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이사회가 14일 정연주 전 사장의 잔여 임기까지 사장직을 맡을 후임 사장 공개 모집 공고를 내고 공식적인 사장 선출 절차에 들어갔다. 이에 전국언론노조 KBS 본부나 공영방송 사수를 위한 KBS사원행동 등은 '총파업'을 예고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KBS 이사회 강행…다시 '김인규 사장설' 대두?
KBS 이사회는 이날 KBS 홈페이지에 올린 공고에서 "공영방송으로서 KBS가 한 단계 더 성장하는데 밑거름이 되고자 하는 전문성과 역량을 가진 분들의 많은 응모를 바란다"며 "임기는 전임 사장 잔여 임기인 2009년 11월 23일까지"라고 밝혔다.
KBS 이사회는 전날 임시이사회에서 "사장 후보자는 이사회 내외의 추천을 통해 공모방식으로 모집하고 서류심사를 거쳐 3~5배수로 압축한 뒤 이들을 대상으로 면접을 실시해 최종 후보자 한 명을 선정, 임명권자에게 임명 제청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와 관련 KBS 안팎에는 '청와대가 후임 KBS 사장으로 김인규 씨를 최종 낙점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한 KBS 관계자는 "청와대가 지난 주말 김인규 씨를 차기 KBS 사장으로 확정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고 한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는 "청와대 관계자가 김인규 씨를 차기 사장으로 정하면 여론의 반발이 클 것 같으냐고 물었다"고 전했다.
또 <경향신문>도 이날 1면 "MB측근이 새 KBS사장 돼야" 기사에서 "여권에서 KBS 후임 사장으로 '이명박 사람'을 밀어붙이려는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며 "청와대와 한나라당에서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이해하고 실천할 인사가 KBS 사장이 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경향신문>은 청와대 핵심 참모의 말을 인용해 "후임 KBS 사장 문제는 '김인규냐 아니냐'로 요약할 수 있다. 현재 흐름은 5대 5라고 보면 된다. 어차피 누구를 시켜도 반 이명박 세력은 반대할 것이므로 김 전 이사 선임 시 정치적 부담은 있겠지만 정면 돌파를 하는 게 맞다는 의견이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여권의 한 관계자도 "KBS 내부 사정 파악 정도나 능력, 대통령에 대한 충성도 면에서 김 전 이사만한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MB 정권 낙하산, 총파업으로 맞선다"
그러나 KBS노조와 KBS사원행동이 '총파업'을 예고하며 이사회의 후임 사장 선출 강행에 반발하고 있어 향후 갈등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KBS 노조는 "낙하산 저지 투쟁을 위해 본격적인 행동에 나설 때"라며 14일부터 20일까지 총파업 찬반 투표를 진행하기로 했다.
KBS 노조는 14일 발행한 특보에서 "권력의 앞잡이 이사회를 해체하라"는 성명도 냈다. 이들은 "비정상적으로 개최된 13일 이사회는 원천 무효"라며 "이사회는 이명박 정권의 주구가 되어 낙하산 사장을 받을 공모는 집어치우라. 이사회 해체가 유일한 해법"이라고 비판했다.
KBS사원행동도 이날 낸 특보에서 "우리에게 이사회를 무산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총파업"이라며 "총파업의 목표는 명확하게 이사회 '6적'들의 사퇴, 그리고 현 이사회의 해체로 모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KBS사원행동은 14일 오후 2시 KBS 본관 민주광장에서 'KBS 사장 공모 저지 선언 기자회견'을 열어 KBS노조와 함께 사장공모 신청을 받는 이사회 사무국을 봉쇄하는 투쟁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KBS 내부 각계각층에서도 성명이 쏟아졌다. KBS노조 역대 전·현직 집행부 및 중앙위원 101명은 12일 낸 성명에서 "MB정권의 방송장악 폭거를 온몸으로 거부한다"며 "벼랑끝에 선 공영방송 독립과 위기에 처한 민주주의를 지켜내기 위해 강고한 연대와 단결로 공영방송 사수투쟁에 함께 나서자"고 촉구했다.
KBS 보도본부 기자들은 14일 총회를 열고 모든 기자들은 출연괴 취재 시 '방송 독립' 명찰을 가슴에 붙이기로 결의했다. 또 31기 기자 54명은 성명을 내 "우리는 정부의 국정철학을 구현하는 영혼없는 방송인이 되기를 거부한다"고 밝혔다.
중국 베이징에서 올림픽 중계를 하고 있는 'KBS 올림픽 방송단'도 성명을 내 "베이징 올림픽 취재, 제작을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던 우리에게 정연주 사장의 해임 소식은 마치 자식들이 집나간 사이 집안이 털린 것 같은 충격과 허전함, 그리고 자괴감으로 다가온다"며 "대한민국의 국격이 이토록 치졸하고,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이토록 허약한 것이었던가"라고 개탄했다.
이들은 "올림픽이 끝나는 날 우리는 민주광장에 합류해 동지들과 뜨거운 연대로 반드시 무도한 정권의 공영 방송 장악 음모를 분쇄해 나갈 것"이라며 "KBS는 정권의 노리개가 아니다. 우리는 출범 6개월만에 노망한 정권의 KBS 장악 음모에 맞서 가열차게 싸워나갈 것"이라고 했다.
KBS노조 "언론노조 탈퇴투표 강행" …KBS 구성원 "투표 중단하라" 반발
KBS 노동조합은 14일에서 20일 총파업 투표와 함께 언론노조 탈퇴 투표도 함께 진행할 예정이다. KBS 노조는 "이번 투표는 언론노조의 KBS 집행부 제명에 따른 불가피하게 이뤄지게 됐다"며 "KBS노조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확보할 수 있느냐 없느냐를 결정하는 중요한 투표"라고 했다.
그러나 사내에는 언론노조 탈퇴 투표를 시행하지 말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KBS 사원행동은 "언론노조의 박승규 집행부에 대한 징계와 KBS본부의 언론노조 탈퇴 투표를 즉각, 동시에 철회하라"고 호소하면서 "언론노조 탈퇴는 KBS 고립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KBS 노조 역대 전·현직 집행부 및 중앙위원 101명도 "박승규 집행부가 지금이라도 조합원들의 불신을 해소하고, 공영방송 사수투쟁을 힘차게 전개하겠다는 진정성을 보이려면 우선 언론노조의 징계조치에 대해 재심을 요구하고, 산별노조 탈퇴투표를 중단하는 결단을 내리지 않으면 안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언론노조 최상재 집행부도 대승적 차원에서 박승규 집행부에 대한 징계조치를 철회하고, 조속히 공영방송사수 투쟁을 위한 강고한 연대의 틀을 구축해야할 것"이라며 "박승규 집행부는 언론노조와의 관계를 정상화해야할 뿐 아니라 사내의 모든 양심적인 세력을 규합해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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