 캠프에서 언론 특보를 맡으면서 최근까지 유력한 차기 KBS 사장 후보로 거론돼 왔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가 한국방송공사와 스카이라이프, YTN 등에 줄줄이 '방송 특보' 출신 낙하산 사장을 내려보내면서 KBS 안팎에는 김인규 낙점설에 대한 반발이 적지 않았다. 청와대 등 여권 내에서도 '방송 장악' 논란에 따른 '김인규 비토론'이 적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KBS 사장으로 나서라는 여론 적지 않지만"

김인규 씨는 KBS 차기사장 공모 마감을 하루 앞둔 19일 낸 성명에서 "KBS 사내에서는 물론 정치권에서 본인을 둘러싼 더 이상의 소모적 논쟁이 확산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이번 공모에 신청하지 않을 뜻을 분명히 밝힌다"고 했다.

그는 " '낙하산' 또는 '코드인사'라는 정치적 논쟁의 소용돌이 한복판에 서면서, 평소 자부했던 '방송인 김인규'가 '정치인 김인규'로 매도되는 냉엄한 현실을 직시했다"며 "비록 KBS 내부 직원은 물론 외부에서도 떳떳하게 KBS 사장으로 나서라는 여론도 적지 않지만 자칫 사장 후보 응모 자체가 어려운 국내외 여건 속에 출범한 새 정부에 정치적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혼란한 KBS 사태의 장기화를 더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 응모 포기를 결심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자신이 KBS 공사 1기라는 점과 '공영방송에 대한 소신'을 강조하고 KBS 구성원들에게 "공영방송의 위기를 헤쳐나가야 한다"고 당부하는 등 KBS 사장 후보 응모 포기에 따른 아쉬움을 강하게 내비쳤다. 김인규 씨는 차차기 사장으로 응모하리라는 관측이 대다수다.

그는 이명박 캠프의 방송특보를 지낸 것과 관련, "당시 선거캠프에 몸담는 것 자체가 방송인으로서의 약점이 될 것을 우려해 여러 차례 고사했다"며 "개인 문제에 앞서 10년 만의 정권교체라는 대의에 따르기로 결심하고, 비록 짧은 기간이지만 자원봉사자로서 공정한 선거방송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밝혀 '이명박 사람'으로서의 충성심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저로 인해 빚어졌던 KBS 후배들간의 갈등도 하루 속히 치유하고, 새로 선임되는 사장을 중심으로 단합해서 디지털방송시대에 처한 공영방송의 위기를 헤쳐 나가야 한다"는 당부도 남겼다.

KBS 후임 사장 카드는 누구?

KBS 후임 사장으로 가장 유력한 카드 중 하나로 꼽혔던 김인규 씨가 응모 포기를 밝힘에 따라 이명박 정부가 낙점한 '차기 낙하산 사장'이 누구냐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인규 씨가 '방송 장악'이라는 KBS 내외부의 여론의 반발에 밀려 사실상 낙마한 것을 미뤄볼 때 KBS 내부인사일 가능성도 적지 않다.

현재 후임 사장 후보로 거론되는 KBS 출신 인사로는 KBS 제작본부장 출신인 안국정 SBS 부회장, 이병순 KBS 비즈니스 사장, 고려대 출신인 김홍 KBS 부사장, 강동순 전 방송 위원, 이민희 전 KBS미디어 사장 등이 있다.

또 외부 인사로는 전 과학기술부 장관을 지낸 오명 건국대 총장, M&A 전문가로 꼽히는 박병무 전 하나로 텔레콤 사장, 김원용 이화여대 디지털미디어학부 교수 등이 거론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