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의 정정보도 판결에 대한 항소 시한이 오는 21일로 다가오고 있는데다 검찰도 18일 조능희 전 CP를 비롯한 <PD수첩> 제작진에게 '다음 주까지 출두하라'며 세번째 소환 통보를 내는 등 지난 12일 사과방송에 이어 닥쳐오는 위기에 대비하기 위한 자리다.
"<PD수첩> 제작진 끌려가면 총력 투쟁"
MBC 경영진은 노조 측에 "오는 21일 오전 임원회의에서 법원에 항소를 제기할 것인지 여부를 최종 결정할 것"이라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경영진 내부에서도 항소 여부를 두고 의견이 갈리는 분위기지만 일단 항소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많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날 MBC 노조는 MBC 경영진이 항소를 포기하고 정정보도를 내보낼 경우 엄기영 사장 퇴진 운동까지 불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박성제 노조위원장은 "당장 엄기영 퇴진을 이야기하지는 않겠다. 법원 정정보도 결정에 항소 여부, 검찰의 강제수사에 경영진이 어떤 태도로 나올 것인가를 지켜보고 퇴진 투쟁 여부를 결정하겠다"면서 "노조가 '엄기영 퇴진'을 내세우게 되면 그 순간 끝장을 보게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검찰의 <PD수첩> 제작진 강제 구인 가능성도 MBC 노조가 면밀히 주시하고 있는 문제. MBC 노조는 "세 번째 소환 통보에서 2주 간의 기간을 둔 것을 미루어 볼 때 검찰은 MBC의 법원 항소 여부를 지켜보면서 다음주 중에 체포영장을 발부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며 "KBS 사태가 어떻게 진전되느냐도 중요한 요인이 될 것"이라고 봤다.
MBC 노조는 <PD수첩> 제작진이 검찰에 강제구인 될 경우 즉각 총파업에 들어가겠다고 경고했다. 박성제 위원장은 "송일준, 김보슬, 이춘근 PD 등 <PD수첩> 제작진이 검찰에 끌려갈 경우 물불 안가리고 총력 투쟁을 선언하고 총파업 투쟁을 벌일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위원장은 "강제구인 체포영장이 떨어지는 순간 총파업 찬반투표를 포함한 대응 계획을 발표하겠다"며 "조합원이 검찰에 끌려가는 바로 다음날 내가 경찰에 잡혀가게 될 것이다. 우리 조합원은 반드시 지키겠다"고 강조했다.
이춘근 PD "법원 정정보도 판결은 방통위 사과방송보다 가관"
<PD수첩> 제작진인 이춘근 PD도 발언에 나섰다. 그는 "지난 12일 엄기영 사장이 사과 방송 수용을 발표하는 확대간부회의에서 한 간부가 '과연 이 결정이 언론 자유에 도움이 되느냐'는 질문을 했으나 '토론의 자리가 아니다'라고 제자당했다고 한다"며 "일반 사원도 아닌 간부도 인정하지 못하는 일방적인 사과를 어떻게 인정할 수 있겠는가. 의견을 듣지 않을 것이라면 그냥 사내방송하면 되지 왜 간부를 모았는가"라고 규탄했다.
그는 "법원의 정정보도 판결은 방통위원회의 사과방송 보다 더 가관"이라며 "아레사 빈슨의 사망원인이 인간광우병이 아니기 때문에 '인간광우병 의심환자'라고 했던 것이 허위 방송이라는 것이다. 이런 논리라면 일기예보부터 없어져야 한다. 내일 비가 와야만 '비가 왔다'고 말해야 한다는 법원의 논리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꼬집었다.
올 2월 결혼했다는 그는 "아내에게 검찰의 강제 구인에 대비해 펀드를 깨 생활비를 마련해 놓자고 말했다"며 "여러분들도 함께 가는 길에 생활비 준비하고 마음의 준비했으면 좋겠다"고 말해 조합원들의 웃음을 끌어내기도 했다. 그는 "강제구인되는 것이 두려운 게 아니라 <PD수첩>이 공영방송 MBC의 명성에 먹칠하게 될까 두렵다"고 강조했다.
<시사매거진2580>의 박찬정 기자는 "지난 12일 사과방송이 나가고 조∙중∙동 등 보수언론 등에서 '<PD수첩>은 미국산 쇠고기가 해롭지 않다는 방송을 만들어서 내보내라'는 등의 갖가지 사설을 보면서 상당한 분노를 느꼈다"며 "어떤 판단을 했을지 모르나 구성원들에게 얼마나 상처를 안기는지에 대해 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TV편성부의 안준식 조합원은 "사과 방송의 가장 큰 잘못은 이 싸움을 우리만의 외로운 싸움으로 만든 것"이라며 "이 싸움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촛불 시민들, 국민들과 연계되어야 하는데 사과방송이 나가는 순간 조∙중∙동과 보수 언론은 MBC가 항복했다고 기사와 소설을 써대고 '언론의 자유'를 믿었던 많은 시민들은 'MBC 마저도'라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KBS가 무너지면 MBC도 무너진다"
이날 MBC 노조는 KBS 낙하산 사장 선임 등 이명박 정부의 방송장악 음모에 연대 투쟁에 나설 것을 강조했다. 박성제 위원장은 "정권은 <PD수첩> 하나만을 겨냥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KBS와 MBC 양대 공영방송을 장악하려는 음모를 진행하고 있다"며 "검찰의 <PD수첩> 수사와 법원의 정정보도 결정 항소 등 법적 대응에만 매몰되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박성제 위원장은"그런 의미에서 KBS, MBC, SBS, EBS, YTN 등 최소한 언론노조 산하 방송사 노조가 투쟁에 참여하는 형태의 연대투쟁을 기대한다"며 "KBS노조와 사원행동이 일치단결해 연대를 요청해 온다면 언론노조가 함께 투쟁에 나설 것이며 MBC가 선봉에 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MBC의 최대 주주인 방문진 이사진의 임기가 내년 9월로 종료되면 친정부 이사가 6명 이상으로 꾸려지는 등 현재의 KBS와 같은 사태를 맞이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방송장악 시도는 MBC 민영화를 포함한 경영 개편의 단초가 될 수 있다.
이날 MBC 노조 총회장에는 '공영방송 사수를 위한 KBS 사원행동'의 양승동 공동대표와 김현석 대변인이 찾아와 KBS 투쟁에의 연대를 요청했다. 양승동 대표는 "KBS가 무너지면 MBC도 무너진다"며 "MBC노조와 조합원들의 결집과 의식을 믿는다. 결정적인 계기가 왔을 때 MBC 사원들도 들고 일어날 것이라고 믿는다"고 했다.
또 연대사에 나선 최상재 언론노조위원장은 "자랑스러운 <PD수첩> 제작진 동지들과 MBC 조합원들이 하이에나와 같은 한나라당과 조∙중∙동, 뉴라이트 등에게 무차별적으로 물어뜯기지 않게 하기 위해 1만8000 조합원들이 죽기살기로 준비해왔다고 생각한다"며 "언론노조가 MBC 본부 조합원과 함께 싸우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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